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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획연재 |

양진채 소설가의 <소설로 읽는 인천>
여우에게 홀리는 길

(14) 단편소설 <여우재로 1번..

<열우물경기장 주변 ⓒ김성환>   십정동, 열우물 동네에는 ‘여우재로’ 라는 지명이 있다. 여우재라니. 여우가 출몰하는 고개라는 건가? 아니면 그 옛날 ‘전설의 고향’처럼 고개를 넘다가 여우에게 홀리기라도 한다는 건가. 호기심이 발동한다. 짐작컨대 이 소설은 이 지명이 주는 영감에서 비롯된 창작이라는 생각이 든다. 운전기사인 나는 ‘시커무죽죽한 돔형의 우주기지, 열우물경기장이 보인다. 저걸 끼고 핸들을 확 130도쯤 꺾어 우회전하고 얼마 안 가 다시 90도 좌회전을 한 다음 언덕을 오르’는 길에서 한 아이를 만난다. 아이 얘기에 앞서 먼저 이 길이 어떤 길인지 살펴보자.   산자락을 타고 넘는 으슥한 길이라 외지 사람들은 갑자기 들어선 시골 정취에 감탄을 금치 못하는 길이었다. 그보다 먼저 이 길에 들어서면 바짝 긴장해 가좌동 진주아파트 가는 길 맞아요? 하며 확인하는 이도 많았다. 마치 내가 못된 짓을 하려 납치라도 하는 듯 경계하는 표정이었다. 여차하면 문을 열고 뛰어내릴 듯 문고리를 잡은 여자도 보았다. S자형 고개를 넘고 저만치 아파트숲이 보이면 비로소 문고리에서 손을 떼며 안도와 함께 말하곤 했다. 참 운치 있는 길이네요. 도심 속에 이런 오지를 숨겨두고 있다니 놀라워요.   으슥한, 오지의 느낌을 주는 길이다. 이뿐인가. 근처에는 도살장도 있다.     대로 건너편은 도살장 거리다. 길가에서 손을 흔들며 분주하게 호객하는 상인들과 달리 붉은 조명 아래 붉은 육덕으로 전시된 죄 없는 짐승들은 묵묵하다. 사지로 분해된 생존의 흔적이 나란히 갈고리에 매달려 이따금씩 흔들린다. 살아 코뚜레, 죽어 갈고리, 저들의 운명은 죽어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언젠가 도살장 상가 손님을 태워 저 안까지 들어간 적이 있다. 대로에서는 보이지 않지만 안쪽으로 들어가면 얼굴전시회가 있다. 깔끔하게 면도하고 웃는 분홍 돼지머리야 재래시장에서 쉽게 보지만 육신에서 분리된 소머리를 보기는 처음이었다. 얼룩박이 젖소가 아니란 걸 증명하듯 면도도 않은 누런 털의 한우. 그들이 나란히 전시돼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얼굴 앞 고무다라에는 꿈틀대는 내장이 흘러넘쳤고. 비릿한 주검의 냄새 사이로 어느 식당에선가 끓이는 콩나물김칫국 냄새가 섞여 들었다. 도살장 사람들 비위를 달래기에 알맞은 그 냄새가 왠지 가혹하게 느껴져 콧등이 시큰했다.   여우재로 길에는 여우가 아니라 수많은 동물의 영혼이 묻힌 곳이라고 할까. 가보지는 않았지만 십정동에 도살장이 있다는 말은 몇 번 들은 적이 있다. 죽은 수많은 동물의 영혼이 떠도는 곳, 인간의 육식을 위해 희생된 영혼과 오지 느낌의 으슥한 길, 그야말로 여우가 출몰할 만하지 않을까. 그 길에서 한 아이를 만난다. 주인공인 나는 아이에게 묻는다. 위험하게 왜 혼자 이 길을 다니냐고. 아이의 대답이 이상하다. “홀리려구요.” 그러니까 소설 <여우재로 1번길>은 여우재로에서 만난 아이인 듯 아이 아닌 듯, 존재한 듯 존재하지 않은 아이에게 홀린 소설이라고 말할 수 있다.   기사인 나는 삶에 별 의욕도 없이 운전을 하며 살다가 아이를 만난다. 아이는 당돌하다. 사회적 통념으로서는 판단할 수 없는 아이이다. 이름도, 나이도 드러나지 않는다.   “아저씨! 나, 입이 마늘마늘해 죽겠는데 쿨피스 없어요?” 마늘마늘해는 무엇이고 다짜고짜 쿨피스는 또 뭔가? 맹랑한 계집애였다. “너, 나 아냐?” “아! 짱나! 이제부터 알면 되잖아요? 있어요 없어요?” 맡겨놓은 것처럼 다그치는 아이가 어이없어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럼 우유! 아님 물이라도.” 계집아이는 혀를 U자로 접어 꽃잎처럼 내민 채 훅훅 숨을 내뿜으며 다그쳤다. 먹다 남은 생수병을 내밀자 총알같이 채가 입을 헹군 뒤 선심 쓰듯 말했다. “이제 돌아서서 볼일 보세요. 나도 다 알아요. 아저씨가 왜 여기서 내렸는지.” 일수 찍듯 하루 한 번은 여길 다녀가기에 이 길에서 일어나는 일은 훤하다는 아이였다.   아이의 말 같기도 하고, 사춘기 청소년 말 같기도 하고, 또 노회한 어른의 말 같기도 한 말이 아이 입을 통해 나온다. 게다가 아이는 어쩐 일인지 매일 여기를 하루에 한 번씩 다녀간다고 한다. 아무런 시설도 없는 곳, 으슥하기까지 한 길을 아이는 왜 매일 오는 것일까. 이렇게 만난 아이에게 나는 홀리듯 찾아간다. 나는 생마늘을 먹는 아이를 위해 쿨피스를 들고, 아이는 생마늘을 들고 그렇게 만난다. 생마늘을 먹고, 쓰린 혀와 위를 달래기 위해 쿨피스를 먹는 아이. 그러니 아이는 허깨비가 아니다. 그런데 작가는 쓰고 있다.   그 아이를 증거할 길은 없다. 지금 내가 서 있는 곳이 있을 뿐 아무런 흔적도 없다. 정말 그 아이가 여기 있었을까? 여기서 나와 함께 차에 올라타 생마늘을 까먹고 쿨피스를 나눠마셨을까? 가끔 나는 나의 기억을 의심한다. 바꿀 수 없는 건 과거뿐이라는데 부동의 과거가 나를 시험한다. 살다보면 귀신이 곡할 일을 가끔 겪는다. 이것도 그중 하나일지 모른다.   작가는 안 기사라는, 성씨로서의 ‘안’과 아니라는 부정의 뜻으로 ‘안’을 중의적으로 쓰고 있고, 언젠가 흔적도 없이 잃어버린 포메라니언을 등장시킨다. 여우재 근처의 열우물 경기장은 오랫동안 있던 식당을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했다.   “헐! 아저씨 안 기사 맞네. 아주 딱 맞는 성이야.” 그 아이가 차 안에 붙은 기사 신상표를 보며 까르르 웃었다. 어려서부터 안가인 내 성이 마음에 안 들었다. 뭘 해도 아닌 성, 안 선생, 안 사장, 안 기자, 안 검사……, 안 기사는 그래도 낫다. 적어도 내 꿈이 기사는 아니었으니까.   경비실에 강아지 실종신고를 했다. 답이 없었다. 그것으로 끝이었다. 눈처럼 하얀 포메라니언은 눈처럼 가뭇없이 증발하고 말았다. 그럴 줄 알고 이름을 지어주지 않았던 걸까?   새로 뚫린 불편한 길에 익숙해지면서 사람들은 먼저 길을 잊고 이학식당도 잊어버릴 것이다. 가축의 골을 빼먹던 엽기적인 식당의 존재 자체가 부인될 것이다. 보이는 것만 믿는 세상, 그 아이가 보이지 않으면서 나도 때때로 그 아이의 존재를 의심한다. 의심이 몸피를 불릴 때마다 여길 찾아오는 건지도 모르겠다.   안 기사인 나는 아이를 만나면서 위안을 얻는다. 차안에서 같이 노래를 부르고, 이야기도 한다. 그것이 삶에 활력을 주어 나는 오후만 되면 일부러 그길, 여우재를 찾는다. 그러나 존재하듯 존재하지 않는 아이와의 만남이 끝까지 계속 될 수는 없는 것. 아이가 사라진다.   “근데 너는 학원도 안 다니냐? 허구한 날 혼자 길거리나 쏘다니니 친구가 없지.” 아이가 샐쭉하더니 눈을 하얗게 뜨고 따발총처럼 쏘았다. “그래요. 이제 알았어요? 난 학원도 안 다니고, 학교도 안 다니고, 아무데도 안 다녀요. 안 학생이고 안 사람이에요. 어쩔래요?” 짐작은 했지만 당황스러웠다. 심한 말도 아니었고 아이의 상황이 내 탓도 아니었다. “이제 아저씨도 안 기다릴 거예요. 나한테 하나도 안 미안해도 되니까 여기 오지 마세요. 완전 쫑났으니까!” 여린 마음이 다쳐 홧김에 그런 줄 알았다. 아이가 정말 발길을 끊을 줄은 몰랐다.   아이는 왜 사라졌을까. 내가 이 사회의 통념을 잣대로 들이댈 때 아이는 사라졌다. 그리고 마지막, 나는 아이와 비슷한 어떤 아이와 할머니를 태운다. 그리고 운전을 한다. 그러나 어쩐지 이상하다.   난데없는 풍경소리가 들린다. 주승은 잠이 들고 객이 홀로 듣는구나. 저 손아마저 잠들어 혼자 울게 하여라. 풍경소리가 지이잉 지이잉 나선형 울림소리로 바뀐다. 자장가처럼 안온하다. 그런데 이 차는 어디로 가는 걸까. 핸들을 놓쳤는데 왜 부딪치지도 서지도 않는 걸까. 깜깜해서 아무것도 모르겠다. 내가 있는 곳이 여기인지 저기인지도 모르겠다. 저 손님들을 안전하고 신속하게 배달해야 되는데 차는 움직이고 나는 정지했다. 어둠과 진행이 함께 하는 완벽한 정지다. 한없는 진행이고 한없는 정지다. 진행과 정지의 틈으로 몽정 같은 죄책감과 후련함이 등뼈를 훑고 지나간다. 이어 무섭도록 고요한 평화가 온다. 아득하다. 다만 아득할 뿐이다.   소설의 마지막 장면이기도 한 이 환상적인 장면은, 내가 여기 있는지, 저기 있는지, 정지해 있는지, 진행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 이 소설은 존재하고 있으나 존재하지 않는, 혹은 존재하지 않으나 존재하는 ‘아이(여우)’를 등장시켜 사람들이 때때로 꿈꾸는 이탈, 혹은 유토피아를 이야기 하고 있다. 아주 소박하게. 삶에서 누릴 수 있는 조금의 여유, 땀을 식혀줄 바람 같은 존재, 아직 희망을 버릴 때가 아님을 알려주는 그 무엇. 그리고 그것을 가능하게 한 여우재를 등장시켰다.   ‘여우재로’는 부평구 십정동 쪽 지명이 아니라, 서구에 속한 지명이다. 열우물 경기장 역시 행정구역 상은 서구이다. 그런데 인접한 십정동의 열우물 이름을 따와 경기장을 ‘열우물 경기장’이라고 지었다. 그러니까 경기장도 서구에는 존재하지 않는 ‘열우물’ 이름을 따온 것이다. 소설을 읽다보니 묘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인근의 열우물은 인천의 마지막 달동네이다. 재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열우물도 언젠가는 거기, 열우물 동네에 수많은 판자촌이 서로 어깨를 기대며 삶을 위로했다는 걸 아는 이가 드물 어 질 것이다. 동네 집들을 쓸어버리듯 그 흔적을 말끔히 지우고, 아파트가 들어서면 그 어느 곳에도 흔적은 남아 있지 않을 테니까. 소설은 ‘여우재’ 라는 장소를 빌려와 운전기사와 한 알 수 없는 아이의 만남을 통해 여우에게 홀린 것과 같은, ‘만났으나 흔적이 없는 아이’에 대한 얘기를 하고 있고, 그런 일이 이 세상에 살다보면 아주 없는 것도 아니라고 이야기 한다. 더불어 장소성에 대해 조금 더 주목하게 된다. 있었으나 없어진, 완전히 변해버려 흔적을 찾을 수 없는 동네. 환지통이란 말이 있다. 손이나 발이 잘리게 된 환자가 이미 없는 손과 발에서 통증을 느끼는 현상이다. 이 아이러니가 이 소설을 관통하고 있는 또 다른 맥은 아닐까.   
배다리 통신
배다리에서는 '느릿느릿, 천천히'

[배다리통신 13] 10년 동안, ..

한동안 좀 뜸했던 배다리 탐방객들이 많이 늘었다. 개별적으로 오가는 사람들도 많았고, 단체로 오는 분들도 적지 않다. 지난 주말에는 정읍에서 온 정읍고 학생들이 <문학기행>을 스스로 기획해서 왔다며 들렀다. 우신양복점이 유명해서 사진도 찍고 이야기도 듣고 싶다고 왔는데, 주인아저씨가 외출한 상황이라 이에 대한 설명을 듣고 싶다고 하니 아주머니께서 아이들을 카페로 보내신 것. 어떻게 우신양복점 이야기를 듣게 되었는지 궁금했는데 하루 일정이라 바삐 움직이는 아이들과 인솔 교사의 이야기를 들을 수는 없어 마을 사진책과 마을신문, 마을엽서. 마을지도까지 선물로 안겨주었다.   @정읍에서 문학기행을 온 정읍고 학생들과 인솔교사   또 4일과 11일 두 차례에 걸쳐 토요일 아침에는 인천지역 초, 중고등 학교 역사교사들이 원도심 답사를 도원역에서 시작하면서 마을의 생태공원이고 텃밭정원인 공간에 대한 설명을 원하셔서 ‘배다리 관통 산업도로’의 과정과 상황에 대한 설명을 30분 정도 했다. @2010년 여름, 한점갤러리, 초등 교사가 아이들과 함께 한점갤러리에 들렀다.   10여 년 전에는 공공미술, 지역공동체 미술과 관련해 다양한 마을공동체 활동가들, 당시 문제가 있었던 배다리 산업도로와 관련해 주민들을 지원하고 지지하는 개인과 단체 사람들이 찾아오기도 했었다.   그 즈음부터 2-3년가량 마을공동체 관련 현장학습을 오는 사람들이 많았고, 그 이후에는 인천항에 정박하는 페리호의 여행코스에 들어가기도 하고, 인천둘레길 코스가 되면서 바쁜 걸음으로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여행객들이 종종 있었다.   ‘배다리 헌책방 거리’와 ‘감리교 여선교사 기숙사, 최초의 사립학교 ‘영화학당’, 인천 최초의 공립보통학교이자 인천 독립만세운동의 시발점이면서 강재구 소령과 미술사학자 고유섭의 학교인 '창영학교'의 이야기 등이 포함된 길이 그 여행코스와 둘레길 코스가 된 이유다. 요즘에는 메이저리거 류현진의 모교로 유명해진 동산고등학교와 연결되기도 한다.   학생들과 함께 공공미술, 지역공동체 등과 관련해 연구하는 사람들도 계속 찾아왔고, 한 대학의 교수는 배다리에 대한 애정과 관심으로 여름과 겨울방학에 문화인턴을 뽑아 배다리의 문화공간에서 활동하도록 보내기도 했다.   도로 반대 활동을 함께 했던 인천지역의 단체가 마을에 들어오는가 하면, 지역소재 학교의 교사가 골목답사팀을 만들어 배다리를 시작으로 인근의 골목답사를 시작하기도 했다.   배다리 산업도로 공사가 중단되고, 문화 공간이 좀 늘어나면서 배다리를 찾아오는 사람들이 좀 달라졌다. 산업도로 반대투쟁의 과정을 듣고자 하는 사람들도 여전히 있었지만 그 과정에서 마을에 온기를 더하는 벽화가 생겨서 이를 찾아오는 사람들이 생겼고, 여전히 벽화거리가 어디에 있냐며 찾아온다.   @10년 동안 멈춘 도로를 다시 개통하겠다고 해서 지난 9월 다시 관통도로 폐기를 요청하며 주민들이 다시 집회와 텐트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물론 배다리에 벽화는 있지만 벽화거리가 따로 조성된 적은 없다. 마을에 사람들이 자주 오고 가는 길에 있는 회색 콘크리트 벽들에 활기를 더하기 위해 그리게 된 게 이 마을 벽화의 시작이었기 때문이다. 여고생들의 통학길에 ‘고양이의 등굣길’ 그림이 있고, 창영초 아이들이 오고가는 길 옆에 학교 아이들과 함께 그리고 만든 타일벽화, 민방위교육장 옆 썰렁했고 무채색이었던 벽에 이 마을의 옛 모습과 골목을 그려 넣는 식이었기 때문이다.   @마을의 모습이 담긴 충인상회 벽화   마을을 가꾸고, 고치고, 다듬는 손이 있으면 덜 상하고, 오래된 것들도 빛을 발할 수 있다는 소박한 생각에서 시작한 벽화 그리기와 고치기, 화단 가꾸기가 그래서 외부인들은 잘 모르는 골목길 안 ‘비밀의 화원’을 만들어 놓기도 했다.   산업도로 반대투쟁 과정을 통해 배다리 이름이 곳곳에 전해지면서 이 곳 창영학교를 다녔다는 2-3대가 찾아오기도 하는데 4-50년 전에 살았다며 찾아오는 분, 2-30년 전에 살았다는 우리 세대, 요즘엔 2-30대 청년들도 어려서 살다가 떠났다며 찾아오기도 한다.   이들은 금곡동 창영동 일대에서 태어나 자라다가 경인전철 복복선 공사와 산업도로와 주차장 공사 등으로 떠나게 된 젊은 층이나 그들의 부모 세대들이다. 때때로 그 부모의 부모세대들이 창영학교를 졸업했다며 죽기 전에 다시 와볼 줄 몰랐다며 들러 가는 분들도 계셨다.   다양한 시대의 서민들에 건물이 있고, 공터에 언덕 모습까지 남아서 영화촬영이나 드라마 촬영을 종종 오기도 하는데, 특히나 지난해 드라마 ‘도깨비’의 열풍으로 여전히 많은 이들이 찍고 스쳐가는 코스가 되었다. 도깨비 열풍이 생각보다 거세서 내 작은 갤러리카페에 대만 여행객이 길을 찾느라 들러 가기도 했다.   @인천지역 초중고 역사 선생님들이 배다리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둘러보고 있다.   지역의 대학생들도 다양한 학과에서 과제로 배다리 산업도로와 문화, 공동체등에 대해 잠시 물어보고 갔고, 가톨릭 노동사목의 책읽기 모임을 하는 분들도 종종 곳곳을 다니는데, 지역을 잘 아는 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마을을 둘러보고 싶다고 해서 2-3시간가량 마을 골목골목을 걸어 다니며 마을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인근 주민들과 마을 골목을 걸어보고, 문화공간들을 둘러보며 사진을 찍고, 이야기를 들으며 마을신문을 만들고 있다. 일상의 공간이니 모를 곳이 없기도 하지만 이웃 공간들도 쉽게 발을 들이는 시대는 아니어서 자세히는 몰랐다며 흥미로워 하셨고, 재미있다고 하셨다. 마을을 조금 더 자세히 알고 싶다는 분도 계셨다. @마을주민들이 마을 곳곳을 둘러보며 공부하고 있다.   상황이 안돼서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못한 새 이웃들 중에서도 마을을 자세히 알고 싶다며 마을답사가 있으면 불러달라고도 하셨다. 자동차로 지날 때는 재개발 될 동네인가 했는데 걸어서 돌아다녀 보니 좋더라며 인사를 건네는 분들도 종종 카페에 들른다.   팍팍한 도시 속에서 만나는 시골풍경 같아서 푸근하고 따듯하다고 한다. 나비가 생활사전시관에 오르는 가파른 계단에 써 놓은 ‘느릿느릿 천천히’는 나태주 시인의 ‘풀꽃’과 함께 배다리 산책길의 표어가 되었다.      
라이딩 금수강산
한국의 10대 가로수길 품은 산지 하천

(3) 아산 곡교천

곡교천은 충청남도 동남구 광덕면 원덕리에서 발원하여 충청남도 아산시 인주면 대응리에서 삽교천으로 합류하는 하천이다. 곡교천은 삽교천 수계의 본류인 삽교천으로 유입되는 제1 지류로서 전체 구간이 국가 하천, 지방 1급 하천 및 지방 2급 하천으로 구성되어 있다.   천안 지역에 해당하는 구간은 지방 1급 하천과 지방 2급 하천으로 지정되었다. 지방 1급 하천인 곡교천은 대통령령 제16535호에 의거하여 광덕면 행정리에서 아산시 국가 하천 종점까지 지정이 되었고 지방 2급 하천은 충남 제5호 고시(1964.01.20)에 의거해서 광덕면 원덕리에서 행정리 종점까지 지정되었다.   유역 면적의 경우 국가 하천은 545.08㎢, 지방 1급 하천은 396.84㎢, 지방 2급 하천은 65.11㎢이고, 국가 하천은 하천 연장 18.39㎞·유로 연장 49.18㎞, 지방 1급 하천은 하천 연장 20.5㎞·유로 연장 25.33㎞, 지방 2급 하천은 하천 연장 6.59㎞·유로 연장 10.09㎞이다.   곡교천은 원덕리의 차령[190m] 일대에서 발원하여 천안시 동남구 광덕면 대평리·행정리, 세종특별자치시 전의면 유천리와 소정면 운당리·소정리·대곡리, 천안시 동남구 풍세면 가송리·두남리·용정리·삼태리, 아산시 배방읍·염치읍·온양동·신창면·선장면 등지를 거쳐 아산시 인주면 대응리에서 삽교천으로 흘러든다.   옛날에 아산시 염치읍 일대의 하천에 나무로 놓은 굽은 다리가 있어서 하천 앞 마을을 고분 다리라 부르고 한자로 곡교리라고 불렀으며, 마을 앞 하천을 고분 다리천 또는 곡교천이라 불렀다고 한다.   『1872년 지방 지도』에 곡교와 곡교점이 나타나고, 『대동여지도』에도 곡교가 나타나고 있으나 하천의 명칭은 미륵천으로 표시되어 있다.   곡교천은 일부 구간에서는 다른 이름으로 부르는데, 풍세면에서는 한천, 한내 또는 봉강천이라고 부르고, 아산시 배방읍에서 쑥개, 봉호, 봉강 또는 봉강천이라고 부른다.   곡교천은 광덕면 원덕리 일대의 상류부에서는 200~400여m의 구릉성 산지 사이를 흐르고 있어 구릉성 산지 사이의 곡간에 최소 규모의 범람원 충적 평야를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동남구 광덕면 대평리 및 행정리 일대의 상류부에서는 대체로 해발 고도 100~200여m의 비교적 낮은 구릉성 산지 사이의 곡간을 흐르면서 국지적으로 소규모의 범람원 충적 평야를 형성하고 있다.   한편 곡교천은 풍세면 북쪽의 중류부에서 풍서천을 합하고 있다. 이후 곡교천은 아산시 인주면 대응리에서 삽교천에 합류되고, 삽교천은 하류부에서 아산만으로 유입된다.   천안시 동남구 광덕면·풍세면 일대의 구릉성 산지 사이의 곡간을 흐르는 곡교천은 대부분의 구간에 인공 제방이 축조되어 하천 연변 범람원 충적지의 농경지와 가옥을 보호하고 있다. 풍세면 구간에서는 평야의 경지 정리와 관개수로 정비가 잘 되어 있다. 천안시 구간 연변에는 비옥한 범람원 충적지의 대부분이 논으로 개발되어 있고, 하천 연변의 완사면은 밭이나 과수원으로 개발되어 있다.   이러한 논과 밭 등을 기반으로 여러 마을들이 들어서 있다. 상류부 광덕면의 경우 원덕리의 아래 밤나무골·심내말·원터·새터말, 대평리의 피덕·대평원, 행정리의 향촌·구정 등이 있고, 중류부 풍세면의 경우 가송리의 안송정·하마가, 두남리의 납안들·석우, 보성리의 영성, 용정리의 용두·하도·상도, 남관리의 공사·난산, 삼태리의 금호 등이 있다.   곡교천의 광덕면 및 풍세면 구간에는 하곡과 연변 완사면에 농경지와 가옥 이외에도 농업, 제조업 및 서비스업과 관련된 기업체들과 문화 유적지들이 입지해 있다.   곡교천의 광덕면 및 풍세면 구간에는 각종 교통로들이 하곡과 연변 완사면을 따라서 개설되어 있거나 하곡과 연변 완사면을 횡단하여 개설되어 있는데, 광덕면의 경우 국도 1호선, 국도 23호선, 시도 23호선 등이 하곡과 연변 완사면을 따라 개설되어 있고, 지방도 623호선이 하곡과 연변 완사면을 횡단하여 개설되어 있다. 곡교천 은행나무길은 ‘전국의 아름다운 10대 가로수길’로 선정된 충남 아산의 명소다. 현충사 입구의 곡교천 충무교에서부터 현충사 입구까지 2.2㎞ 길이의 도로에 조성되어 있다. 350여 그루의 은행나무가 일제히 노란 빛을 내는 가을이면 평일에도 많은 인파가 몰려들고, 휴일이면 찾아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현충사를 찾는 관광객에게는 꼭 들러야 하는 필수 여행코스다. 청명한 가을 하늘을 배경으로 한 노란 은행나무길은 가을 정취를 만끽하고, 사진으로 남겨두기에 적격이다. 봄이면 유채꽃이 피어 또 다른 멋을 선사한다.   아산의 대표적 힐링 명소로 꼽히는 곡교천 은행나무길에 있는 은행나무 잎마름병이 확산 조짐으로 시의 방제 활동이 시급해 보인다. 특히 은행나무길 잎마름병 소식이 점차 알려지면서 시민들은 걱정과 확산 우려에 SNS 등을 통해 “시는 왜 방제를 실시하지 않냐”며 민원이 쇄도하고 있다.   아산 곡교천변을 따라 조성된 은행나무길은 ‘한국의 아름다운 10대 가로수길’에 선정된 바 있는데, 현충사로 향하는 길목 약 2km 길이에 350여그루의 은행나무가 50여년의 수령을 자랑하며 늘어서 있다. 또 2014년부터 차 없는 도로로 조성된 은행나무길엔 아산문화재단 사무실 및 공연장과 카페, 자전거대여소 등이 갖춰지고 은행나무길 옆 곡교천을 따라 자전거도로도 꾸며져 시민들이 산책뿐 아니라 가을엔 황금빛으로 물든 은행나무 단풍길을 걷기 위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경기도 파주시에도 은행나무 길이 있다고 한다. 최근 은행나무길에 늘어선 은행나무에 잎마름병이 전국 확산 조짐을 보이자 시민들의 걱정과 우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은행나무 잎마름병에 대해 사전을 보면 여름철부터 발생해 초가을에 증상이 두드러지며 잎 가장자리에서 안쪽으로 갈색을 띠면서 불규칙한 형태로 변색되고 둘레는 황록색으로 퇴색한다.   또 병반 양면에 작고 검은 점(분생포자층)이 나타나며 다습하면 검은색 삼각뿔 또는 곱슬머리카락 모양 분생포자덩이가 솟아오르는 병징이 있는데, 곡교천 은행나무길 잎마름병은 ‘그을음 잎마름병’이 주를 이루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경기도 파주시는 봄철 가뭄과 겨울철 제설작업에 의한 염류피해 등 수년전부터 통일로 은행나무 가로수의 잎마름병 보호 관리를 위해 봄과 가을로 나눠 매년 비료주기 사업 등 방제활동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은행나무길 잎마름병의 안타까운 소식이 SNS 등에 퍼지면서 누리꾼들은 ‘지난해도 잎마름병으로 조기낙엽 발생, 아름다운 단풍 구경을 놓쳤는데 더욱 심각하다’, ‘차없는 거리 조성 등 은행나무길 활성화 외쳐왔는데 화나고 자존심 상한다’, ‘예전 산림과에서 심은 소나무도 죽었기에 감사 요청했더니 가뭄이라는 이유를 대는 등, 시가 엉뚱한데 정신팔려있다’, ‘타당하지 않은 사업에 혈세 낭비 말고 잘 있는 자연 보존해라’, ‘내버려두면 다른 나무로 전염된다. 시 방제를 왜 안 하는지 답답하다’ 등 비판 글과 함께 ‘자연의 질서가 회복돼 아름답게 물든 가을 은행나무길을 만날 수 있길’ 등, 시의 시급한 방제 활동을 촉구하는 민원글이 쇄도하고 있다. 따라서 곡교천 은행나무를 보호하기 위하여 아산시도 파주시와 함께 임마름병을 연구한 후, 방제를 열심히 하여 위와 같은 아름다움을 후손에게 물려 주길 바란다.   시민기자 이창희  lee90241@naver.com                    
김인자 작가의 할머니 꼬시기
"숭헌 거 보지 말고 얼릉 가요"

(188) 거미와 벌

  #1 나는 거미가 무섭다. 거미뿐만 아니라 발이 많이 달린 벌레는 몽땅 다 무섭다.   병원 오가는 길에 우연히 보게 된 거미. 여전히 무서운데 며칠 째 지켜보고 있다.   왜냐면... 왜지?   거미줄에 대일밴드가 걸려있었다.   거미도 아픈가? 대일밴드가 필요했나?   거미가 아프니까 거미가 꼼짝할 수 없을 정도로 아프니까 마음 착한 바람이 약국에 가서 사다줬나? 아니면 곤충을 좋아하는 아이가 붙여주고 갔나?   거미야... 너도 아파? 어디가 아파?...   거미는 며칠째 꼼짝도 안하고 있다.   좀 더 가까이 가서 보고 싶은데 갑자기 거미가 발을 확 뻗을까봐 무서워서 겨우 요만큼 밖에 다가가지 못했다.   아픈지, 죽은 건 아닌지, 궁금한데   무섭기도 하다.   11월 여섯 날 아픈가? 안아픈가? 거미를 처음 만난 날.   집에 와서 누웠는데 옷이 다 젖었다...   무서운 거미. 그런데 또 걱정이 되는 거미.   #2 비가 올거 같다. 하늘에서는 구름이 어수선하게 몰켜 다니고 땅에서는 떨어진 단풍들이 이리저리 와글와글 몰려 다닌다. 그 모습에 신이 난 바람은 심술쟁이처럼 찬 바람을 더 쌩쌩 훅훅 불어댄다. 바람이 불고 날이 추워서 그런가 내 몸도 다시 추워졌다. 설사가 다시 시작되었고 더불어 기운도 점점 없어져 갔다. 너무 아파 진통제 맞으러 병원 다녀오는 길.   오늘도 나는 거미가 궁금해서 일부러 차를 두고 병원에 걸어서 갔다왔다. 이렇게 바람이 많이 부니 거미줄이 성할까? 다 끊어져서 거미가 다른 데로 간 건 아닐까 걱정하면서. 그런데 아무리 걱정을 해도 살 놈은 어떻게든 산다. 제 살 궁리는 다한다. 오늘도 여전히 멀찌감치 서서 거미 사진을 찍었다. 가까이 가믄 확 달려들까봐 무서워서. 그리고 화면을 당겨서 봤다. 아픈건 다 나았는지 거미줄에 걸려있던 대일밴드는 없어졌다. 대신 거미를 살피다가 나는 기겁을 했다. 너무 놀라서 하마터면 핸드폰을 떨어뜨릴 뻔 했다. 거미가 벌을 잡았다. 아니 이미 벌은 잡혀있었다. 오랫동안 한참 동안 멀찌감치 떨어져서 거미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화면을 당겨서 살펴봤다. 거미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표정이 포만감에 행복해 보였다. 그런데 오랜시간 살펴봐도 거미는 꼼짝도 않고 있다. 움직임이 없다.   거미가 벌침 맞아서 죽었나? 포획자가 거민가? 벌인가?   "거기서 뭐해요?" 깜짝 놀라 돌아보니 할머니 한 분이 서 계셨다. "아 예쁜 꽃 보는구나? 예쁜색시" "그게 아니고 거미봐요, 할머니." "거미? 어디? 아후 무서. 벌이 잡혔네. 아니 으트게 벌이 잡히나? 빵 하고 대침 한방 쏘면 거미가 바로 죽을텐데. 아구 머리를 먹고 있나봐. 입으로. 아후 무서." "할머니 여기가 머리에요?" "그럼 머리지. 아후 무서. 이쁜 색시 숭헌 거 보지 말고 얼릉 가요."   할머니가 가시고 한참을 더 그자리에 서 있었다. 멀찌감치 떨어져서 거미를 살폈다. 움직이나? 안움직이나? 가까이 가서 보구싶은데 무서워서 더 가까이는 못가고 사진을 찍어 화면을 당겨서 봤다.   "아직도 안갔어?" 할머니가 다시 오셨다. "징그런 걸 뭘 그리 보고 섰어?" "죽었나 해서여..." "아고 죽었으믄 어쩔라고? 묻어라도 줄라고?" "그게 아니고... 그냥..." "이그, 금방 비 쏟아진다. 언능 집에 가요. 가다가 색시 걱정되서 내 다시 와 봤지.여즉 이러구 있을 줄 알았어. 내가 얼굴에 핏기 하나 없구만." "네,할머니." 할머니가 몇 번을 뒤를 돌아다보신다. 어서 가라 손짓을 하시면서.   바람이 불어온다. '뭐 좋은거라고 그걸 보고 있어요.' 바람이 낙엽 하나를 거미줄에 두고 갔다. "보지 말고 그만 가요." 바람이 낙엽 하나를 가져와 또 거미줄에 두고 갔다.   거미도 벌도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  
한인경의 시네 공간
“사랑은 시간과 함께 성숙한다”

[한인경의 시네 공간(16)] 다..

  <한인경의 시네 공간>은 지난 1년간 독립영화 12편에 대한 연재를 마치고, 2017년 8월부터 ‘다시 주목하는 영화’라는 주제로 영화 이야기를 이어가고 있다. 영화는 일상의 피로를 풀어 주는 청량제이기도 하지만 사회인문학적으로 인간의 존재 이유와 그 밖의 다양한 존재의 진실에 대하여 사유하게 해준다. 영화 속 많은 삶의 양상을 공감할 수 있으며 감독과 배우들의 천착(穿鑿)한 철학적 외침은 시공간을 뛰어넘어 영원한 테마가 되기도 한다. 제한된 물리적 크기의 스크린이지만 우리는 무한대의 자유로운 공간을 만난다. 그 속에서 독특한 재미를 느끼고 힐링하고 비상한다.     “무의식 속에서의 사랑의 향연”   개 봉 : 2015. 11. 05. 재개봉 (2005. 11. 10. 개봉)(107분/미국) 감 독 : 미셸 공드리 출 연 : 짐 캐리, 케이트 윈슬렛, 커스틴 던스트, 톰 윌킨슨 등 급 : 15세 관람가 장 르 : 판타지 멜로 드라마     출처:영화『이터널 선샤인』   2017년 한 해의 종착점이 멀지 않았다. 어느새 입동이 지났다. 곧 눈발도 날리고 살을 에는 듯한 한파까지 본격적인 겨울을 상상해본다. 겨울은 사람들을 따뜻하게 이끄는 반전 매력이 있는 계절이다. 따뜻한 곳으로 사람들이 모이고 따뜻하게 주변을 단장하고 따뜻한 음식을 찾는다. 영화도 역시 가슴 따뜻해지는 사랑 영화 두 편(11월, 12월)을 선정했다. 우리가 아름다움을 노래할 수 있는 것은 생명이 꿈틀대는 곳, 영원한 주인공인 사랑이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11월, 다시 주목하는 영화는 미셸 공드리 감독의 최고의 한 편, 『이터널 선샤인』이다. 이 영화는 이별을 생각하고 있는 연인들, 안타깝게도 최근에 이별을 한 연인들, 사랑하는 사람과 달콤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연인들에게 특별히 추천하고 싶은 영화다.   작년에 개봉한 드니 빌뇌브 감독의 SF 영화『컨택트』에서 언어학자인 주인공 루이스 박사(에이미 아담스)는 미래를 읽게 된다. 물리학자인 동료 이안(제레미 레너)과 헤어지게 될 줄을 알면서도 결혼을 하며, 딸이 큰 병을 얻어 죽게 된다는 미래를 보면서도 딸을 출산하며 딸과의 시간을 감수한다. 인생이라는 여행이 어떻게 흘러갈지 알면서도 모든 걸 끌어안고 반기겠다는 결정이다. 영화 『인셉션』(2010)에선 표적 대상자의 생각을 훔치고 원하는 생각을 집어넣기까지 한다. 뇌의 기억이 조정 되는 SF 판타지 영화와는 반대로 현실에선 사람들은 치매라는 질병을 두려워하고 있다. 마치 기억이라는 전등이 끊어지는 듯 점차 소멸되어 가는 질병, 알츠하이머를 앓는 인물과 관련된 영화가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하기도 한다. 이미 영화는 인간의 기억력, 생각까지도 움직인다. 뇌, 생각의 저장고라는 속성을 건드리는 스토리가 어디까지 진화할지 끝을 알 수 없다. 이들 영화에 앞서 『이터널 선샤인』에서는 헤어진 연인들, 두 사람과 관련된 모든 기억을 삭제한다. 그래서 다 잊고 각자의 길을 가려 하는 두 사람의 사랑이야기이다. 덧붙여서 동화적이면서도 절절함이 묻어 나오는 판타지는 화면에서만 느낄 수 있는 제한된 특권이다. 무의식 가운데 찾아 가는 장면들은 화려한 컴퓨터 그래픽 화면이 아니다. 미셸 공드리 감독이기에 가능했던 아날로그적 판타지 영상들을 맘껏 감상할 수 있다. 2005년 개봉 이후 꼭 10년 후인 2015년 재개봉된 영화로 마니아층이 두텁게 형성된 영화며 상업적으로도 성공했다.   영화『이터널 선샤인』   주인공 조엘(짐 캐리)과 클레멘타인(케이트 윌슨)의 기억에 대하여. 이 영화는 기억의 흔적을 더듬고, 기억 속에서 숨고 도망가는 등 객관적 시공을 뛰어넘는 시간 개념이다. 관객의 관점에 따라 다양한 의견이 나올 수 있는 이유이다. 수줍은 청년 조엘과 적극적이고 다소 충동적인 클렘은 첫 만남부터 급속도로 가까워지고 사랑에 빠진다. 처음 만난 날에 클렘은 ‘당신이 맘에 들어요, 당신과 결혼할래요.’ 등 사랑의 화살을 마구 쏜다. 클렘의 성격을 알 수 있는 대사들이다. 그러나 불같던 사랑도 지쳤는지 두 사람은 어느새 서로를 지루해한다. 반응이 즉각적인 클렘은 기억을 삭제하는 회사인 라쿠나 회사에 조엘과 관련된 모든 기억을 지운다. 이 사실을 알고 조엘 역시 그녀와의 기억을 지우려 한다. 조엘은 무의식 속에서 예전 클렘과의 기억의 흔적들로 혼란스럽다. 오래된 시간으로 갈수록 조엘은 삭제에 본능적으로 저항한다. 결국은 삭제 과정을 멈춰 달라, 이 기억만큼은 남겨달라 등 간절히 요구하지만 현실에선 조엘은 깊은 수면 상태이다. 강하게 저항하는 조엘의 무의식은 라쿠나 회사의 기계를 급기야 멈추게 한다. 응급 처치를 받은 후 다시 삭제 과정이 계속되고 조엘은 다시 깊은 수면 상태로 떨어진다.   영화『이터널 선샤인』   그들은 무의식 속에서 서로를 더욱 아쉬워하고 있다. 몬탁에서 다시 만나자는 환청 비슷한 클렘의 목소리가 최종 기억에 희미하게 남고 그 외 모든 클렘과의 기억은 삭제 완료다. 이후에 반전이 있다. 무의식에 자리 잡은 아슬아슬한 퍼즐 한 조각, ‘몬탁에서 만나자’는 기약은 서로를 모르는 상태로 다시 만나게 한다. 무의식의 주체는 그 두 사람이었고 두 사람의 간절한 욕망이 짙게 새겨져 있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첫 장면인 몬탁에서의 2월, 눈 내리는 바닷가는 그들이 헤어진 후 2년이 지난 시점이다. 조엘이 그냥 회사를 가지 않고 찾은 곳이었고 그곳에서 기억에서 지워진 여인 클레멘타인과 만나게 된다. 프롤로그 장면의 퍼즐은 영화 후반부에서 맞춰진다. 몬탁에서 만난 다음 날 우편물로 받은 녹음 테이프, 자신들의 과거의 상황, 즉 서로를 질려하면서 라쿠나 회사에서 녹음된 상대방의 험담을 듣게 되고 당황해한다. 그러나 오케이. 조엘과 클렘은 장황하게 이유를 대지 않는다. 그저 ‘오 케이’ 다시 시작하려 한다. 영화를 보는 이유 중의 하나는 즐거움이다. 논리적으로 분석하고 잣대로 측정하여 더하고 빼기 하여 완성을 맛보는 즐거움과는 다르다. 그 즐거움 중 하나는 판타지를 현실로 끌어 올 수 있다는 점이다. 살다 보니 서로에게 모욕과 비난만 남기고 존재 자체를 지운 두 사람이었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그 비난이 저장된 매체가 오작교가 된 셈이다.   영화『이터널 선샤인』     영화의제목인Eternelsunshine은영국의시인알렉산더포프(AlexanderPope,1688~1744)의 시 ‘Eloisa to Abelard’(1717)에서 따온 구절이다. 영화 속 라쿠나 회사의 직원인 매리(커스틴 던스트)를 통해서 소개된다. 시인의 한 사람으로서 여러 번 읽게 되는 구절이다.   The world forgetting, by the world forgot. Eternel sunshine of the spotless mind! Each pray'r accepted, and each wish resign'd.   얼굴을 접었다 폈다 하는 듯, 유난히 많이 드러나는 치아, 큰 키에 잘 웃기는 남자 짐 캐리는 잊자. 우수에 젖은 모습으로 말수는 적고 겨울 바다를 거닐며 스케치를 하기도, 핸들을 잡고 눈물 흘리는 ‘조엘’이다. 갖가지 색으로 머리카락 색을 바꾸며 매력을 발산하는 여인, 적극적인 대쉬를 하여 조엘의 마음을 사로잡은 ‘클레멘타인’ 역으로는 영화 『타이타닉』의 ‘로즈’ 역의 케이티 윈슬렛이 맡았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열연한 화가 ‘잭’과 세상 끝날까지 사랑한 연인 ‘로즈’. ‘잭과 로즈’의 사랑과 ‘조엘과 클렘’의 사랑은 시대를 넘어 색깔은 다르지만, 첫눈에 반하고 사랑에 빠져버린 두 청춘 남녀의 열정은 지금까지도 그래왔지만, 앞으로도 꽤 오래도록 스크린을 달굴 것 같다.   명장면 꽁꽁 언 챨스 호수를 베고 누운 두 사람이 밤하늘 별자리를 보는 모습은 몽환적인 아름다움까지 겹쳐 그림 같은 장면을 탄생시켰다. 지금 죽어도 좋다고, 이런 느낌 처음이라고, 비로소 내 자리를 찾았다고 행복의 절정에 빠져 있던 조엘과 클렘. 이러한 최고의 행복에 대한 흔적들은 화석처럼 굳어져 결국은 어떤 과학으로도 지우지 못했다.   영화『이터널 선샤인』   기억이라는 것, 뇌 과학, 호르몬의 작용, 좌뇌, 우뇌, 뇌 혁명, 기계 작동, 양극, 음극 등의 메커니즘적인 뇌 분석보다는 나 자신의 무의식의 향연으로 이해하고 싶다. 에피소드로 끝난 연인들은 기억에 흔적이 남지 않는다. 그러나 추억으로 무장된 연인들에겐 마치 샘 솟듯 기억들이 활성화되어 복원된다. 그 에너지가 애절한 울림이 되어 무의식에 새겨진 사랑의 마음을 깨우는 것이 아닐까.   어쩌다 보니 하필 연말에 연인과의 이별을 겪은 분들. 조엘이 자신에게 하는 말처럼 새로이 누군가를 사귀었으면 좋겠는데 만날 기회가 희박한 분들, 다시 모르는 여자 또는 남자와 눈 마주치는 것이 겁나는 분들. 알렉산더 포프의 시구처럼 ‘티 없는 마음에 비치는 영원한 햇빛’, 이터널 선샤인처럼 아름다웠던 오래전, 또는 얼마 전의 기억 저장고를 열어보기를. 그래서 그 시간 속으로 그때 그 사람과 기억 속으로 도망쳐보기를. 마치 조엘과 클레멘타인이 그들의 사랑이 삭제되는 것을 막기 위해 기억 깊숙한 곳으로 찾아다니며 자연스럽게 판타지를 만들어내듯이 말이다.   겨울 사랑하기 좋은 계절이다. 한인경/시인·인천in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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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 장군의 녹둔도 전방기지 연해주에서 발견"

인하대 고조선연구소 학술대회에서 러시아 학자 보고

<인하대 고조선연구소 ‘조선사’ 연구팀이 러시아 과학원의 고고학자들을 초청, 17일 연해주지역에서 확인된 고려·조선시기의 유적과 유물들에 대한 조사보고 및 토론회를 인하대 60주년기념관에서 개최했다. 사진, 자료 제공 = 인하대> 이순신 장군이 부임했던 녹둔도의 전방 산성기지가 24km 북쪽에서 발견되었다고 러시아과학원 소속의 학자에 의해 보고됐다. 난중일기의 기록을 인용하면서 두만강 북쪽 연해주 지역까지 조선시대 군사작전의 영역이었음이 확인된 것이다. 이러한 고고학 발견은 고려와 조선의 국경이 두만강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통설을 뒤집는 것이다.   인하대 고조선연구소(소장ㆍ김연성) ‘조선사’ 연구팀은 러시아 과학원의 고고학자들을 초청, 지난 17일 진행한 학술회의에서 한국 중세사 국경 연구에 대해 보고했다. 이 자리서 두만강 이북의 러시아 영토인 블라디보스톡을 중심으로 한 연해주지역에서 러시아 과학원 고고학자들이 광범한 지역에서 고려·조선시기의 유적과 유물들이 최근 발굴되었다고 보고했다.   그동안 한국 역사학계는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을 중심로 하는 연해주에는 한국사와 관련, 발해 유적과 대일항쟁기의 유적들만 주로 분포한 것으로 인식했다. 그런데 이날 발표회에서는 연해주 지역에서 요나라나 금나라와는 관계없는 고려시대와 조선시대 산성과 토기들이 발견되었음이 국내 보고된 것이다.   특히 아르쩨미예바는 녹둔도의 전방 산성기지가 24km 북쪽에서 발견되었다고 보고하였다. 고려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이 산성은 거란이나 여진족같은 유목민족의 유적이 아니라 고려와 조선의 산성으로 보고 있다고 밝혀 청중을 놀라게 했다.   초기에 러시아 고고학자들은 이 유적들을 고려나 조선의 거주 흔적으로 인식하는데 소극적이었다. 하지만 갈수록 고대 한국 성의 특징인 석성과 고려·조선의 자기 및 기와들이 다량으로 출토되자 고려 혹은 조선시대 문화와의 관련성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사실 당시 사료들인 ‘고려사’나 ‘고려사절요’, 그리고 ‘조선왕조실록’ 등의 기록을 살펴보면 고려시대나 조선시대의 북방 국경선은 확실히 압록강이나 두만강 너머에 있었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한국 중세사학계에서 고려시대는 압록강 하구에서 원산만으로, 조선시대는 세종 때에 와서야 두만강까지가 국경이었다는 기존 학설을 고수했다.   이번 국제학술회의는 그동안 많은 논란 속에 미궁에 빠져 있는 한국 북방사 관련 연구에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것은 두만강 이북에 고려와 조선의 국경이 있었다는 공식 문헌기록을 러시아 학계의 고고학 자료들이 뒷받침하기 때문이다.   한편 이번 인하대 국제학술회의는 ‘러시아과학원 극동지소 극동제민족 역사학고고학민족학연구소’의 아르쩨미예바 N.G.,의 ‘연해주 지역의 조선시대(1392~1897년) 성에 대한 첫 번째 조사’부터 시작되었다. 이어서 니끼친 Yu.G.의 ‘피터 대체만 수역의 고려 및 조선시대 고고학 유적들’은 고려의 국경사에 대한 기존 통설에 대한 많은 논쟁거리를 제공했다. 쥐쉬홉스까야 I.S.의 ‘고려 및 조선시대와 동시기의 연해주 고고학유적 출토 자기와 청자들’까지 러시아 극동고고학계 권위자들의 발표가 이어졌다.   이번 발표논문을 검토한 한국 전통문화대학교 정석배 교수는 “타당한 내용”이라며 “연해주에서 오래 동안 답사와 조사를 하고 논문들을 검토한 결과 러시아학자들과 비슷한 생각을 하게 됐다”고 언급했다.   발해사를 전공하며 여러 차례 연해주를 답사한 ‘고구려, 발해학회’ 연구위원인 정진헌 박사도 비슷한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시대적으로 발해 이후 유적들이 많이 발견되는데, 대부분의 러시아 학자들은 이 유적들에 대한 구분을 못하고 엉뚱하게 불과 200년이 안 되는 금나라와 연결지었다고 지적했다.   인하대 정치외교학과 남창희 교수는 고대와 중세 국경의 연구와 현대의 영토문제는 전혀 별개의 문제라고 말한다. 한국이 국제연합에 가입하면서 1945년 이후 동북아 국경 질서를 인정한 만큼 국경사 연구가 현대 중국이나 러시아와의 외교분쟁을 유발한다는 우려는 터무니없는 상상이라고 한다. 반면 중국의 현대 북한에 대한 역사적 연고권 운운은 그 근거도 없을 뿐 아니라 유엔이 정한 전후 국제질서에 대한 도전으로서 중국의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러시아 학계는 그런 점에서 중국과는 달리 객관적인 입장에서 고대와 중세 한국의 문화권 영역에 대한 공동연구의 파트너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복기대 교수는 “우리 중세사학계도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공개토론회를 통해 일제 관변학자들에 의해 왜곡된 고려사를 복원해야 하고 정부 당국은 이를 위한 대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인천시, 규정 어기고 실·국장 전용차량, 기사 배치"

차준택 의원 “간부 차량, 기사 배치로 정작 하위직 직원 차량 이용 어렵게”

  인천시가 전용 차량 및 기사를 관련 규정을 위반하면서 편법 운영하고 있다는 지적이 인천시의회에서 나왔다.   인천시의회 기획행정위원회 소속 차준택 의원(부평4-사진)은 14일 재정기획관과 16일 행정관리국에 대한 행정사무감사를 통해 “시가 전용차량 및 기사를 관련 규정에 맞지 않게 편법 운영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시정할 것을 요구했다.   차 의원은 “인천시 공용차량 관리 규칙 제4조(차량의 구분 등) 에 따르면 시장등 주요 간부 전용차량은 시장, 행정부시장, 정무경제부시장, 시의회의장, 경제자유구역청장 등 5대인데 실제로는 이 5대 이외에 기획조정실장, 행정관리국장, 문화체육관광국장, 국제자문대사, 법률 자문검사 등 간부공무원에게도 전용차량과 전담 운전기사를 배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시가 기사 정원이 81명인데 현원은 11명이 부족한 상태에서 기사 5명을 주요 간부 5명의 차량에 전용으로 추가 배치해 기사들의 업무량 불균형 문제를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실례로 문화예술회관에 소속된 대형버스는 대형면허 소유자만 운행할 수 있는데 정작 문화예술회관 대형면허 소유기사가 결원된 상태라 대형버스를 운행하지 못하고 있으며, 인천시의 9월 차량 배차율을 보면 평균 배차율이 90%이나 75% 정도만 배차한 날도 상당수 있어 일반 직원들이 공무 수행 시 관용차량 사용이 원활하지 않는 등 문제점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 의원은 “관련 규정을 어기면서 주요 간부들의 전용차량과 기사를 배치해 정작 일반 하위직 직원들의 차량 이용을 어렵게 하고 부족한 기사를 추가로 채용하지 않아 전용차량 배치 기사와 일반 기사들의 심각한 업무량 편중을 초래한 시의 행태는 반드시 시정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인천2호선 담합 대기업들, 여전히 시 사업 ‘깊게 관여’

시의회 행감서 지적, 상습담합 제재 후론 박근혜 정권 당시 사면까지 받아

  인천도시철도 2호선 건설공사와 관련해 입찰담합 비리를 저지른 건설사들이 지속적으로 인천지역 도시철도 건설사업에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주고 있다.   더군다나 이들 업체들 대부분이 담합을 상습적으로 일삼다 정부로부터 제재를 받고도 지난 박근혜 정권 당시인 2015년 광복절 70주년에서 특별사면을 받아 다시금 인천시 사업에 참여해 재수주를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 정권이 국정과제로 추진하는 ‘적폐청산’의 대상이 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15일 인천시의회 건설교통위원회가 시 도시철도건설본부를 대상으로 진행한 행정사무감사에서, 이한구 시의원(계양4)는 “지난 업무 보고 당시 지하철 건설공사에 담합했던 업체들의 재수주 현황을 요청했던 바가 있고 자료들을 받아 보니 담합 이력이 있는 업체들 상당수에 시가 또 수주를 맡기는 게 반복되고 있다”며 질타했다.   이날 이 의원이 폭로한 바에 따르면, 인천2호선 5공구에 G건설사, 7호선 연장 5,6공구와 2호선 9공구 등에 S건설사 등을 비롯해 H건설과 K건설사 등 과거 담합 이력이 있는 업체들의 수주 현황이 보인다는 것이다. 물론 거의가 ‘대기업’들이다.   이같은 담합행위는 지난 2012년 이 의원이 의혹을 제기하면서 가시화됐고, 지난 2014년 공정거래위원회가 담합행위를 적발해 총 21곳의 건설사들에게 과징금을 부과했다. 그러자 이들은 공정위의 결정이 부당하다며 법적 소송을 했지만, 지난해 대법원은 공정위의 과징금이 정당하다며 최종 판결했다.   담합 행위로 혈세를 가로채려던 이들 건설사의 의도가 사실이었음을 대법원도 인정했던 것이다. 이날 행감에서 이 의원은 “특히 이들 건설사들 상당수는 국가사업에도 수차례 담합행위를 해온 것으로 이미 드러난 바가 있는데 왜 수주를 맡긴 것이냐”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에 김승지 도시철도본부장은 “지난 2015년 광복절 70주년 당시 이 업체들이 특별사면을 받는 바람에 그렇게 됐다”면서 “이 바람에 계약주체인 조달청의 입찰에 제한 근거가 없었다 보니 우리도 제한을 하지 못하게 된 사항”이라 설명했다. 이 의원은 “이렇게 담합을 일삼는 대기업들 때문에 지자체나 국가가 예산 상 손해를 보고 있는데도 대통령이 선심 쓰듯 부정한 사면을 남발하면 법이 무슨 의미냐”면서 “인천시도 재발 방지대책을 찾아야지, 법에 따른 것이라 방법이 없다고 보고하면 그게 말이 되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사실상 이들 업체들이 시민 돈을 도둑질한 것으로 결과적으로 2호선이 타임아웃 등 기술오류들이 아직도 해결이 안 된 채 불안한 운영을 하고 있지 않냐”면서 “조달청에 입찰의뢰를 할 때 답합 이력이 있는 업체들은 받지 않겠다는 등의 내용을 분명히 전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대해 김 본부장은 “내부적으로 회의도 하고 토론도 해봤는데 법제도에 관련된 사항이라 대책을 찾지 못한 게 사실”이라며 “대응이 부족했던 것 인정한다, 대책을 강구해 보겠다”고 답했다.  

인천터미널 영업권 갈등서 롯데 최종 승소

신세계와의 법적 분쟁서 승리... 증축건물 등 정리작업 해야

남구 관교동 신세계백화점 전경. ⓒ배영수 인천종합터미널의 영업권을 둘러싸고 법적 갈등을 빚었던 롯데와 신세계의 싸움에서 롯데가 최종 승소했다. 대법원 민사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14일 인천시와 롯데인천개발을 상대로 제기한 ‘인천종합터미널 부지 소유권 이전 등기 말소 청구 소송’에 관한 최종 판결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당초 신세계는 “시가 더 비싼 가격에 터미널을 팔 목적으로 롯데와 접촉해 롯데 측에 사전 실사 및 개발안 검토 기회를 주는 등 은밀히 특혜를 줬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1997년부터 신세계가 시와 20년 간 장기임대 계약을 통해 인천터미널에서 영업을 해왔으나 2012년 롯데가 시와 터미널 매각에 대한 투자약정(롯데가 터미널 부지와 건물을 9천억 원에 매입)을 맺으면서 갈등이 시작됐던 것. 20년이 만기된 이후 롯데와의 계약이 효력이 발생하는 만큼 신세계로서는 이를 비워줘야 하는 상황이다. 신세계로서는 포기가 힘들었을 거라는 게 업계의 전반적인 시각이다. 연 매출 8천억 원 대를 기록 중인 신세계 인천점은 현재 자사의 강남점, 센텀시티점, 본점에 이은 매출 4위의 점포라는 점이다. 이에 신세계는 영업권이 침해됐다는 이유로 이를 무효로 해달라고 요구했고 감정가격을 롯데와 신세계에 다르게 제시해 불공정하다는 등의 이유로 소송을 내면서, 롯데가 만료 날짜에 맞춰 부지를 비워달라고 했던 요구를 법원 최종 판결 때까지는 그렇게 할 수 없다고 맞서 왔다. 이에 법원은 지난 1심과 2심을 통해 “시가 터미널 매각 시 다른 업체들에도 매수 참여 기회를 줬던 만큼 롯데에만 특혜를 줬다고 볼 수는 없다”며 인천시와 롯데의 손을 들어준 바가 있다. 이에 신세계가 불복해 항소했지만 대법원에서도 같은 내용으로 최종 판결이 난 것. 매각절차의 불공정성 주장과 관련해서도 “신세계에 9천억 원 이상을, 롯데엔 감정가격인 8,682억 원을 각각 제시했다는데 시가 면담 당시 신세계에 8,682억 원 이상으로 매수할 수 있는지 알려달라고 말한 사실만 인정된다”면서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날 대법원의 최종 판결이 나왔다 해도 해결이 완료된 것은 아니다. 신세계가 최근 이곳 부지에 증축을 단행했던 만큼 필요에 따라 이를 정리하는 작업도 해야 한다. 신세계 측은 지난 2011년 1,450억 원을 들여 터미널 부지에 1만 7,520㎡(약 5,300평)의 매장을 증축하면서 자동차 870여 대가 주차할 수 있는 주차타워도 신축했다. 이들 면적을 따지면 전체 매장의 27% 가량 되는데, 신세계는 이를 시에 기부채납하고 2031년까지 임차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기로 돼 있다. 따라서 신세계는 2011년 증축한 매장과 주차타워에서 향후 14년간 더 영업을 할 수는 있다. ‘이론상’ 그렇다는 것이다. 법원 역시 “롯데와의 계약 후에도 신세계가 증축한 부분에 대해서는 2031년까지 백화점 영업을 계속할 수 있는 등 권리가 보장된다”며 영업권 침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따라서 한 터미널 안에서 롯데와 신세계 두 백화점이 나란히 영업할 수 있는 상황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아마 양자가 협의를 해서 일정 가격에 거래하는 것으로 마무리를 할 것으로 본다”고 의견을 밝혔다.  

인천 가스누출, 통보받은 인천시 과장이 덮어버려

가스공사 측의 "안전조치 끝났고 가스 공급 정상" 설명에 윗선 보고조차 하지 않아

                                        한국가스공사 인천LNG생산기지 전경  한국가스공사 인천LNG생산기지에서 지난 5일 가스누출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인천시가 8일이나 지난 13일에야 뒤늦게 대책회의를 열어 전형적인 뒷북행정이라는 비난을 사고 있다.  특히 인천시 담당부서는 사고 당일인 5일 오후 늦게 사고발생 통보를 받았으나 6일 오전 사무실로 찾아온 가스공사 인천기지 직원으로부터 “안전조치를 완료했고 가스공급은 정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설명을 듣고 윗선에 보고조차 없이 과장 선에서 덮어버린 것으로 드러났다.  시 관계자는 이날 인천LNG생산기지 가스 누출사고 인지 시점과 관련해 “사고 당일인 5일(일요일) 오후 9시 14분쯤 담당부서 실무직원이 한국가스안전공사로부터 최초로 사고 발생 문자메시지를 받고 이어 10시 21분쯤 가스공사 인천기지 직원과 통화해 산업통상자원부에 보고한 자료를 역시 문자메시지로 전달받았다”며 “6일 오전 9시 30분쯤 인천기지 직원이 사무실로 찾아와 ‘모든 안전조치를 끝내고 정상적으로 가스를 공급하고 있다’고 알려 국장 등 윗선에 보고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도시가스사업법’에 따라 도시가스사업자인 ‘한국가스공사’가 사고 발생 사실을 ‘한국가스안전공사’에 통보했고 산업통상자원부장관, 시·도지사 또는 시장·군수·구청장에게 보고해야 하는 한국가스안전공사는 인천시 담당부서 직원에게 알린 것인데 해당부서 과장이 자의적으로 판단해 국장에게 보고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가스누출 사고 발생 사실을 은폐하려한 가스공사와 이러한 사실을 통보받고도 자의적 판단에 따라 덮어버린 인천시의 행태는 시민들로부터 싸잡아 비난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해당부서는 지난 10일 관련 보도가 시작되자 뒤늦게 국장에게 이러한 사실을 보고했으며 시 재난안전본부장 등은 언론보도를 통해 인천LNG생산기지 사고가 이미 널리 알려진 뒤인 12일 오후에야 이 같은 사실을 보고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러한 인천시의 어처구니없는 행태는 시민들의 알 권리를 무시한 것은 물론 세월호 참사 등 각종 대형 사고에도 불구하고 여전한 ‘안전 불감증’을 여실히 드러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한편 인천시, 인천소방본부, 경제자유구역청, 한국가스안전공사 인천지역본부, 한국가스공사 인천기지본부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긴급대책회의에서 조동암 정무경제부시장은 ▲사고 발생 시 지방자치단체와의 공조체계 강화 ▲인천기지 내 전체 저장탱크에 대한 정밀조사 ▲사고 발생 시 인천시민에 대한 즉각적 홍보 등 사고대응 매뉴얼 보완 강구 등을 강조했다.  시는 14일 가스공사 인천기지에서 열리는 ‘인천LNG기지 안전협의체 회의’에서 사고 발생 시 지역주민에게 의무적으로 알릴 것 등을 강력히 요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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