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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획연재 |

말랑말랑 애덜이야기
2018 강서중학교의 생활

제54화 - 이수석/강서중 교사,..

#1 학교 등교 시 학생들과의 대화 “매일 7시 30분에는 무조건 학교에서 버스가 출발해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일이 꼬여요. 학생들과의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 하지 않겠어요?” 6월 말까지 근무하는 문 주무관은 자신의 일에 있어서, 책무성이 뛰어나고 투철하다. 그리고 통합버스를 타고 내리는 학생들 면면을 잘 파악하고 있다. 무뚝뚝한 표정 속에는 학생을 사랑하고 감싸는 할아버지(?) 아버지의 마음을 느낄 수 있다. 오랜만에 정문으로 나갔다. 매일처럼, 교장은 언덕빼기 위 강서중학교 정문의 그 자리 그 곳에서 일찍 오는 학생들과 교사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특유의 손으로 울리는 호르라기를 울리며. “힘들지 않으세요? 어떻게 빠지지 않고 매일매일 이곳에서 등교맞이를 하세요?… 땡땡이 치고 싶지 않으세요?” “그 무슨 말씀이신가?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네. 등교하면서 기분 좋으면, …하루가 좋지 않겠나?” “교장 선생님께선 매일 아침 8시 10분부터 학교 정문에 나가계시잖아요. 일찍 출근하시는 선생님들께 등교 맞이 인사도 하시고요… 더 중요한 것은 걸어오던가, 일반 버스를 타고 오는 학생들과 정겨운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지요. 그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예든이는 호기심이 참 많아요. 오늘은 어떤 질문을 할까? 그게 궁금하지요. 뭐 나머지는 그때그때 마다 적절한 멘트를 하지요. … 은정이의 단발머리가 참으로 이쁘구나. 사진 찍는 것과 그림 그리는 연습은 열심히 하니? 하정이의 미소와 친절은 보는 사람을 심쿵하게 해. 가은이는 장녀의 포스가 너무 좋아. 정말 아름다워. 가영이는 독서하는 모습이 참으로 멋져. 호민이는 조용하지만 강한 학생이지. 다희는 정신연령이 조금 높은 거 같아. 그리고 기쁨이는 참으로 멋지고 아름다운 학생이야. 집에서 오빠들과 같이 목축업일도 돕고, 학교에서도 똑 부러지잖아. 평안이는 시인이지. 시인이야!” 버스 올 시간이 되어, 나는 교무부장과 학생부장이 학생들을 기다리는 강서중학교 버스 주차장으로 올라왔다. 8시 45분이 되니, 등교버스는 정확하게 도착한다. 버스에서 내리는 18명의 학생들을 보며 인사한다. “준이는 오늘 기분이 좋은 가보다. 송연이는 오늘 기분이 좋은가 봐. 에너지가 넘쳐. 성호는 언제나 분위기 있어. 멋져. 원경이는 컷트 머리가 이쁘네. 주안이는 오늘, 어떤 유머를 줄 거니? 단하는 영화배우 리처드 기어 머릿결 같아. 효은이 안녕! 이찬미 성우, 안녕! 극작가 재현이 안녕! 든든한 현우! 방송 엔진니어 윤건이 안녕! 극작가 나휘 안녕. 개그맨 예찬이 파이팅! 스토리텔링 현서도 안녕! 유쾌 발랄 상쾌 보람이 안녕! 박학다식한 교은이 안녕!” 나와 교무부장과 학생부장은 아이들의 기분과 특성에 맞게 하이파이브(HIGH  FIVE)와 하이텐(HIGH TEN)을 하며 버스에서 내리는 학생들을 맞이한다. 이렇게 강서중학교의 아침은 시작한다. #2 다희와의 대화 “다희야! 선생님이 쓴 글을 읽어보고, 내용에 적합한 그림을 한 컷이나 두 컷으로 표현해 줄래?” “어떤 양식과 파일로요?… 크기는요?” “그건 네가 더 잘알 거 같은데... 그림에 대해서는 네가 더 전문가잖아?” “그래도 대강 사이즈는 알려주셔야죠.” “일반 사진 한 장정도 크기? 8×12 정도면 어떨까? 그림 내용은 창작자인 다희가 알아서 하면 되겠지. 다희는 창작자니까!” “그럼 선생님이 원고를 빨리 주세요. 다음 주 화요일이라고 했으니까, 오늘 원고를 주세요.” #3 강서중학교 학생들과의 대화 “기쁨이 승지 가은이 호민이는 연극 대본을 선생님에게 줄래? 물론 연극했던 사진도.” “왜요?” “너희들의 창작물을 책으로 묶어서 내고 싶으니까. 물론 너희들 각자의 생각과 느낌을 적은 글도 필요하고.” “1학년인 은선, 태하, 현우, 송연, 지예, 가영, 효은, 단하, 창대, 예든, 원경, 예찬, 준이는 너희들이 공연한 대본을 선생님에게 줄래?” “……정말 저희들 글과 그림을 책으로 내실 거예요?” “그러고 싶구나. 내 인생에서 너희들은 처음이잖니. 물론 너희들도 내가 처음이고 말이야… 영화비평반인 재현이 은정이 기쁨이 성호는 다음 주 월요일까지는 영화대본이 완성될 수 있겠니? 그 대본을 보고 수정보완해서 영화를 찍어야지. 한편의 영화를 너희들이 만들어서 유튜브에 올리는 거야.” “저희들이 정말 할 수 있을까요? 너무 유치찬란해서요.” “여러분은 이미 잘하고 있어요. 선생님은 그저 너희들이 하는 일을 믿고 신뢰하면서 지켜만 봤잖아. 여러분은 이미 잘하고 있어요.” “다음 주 월요일까지는 대본을 완성할 거예요. 선생님의 역할도 있어요. 선생님도 참여하셔야 해요.” #4 수행평가에 대한 대화 “이 수행평가는 여러분이 친구들을 평가하는 것입니다. 선생님은 여러분의 평가를 존중하면서, 평가합니다. 물론 선생님의 최종 평가 점수에 이의가 있으면 제시하십시오. 합당한 여러분의 이의제기를 받아 들여, 최종적으로 평가할 것입니다.” “평가는 선생님의 고유권한이잖아요. 선생님이 평가해 주세요.” “공정성 있는 평가, 객관성이 있는 평가! 선생님도 그것을 위해서 여러분에게 둉료평가와 상대평가를 요청하는 겁니다. 선생님의 생활의 습성상, 학습의 관성 때문에 선생님이 틀릴 수도 있어요. 또한 선생님이 보지 못한 면도 있기 때문이지요.” “선생님! 왜 글씨가 수행평가, 논술과 서술형 평가의 대상이 되어야 합니까? 전, 저의 수행평가점수에 대해서 승복하지 못하겠습니다.” “말과 글은 의사소통의 수단입니다. 자기는 자기의 글을 읽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모두 읽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 글을 읽어본 친구들은 알아볼 수 없을 때도 있습니다. 읽을 수 없는 답안을 제출해 놓고 자신의 이야기를 왜 이해하지 못하냐고 이의제기를 하면, 어떻게 할 것입니까?” “아니 왜 저만 미워하는 거예요?” “글은 그 사람의 마음이라네. 그리고 글씨는 또 다른 마음의 얼굴이고, 제2의 얼굴이라네. 자신이 알고 있는 바를 정확하게 다른 사람에게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네. 그게 자신의 글을 읽는 사람에 대한 예의라네. 관계 속의 인간으로서 지켜야 할 예의라고 생각하네.” #5 교장선생님과의 대화 “4차 산업혁명시대. 창의력과 자기 발표력이 중요하지만, "기본적인 지식과 개념은 알고 있어야 하지 않겠소? 무엇을 하려고 해도, 기본 지식과 개념 파악이 안 되는데, 무엇을 생각할 줄 알고 더욱이 새로운 디자인과 계획을 세울 수 있겠소? …기본 지식, 기초학력은 분명히 교육해야 하지 않겠어요?” “교장 선생님, 말씀이 맞습니다. 그게 핵심인 거 같습니다. ……기초 기본 교육을 어떻게 할 것인가? 교과 수업에서 충실하며 더 밀도 있게 수업하고 맞춤형 개별지도도 병행해야 한다는 말씀에 공감합니다.” “난, 학년초에 교사 대화의 시간에 이야기 했던 말을, 내 정년까지 유지하고 싶소. 왜, 이 선생이 사회를 보아 진행했던, 교사와 학교장과의 대화 시간 말이요. 교단에 처음 섰을 때의 ‘초심과 초심회복’, 가르침의 보람과 배움의 기쁨이 넘치는 교실, 그리고 지역이나 마을과 함께하는 ‘평화롭고 상생하는 교육공동체’를 체험하는 교실, 그리고 이것을 뒷받침할 진정성과 책무성에 기반한 자율과 소통의 직장문화를 만들고 싶습니다.” “아하, 그렇지요. 자중자애(^^)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저의 경험을 말씀드려야 할 거 같습니다. ……초등학교 4학년까지 한글을 읽고 쓸 줄 몰랐고, 구구단을 못 외웠습니다. 4학년 2학기, 옆의 여자 짝꿍인 혜경이가 저를 알려주고 깨우쳐 주었습니다. 그리고 중학교 1학년 국어 선생님께서, 열심히 재밌게 책을 읽는 저를 칭찬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저는 중학교 때 소년소녀 계림문고 100여권을 읽었습니다.” “그건 이 선생의 경우잖소. 자신의 성공(?)담을 일반화 시키지 마시오. 정말 다양한 아이들이 다양한 형태로 학교에 다니고 있소. 왜 그들 모두가 이 선생과 같아질 거라는 확신을 갖고 있는 것이요?” “어느 순간, 계기가 되면 아이들은 변합니다. 전 그 아이들이 바르고 건강하게 생활하다가 긍정적인 계기가 되어 변하길 바랍니다. 그 시기가 언제 어떻게 올지는 저도 모르고, 심지어 그 아이도 모를 것입니다. …하지만 전 믿습니다. ^^아이들을 믿고 신뢰하면, 그 아이들은 변한다고요. #6 나와의 대화 “난, 열린 교육과 거꾸로 수업, 배움의 공동체, 하브루타, 자기주도 학습 등에 대한 자유학기제의 수업을 찬성한다.” “난, 이들 수업을 받은 학생들의 성장과정을 추적해 보고 싶다. 그리하여 그들에게 그와 같은 수업이 효과가 있었는지에 대해서 논문을 쓰고 싶다. 그런데 그들에 대한 수업의 효과가 아주 긍정적이라는 사실은 이미 입증되었다. 문제는 그 수업방법과 평가의 적용이다. 과연 나의 이 수업방법과 평가 방법은 제대로 된 것인가? 그리고 모든 수업을 획일적으로 같은 방법으로 진행할 필요가 있는가? 현장 교사들의 접하는 학생들에 따라서 최선의 수업을 할 것이라는, 교사에 대한 신뢰를 왜 정부와 관계당국은 신뢰하지를 못하는 것인가?” “선생이란 하면 할수록 점점 더 모르는 게 많아지고, 점점 더 어리석어 지는 거 같다. 어떻게 수업하고 평가할 것인가? 나의 이 수업과 평가 방법은 제대로 된 것일까?  
배다리 통신
배다리, 변화의 시간들

도로부지는 이제 멋진 녹지공..

@영화 <인랑>의 한 장면에서 'HOPE 희망한다'는 벽보와 '관통도로 전면폐기' 현수막이 함께 보인다. _영화스틸사진인용   김지운 감독, 강동원 한효주 정우성이 출연하는 영화 <인랑>이 7월 개봉을 한다. 지난해 배다리위원회에 와서 마을의 협조를 요청했고, 헌책방 거리를 혼돈의 2029년 미래도시(?)로 세팅하고 촬영을 했다. 을씨년스러운 도시의 풍경이 연출되어 다소 우려했었는데 CG가 많이 가미되어 아는 사람만 알아볼 수 있는 모양새로 재탄생 한 것이 다행스럽다.     @우리는 영화세트장에 살아요_ 사진.청산별곡(나비날다 책방)   요즘은 ‘무법변호사’(드라마) 사무실이 들어섰고, ‘극한직업’(영화)의 ‘형제치킨’도 성업중(?)이었다. 새삼 마을사진관보다 더 사진관 같았고, 배다리의 문구도매점 보다 더 문구점 같았던 ‘엽기적인 그녀 2’ 세트장이 생각난다.           @2015년 1월 창영초 인근 90년대 후반, 2000년대 초반에 이르기까지 금곡동, 배다리 일대의 풍경이 궁금해졌다. 복복선 공사도, 도로 공사도 예정되어 있기는 했지만 사람들이 많이 살았던 배다리 풍경이 상상이 잘 되지 않는다. 아벨서점 건너편 2층에서 대웅독서실을 운영했던 분이 미술수업을 시작했는데 그 시절 이야기를 종종 하신다. 그때도 가난한 마을이었지만 아이들도 많고, 사람들도 많이 살았던 동네라고...   2000년대 초 경인전철 복복선공사, 2005-7년, 금창동 일대의 재개발 계획과 산업도로 개통계획으로 이미 사람이 많이 떠나서 쓸쓸하고 텅빈 느낌의 마을길에 들어섰던 것이 배다리에 대한 첫 기억이다. 90년대에 몇 번 왔던 거 같은데 배다리라는 공간과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은 기억에 없고 오래된 책 냄새와 책이 가득한 서가에 대한 부러움에 남아있다. 이렇게 하루의 절반 이상을 살아가는 일상의 공간이 될 줄 몰랐던 시절-배다리 풍경은 기억나지 않는다.   그리고 다시 십 수년, 영화여자실업고등학교(66년)는 영화여자상업고등학교(1991년)로, 영화여자정보고등학교(2001년)로 그리고 영화관광경영고등학교(2013년)로 바뀌었다.   40십여 개가 넘어 청계선 헌책방 거리와 함께 전국 2대 헌책방 거리였던 배다리의 헌책방은 80년대 이후 경제성장기에 새 책을 사려는 경향으로 줄기 시작했다. 2000년에는 11개, 2007년 6개로 줄었고 지금에 이르렀다. ‘오래된 책방’이 문을 닫고 대신 ‘나비날다 책방(2009~)’이 명맥을 이었고, ‘삼성서림’도 2014년 이름은 그대로 쓰고 새 주인이 이어가고 있다. 얼마 전 ‘대창서림’도 임대를 내놓았는데 다행히 ‘책방’을 하는 새주인이 공간을 단장하고 있다. 대창서림 옆 ‘집현전’은 ‘사진공간배다리’를 운영하던 이상봉씨가 인수해 아직은 영화세트장으로 쓰고 있는데 이호진 작가와 함께 여러 가지로 꾸려갈 예정이라고 한다. 책방을 운영할 사람을 찾는다는 소리는 있는데 정확히 무슨 계획인지는 아직 모르는 상황에서 인천양조장건물 대문 옆 2층 사무실 공간에 동네책방인지 독립출판사인지가 들어온다는 소문이 있다.     인천양조장 대문 옆 무료나눔 공간이었던 ‘돌고’가 있던 곳에 한옥의 틀을 살려 겨우내 상가를 만들었는데 드디어 어여쁜 꽃집이 무채색의 공간에 색을 칠하고 향기를 담는 새 단장을 하고 있다. 꽃집이 들어오니 그 주변에 진을 치던 여러 트럭들이 자리를 비워줘 잘 단장된 느낌이 절로 든다.   헌책방 거리 일대를 이곳저곳 파헤치며 진행되었던 전선 지중화 공사가 얼추 마무리 되어 도로포장도 마쳤고, 골목안쪽으로도 공사를 마무리했다. 도로부지 동쪽은 내년에 다른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될 수도 있다고 한다.   @기울어진 보은사 건물은 철거를 시작한다.    @삼성서림 충전을 위해 잠시 여행을 떠나셔서 6/18~ 29까지 문을 열지 않느다.    개코막걸리는 어머님의 치유가 늦어지면서 결국 세를 내놓으셨고, 한 번 계약이 파기 되기는 했지만 곧이어 연극을 하던 분이 리모델링해서 막걸리집을 이어간다고 한다. 창고로 쓰겠다는 문의가 있었다고 해서 걱정했는데 다행이다.   @개코막걸리는 새 주인이 들어와 단장을 하고 다시 막걸리집으로 문을 열 예정이다.     6월 13일 밤 11시가 조금 넘은 시각, 배다리위원회 단톡에 선거결과가 올라왔고 사람들의 환호가 이어졌다. 지방선거 예측조사에서 인천 동구가 접전지역으로 예견됐기 때문에 다들 걱정하고 애를 태웠던 모양이다.   이흥수 동구청장(임기 6월 30일까지)은 분뇨수거운반업체에 관내 생활폐기물 수거를 허가하고 아들 채용의 형식을 빌어 뇌물을 받았다는 혐의로 검찰로부터 징역 2년, 추징금 2천313만원을 구형받은 상황에도 자유한국당 후보로 선거운동을 진행했다. 이런 상황에서 노년층 비율이 높은 지역의 특성 때문인지 접전지역으로 나타났는데 인천지역 투표율이 전국 최저인 55.3%로 전국 평균인 60.2%인데 동구는 60.4%로 투표율이 높아 적지 않은 우려가 있었다. 의미없는 도로의 폐기를 주장하는 주민들의 목소리를 새겨 듣고 이를 후보 정책에 반영하여 도로개통을 주장하는 이흥수 후보와의 지역 TV토론에서  ‘의미없는 중·동구 관통 산업도로의 폐기’를 주장했던 허인환 후보를 응원하는 상황이었다. 결과는 60.4%로 39.6%를 얻은 이흥수 후보를 제치고 당선됐다. 도로를 대신하는 계획을 생각해보라던 박남춘 인천시장 후보도 당선됐다. 엊그제는 도로폐기를 전제로 한 배다리위원회 회의가 있었다. 도로대신 주민과 시민을 위한 녹지공간, 문화공간이 어떤 모습이어야 할지 만면에 웃음띤 얼굴로 이야기를 나눈 오랜만의 자리였다.   @새로 고친 '중동구 관통도로 폐기' 농성장은 주민들이 만나 마을의 녹지공원, 녹지쉼터를 바라보는 쉼터가 되면 좋겠다.  
한인경의 시네공간
“행복한 삶의 속삭임”

(23) 다시 주목하는 영화 『청..

<한인경의 시네공간>은 2016년에는 그해 상영된 독립영화들을, 2017년부터는 ‘다시 주목하는 영화’라는 테마로 평론을 이어가고 있다. 영화는 이미지 너머로 발견하는 한 권의 철학서와 같다. 우리는 그 속에서 힐링하고 비상하며 철학적 사유로 삶의 의미를 읽는다.   『청원』 개  봉 : 2011. 11.개봉, 2017.03, 2017.11 재개봉(126분/인도) 감  독 : 산제이 릴라반살리 출  연 : 리틱 로샨, 아이쉬와라 라이 장  르 : 드라마                                                  등  급 : 12세 관람가 출처:영화『청원』   간략한 줄거리부터 세계적인 천재 마술사 이튼은 마술쇼 중 동료 마술사의 배신으로 머리 아래가 모두 마비되는 중상을 입게 된다. 그런 그를 12년간 헌신적 간호를 하는 소피아, 이튼이 선택한 행복한 마무리를 위한 안락사 청원, 애틋한 사랑, 용서를 둘러싼 이야기다. 이 영화는 영상미 그리고 사지 마비 환자의 안락사 청원이라는 감상 포인트를 가진 영화다. 나아가 삶과 죽음에 대한 이해까지 확장해 본다. 1. 영상미, 인도와 유럽의 공간적 공유 안락사 청원을 다룬 영화이지만 의학적, 법률적 드라마로 기울지 않았다. 배경이 되는 인도 남서부 고아Goa지역은 포르투갈 지배를 받던 곳이어서 그 영향이 남아있다. 당사자 이튼의 종교가 가톨릭인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인도는 대다수가 힌두교를 종교로 가진 다신교의 나라다. 업과 윤회를 믿는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국가를 상대로 한 안락사 청원은 전 국민의 관심을 받기에 충분했다. 첫 장면부터 환자를 돌보는 장면이 보인다. 창백한 환자의 모습이 예상되었으나 의외로 무척 정돈되고 일사분란하게 돌아간다. 대사 없이 'Smile'이라는 곡이 흐르면서 정갈하면서도 눈부신 자태를 갖춘 소피아의 능숙하면서도 차분한 동작들, 그리고 공간이 풍기는 고풍스러운 분위기와 색감, 소피아의 화려한 의상, 장신구까지 관객들은 환자를 보기도 전에 이미 감독이 연출한 미장센에 압도된다. 소피아와 고아Goa 지역의 문화, 그리고 공간을 장식한 소품, 가구 등은 한 공간에서 인도와 유럽 문화가 조화롭게 섞인 모습이었다. 안락사 즉, 죽음을 말하는 주제였다. 안락사라는 의미가 갖는 무게감, 상실감을 사랑과 용서의 드라마로 풀어간다. 감독은 플래쉬 백으로 이튼 마술의 하이라이트를 몽환적인 연출로 보여주며, 귀에 익은 팝송들, 인도 고아Goa 지역의 순수함, 인도라기보다는 유럽 어느 영주의 성을 연상시키는 이튼의 저택 등 할리우드 영화를 연상시키는 볼거리와 영화적 장치를 통해 중압감이 느껴지는 주제를 상쇄시켜 나간다. 두 주인공의 외모가 뛰어난 점도 빼놓을 수 없지만, 특히 미스 월드 출신 소피아의 미모는 이 영화를 말할 때 빠질 수 없을 것 같다. 영화 전반에 걸쳐 감독은 마치 정지된 운동, 죽음과 대비시키듯 간호하는 소피아의 모습에서 생명의 에너지가 느껴지도록 연출하였다. 출처:영화『청원』   2. 사지 마비 환자의 안락사 청원 머리 아래로는 모두 마비가 된 몸이다. 새벽, 폭풍우로 지붕에서 물방울이 한 방울씩 떨어진다. 그런데 그 방울이 이튼의 이마에  마치 정조준한 것처럼 똑똑 떨어지는 것이다. 커다란 스크린에 떨어지는 한 방울의 무게는 이튼의 이마에 구멍이라도 낼 듯한 기세다. 이튼은 소리 질러 도움을 구하지만 잠에 떨어진 사람들에게는 들리지 않았다. 오전에 출근한 소피아는 물에 펑 젖은 침대 시트와 이튼, 파리하게 지쳐있는 이튼을 발견한다. 이마에 떨어지는 물 한 방울을 피할 수 없어 밤새 속수무책으로 그 위치에서, 그 자세로 맞았던 것이다. 안락사 청원에 대한 소송. 첫 재판에서 헌법 21조를 위배하는 것이라는 판사, 기본적 생존권을 가진 사람이라면 생명을 포기할 권리도 가져야 한다는 변호사, 자살 조장 외에는 이점이 없다는 검사, 그리곤 기각. 이튼은 라디오 유명 DJ, 저술 활동 등 세상이 다 아는 성공한 인물로, 어려움 속에서 사는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의 대명사처럼 인식되어왔다. 그런 그가 정작 자기는 죽겠다고 하니 시민들에겐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변호사는 항소를 위해 여론을 움직이고자 ‘안락사 프로젝트’라는 방송을 하며 청취자들에게 찬반 투표를 하게 한다. 이튼은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줄 알며 서로 사랑을 확인한 여인 소피아도 있다. 이튼은 사랑하는 여인까지 얻은 지금 이 행복을 더더욱 간직하고 싶다. 그가 원하는 삶의 마무리를 하고 싶은 것. 출처:영화『청원』 항소심. 또 기각. 원고의 고통과 청원의 타당성은 인정하나 누군가의 목숨을 끊는 일에 법정이 관여할 수 없다는 판결문. 그는 원치 않는 삶을 이어가야 하며 끝이 보이질 않는다는 아나운서, 이튼이 고개를 떨군 채 기계에 칭칭 묶여 직립으로 있는 장면이 이어진다. 곧 어느 심해로 가라앉을 것만 같은 이튼의 절망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세계적인 호스피스의 선구자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는 그의 저서 ‘인생 수업’에서 받아들임과 포기에 대하여 아래와 같이 철학적 경계를 세웠다. “받아들임은 선택이며, 결코 포기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포기란 우리가 가진 생명력을 부인하는 것이고, 받아들임은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는 것이다. 질병에 희생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포기하는 것이다. 상황으로부터 등을 돌리는 것은 포기이며, 그쪽으로 몸을 돌리는 것은 받아들이는 것이다.” 하룻밤 이튼은 소피아에게 청혼을 했고 소피아는 받아들인다. 그리고 소피아는 이튼의 안락사를 자신이 돕겠다고 말한다. 이튼은 사지 마비 환자로서 무기력한 자신의 삶을 비관하여 그 삶을 포기하려는 것이 아니며 현재의 모습을 받아들이는 선택을 한 것이다. 소피아는 자신의 행복은 그가 행복한 것이라며 이튼의 선택에 전폭 지지를 보낸다.   출처:영화『청원』 3. 삶의 이해 "안락사(조력자살)를 결심하고 스위스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던 호주 최고령 과학자 데이비드 구달(104세) 박사가 10일(현지 시각) 오후 평화롭게 생을 마쳤다. 저명한 생태학자인 구달 박사는 안락사를 금지하는 호주의 법을 피해 이달 2일 스위스로 출발했다. 스위스는 조력자살을 허용하는 몇 안 되는 국가 중 하나다. 그는 9일 스위스에 도착하기 전 프랑스에 들러 가족을 만나고 작별 인사를 나눴다." (서울신문, 2018.5.11) 구달 박사의 경우는 더 이상의 회생이 어려운 불치병 환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고령으로 인한 무의미한 삶을 스스로 마감하는 길을 택한 사례가 된다.   한국의 『연명의료결정법』   이튼이 간절히 안락사를 원했지만, 국가는 허락하지 않았다. 우리나라에서는 오랜 기간 국회 진통을 거친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이하 연명의료결정법)』이 통과돼서 시행에 들어갔다.   물론 구달 박사가 스위스에서 조력자살이라는 방법으로 삶을 마감한 최초의 외국인은 아니었지만, 『연명의료결정법』이 금년 2월 4일부터 법 시행에 들어갔다는 시점과 맞물려 잔잔한 파문을 일게 한다. ‘안락사’는 고령에 따른 사회 문화의 변화와 함께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이튼과 구달박사가 선택한 ‘안락사’, 상세한 설명은 논외로 하고 ‘존엄사’와 구분 지어본다. ‘안락사’는 환자의 회생 여부와 상관없이 환자의 요청으로 약물 주입이 이루어지고 죽음에 이르게 하는 경우이며, ‘존엄사’는 회생할 수 없고 사망이 임박한 상태에 있다고 의학적 판단이 내려진 환자를 대상으로 인간으로서 가능한 존엄과 품위를 유지하면서 죽음에 이르게 한다는 점에서 구분된다.   장례문화가 매장에서 화장으로 옮겨가고 있듯이 이 법은 임종 문화 전반에 바람직한 방향을 제시하는 초석이 될 것으로 믿는다. 현재 시행과정에서 마찰과 혼선, 부작용이 빚어지고는 있지만, 지속적인 법의 보완, 발전이 있을 것으로 믿는다. 짧게 덧붙인다. 19세 이상 성인이라면 전문가 상담을 통해 작성할 수 있으며, 심폐소생술, 인공호흡기, 항암제 투여, 혈액 투석을 하지 않겠다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하여 등록한 사람이 2018년 4월 현재 12,000명이 훌쩍 넘었다.   출처:영화『청원』 이튼처럼 적극적인 안락사로 삶의 마무리를 짓고자 하는 경우와는 반대로 뜻밖의 상황 전개로 충격적인 죽음을 말하는 영화 두 편을 소개한다. 두 영화 모두 노노개호老老介護 즉 노인이 노인을 돌보게 되는, 고령사회로 들어서면서 그리 낯설지 않은 현실을 반영한 영화다. 『아무르Amour』(2012), 프랑스 한국에서도 꽤 알려진 영화다. 평화로운 노후를 보내고 있는 80대 부부. 부인에게 닥친 반신 마비, 깊어가는 증상. 스크린은 남편 조르쥬의 복잡한 얼굴을 계속 보여주며 관객에게 비극을 예상시킨다. 베개로 부인을 질식사시킨다.   『볼케이노』(2012), 아이슬란드 퉁명스럽고 예민한 성격의 67세 남편 하네스, 순종적이던 부인은 뇌졸중으로 혼미한 상태에 빠진다. 그는 간호를 해보려 했지만 결국은 베개로 얼굴을 누른다. 공감이 어려운 부분도 있는 영화다. 『청원』은 악화하는 자신의 몸 상태를 받아들이고 스스로 마감하고자 하는 한 청년의 불꽃 같은 삶을 그렸다면, 다른 두 영화는 보편화한 핵가족화, 저출산, 고령사회에서 노노개호의 문제점을 여실히 보여 주는 영화다. 이튼의 결정과 조르쥬와 하네스의 결정, 그리고 각각의 부인들이 맞게 된 죽음에 대해서도 관객의 생각이 나뉠 것이지만 생각거리를 분명히 제시한다. 정리하면 젊은 사람들에겐 늙어 가며 겪게 될 일들이 그리 피부에 와 닿지 않을 수도 있다. 보통 각자의 생업에 쫓기며 살다 보면 불치병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의 고통을 늘 함께 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언제 적부터인지 모르겠으나 우리 사회에서는 ‘죽음’을 공부하고 말하고……하는, ‘죽음’은 공개석상에서 불편해하는 주제였다. 그러나 최근 국내외 고령사회의 안타까운 현상들을 접하면서 ‘죽음’을 제대로 알고 삶의 의미를 찾고자 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지고 있다. 19세기 러시아의 문호 톨스토이는 ‘죽음만큼 확실한 것은 없다. 그런데 사람들은 겨우살이는 준비하면서도 죽음은 준비하지 않는다.’라는 일침을 남겼다. 세 영화가 반드시 맞게 되는 노년, 고령에 따른 질병을 대비해 젊은 시절부터 무엇을 하라는 교훈을 주고자 만들어진 것은 물론 아니다. 그러나 이러한 영화들을 접하면서 다가오는 메시지들을, 나에게로 확장시켜 생각해 볼 수 있는 동기부여로 충분히 의미가 있다. 출처:영화『청원』   이튼이 죽음을 앞두고 남긴 메시지: “제가 행복한 건 고통이 어제로 모두 끝났기 때문이죠. 이제 행복하게 떠나렵니다. 인생은 무척 짧지만, 열심히 살면 길어져요. 그러니까 틀을 깨세요. 빨리 용서하고 진실로 사랑하고 즐거웠다면 후회하지 마세요.” 이튼의 어머니는 이튼의 인생은 오로지 이튼 만의 것이기에 이튼이 원하는 대로 해주고 싶다고 아들의 안락사를 돕겠다고 말한다. 이튼의 선택을 존중한다. 종교적인 이해를 떠나서 생각해본다.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삶과 죽음. 눈물, 상실, 고통스럽고 슬픈 그런 죽음을 말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대신 다른 한쪽인 삶을 말하는 것으로 바꾸어 생각해본다. 중환자실에서 줄줄이 타고 내려오는 관들에 연결된 채 마무리를 짓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생명의 과정에는 벅찬 순간들이 존재한다. 병아리도 스스로 알을 깨고 나와야 새벽을 알리는 힘찬 울음소리를 내는 닭이 될 수 있다. 한 마리 나비도 고치를 스스로 벗어야 훨훨 날아 꽃향기를 맡는다. 인간은 탯줄을 끊고 나와야 비로소 세상의 빛을 보게 된다. 죽음은 삶이라는 인생 여정에서 겪어야만 하는 어쩌면 가장 엄숙한 통과 절차며 장례는 인생의 마지막 의례이다. 죽음, 피하고 싶기도 하다. 그러나 죽음 없는 삶이란 또 무슨 의미가 있을까? 영화 속 은지의 생각처럼 신비롭다. 죽음이라는 미지의 세계, 그 잠재성, 사멸성(死滅性)과 필연성까지 보태져서 유한한 삶이 더 소중하게 생각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2017.10.23. <한인경의 시네공간> 에서) http://www.incheonin.com/2014/news/news_view.php?sq=40389&m_no=2&sec=3 누가 자기 죽음에 대해 확신하겠냐마는 행복한 삶은 행복한 마무리 즉 행복한 죽음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희망적 그림은 가능하다.  
미술치료 가족의 세상살이
강력한 의사소통

(54) 강력한 의사소통

우리 건물 지하에는 큰 술집이 있었다. 처음 이 건물을 보러왔을 때 대낮임에도 문이 굳게 닫혀있기에 여기가 무슨 가게냐고 물었다. 부동산 아저씨는 근엄한 어조로 ‘점잖은 분들이 모여 대화하는 곳’이라고 정의를 내려 주었다. 이 건물 위층으로 이사를 온 후 하루는 중 1학년이던 아들이 헐떡거리며 뛰어나오더니 보고하듯 말했다. “엄마, 지하에 엄청 예쁜 누나들이 있어.” 대체 어떤 가게일까 궁금하여 내려가 봤더니 밤 9시쯤 문을 여는 술집이었던 것이다. 사춘기 아들한테 좋지 않은 주거환경인 듯하여 마음이 철렁했지만, 돌이킬 수가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그 집 뚱뚱하고 목소리 걸걸한 마담은 몇 달간 집세를 안내는 것이었다. 술집 분위기 망가질까봐 조심하면서 나는 몇 차례 조용히 말했다. “가게세가 밀렸어요. 깜빡 잊으신 것 같아 말씀드려요.” 그러자 마담은 시원하게 대답했다. "네, 이번 주 내로 드릴께요" 하지만 깜깜 무소식이었다. 나는 재차 독촉했다. “내일 당장 드릴게요.” 그래놓고선 여전히 무반응이었다. 놀리는 것도 같고, 얕보는 것도 같아서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 산전수전에 공중전까지 치루었을 법한 그 사람을 강력하게 대처할 수 있는 묘책이 없을까? 궁리에 궁리를 거듭했다. 며칠 후 저녁 10시쯤, 나는 화장 끼 없는 얼굴로 청바지와 점퍼를 입고 지하로 내려갔다. 유리문 건너에 미니스커트를 입은 예쁜 여자아이들이 왔다 갔다 하고, 양복을 쭉쭉 빼 입은 정말 점잖게 생긴 신사들이 술을 마시며 대화를 하고 있었다. 홀을 둘러보니 중앙에 있는 자리가 비어 있었다. 나는 그 곳을 점찍었다. 큰 숨을 한 번 들이 킨뒤 나는 발로 문짝을 세게 찼다. 문이 ‘와장창’소리를 내며 열리고,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내게 쏠렸다. 나는 뚜벅뚜벅 걸어 점찍어 둔 가운데 자리에 가서 거만한 자세로 앉았다. 그러고는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마담, 이리 와 봐요. 당신, 날 가지고 노는 거요? 자, 어디 가지고 놀아봐.” “집세는 안 내고 장사는 하고. 이거봐 마담! 가게세 떼먹겠다는거야??” 나는 최대한 노기띤 음성을 내며 마담을 압박했다. 마담은 사색이 된 얼굴로 내게 싹싹 빌며 사정을 했다. “사모님, 미안해요. 내일 갚을게요.” “당신은 거짓말쟁이야. 벌써 몇 번째야 당장 가게 문을 닫든지, 집세를 내든지 해요.” “사모님, 이번 한 번만 믿어주세요.” 싹싹 비는 마담에게 나는 다시 한번 어깃장을 놓았다. “마지막으로 내일까지만 지켜볼께요.” 나의 비장한 으름장에 점잖은 분들이 술맛이 뚝 떨어졌는지 일순간에 분위기가 싸해졌다. 나는 또 한 번 문짝을 ‘와장창’ 뒷발로 차고 나왔다. 몇 년 묵은 체증이 사라진듯 속이 다 시원했다. 그 이튿날 마담은 5개월이나 밀린 집세를 한 보따리 가져와서 연신 미안하다 했다. 상대방에게 맞는 눈높이 대화를 해야한다는 것을, 내 방식대로만 하면 상대방은 못 알아듣는다는 걸 그때 처음 깨달았다. 돌이켜보면, 우리 건물에서 장사를 했던 그 마담은 내게 강력한 의사소통 방법을 알게해준 고마운 사람인 셈이다. 나는 요즘 아주 가끔이지만 강력한 의사소통 방법으로 내 마음을 전해야 할 때, 그것을 실행할 수 있는 제법 유능한 사람이 된 것 같다. 그럼에도 나는 그런 강력한 소통법을 사용하는 일이 좀처럼 없기를 희망한다.  
김인자 작가의 할머니 꼬시기
"우리 김 선생이 보고 싶어 욕심을 ..

(218) 양평할아버지와 말동무

일요일 오후 급히 양평에 다녀왔다. 아침부터 콩국수를 만드느라 바빴다. 며칠 전부터 심계옥엄니가 콩국수가 잡숫고 싶다하여 전날 밤 검정콩을 물에 담가 불려두었다. 아침에 불려두었던 콩을 삶아 믹서기에 갈아 콩국물을 만들었다. 국수도 삶고 김장김치도 송송 썰어 콩국수를 만들어 심계옥엄니 점심 상을 차려드리고 한 숨 돌리고 막 앉았는데 전화 한 통이 왔다. 몇 년 전 강연 갔다가 인연을 맺게 된 독거 할아버지가 많이 편찮으시단 전화였다. 할아버지가 나를 보고 싶어하신단 말씀에 작은 아이에게 심계옥엄니를 부탁하고 소고기 두 근사고 할아버지가 좋아하는 체리랑 방울 토마토를 사서 양평 할아버지댁에 갔다. 머리를 짧게 깍으신 할아버지가 소년같은 눈망울로 웃으며 나를 맞아주셨다. 할아버지는 처음 뵈었을 때 보다 좀 더 마르셨고 더 많이 늙으셨다. 머리를 아주 짧게 자르셔서 갓난아이처럼 보였다. 가뜩이나 숱도 없는 할아버지 머리가 검은 머리 한가닥 남기지 않고 하얗게 샜다. 그래서 그런가 유독 얼굴이 하얀 할아버지는 스님처럼 보였다. 머리카락을 면도기로 깨끗하게 민 단아한 스님을 닮은 할아버지는 허리춤에 무슨 주머니같은 것을 차고 계셨다. 담즙을 빼내는 거라했다. "우리 김 선생 먼길 오느라 욕봤다. 내가 우리 김 선생이 보고싶어서 욕심을 좀 냈다." "잘하셨어요, 할아버지. 저도 할아버지 보고싶었어요." "김 선생 속은 어떠신가? 아직도 먹으믄 설사하나?" "아니예요, 할아버지 많이 좋아졌어요." "그래? 그거 참 듣던중 반가운 소리네. 잠은? 아직도 밤에 잠을 잘 못자나?" "잘 자요. 할아버지. 걱정하지 마세요." "잘 잔다고? 근데 얼굴엔 할아부지 저 잠 잘 못자요. 하구 써있는데." "와, 진짜요? 할아버지? 진짜 제 얼굴에 그렇게 쓰여 있어요?" "그럼, 진짜지. 내가 이리 누워있어도 우리 김선생 얼굴만 봐도 다 안다. 먹는 건 제대로 잘 먹는지 밤에 또 잠은 잘 자는지 내가 우리 김선생 얼굴만 봐도 다 안다." "에이, 거짓말. 할아버지가 무슨 점쟁이에요? 얼굴만 보고 아시게요." "그럼 알지. 왜 믿기지가 않아? 점쟁이가 아니어도 내 나이만큼 이리 오래 살다보면 저절로 알게 되는 것들이 있니라." 나는 안다. 아니 알 것 같다. 할아버지가 무슨 말씀을 하시려는지 그 마음이 어떤건지 조금은 알 것도 같다. 할아버지만큼 나이가 들지 않았는데도 할아버지가 무슨 말씀을 하시려는지 나는 안다. 그런데도 모르는 척 자꾸 자꾸 할아버지에게 말을 시키는건 할아버지 입 떼시라고, 조금이라도 입 밖으로 소리내어 말씀하시라고, 혼자 사시는 할아버지가 말하는걸 잊어버릴까봐 자꾸 자꾸 할아버지에게 말을 시키는 거다. 말을 자꾸 하셔야 할아버지 몸속에 있는 여러가지 장기들이 제 역할을 하려고 노력할거 같아서다. 할아버지 혼자 사시니 누가 일부러 찾아와서 할아버지에게 말을 시키지 않으면 생전가야 입 한 번 안 떼시고 할아버지는 그날이 그날처럼 입에 거미줄 치고 지내실테니까 할아버지 기운 없으셔도 자꾸 자꾸 말을 시키는거다. "할아버지, 제 얼굴 다시 한번 잘 봐봐요. 저 진짜 며칠 동안 잠 못잔 얼굴이에요?" "보나마나지. 잠 여러 날 못 잔 얼굴이다." "와, 우리 할아버지 진짜 신통방통하시다." 내 성화에 내 얼굴을 요리조리 살펴보시던 할아버지가 안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신다. "에구, 그렇게 잠을 못자서 어찌 버티나 그래, 먹는 건 어때?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걸판지게 먹어야 되는데 입이 짧아서 많이 먹지도 않는데 고깟 것 먹은 것도 제대로 소화를 못 시키니 참 걱정이다. 우리 김 선생은 소화기가 문제다 문제. 그러고 보니 지난 번에 봤을 때 보다 얼굴이 좀 나아진 것도 같은데 아닌가?  붓기가 좀 빠짓나 으짠가? 이노므 눈깔이 점점 침침해가지고 뭐가 제대로 봬야 말이지. 김 선생 내 부탁 하나만 하자." "예, 할아버지." "아무리 바빠도 말이다. 삼시 세끼 먹는거 제때 잘 챙겨 먹고 밤에 잘 자고 그래야한다." "예, 할아버지. 명심할께요." 편찮으셔서 그런가 이거저거 당부하시는 할아버지 목소리에 힘이 하나도 없었다. 할아버지 말씀을 놓치지 않으려고 할아버지 입 가까이에 귀를 갖다 댔다. 집중해서 듣지 않으면 가까이에 가서 들어도 잘 들리지않는 할아버지의 작고 탁한 목소리. 편찮으신데도 이것 저것 내 건강을 걱정해주시는 할아버지 말씀을 듣고 있자니 갑자기 눈물이 쏟아졌다. 그래서 얼른 할아버지 손을 잡아서 열 손가락 하나 하나 꼭꼭꼭 주물러 드렸다. 안 그러면 눈물이 멈추지 않을거 같아서. 엉엉엉 소리 내며 울거 같아서. 그런데도 눈물은 멈추지 않고 자꾸 자꾸 흘러나왔다. "아이구, 우리 할아버지 아프신 분 맞아요? 도대체 누가 우리 할아버지보고 아프시다고 그랬어여어? 우리 할아버지 나한테 잔소리하시는거 보니 아직도 짱짱하시네" 하며 할아버지를 보고 너스레를 떨었다. 두눈에 눈물을 가득 담고서. "울기는 왜 우는데, 울지마라" 할아버지가 나를 보며 또 하얗게 웃었다. "할아버지 뭐 드시고 싶은거 없으세요?" "먹고 싶은거 없다." "먹고 싶은게 왜 없어요? 저한테 두고두고 잔소리하시려면 잘 잡숫고 기운 차리셔야지요. 할아부지 설렁탕 사다드리까여?" "설렁탕?.." 할아버지가 또 하얗게 웃으신다. 할아버지는 설렁탕을 좋아하신다. 이것저것 여러가지를 다 파는 설렁탕 집 설렁탕말고 딱 하나 설렁탕만 파는 40년 전통의 고 머시기 설렁탕집 설렁탕만 드신다. "할아버지 맛있어요?" "응,맛있다. 이집 설렁탕을 먹으면 건강해지는 느낌이 든다." "할아버지,이집 설렁탕이 다른 집 설렁탕이랑 달라요?" "다르지. 이 집 설렁탕은 담백해. 따로 소금간을 하지 않아도 이 김치하고만 먹으면 간이 딱 맞거든. 사실 나는 이 집 김치가 맛있어서 이집 설렁탕을 오래 먹었다." 나도 김치를 잘 담그고 싶다. 김치 하나만 있어도 입맛이 도시는 할아버지에게 맛있는 김치를 해서 가져다 드리고 싶다. 그래서 가까이 가서 귀기울이지 않아도 기운차게 말씀하시는 건강한 할아버지의 목소리를 듣고 싶다. 할아버지 윗집에 사시는 할머니가 귀하게 농사지은 열무와 얼갈이를 차에 잔뜩 실어주셔서 걱정반 기쁨반으로 집에 돌아오는길. "이 김치 참 맛있네. 김선생 자네가 담궜나?" 하는 할아버지의 맛있는 목소리가 들리는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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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장직 준비위원회, 시와 첫 업무협의

업무 설명 듣고 토론, 박남춘 당선인 "인수'와 '보고' 단어 쓰지 않겠다 선언

         인천시와의 첫 업무협의에서 발언하는 박남춘 인천시장 당선인<사진제공=새로운 인천 준비위>  박남춘 인천시장 당선인의 ‘새로운 인천 준비위원회’가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시장직 인수위인 ‘새로운 인천 준비위원회’는 20일 오전 인천교통공사에 마련한 사무실에서 인천시로부터 주요업무에 대한 설명을 듣고 토론하는 ‘업무협의’를 가졌다.  박 당선인은 “더디 가더라도 일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기 위해 실무형 준비위를 구성했다”며 “시장의 독단적 결정이 아닌, 시민의 목소리를 최우선으로 받드는 시장이 되도록 틀을 짜는 것이 준비위의 주된 역할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박 당선인은 이어 “‘시민이 주인되는 인천’을 만들기 위해 소통과 혁신을 최우선에 두고 권위주의에서 탈피하겠다”며 “오늘 이 자리부터 ‘인수’나 ‘보고’라는 단어를 쓰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시는 이날 실·국장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기획조정실장이 ▲재정·예산 ▲복지 ▲문화·관광 ▲원도심·개발 ▲교통 ▲안전·환경 ▲경제 ▲해양·항공 ▲행정·소통 분야의 주요업무를 설명했다.  시의 재정규모는 연평균 3.1%가 증가해 올해 9조9436억원에서 오는 2022년 11조2365억원이 될 것으로 예측됐다.  총부채는 2014년 13조1685억원에서 지난해 10조613억원으로 줄었고 오는 2022년까지 6조631억원(시 2조3131억, 도시공사 3조5623억원 등) 규모로 축소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시는 제1회 추경은 8월 중 시의회에 제출하고 시금고(약정기간 4년) 선정은 9월까지 끝내기로 했다.  원도심 균형발전과 관련해서는 지난해 정부의 도시재생 뉴딜사업 공모에서 선정된 5곳의 실행계획을 수립 중이고 디음달 접수하는 올해 공모에는 11곳을 준비하고 있으며 4개 구역의 인천형 저층주거지 정비사업을 추진한다고 설명했다.  시는 교통분야에서는 철도망 확충을 강조했다.  확정 사업인 인천도시철도 1호선 검단 연장(사업비 7277억원, 2024년 하반기 개통 예정), 서울지하철 7호선 청라 연장(〃 1조3045억원, 2027년 하반기 〃), 인천발 KTX(〃 국비 3936억원, 2021년 말 〃) 외에 수인선과 서울4호선(분당선) 직결운행 및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B노선)는 타당성 조사 중이다.  또 공항철도와 서울9호선 직결운행은 기본방향 협의 중, 인천2호선의 KTX 광명역 연장은 계획 협의 중, 인천남부순환선(인천대공원~논현~테크노파크~용현·학익지구~시민공원 간 29.38㎞, 사업비 1조7711억원, 사업기간 2024~2033년)은 구상 중, 인천도시철도 2호선 증차는 검토 중, 영종도 공항철도 운임체계 조정은 추진 중이라고 시는 설명했다.  시는 시내버스 준공영제에 따른 재정 지원액이 크게 증가(2016년 595억, 2017년 904억, 2018년 1095억원)하는 가운데 조례 제정을 통해 재정 지원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한 운전기사 부족 대책으로 광역버스는 258대에서 187대로 71대를 감차할 계획이다.  광역버스 감차는 이용객들이 반발할 가능성이 높아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는 서해평화수역과 관련해서는 남북 공동 수산물 유통시설 구축 및 선상파시를 추진하고 공동어로구역 설정과 수산분야 기술교류는 남북 관계부처 간 사전 협의를 건의하는 한편 남북 공동 어장 실태조사와 시험양식을 거쳐 어장을 개발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특히 통일준비 선도도시 기반조성을 위해 강화교동 평화산업단지 조성, 남북을 잇는 교통망 구축(서해남북평화도로, 백령도 공항 건설, 인천~해주~남포~톈진 항로 개설, 연안여객선 항로 단축), 한강하구 공동이용을 위한 전략 마련, 고려역사와 문화 등 남북교류 확대 추진, 전담조직 확대 및 남북교류협력기금 조성을 추진키로 했다.  시는 박남춘 당선인이 공약한 원도심 균형발전 부시장제 도입, 인천경제청에 버금가는 도시재생 전담기구 설립, 청년·남북교류 등 전담기구 설치, 시민소통 강화 등을 위해 하반기 조직정비에 나서기로 했다.  한편 시는 유정복 시장과 박남춘 당선인이 대립각을 세운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인천 이관 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대체매립지 조성을 위한 연구용역 2차 중간보고가 7월 초로 예정됐다는 사실 등만 간략하게 설명했다.  

박남춘 당선자, 매립지 4자협의체 '재검토' 의지

'4자 협의체' 틀 깰 새로운 전략 시급

수도권매립장 구조   유정복 인천시장이 자신의 치적으로 삼았던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이하 SL공사)의 인천시 이관 문제가 민선7기 출범 후 재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박남춘 인천시장 당선자가 이를 직접 재검토할 뜻을 밝히면서 향후 변화가 주목되고 있다.   지난 18일 박 당선자는 인천대공원에서의 기자 간담회에서도 SL공사를 인천시로 이관하는 문제에 기본적으로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 당선자를 비롯해 더불어민주당 인천시당은 SL공사가 유 시장의 주장대로 흑자는 절대 불가능한 데다 SL공사 노조와 주변 주민들도 이관에 대한 공감대가 없어 설득하기가 사실상 어렵다고 보고 재협상에 무게를 두고 있다.   특히 박 당선인은 지난 2015년 서울시와 경기도, 환경부 관계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유 시장이 제안해 구성된 ‘수도권매립지 4자 협의체’가 잘못됐다는 입장이다. 이로 인해 지난 2016년 종료 예정이었던 매립지 사용기한 및 사용 부지 등이 결과적으로 매립연장에  이용돼 왔을 뿐이었다. 또한 SL공사 이관 자체부터 구조적으로 협상도 막혀 아무런 진전없이 표류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 당선자 측은 “조만간 본격 가동되는 인수위원회에서 이 문제를 상세하게 분석할 것”이라며 “매립지의 소유권을 넘겨받는 사항은 SL공사 이관과는 별개로 해결해야 하는 사항인 데다, SL공사 이관 역시 선결조건 문제가 있어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남춘 인천시당 당선자. ⓒ배영수   매립지가 위치한 서구 역시 마찬가지다. 박 당선자와 같은 당의 이재현 서구청장 당선자는  SL공사 사장을 지냈던 인사로, 선거 출마를 전후로 SL공사의 인천시 이관에 반대 입장을 밝혀 왔다.   선거 국면 당시 이 당선자는 지난 지방선거 토론회와 선거유세 등을 통해 4자 협의체 합의문을 분석해본 바 SL공사 관할권 이관에 관한 합의문의 내용은 추진할 수 없는 이유들이 분명하게 있다고 주장해 왔다.   여기에 SL공사의 내부 노조 역시, 공사 및 노조 입장에서는 중앙정부가 운영하는 공사를 지방정부에 넘기는 것을 동의할 이유가 없는 만큼 분명한 반대 입장을 표시하고 있다.   여기에 현재 매립지 주변지역 주민들에게 매년 공사에서 지원금이 지급되고 있는데 인천시가 더 많은 금액의 지원을 보장해 준다고 볼 수 없다면 지역주민들 입장에서는 동의할 필요가 사실상 없다.   실제 서구 매립지 인근 주민협의체들도 중앙정부 운영의 SL공사로 인해 수도권 쓰레기 처리가 안정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지방자치단체인 인천시가 맡게 되면 불안 요소가 커지고 그것이 가시화되면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에게 돌아온다며 연일 반대하고 있다.   인천시는 물론 서구청장 당선자와 공사 직원 및 주민들이 4자협의체에 대한 문제 제기 및 공사 이관에 적극적으로 반대 입장을 갖고 있는 만큼, 그동안 유 시장과 자유한국당 중심으로 진행됐던 매립지 4자협의체는 일단 인천시 내부에서는 부정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서울시와 경기도의 경우 그간 약간의 부담금을 주는 선에서 쓰레기 처리를 인천시가 다 해줬는데, 재협상을 통해 관할 쓰레기들을 스스로 처리할 수도 있는 상황에 동의가 힘든 측면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3선에 성공한 박원순 서울시장은 유 시장이 말한 4자 협의체의 당사자였다.  조만간 제2매립장이 포화되면 사용을 종료해야 하는 데, 여전히 명확한 동료 시점없이 마냥 서울 경기지역의 쓰레기를 떠맡으며 끌려다니고 있는 인천시로서는 '4자 협의체'를 돌파할 새로운 전략이 시급한 셈이다.    

박남춘 인천시장 인수위원회 가동

신동근, 정세일 공동인수위원장 선임, 3개 분과 구성

박남춘 인천시장 당선인의 민선7기 밑그림을 그릴 인수위원회가 18일 공식 출범했다. 인수위원장은 초선 국회의원과 시민사회단체 대표 등으로 구성됐다. 박 당선인은 이날 오전 인천대공원 동문광장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인천시장 인수위원회로 ‘새로운 인천, 준비위원회’를 꾸려 이날부터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인수위는 10명 내외로 구성됐다. 인수위원장은 신동근 국회의원과 정세일 인천시민의힘 대표 등 2명이 맡는다. 인수위는 3개 분과로 행정·민관협치 위원회, 재정·예산 위원회, 공약과제 위원회 등으로 나눠 운영된다.   행정·민관협치위원장은 박찬대 의원, 재정·예산위원장은 유동수 의원, 정책공약 위원장은 이번 보궐선거에서 남동갑에 당선된 맹성규 당선인이 맡는다.   비서실장은 허종식 남구 갑 당협위원장, 대변인은 백수현 시당 사무처장이 맡는다. 박 당선인은 "이번 인수위는 인수기간이 부족한 만큼, 시급한 현안 대응부터 준비할 것"이라며 "앞으로 실무적 인수인계를 중심으로 운영하고, 시민사회와의 소통에도 무게를 두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정을 이끌어 가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소통"이라며 "앞으로도 딱딱한 격식을 없애고, 시장의 권위도 대폭 낮춰 시민들에게 다가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를 위해 중요 시책을 정할 때 시민들의 의견을 듣는 절차를 마련하고 서울시의 ‘정책토론회’ 도입을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또 시 공무원들이 책임감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시 내부 의사결정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해 거수기 의회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와 관련해선 "의회가 시민들을 뜻을 저버리면 심판받을 것이지만, 의원들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며 "당에서 예의주시 할 것"이라고 답했다. 또 기관장 인사와 관련된 질문에는 "앞으로 인수위의 업무가 될 것"이라며 "이 자리에서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박남춘 인천시장 당선인 인수위원회 운영 조직도>  

민선7기 출범, 본격화할 ‘남북경협과 교류’

박남춘 인천시장 당선자 주요공약... 인천시도 준비해온 사업 '만지작'

박남춘 인천시장 당선자는 남북경협사업의 ‘주도적인 추진’을 공약했다. 시의 남북교류 사업은 민선7의 가동 후 적극적으로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청와대가 주도하는 남북 해빙 기류와 함께 남북경협 의제가 구체화되고 있는 가운데 다음달 부터 출범하는 민선 7시 인천시정부의 남북경협을 비롯한 남북교류 사업도 초반부터 본격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친문으로 분류되온 박남춘 인천시장 당선자는 4.27 남북정상회담 이후 선거운동을 본격화하면서 1호 공약으로 '평화도시 인천'을 발표했다. 먼저 "평화로 인천을 경제 번영의 중심지로 만들겠다"고 밝히며 ▲인천~해주~개성을 연계한 남북 공동경제자유구역 추진 ▲남북 공동어로구역 조성과 해상파시 추진 ▲해양평화공원 조성과 이를 활용한 생태관광사업 등을 제시했다. 또  ▲강화~개성, 강화~해주를 잇는 남북평화고속도로 등 땅길 ▲인천공항과 평양의 순안공항을 잇는 하늘길 ▲인천~남포, 인천~해주항을 잇는 바닷길을 열겠다고 밝혔다. 중구 등 서해와 인접한 기초자치 단체장 당선자도 남북 교류 및 경협 사업에 적극적이어서 협력하여 추진하려는 의지가 높을 것이라는 판단이 나온다. 여기에 지난달 말 남북경제협 사업에 대한 테스크포스팀까지 구성한 인천항만공사와 협력체계를 구축하면 더 탄력을 받아 활기를 띨 수 있다. 특히 해운항만청과 국립해양조사원 해양수산부 요직에서 일해 오며 이른바 ‘해양통’으로 불리는 박 당선자의 경우 구체적으로 자신의 공약에 인천~남포, 인천~해주 항로 개설 및 인천과 해주, 개성을 포함한 남북공동경제구역 조성 등 내용이 주목된다.  인천시도 지난 4월부터 지난해 중단되거나 무산됐던 남북경협사업들을 준비해 오고 있다.   우선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대선 당시 인천 공약으로 내세웠던 서해평화협력벨트 조성사업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추진될 것으로 예상되는 서해 남북평화도로 건설사업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기대하고 주시하고 있다.   지난 2007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해주에 경제특구를 개발하는 내용을 포함해 북한의 해주와 개성, 그리고 남한의 인천을 ‘남북합작경제권’으로 조성하려는 계획이 있었던 만큼 문재인 정부의 추진방향에 주목하는 것이다. 서해 남북평화도로 사업은 인천국제공항이 있는 영종도에서 북쪽으로 해상교량을 건설해 신도와 연계하고 이를 강화도까지 연결한 뒤, 강화군 북쪽에서 북한 황해도 육지까지 연결하겠다는 것이 전반의 계획이다. 인천시는 이 사업에서 정부의 지원 속에 주도권을 쥐고 추진할 계획이다.   인천공항이 본격 운영을 시작했던 지난 2001년을 전후해 신도 일대 주민들이 영종도와의 연결교량을 주문하고 있는 만큼, 민원도 수렴하면서 향후 북한과 인천 육지를 연결하는 ‘교두보’로 삼으면서 명분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영종도와 강화도를 연결하는 18.04㎞ 구간과 강화도에서 개성을 연결하는 45.7㎞ 구간, 그리고 강화도에서 교동도를 지나 해주로 연결되는 16.7㎞ 구간을 연결하는 것이 주요 내용인데, 이를 위한 교량 등 건설에 3조 원에 가까운 비용이 든다는 점은 과제로 꼽히나 중앙정부 의지에 따라 국비 지원은 가능한 수준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인천신항 전경. (개통 전 촬영.) ⓒ인천항만공사      한편 인천시 내부적으로는 지난 2015년 초를 기준으로 중단돼 사실상 무산 상태에 있었던 인천과 평양 간 친선축구대회(인천유나이티드와 평양 4.25 축구단 경기)를 재개하고, 다소 시간이 촉박하긴 하지만 올해 8월 열릴 자카르타 아시안게임에서 남북 양궁팀이 공동으로 인천 계양 양궁경기장에서 전지훈련을 하는 등 그간 검토하고 있었다는 스포츠교류 방안도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여기에 최근 강화고려역사재단을 흡수한 인천문화재단이 시와의 협력을 통해 남한 강화와 북한 개성에서 남북 역사학자들이 공동으로 고려 역사의 연구 작업을 진행하고 싶어 하는 의지를 표명하면서 시 내부에서도 이를 검토하고 있는 단계다.   특히 고려역사 연구 작업은 지난해 북한이 미사일도발을 하기 직전까지 시에서 의지를 보여 왔던 사업이기도 했다. 시 관계자는 “현 시장과 시장 당선자 모두 남북경협사업에 대한 의지가 있었던 만큼 북한의 공식입장에 따라 얼마든 재추진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준비하고 있다”며 기대감을 숨기지는 않고 있다.   또 인천의 여러 시민단체 관계자들도 접경지역으로서 인천이 지리적 입지상 남북교류사업의 전진기지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민주당, 인천 지방권력 장악

지방선거 압승-시장, 기초단체장 9명, 시의원 34명 휩쓸어

        인천지역 기초단체장 당선인들(좌측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홍인성, 허인환, 김정식, 고남석, 이강호, 차준택, 박형우, 이재현, 유천호, 장정민)   13일 실시된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4.13 지방선거)에서 인천은 더불어민주당이 압승하면서 시장, 10곳의 기초단체장 중 9곳, 37석의 광역의원(시의원) 중 34석을 차지했다.  14일 선거 결과를 종합하면 더불어민주당은 박남춘 후보가 인천시장에 당선되고 홍인성 중구청장, 허인환 동구청장, 김정식 남구청장, 고남석 연수구청장, 이강호 남동구청장, 차준택 부평구청장, 박형우 계양구청장, 이재현 서구청장, 장정민 옹진군수 등 9명의 기초단체장 당선자를 냈다.  민주당이 민선 옹진군수 자리를 차지한 것은 처음으로 그동안 보수성향이 짙은 옹진에서는 한국당 소속 군수 2명이 내리 3선을 지냈다.  민주당은 4년 전 제6회 지방선거에서 승리했던 남구·부평구·계양구 기초단체장 3곳은 수성에 성공했고 한국당 후보에게 패배했던 중구·동구·연수구·남동구·서구와 옹진군 등 6곳의 기초단체장 자리를 탈환했다.    자유한국당은 유정복 시장이 재선에 실패한데다 기초단체장은 6곳을 모두 민주당에 넘겨줬고 한국당 성향의 무소속 군수가 있던 강화 1곳에서만 당선자를 내는 참패를 당했다.  비례대표 4석을 포함해 35석에서 37석으로 늘어난 시의회는 4년 전 한국당(당시 새누리당) 23석, 민주당(당시 새정치민주연합) 12석에서 이번에는 민주당 34석, 한국당 2석, 정의당 1석으로 완전히 역전됐다.        민주당이 인천시 집행부(시장)와 인천시의회를 장악하고 기초단체장도 10곳 중 9곳을 석권한데다 기초의회(군·구의회)도 대부분 다수를 차지하면서 중앙권력에 이어 인천 지방권력이 한국당에서 민주당으로 확실하게 교체된 것이다.  이번 인천지역 6.13 지방선거 결과는 민주당이 싹쓸이에 가까운 압승을 거두면서 제1야당인 한국당이 존재감조차 찾기 어렵게 됐고 진보정당인 정의당을 비롯해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등은 교두보를 만들지 못했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중선거구제(2~3인 선출)인 기초의회의 경우 민주당의 초강세 속에 한국당을 제외하고는 정의당과 바른미래당 등 군소정당 후보가 전멸했다.  한국당의 참패로 거대 양당 체제가 무너지면서 민주당이 독주하고 군소정당이 설 자리를 확보하지 못해 다당 체제는 요원하게 된 것이다.  중앙정부든 지방정부든 1당이 독주할 경우 권력에 대한 견제와 감시는 물론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하고 약자를 대변하는 기능도 약화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정치학자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다만, 정당에 투표하는 광역의원 비례대표선거에서 정의당이 9.23%를 득표함으로써 인천에서는 사상 최초로 비례대표 시의원 1명을 배출한 것은 큰 성과다.  비례대표 시의원 4명은 각 정당의 득표율에 따라 결정되는데 55.28%를 받은 민주당은 2.2112명, 26.43%를 얻은 한국당은 1.0572명, 9.23%를 득표한 정의당은 0.3692명, 6.63%의 바른미래당은 0.2652명으로 계산되면서 일단 정수인 민주당 2석과 한국당 1석을 배분하고 소수점 이하를 따져 정의당이 나머지 1석을 차지한 것이다.  지역정치권 관계자는 “한국당의 퇴행적 행태와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지지 및 남북관계의 획기적 진전 등에 힘입어 민주당이 인천지역은 물론 대구·경북을 제외하고는 전국적으로 압승했지만 자칫 오만과 독선에 빠지면  역풍을 맞을 것”이라며 “단체장들은 더욱 겸손하고 낮은 자세로 주민들과의 적극적인 소통에 나서고 지방의원들은 소속 정당을 떠나 집행부에 대한 비판과 견제 기능을 제대로 수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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