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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획연재 |

한인경의 시네 공간
이탈리아 우편배달부 마리오가 전하..

[한인경의 시네 공간] ⑧『일 ..

‘한인경 시인의 시네 공간’은 남구의 예술영화관 ‘영화공간주안’과 한인경 시인의 협약하에 <인천in>에 리뷰하는 기획입니다. 한달에 1~2회씩 ‘영화공간주안’이 상영하는 예술영화의 예술적 가치 및 의미를 되새겨볼 수 있는 기회를 함께 나눕니다.  “세상은 특별한 은유(Metaphor)들로 가득 차 있다”   개 봉 : 2017.03.19. 재개봉 (114분/이탈리아) 등 급 : 15세 관람가 감 독 : 마이클 래드포드 출 연 : 필립 느와레,마시모 트로이시, 마리아 그라찌아 꾸치노타 음 악 : 루이스 바칼로프   출처 : 영화『일 포스티노』   요즈음 잔잔한 波紋이 일고 있는 영화가 한 편 있다. 1994년 제작된 영화, 2017년 3월에 재개봉된 영화 『일 포스티노』다. ‘포스티노’는 이탈리아어로 우편배달부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이탈리아의 작은 섬에 존재감 없던 ‘마리오’라는 청년이 페루의 민중 시인 ‘파블로 네루다’에게 은유라는 시적 표현을 배워가면서 그에게 새롭게 펼쳐지는 세상과 두 사람 간의 우정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네루다의 우편배달부’라는 원작에 근거를 두고 있다.   감상 포인트 세 가지, 먼저, 시의 본질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은유(Metaphor)가 영화 전반을 지배한다. 시란 무엇인가? 은유란 어떤 것인가? 세계적인 시인 네루다가 순수 감성을 지닌 낭만 청년 마리오에게 접근시켜가는 과정이 볼 만하다.   두 번째, 이탈리아의 작은 섬 칼라 디소토의 훼손되지 않은 풍광과 루이스 바칼로프의 서정성 높은 음악, 허름한 자전거를 타고 때로는 끌고 가는 마리오의 모습이 보여 주는 미장센이다. 세 번째, 다음의 장면을 개인적으로 가장 감명 깊었던 순간들, 명장면으로 평가한다. 마리오가 섬의 곳곳을 다니며 아름다움을 채취하는 장면이다. 아름다움을 채취한다? 마리오가 알게 된 아름다움은 어떤 것이었을까? 그때 마리오의 모습은 어눌하고 할 일 없는 작은 섬 백수의 모습이 아니었다. 시를 알게 되면서 세상에 눈뜨고 삶에 진지하게 다가가는 마리오였으며, 매사 자신감 없고 수척해 보이기만 했던 마리오가 아닌 생의 한가운데서 주체적으로 살고 있는 인생의 주인공이었다.   출처 : 영화『일 포스티노』   칠레의 저항 시인 네루다가 이탈리아의 작은 섬으로 부인과 함께 망명을 오게 된다. 그로 인해 세계 각처에서 네루다 한 사람에게 오는 우편물의 양이 엄청나다. 아버지를 이어 어부의 길을 가기 싫어하는 마리오는 우연히 임시 우편배달부를 찾는다는 광고를 보게 되고 그 길로 네루다의 우편물을 배달하게 된다. 마리오는 라디오 또는 서적을 통해서나 만날 수 있었던 유명 시인을 직접 대하게 되어 설레는 마음으로 우편배달을 하게 된다. 네루다의 시집을 읽고 시에 대한 궁금증을 갖고 있던 차에 네루다에게서 ‘은유’라는 단어가 나온다. 사랑을 얻기 위해 네루다로부터 은유를 배우고 싶어 했던 마리오, 자신이 발견해가는 은유로 행복해하는 마리오는 사랑하는 여인 베아트리체 루소와 결혼을 하고 가정을 일구는 데 성공한다.   마리오는 세상 밖의 모든 사물에 대한 은유에 차츰 눈뜨게 된다. 그러던 중 네루다가 본국 칠레로 돌아가게 되고 마리오는 네루다를 생각하며 섬의 아름다움을 녹음하게 된다. 초기에 마리오는 네루다로부터 이 섬의 아름다움에 대하여 말해 보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베아트리체 루소”라며 사랑에 빠져 있는 여인 이름 밖에는 생각나는 것이 없었던 사람이었다. 그러나 마리오는 어느새 본인이 살고 있는 섬의 아름다움이 새롭게 보이기 시작한다. 작은 파도, 큰 파도 밀물과 썰물, 절벽의 바람 소리, 나뭇가지에 부는 바람 소리, 아버지의 서글픈 그물 소리,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 아들의 심장 소리를 녹음하게 된다. 밤하늘의 수많은 별들의 소리를 녹음한다며 마이크를 갖다 대는 마리오. 누가 이렇게 스쳐버리기 쉬운 일상의 소리 들을 아름다움의 대표 이미지로 떠올릴 수 있을까.   “마리오, 그물이 어떻지? 형용사가 필요해.” “서글퍼요.”   고기잡이하는 아버지의 그물을 마리오는 ‘서글픈 그물’로 은유적 표현을 하게 된다. 시를 알게 되면서 작은 섬 주민 마리오는 지금껏 몰랐던 내면의 감성, 이성까지 끌어내게 된다. 수년이 흐른 후 섬을 다시 방문한 네루다는 부인 베아트리체로부터 마리오의 사망 소식을 듣게 된다. 시에 눈을 뜬 마리오는 사랑의 연시에 만족하지 않고 더욱 깊어진 정신세계로 의식이 확산되어 갔다. 선거를 앞둔 정치인들의 가면적인 공약을 지적하며 사회적 정의에 앞장서는 작지만 힘 있는 목소리를 내게 된다. 정치 군중 시위에 네루다의 시 낭송을 위해 참가하게 되는데 이 시위 중에 마리오는 죽음을 맞이한다. 이야기는 자칫 지루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이탈리아 특유의 낭만적인 위트가 간간이 섞여 웃음과 감동을 함께 준다. 관객이 시인이든 아니든 영화는 우리들의 인생 이야기로 몰입을 하게 한다. 참고로 실존 인물인 네루다는 1971년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이기도 하다.   출처 : 영화『일 포스티노』     영화 속 마리오가 발견하게 된 은유를 몇 가지 소개해 본다. 은유라는 바다에 첫발을 내딛는 순수 청년의 감성이 그대로 묻어난다. “사랑에 빠졌어요. 너무 아파요. 하지만 낫고 싶지 않아요.” “당신의 머리는 나비의 날갯짓 같고, 당신의 미소는 장미요, 땅에서 움튼 새싹이요, 솟아오르는 물줄기, 그대 미소는 부서지는 은빛 파도요.”   네루다와의 대화 중 마리오는 다음과 같은 생각을 서슴없이 말하기도 한다. “시란 시를 쓴 사람의 것이 아니라, 그 시를 필요로 하는 사람의 것입니다.” 마리오에게 시가 찾아온 순간이었다. 동시에 마리오의 세상이 달리 보이기 시작하는 시점이었다.   출처 : 영화『일 포스티노』   68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음악상을 받은 것을 비롯하여 여러 영화제에서 수상을 거머쥔 영화다. 특히 『일 포스티노』 OST는 한국 남자 간판급 피겨스케이팅 선수인 차준환 군이 2016 주니어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이 음악에 맞춰 선이 아름다운 연기, 서정성이 높은 연기를 보여주기도 했다.   시종일관 영화를 끌고 가는 두 주인공. 약 20년 전에 개봉된 영화이기도 하지만 안타깝게도 영화 속 두 주인공은 필름 밖에서는 볼 수가 없을 것 같다.   마리오 역을 맡은 마시모 트로이시(1953~1994) 어쩜 저리 역할에 꼭 맡는 배우를 정했을까 감탄이 나온다. 심장병으로 통증을 참아가며 촬영을 마쳤다는 후문을 들으니 스크린 속 마리오의 모습이 연기로만 보이지 않는다.   어눌한 발음, 구겨지고 세탁한 지 오래돼 보이는 허름한 옷차림, 저만큼 들어가 보이는 슬퍼 보이는 눈, 그러나 마치 검은 진주처럼 반짝거리기까지 한 큰 눈, 수척해 보이는 외모, 구부정한 어깨는 분장했으리라는 것을 고려해도 실제로도 체력이 강한 배우는 아닐 것으로 생각이 될 정도였다. 주인공 마리오를 맡은 마시모 트로이시는 영화 촬영 당시 심장 이식이 계획되어 있었으나 영화 촬영을 먼저 강행했다고 한다. 약 10주간의 촬영 기간 내내 극심한 고통을 참으며 촬영을 마쳤다고 하며 촬영을 마치고 바로 다음 날 41세라는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영화 『일 포스티노』는 마시모 트로이시 자신의 생을 바친 영화가 되었다.   파블로 네루다 역을 맡은 필립 느와레(1930~ 2006) 프랑스 배우 필립 느와레는 한국에서는 『시네마 천국』의 영사기사 알프레도 할아버지로 낯익은 배우다. 필립 느와레는 젊어서 보다는 1988년 그의 나이 58세에 출연한 수작 『시네마 천국』으로 영국 아카데미, 런던 비평가협회 남우 주연상의 영광을 안으며 알려지기 시작했다. 말년에는 암으로 투병하다 76세를 일기로 타계하였다. 『일 포스티노』에서의 필립 느와레는 본인의 이미지와 잘 조화를 이룬 역할이었다. 지적이면서도 다정한 면도 갖춘 저항시인 네루다역으로 관객들을 끌어들이며 시의 세계로 빠져들게 한다.   시인이란? 안도현의 글 중에서 ‘시인이란 시를 읽는 재미를 아는 사람’이라는 구절이 생각난다. 오스트리아 사상가 이반 일리치(Ivan Illich, 1926~2002)는 ‘인류를 살리는 3가지’를 ‘도서관, 시, 자전거’라고 했다. 자전거를 타고 별을 세며 글을 벗하고 시를 가까이하는 삶을 상상해 본다. 이 시대를 살아내고 있는 우리에겐 위로받고 싶은, 때로는 기대고 싶은 무엇인가를 갈망한다. 지친 심신에 휴식을 주고 싶다. 깊은 울림이 있는 글은 위로인 동시에 휴식이다.   출처 : 영화『일 포스티노』     한 편의 시가 영화로 탄생하였다. 콧물을 닦으면서 감기에 걸렸고 어부가 하기 싫다는 마리오가 주변을 은유적 시선으로 보게 된다. 모든 사물이 특별한 은유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시를 알게 된다. 딱딱한 형식으로 설명하지 않는다. 활력 넘치고 신나는 생을 맛보게 된다. 감성에만 매달리는 유약한 시가 아니라 정신세계를 지배하고 행동을 변화시킨다. 무기력하게 살고 있던 마리오가 삶의 본질에 눈뜨고 세상에 다가가면서 변화하는 모습과 그런 마리오를 바라보는 大 시인 네루다의 진정 어린 시선이 잔잔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작품성과 배우들의 실감 나는 연기, 오락성까지 스펀지처럼 스며들어 있다.   영화 『일 포스티노』는 삶과 글이 분리되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시 한 편에는 하나의 삶이 있고 작가에 대한 신뢰가 깔려 있다. 내 글이 상대방에게 신뢰를 주고 위로와 희망을 주고 때로는 설득력이 있기 위해선 나의 삶도 같은 보폭으로 동행해야 한다.   마리오라는 우편배달부가 보여 주는 작은 떨림들이 위로가 되고 휴식이 되어주는 이유다.   출처 : 영화『일 포스티노』     이곳저곳에서 꽃소식이 들려온다. 꽃향기와 함께 멀리 이탈리아의 작은 섬에서 우편배달부 마리오가 봄소식을 전한다. 두 세기를 지나 2017년 오늘. 이 봄에 다시 만나게 된 『일 포스티노』, 시란 이런 것이고 은유란 무엇인가를 가르치는 내용의 영화가 아니다. 발견하자. 우리 가까이 있는 메타포들을. 삶을 더욱 풍성하게 하고 여유 있는 정신을 세워보자. 한인경/시인·인천in 객원기자    
서진완 교수의 가족세계여행 365일
여행하는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

(28) 조금 덜 보더라도 우린 ..

서진완 인천대 교수(행정학)는 지난 2013년 1월 3일부터 2014년 1월 2일까지. 365일 간의 세계 일주를 하고 돌아왔다. 중·고등학생이던 두 아이와 아내까지. 온 가족이 함께 1년이란 시간을 붙어 있었다. '24시간 365일'을 꼬박 함께 여행하며 경험하고 느꼈던 감정들의 기록을 <인천in>의 독자들과 나누고자 한다. 조금 덜 보더라도 괜찮다 오벨리스크 ⓒ 서진완 작은아이를 따라 숙소를 나섰다. 가장 넓은 대로의 중간에 서서 오벨리스크를 보았다. 실제 올라갈 수는 없는 상징탑 이었지만 주변은 뉴욕의 타임스퀘어나 런던의 피카딜리 서커스처럼 화려했다. 작은아이는 지하철을 타고 이탈리아광장(Plaza Italia)을 보고 다음 장소로 묘지를 안내 하려 했는데, 미처 그곳으로 가는 길을 파악하지 못한 모양이다.  “묘지를 꼭 봐야해?” 작은아이는 자신만 믿고 따라오면 된다고 자신만만하게 말했는데, 정작 묘지에 가야하는 이유에 대해선 대답하지 못했다. 작은아이는 자신의 주장을 접고, 오빠의 생각을 받아들여 순순히 다음 행선지를 결정했다. 아내가 나를 보며 웃는다. “그러면서 배우는거지!” 의욕이 앞서 생각했던 것보다 준비가 잘 되지 않아 생긴 일이다.  오벨리스크 광장에서의 가족들 ⓒ 서진완 큰아이에게는 동생을 놀리지 말라고 했다. 작은아이 나름 열심히 준비해서 가족들에게 안내 해주고 싶어 했던 그 마음을 아무 준비도 하지 않았던 큰아이보다 높이 평가 해 줄 필요가 있었다. 이 날 우리는 작은아이 기를 살려주기 위해, 아내는 소고기요리를 준비했고, 우리 부부는 와인을 곁들였다. 아이들도 음료수로 함께 건배를 했다. 아이들은 오늘이 여행을 시작한지 290일이 되는 날이라고 했다. 어제는 하루 더 지나면 290일 이라며 건배를 했는데 말이다. 작은아이는 다시 기분이 좋아졌다. 아이들에게 의미 있는 경험이 된다면 오늘처럼 여행을 하면서 조금 덜 보는 것도 좋다. “열심히 보여주려고 했던 그 마음이 무척이나 예쁘다!”  탱고 한 번 배워볼까? 벼룩시장 거리 ⓒ 서진완 새벽에 천둥치는 소리에 잠을 깼다. 천지를 진동하는 소리와 함께 비까지 쏟아졌다. 이내 이불을 덮고 다시 잠을 청했다. 아침에 눈을 뜨니 빗물 고인 도로를 질주하는 자동차 소리에 새벽 빗소리가 꿈이 아니었구나 싶다. 허리 통증은 많이 가신 것 같고, 이젠 크게 무리하지 않고, 자주 운동을 해주면 다시 정상으로 돌아올 것 같았다.  오후 들어서 비가 그쳤다. 밖을 내다보니 하늘이 감쪽같이 맑아졌고 거리는 한결 깨끗해졌다.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시내 건물은 프랑스 파리처럼 멋지지만, 거리는 매우 지저분하다. 정부가 폐기물 재활용을 강조한 이후, 어려운 사람들이 돈을 될 만한 것을 찾느라 쓰레기통 주변은 더욱 지저분해졌다고 했다. 거리 곳곳에 종이박스나 천으로 집을 짓고 사는 걸인들의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벼룩시장 거리는 아스팔트가 아니라 작은 돌로 만들어져 있어 제법 고풍스런 분위기를 풍긴다. ⓒ 서진완 숙소 주변에 골동품을 파는 벼룩시장이 섰다. 거리(Defansa Street)바닥은 아스팔트가 아닌 작은 돌로 만들어져 있어서 이 거리가 꽤 오랜 세월동안 이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것 같다. 게다가 차량통행이 금지되고, 보행만 가능한 탓에 거리 곳곳에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 탱고공연을 홍보하는 사람,  분장을 하고 서 있는 행위예술가, 그림을 그리고 그 그림을 파는 사람들을 편안하게 볼 수 있다. 사람들 틈 속에서 처음 보는 물건이랑 각종 작품들, 그리고 음악을 연주하는 사람들을 구경하느라 꽤 먼 거리를 힘들지 않게 걸었다. 작은아이는 무척 신나했다. 갖고 싶은 것도 많고 보고 싶은 것도 많은 탓이다. 뭐든 사볼까 했다면 더 재미있을 것 같은데, 물건을 가능한 사지 않으려는 우리 입장에서는 이렇게 길거리 공연을 보는 것이 더 재미있다. 다음날 작은아이는 아빠와 엄마가 가장 좋아할 것 같다며 라보카(La Boca)지역으로 가자고 했다. 이곳은 이탈리아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으로 탱고(Tango)의 발상지로 알려진 곳인데다 카미니토(Caminito)라는 예술가들의 거리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Juan de Dios Filiberto가 작곡한 유명한 탱고 음악 'Caminito(1926)'가 이곳에서 나왔기 때문에 부에노스아이레스를 찾으면 꼭 들러보고 싶었다.  카미니토 거리 ⓒ 서진완 이곳 건물은 단색으로 칠해져 분위기가 특이하다. 예술가들이 만들어놓은 아기자기한 거리의 모습과 건물에 칠해진 각종 그림들과 색감들은 매우 감각적이다. 다만 너무나 많이 알려진 탓에 상업적인 느낌이 많이 드는 것은 아쉽다. 유명해지면 그에 따라 장사하는 사람들의 의욕이 앞서 실제 본연의 모습을 상실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곳도 예외가 아닐까 싶다.  아르헨티나 특유의 정서를 느끼고 싶어서 찾았는데, 그 기대를 생각하면 실망이다. 호객행위를 하는 사람들의 끈질긴 구애, 탱고 춤을 추는 사람들과 사진을 찍는 포즈를 취해주고 돈을 요구하는 모습은 보이게 불편했다. 게다가 지나치게 노출된 의상을 입고 나와 사람들에게 다가서는 모습은 아이들과 함께 보기에 민망했다. 카페나 레스토랑에서 고용한 전문적인 댄서들이 추는 탱고 춤은 아름다운 느낌이라기보다는 추하다는 느낌이 더 많이 들었다.  카미니토 거리에서 마주한 탱고 ⓒ 서진완 내가 본 이 장면 하나만으로 아르헨티나의 탱고를 평가할 수는 없다.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사람이 책 1권 읽은 사람이라고 하지 않았는가! 모든 사실을 따질 때, 그 책에서 나왔다고 하면 그만인 사람이 되지는 말아야 하는데 말이다. 라보카 지역에서 그 순간에 본 탱고가 그렇다고 해두자.  배를 타고, 우루과이로! 우루과이로 가는 페리! ⓒ 서진완 바람이 꽤 쌀쌀해졌다. 어제 오후부터 바람이 차갑게 느껴져서 반팔 셔츠로는 한기를 느끼게 된다. 바람에 덜컹거리는 창문소리에 눈을 떴다. 새벽에 들어온 친구들이 문을 열어두고 문을 닫는 것을 잊어버린 것 같다. 우리 부부에겐 이곳 숙소가 시끄러운 곳이지만, 아이들은 나중에라도 이런 곳에 머무르면 재미있을 것 같다.  우루과이 행 페리를 타는 여객터미널은 한 건물에서 출국과 입국 수속을 동시에 진행했다. 천천히 항구를 떠난 페리는 곧 이어 속력을 내기 시작했다. 아르헨티나와 우루과이 사이에 흐르는 라플라타강(Rio de La Plata)을 건너는데 1시간 30분 정도 소요될 만큼 큰 강을 지나 목적지 우루과이 콜로니아(Colonia de Sacramento)에 도착했다.   콜로니아에서 묵었던 숙소 ⓒ 서진완 이곳은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치열한 식민지 약탈시대의 흔적이 도시 전체에 고스란히 남아있는 곳이다. 우리가 머문 숙소 역시 식민지의 영향을 받은 건물로 건물 내부에 들어서면 가운데 정원을 두고, 2층과 테라스가 있어서 방문을 열면 실내 깊숙한 곳까지 햇빛이 들어올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다. 낡은 건물과 정원 가득 보라색 꽃들이 피어있어 고즈넉한 예스러움이 묻어난다. 큰아이는 방문 앞에 의자를 놓고 따뜻한 햇살을 맞으며 앉았다. 쌀쌀해진 날씨 때문에 이렇게 들어오는 햇살을 바라보면 몸도 마음도 따뜻해진다. 아내는 그 옆 침대에 발을 올리고 뜨개질을 하고 있다. 사진 프레임 속에서 들여다본 두 사람은 편안해 보인다.  숙소에서 성곽이 있는 방향으로 펼쳐진 역사지구는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영향이 고스란히 남아있어 살아있는 미술관이다. 골목으로 들어가면 낡은 흰색의 교회가 보이고 오래된 집터들이 옛날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광장 앞에 문을 연 카페에는 직접 연주하는 기타 소리가 흘러나온다. 골목길 사이로 멀리 바다가 보이고, 길거리에는 오래된 클래식 차들이 그대로 세워져 있다. 마을을 빠져나올 즈음 갑자가 하늘에 먹구름이 끼면서 바람이 심하게 불기 시작했다. 가로수의 잎들이 흩날리고 눈을 뜰 수 없을 만큼 바람이 불었다. 간간히 비까지 섞여 우리 모두 황급히 자리를 피해야만 했다.  콜로니아 시내에서 ⓒ 서진완 다음날에도 바람이 잦아지지 않았다. 날씨의 변화가 이렇게 심하다니! 아이들에게도 겉옷을 꺼내서 입게 했다. 몬테비디오(Montevideo)에 도착하는 날도 체감 온도는 더 낮게 느껴졌다. 버스터미널에서 나오자 경찰들이 택시를 타는 사람들을 도와주고 있었다. 우리처럼 짐이 많을 경우 경찰의 도움은 고마운 일이다.  숙소에 도착하자 큰아이는 먼저 인터넷 속도를 체크했고, 아내는 작은아이와 함께 부엌을 살펴보았다. 큰아이가 배낭을 정리하는 사이, 우리 부부는 숙소 주변 슈퍼마켓을 확인했다. 이곳은 우루과이의 수도인 동시에 시내 중심가에 위치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거리에 사람들이 많지 않고, 건물들도 대체로 낮고 낡아보였다. 거리에 심어진 오래된 가로수도 건물 높이만큼 우뚝 서 있다.  콜로니아 시내읭 가로수는 건물들 보다도 높게 자라 있다. ⓒ 서진완 아내와 우루과이 와인을 한 잔 마셨다. 와인을 맛보고 싶어 하는 큰아이를 위해 아내는 내가 허락 했으면 하는 눈치를 보냈다. 이렇게 앉으면 자연스럽게 여행을 하면서 느끼는 감정을 나누게 된다. 그럴 때마다 우리가 여행한 지역과 만나는 사람들이 제한적이라는 점에서 그 감정을 일반화하는 오류를 경계하기도 한다. 작은 아이까지도 자신의 감정을 얘기할 때면 나도 귀담아 듣게 된다.   밖에 바람이 꽤 심하게 불고 온도는 더 내려갔다. 방안은 우리들의 온기 때문에 따뜻했다. 우리가 얘기하는 사이에 한국에서 국제기구의 인턴으로 이곳에서 6개월 정도 있게 된다는 여대생을 만났다. 친구들 때문에 잠시 이 숙소에 놀러왔다고 했는데, 한국 사람이 많지 않은 곳을 찾은 그녀의 용기와 그 젊음이 반가웠다.  여행을 하는 동안 기억해야 할 것 몬데비디오에서 가장 특이한 건물 ⓒ 서진완 햇살이 비추고 있지만, 여전히 바람이 불어 겉옷을 입고 길을 나섰다. 아이들이 앞서 걷고 우리는 그 뒤를 따라 독립광장(Plaza Independencia)까지 걸었다. 몬테비디오에서 가장 특이한 건물(Placio Salvo)이 있는 곳이다. 100미터 높이의 이 건물은 만화영화에 나올 법한 특이한 첨탑 형태의 건물로 이 곳에서 단연 돋보였다.  광장 주변에는 대통령의 집무실과 극장이 있고, 공원을 지나 이어지는 골목에는 기념품을 판매하는 난전이 줄 지어 서있다. 스산하게 부는 바람과 떨어진 기온 탓인지 사람들의 발걸음도 빨라졌다. 몬테비디오는 식민지 시절의 향수를 느낄 수 있는 건물들이 간간히 보이는 것 이외에 매우 평범하고 소박하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모습 속에서도 열심히 생활하는 평범하고 소박한 보통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몬데비디오 시가 전경 ⓒ 서진완 며칠 동안의 여행으로 그 나라의 상황을 단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대부분 남미에서 서민이 살아가는데 힘들고, 그들의 생활이 녹녹치 않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현지인들이 찾는 슈퍼마켓을 우리도 이용하기 때문에 시장이 가면 현지 물가를 피부로 느끼게 된다. 우루과이의 물가는 다른 남미국가보다 비싸게 느껴졌다. 숙소 직원도 가장 기본적인 야채와 고기, 그리고 식재료 등에서도 일반 서민이 살아가기에 이곳 물가가 비싸졌다고 토로했다. 심지어 소고기를 수출하는 이곳에서 수출하는 소고기 값보다 내수용이 더 비싸다고 했다. 그러면서 고개를 흔들며 한마디 했다. "정치인들이 나라를 망치고 있어요!“ 어느 곳을 가더라도 정치인이 문제의 핵심인 것 같다. 우리가 확인한 비싼 물가와 활기를 잃은 사람들의 얼굴은 현재 우루과이가 처한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밖에 비는 계속 내렸다. 하루 종일 내릴 조짐이다. 아이들을 깨우지 않았다.  오후에 비가 그치고 해가 나기 시작했다. 숙소를 운영하는 가족들이 총출동하여 부엌에서 뭔가를 만들고 있었다. 저녁에 친구들이 와서 옥상에서 작은 연주회가 열린다며, 우리를 초대했다. 날씨는 여전히 스산했다. 큰아이는 평소와 달리 오늘은 순순히 엄마한테 이발을 맡긴다. 꽤 오랫동안 머리를 자르지 않겠다고 했는데, 오늘은 어쩐 일인지 순순히 의자에 앉았다. 밖에 잠시 나갔다 돌아오니, 큰아이는 다듬어진 머리를 보면 웃었다. 만족해한다는 뜻이다.  몬데비디오 시내 ⓒ 서진완 해가 지고 옥상에 사람들 소리가 들렸다. 옥상 위에 마련된 작은 무대에 숙소 주인의 친구라고 소개한 연주자들이 기타와 타악기 연주를 시작했다. 어제 만났던 한국인 여대생도 친구와 함께 이 음악회에 왔다. 독특한 라틴 리듬은 어깨를 들썩이게 했다. 연주가 진행되는 동안 춤을 추는 사람들도 있다. 다른 사람을 의식하지 않고 이렇게 리듬에 몸을 맡기고 춤을 출 수 있는 사람이 부럽다. 직접 연주를 듣는 것 이상의 감동은 없다.  많지 않은 관중 앞에서 그들은 최선을 다해 연주를 하고 노래를 불렀고 객석에서도 환호하고 열정적인 춤으로 화답했다. 저렇게 미친 듯 음악에 몸을 맡기면 정신건강에도 정말 도움이 될 것 같다. 흑맥주 기운에 나도 어깨를 잠시 흔들었지만 이내 멈추었다. 나를 둘러싼 장막을 벗어버리는 것이 이렇게 힘들다.  큰 장터가 선다는 소식에 그곳을 구경하기로 했다. 일요일이라고 하지만 거리는 너무나 한산하다. 차들도 거의 다니지 않고 한동안 길거리를 걷는 사람을 볼 수 없을 정도였다. 통제된 거리에는 구석구석 장이 섰다. 골동품에서부터 방금 쓰레기통에서 꺼낸 사용할 수 없을 것 같은 물건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몬데비디오의 장터. 우리에겐 생소한 물건들이 꽤 많았다. ⓒ 서진완 우리에게는 모든 것이 낯설어 보이는 물건들인지라 거리를 거닐며 이곳저곳 살펴보게 된다. 재미있는 것은 시장 한 복판에 야바위꾼이 보였다. 작은 종지 3개를 놓고 그 중 한 곳에 주사위를 넣고 어떤 종지에 주사위가 있는지 나보고도 한번 맞춰보라고 한다. 바람잡이는 주변을 지나는 사람들에게 참여할 것을 권하고, 큰 아이는 한 여성이 100페소를 놓고 맞춰서 200페소를 조금 전에 받아가는 것을 보았다고 했다. “그 여자도 바람잡일거야!” 재미있다. 장사하는 사람들의 인간적인 모습, 물건 값을 깎으려는 사람과 더 이상 곤란하다는 상인들의 냉정한 얼굴, 한 푼이라도 더 받고, 적게 주려는 그 모습 속에서 사람 사는 냄새가 물씬 난다.   여행을 시작한 지 300일이 되는 날이 되었다. 이제는 배낭여행자들이 모이는 숙소에서도 우리보다 오랜 시간을 여행하고 있는 사람을 찾는 것이 쉽지 않다. 집을 떠나 그동안 많은 곳을 다녔고, 많은 사람을 만났고, 많은 경험을 했다. 좋은 기억도 있고, 잊고 싶은 기억도 있고, 힘들 때도 많았지만 기분 좋고 즐거운 때가 더 많았다. 여행을 시작한 지 100일 되던 날은 터키에서 카파도키아로 가던 날이었고, 200일이 되던 날은 멕시코로 가던 날이었는데, 우연히도 300일이 되는 오늘도 아르헨티나의 코르도바(Cordoba)로 이동하는 날이다. 야간버스를 타야하기 때문에 침낭을 따로 빼놓았다. 몬테비디오를 떠나기 전에 시청 전망대에 다시 올라갔다. 일주일동안 지냈던 이곳을 한 눈에 담고 내려왔다.  아르헨티나 코르도바와 멘도사에서는... 코로도바 시내 광장에서 ⓒ 서진완 우리를 태운 국제버스는 우루과이를 떠나 밤 10시경에 국경에 도착했다. 대한민국 여권을 가진 여행객을 처음 본다는 출입국 직원은 비자 여부와 체류기간이 얼마인지를 확인한 후 입국도장을 찍어주었다. 미리 준비한 침낭 덕분에 코르도바에 도착할 때까지 춥지 않았다. 숙소에 배낭을 풀고 받은 시트로 침대를 정리했다. 조용한 음악을 틀어놓고 침대에 잠시 누웠다. 열어 둔 창문사이로 바람이 들어왔다. 코르도바의 날씨는 섭씨 25도로 몬테비디오 보다 훨씬 따뜻했다.  숙소 앞길에서 내려가면 코르도바 시내의 중심거리가 나온다. 작은아이는 내 옆에 바짝 붙어 함께 움직였다. 환전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아르헨티나의 외환상황이 매우 불안해서 미국 달러화에 대한 아르헨티나 페소의 공식 환율이 무너져 많은 여행자는 암거래시장을 이용했다. 숙소에서 가르쳐준 대로 광장에서 페소를 교환했다. 작은아이가 내 지갑에 눈을 떼지 않고 지켜보는 가운데, 위조지폐 여부를 확인하느라 지폐 하나하나를 살펴보았다.   광장에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호주머니에 있는 현금 때문에 시장에서 간단하게 장만 보고 서둘러 숙소로 돌아왔다. 남미여행에서 소매치기를 당한 사람들도 많고 어떤 경우는 협박을 받은 경우도 있다는 소식 때문에 은행에서 돈을 찾을 때에도 가족이 모두 망을 봐주는 등 철저하게 함께 움직였다. 어떤 경우라도 조심을 하는 것이 상책이다.  10월의 마지막 날이다. 밤새 내리던 비는 아침까지 이어졌다. 아내와 함께 슈퍼마켓에 가는 길에 산책을 다녀온 일을 제외하고는 숙소에 머물렀다. 큰아이를 불러서 뜰에서 탁구도 치고, 책도 읽고, 아내가 해준 요리도 즐기면서 하루를 보냈다. 해가 지고 아내의 요청으로 ‘잊혀진 계절’을 틀었다. 낯선 곳에서 맞는 10월의 마지막 날에 이 노래는 또 다른 느낌이지만, 아이들은 우리가 왜 이 음악을 틀었는지 알지 못한다.  비가 조금 잦아들긴 했지만, 여전히 내렸다. 일기예보를 보니 우리가 머무는 기간 내내 비가 올 모양이다. 아침식사를 위해 아내는 계란과 감자를 준비했다. 숙소에서 주는 빵은 너무 딱딱하고 소금기가 많아 먹기 부담스러웠다. 게다가 아이들도 언제부턴가 숙소에서 주는 아침식사를 거의 먹지 않았다. 가진 재료만으로 즉석에서 만든 스크램블이자만, 역시 아내가 만든 것이 최고다.  코로도바 시내 광장에서, 하루 종일 내리는 비 때문에 여기저기 물웅덩이가 생겼다. ⓒ 서진완 비가 약해지는 것을 보고 우산을 들고 시내로 나갔다. 구도심 광장의 여기저기 패인 곳은 이미 물웅덩이로 변했다. 아르헨티나에서 가장 오래되었다는 코르도바 대성당 앞에 섰다. 성당 건물 자체도 멋있지만 성당 입구 바닥에 깔린 흰색 대리석은 마치 성당의 그림자를 따라 그대로 만든 듯해서 인상적이었다. 성당을 나와서 주변에 있는 골목길을 걸었다. 바닥은 돌로 만들어 옛날 식민지시대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고 주변의 건물 역시 스페인의 코르도바에 온 듯한 모습이다.  성당에서 이어지는 거리는 이곳에서 가장 번화한 상가로 연결된다. 큰 길로 나오니 각종 공산품은 물론 고급스러운 가게들도 눈에 들어왔다. 가톨릭을 믿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이곳에서도 성당이 많다. 화려하고 정교하게 조각된 교회를 보면서 아내는 들어가 보자고 권했다. 아이들은 시큰둥하다. “너무나 많은 것을 본게야!” 아내의 말이 맞다.  코로도바에서 만난 예쁜 성당 ⓒ 서진완 “이게 무슨 소리지? 새벽 2시에...” 저녁 늦게부터 이곳 숙소 뜰에서 파티가 열렸는데, 2시면 끝난다는 음악소리가 이번에는 옆 건물에서 들렸다. 2시까지 음악소리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했는데, 우리 숙소에서 열렸던 파티가 끝나고, 이제는 옆에 있는 클럽에서 더 큰 소음이 계속되었다. 주변에 아파트도 있는데, 이곳 주민들 어느 누구도 경찰에 신고를 한다든지 제재를 요청하지 않는 모양이다. 우리는 오늘 하루만 견디면 된다고 하지만 늘 이런 일이 있다면 어떻게 생활이 가능할지 의문이 들었다. 천지가 진동하는 베이스 소리와 사람들의 함성소리가 뒤섞인 광란의 밤이 계속되었다.  밤새 그렇게 시끄럽던 이곳도 아침이 되자 조용해졌다. 숙소 직원들에게 인사를 하고 각자 배낭을 챙겼다. 묵직한 배낭에 조그만 가방을 앞에 하나씩 메고 길을 나섰다. 남미에서 야간버스를 이용할 때는 반드시 침낭을 준비할 것! 다시 한 번 이 사실을 확인했다. 버스는 밤새 달렸다. 몇 차례 버스가 멈추고 사람들이 타고 내렸다. 그때마다 깨기는 했지만 그런대로 잘 잤다. 아침 햇살이 비추는 창밖을 보았다. 멀리 태양에 비친 산들은 흰 눈을 뒤덮고 있었다. 멘도사 시내 ⓒ 서진완 아침에 멘도사(Mendoza)에 도착했다. 숙소에는 넓은 정원과 수영장이 있다. 식사하는 공간도 여유가 있고 새소리까지 들렸다. 4명이 사용할 수 있는 방을 배정받았다. 아이들은 인터넷이 잘 된다고 만족해한다. 인터넷이 잘 된다는 것은 아이들에게 중요한 일이다.  오랜만에 낮잠을 자고 일어났다. 밤이 깊어지고 방에 있던 친구들은 모두 로비로 나온 듯했다. 축구중계를 보는 사람, 와인이나 맥주를 마시는 사람, 게임하는 사람, 기타 치는 사람까지 정말 다양하다. 우리 아이들도 그들 가운데 섞여 있다. 멀리서 지켜보는 나와 아내는 이러한 모습이 재미있다. 여행을 시작하면서 아내에게 새로운 활력을 주고, 아이들에게는 새로운 경험을 주고자 했는데, 이 정도면 목적을 이미 상당히 달성한 셈이다. 멘도사의 숙소 안에서 ⓒ 서진완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이 지금보다 험난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면, 이런 배낭여행자들이 모여 지내는 곳에서의 생활이 나중에 아이들에게 큰 경험이 될 것이다. 멘도사 와인 한 병을 아내와 나눠서 마셨다. 내일은 아무도 깨우지 않기로 했다. 그래 쉬는 거다. 작은아이가 어제 코르도바를 떠나며 “공부 안 해서 좋아요!”라고 했던 말이 내 귓가를 계속 맴돌았다. 그래 이 기간동안은 마음껏 쉬어라! 저녁에 군대에서 알게 된 친구 소식을 들었다. 페이스북을 통해 다시 연락이 된 친구는 몇 년 전 심근경색으로 수술을 했고 현재에도 고생을 하고 있는데, 아내까지 뇌종양 수술을 했고 지금도 병원에 있다고 했다. 나도 아내의 수술 이후 힘든 시기를 지내왔고, 현재에도 계속 진행 중이기 때문에 주변에서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면 더 가슴에 와 닿는다. 산다는 것이 참으로 힘들다. 페이스북 메시지로 “힘내자, 친구야!” 한마디만 남겼다. 아이들에게 마음껏 놀아라고 한 말은 아무리 생각해도 잘했다. 아내는 오전 10시까지 자고 일어났다. 창에 덧문이 있고 커튼까지 쳐 있으니 밖은 이미 한 낮이지만 실내에서는 몇 시가 되었는지 알기 어렵다. 그래도 예민한 성격의 아내는 이렇게 늦게까지 자본 적이 없다.  로비는 체크아웃을 하는 친구들이 많이 나와서 앉아있다. “어렸을 때 이 친구들처럼 이렇게 세계를 돌아다녔다면….” 아내는 지금의 모습과 달라졌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여행을 하면서 만나는 젊은 친구들을 볼 때마다 이런 얘기를 자주 나누게 된다. 그럴 때마다 우리 아이들에게 이런 경험을 줄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들과 함께 여행하는 것은 우리가 선택한 것 중에서 가장 잘한 일 일거예요!” 맞는 말이다.   <정리 = 이미루>
김인자 작가의 할머니 꼬시기
"나 술 끊었다~"

(132) 피부 좋아진 왔다갔다할..

  운동삼아 계단오르는 아침. 설렁설렁 오르는 계단이 머 운동이 되겠냐마는 그래도 안하는거 보담은 낫지 싶어 하루도 빼놓지 않고 오르려고 노력한다. 날씨가 추워서 밖에서는 내가 좋아하는 할무니들을 뵐 수가 없으니 혹시나 오며 가며 내려오는 엘리베이터안에서 할무니들을 볼 수 있을까 하는 설레는 기대감도 있고 우야둔둥 계단오른지 오늘로 52일째다. 간절히 원하면 원하는걸 이룰 수 있다더니 그말이 딱 맞다. 2층 오르는계단에서 너무도 보고 싶었던 분을 만났다. 겨울내내 뵐 수 없었던 왔다갔다 할아버지.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는 왔다갔다할아버지뒤로 붕붕카할머니가 붕붕카를 끌고 조심스레 서신다. 할머니~ 하고 부르려다 놀라실까봐 쿵쿵쿵 발소리를 일부러 크게 내고 걸었다. 어 그런데 붕붕카할머니도 왔다갔다할아버지도 두 분 다 못들으신다. 가까이 가서 붕붕카할머니 팔짱을 살짝쿵끼니까 그제서야 붕붕카할머니가 알아보시고 반갑게 웃어주신다. "우리 이쁜 김선생 어디 가노?" "예, 운동좀 하니라 계단 올라요 할무니." 왔다갔다 할아버지가 그동안 못 본 사이에 얼굴이 뽀애지시고 이뻐지셨다. 요즘 아이들 말로다 반짝반짝 얼굴에서 빛이 난다. 그야말로 물광피부다. 그런데 할아버지 입으신 옷이 좀 얇은 듯 싶다. "할아버지, 오늘은 이렇게 입으시면 좀 추울거 같은데.바람이 제법 불어요." "괜찮다, 요기 아파트 노인정가는데 뭐." "아 할아부지랑 할무니 노인정가시는구나 점심드시러 가세요?" "응, 밥먹으러 간다.김선생도 어서 가서 밥먹어라." "예, 할머니."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왔다갔다할아버지가 얼른 타신다.   붕붕카할머니 귀엣머리를 귀뒤로 넘겨드리고 잘 다녀오시라 인사를 하니 왔다갔다 할아버지가 시크하게 오른손을 들어 인사를 하신다. 오랜만에 보는 왔다갔다할아버지표 시크인사다. 다행이다. 하루에 세 번은 꼭꼭 산책을 나오셨던 왔다갔다 할아버지가 겨울내내 보이지 않으셔서 걱정 참 많이 했는데 얼굴도 해말가지시고 피부도 좋아지시고 일단 할아버지가 건강해지신거 같아 기뿌다. "할아버지, 피부가 너무 좋아지셨어요~ 할아부지처럼 애기피부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해요?"하고 물으니 붕붕카할머니가 얼른 나서신다. "비법이 어딨어? 왠종일 집안에만 처박혀 있으믄 저리 된다." 붕붕카할머니 말씀에 왔다갔다할아버지 표정없이 또 손을 드신다. 다녀오세요 할아부지 하고 인사를 드리니 엘리베이터가 닫히는데 갑자기 왔다갔다할아버지가 손을 막아 엘리베이터문을 잡고 하시는 말씀. "나 술 끊었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고 나서도 나는 한참을 엘리베이터 앞에 서 있었다. 이제 왔다갔다 할아버지 삐뽀삐뽀 경찰차타고 오시지 않겠구나. 울 할아부지?술을 끊으셨단다. 많이 힘드셨을건데... 고맙습니다. 얼른 마트에 다녀와야겠다. 술 끊으셨으니 왔다갔다할아버지 심심한 입 궁진하지 않으시게 과자랑 주전부리하실거 이거저거 사러가야겠다.  
미술치료 가족의 세상살이
보고플 때 못 보는게 이별입니다.

(21) 성인발달장애센터 청년회..

그냥 어느 주말 오후였다. 평일의 분주함을 보상하려는 일념으로 낮잠도 푹 자고 밖으로 나왔다. 막 봄이 오려는 시점의 따스한 햇살을 맞으며 한가롭게 동네공원을 거닐고 있을 때였다. ‘띠리링’ 울리는 알림 소리에 핸드폰을 집어들던 나는 한참동안 발걸음을 멈춘 채로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선생님 오늘 A가 심장마비로 천국에 갔습니다... 위로바랍니다....” A는 성인발달장애인센터에 다니는 20대의 청년으로 지적장애를 가지고 있지만 일반인들과 비슷할 정도로 뛰어난 학생이었다. A가 처음 집단수업(치료적인 목적이기 보다 교육적인 목적으로 진행하는 경우이기에 상담 대신 수업이라는 말을 사용하였다.)에 참여하던 날, 입은 꾹 다물고 고개는 푹 숙여 땅을 응시한 채로 필요할 때만 살짝 들어 정면을 응시하던 모습이 떠오른다. 그땐 A가 새로운 곳에 적응하는데 있어 많은 어려움이 있었고 새 친구들과의 대면에 자신을 드러내길 힘들어했었다. 아마도 센터에 오기 전 다른 곳에서 지적장애인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사회에 적응해가면서 받았던 상처와 아픔의 흔적들이 있어 쉽사리 사람들에게 마음을 여는 것이 힘들었던 것 같다. 그러던 그가 조금씩 센터 수업에 적응해가면서 땅만 바라볼 것 같던 고개는 점차 정면으로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몇 달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바짝 긴장한 채로 어색한 미소를 짓던 그는 사라지고 유쾌하게 활짝 웃는 모습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내가 진행하는 수업은 20대 이상의 성인발달장애인들이 특수학교를 졸업하고 나서도 교육이 필요로 하거나 사회생활을 하는 것을 돕기 위한 성인발달장애기관에서 사회적 상호작용과 자기표현 향상을 목적으로 매주 진행하고 있는 집단수업이다. 그들과 수업을 할 때면 굉장히 자유로운 느낌을 받는데 그것은 아마도 서로 평가하고 비난하거나 무시하지 않는 분위기 때문인 것 같다. 마치 나부터 어린아이가 된 듯 몸 개그 시도부터 살짝 오버스러울 정도까지 어디서 감히 체면이 상할까 보여주지 못한 내 모습을 마음껏 개방할 수 있어 매우 즐거운 시간이다. “선생님 오늘은 기분이 너무 좋아요. 근데 이따가 광화문 연가 노래 좀 틀어주시면 안돼요?” 다른 집단원들은 빠르고 흥겨운 노래를 좋아하는 것에 비해 A는 정말 발라드를 좋아하여 집단원들의 댄스본능에 찬물을 끼얹기도 했다. 가끔은 트로트 음악도 굉장히 좋아하여 안 맞는 음정에도 신나게 흥얼대곤했다. 그러다가 신이 날 때는 왼발과 오른발을 교차하며 점프를 뛰는 춤을 추곤 했는데 점프력은 높지 않으나 다리가 교차되는 속도가 엄청 빨라서 따라하기 힘든 제법 난이도가 있는 춤이었다. 나는 그가 그 춤을 출 때면 옆에서 매번 흉내를 내며 따라 추었는데 따라하는 내 모습을 보고 뭐가 그리 재밌는지 그와 집단원들은 온통 깔깔거리며 웃어대곤 했다. 그렇게 4년이라는 시간동안 꾸준히 성장해오던 A는 센터의 실습생이 되었고 주말에는 센터에서 커피 만드는 아르바이트를 했다. 또한, 특유의 의젓하고 여유있는 모습으로 당당히 청년회장에 당선되었다. 그날은 집단 수업을 15분 일찍 마치고 당선 축하 과자파티를 했다. 당선 소감을 한번 말해보라 하자 그는 덤덤하게 과자를 먹으며 “이제 친구들 많이 챙겨줘야죠. 선생님 말씀도 잘 듣고 열심히 하려고요.” 라고 말했다. 학습의 결과물 같은 아주 정석적인 대답이었지만 진심어린 그의 모습이 참 든든하고 뿌듯했다. “네... 그리로 곧 가겠습니다..” 갑자기 A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듣고 빈소를 찾았을 때는 상실의 아픔도 있었지만 그동안 함께 지나온 시간의 흔적들이 떠오르며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잔뜩 긴장해있던 첫 만남부터 자신감 넘치고 든든한 청년으로 성장하기까지의 모습들과 그가 해주었던 한마디 한마디들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선생님이 너무 좋아요. 친구들도 좋고 맨날 이 수업만 했으면 좋겠어요.” “그래? 증말?? 헤헤..” 그가 이렇게 말할 때면 너무 기분이 좋고 뿌듯해서 “그래.. 나도 A가 너무 좋아. 늘 열심히 참여하고 A랑 수업하면 너무 재미있어.” 라고 말해주곤 했었는데... 이렇게 준비없는 이별을 맞이할 줄 알았더라면 더 잘해줄 것을... 그는 장애인이기 이전에 한명의 인간으로 소중한 사람이었고 부모에게는 자랑스러운 아들, 센터에서는 청년회장까지 맡은 든든한 학생이었다. 힘든 상황에서도 어려움을 이겨내며 묵묵히 성장해나가는 그를 보면서 내가 도움을 주었다기보다 되려 그를 통해 내 삶에 대한 가능성을 확인하고 의미를 찾아왔었던 것 같다. 치료사라는 직업은 마치 누군가를 돕고 있는 듯하지만, 어쩌면 스스로를 돕고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누군가에게 변화를 주면서 나 스스로도 변하고 있으니 말이다. 나에게 좋은 추억과 삶의 가능성을 느끼게 해준 A야 정말 고맙다. 그리고 네가 참 그립다.                        <출처 : http://cafe.naver.com/lovejungcy/474318>  
마실나가기
차이나타운에서 맛보는 대를 잇는 ..

중구청 옆 곡가 - 아들과 아버..

[마실나가기]는 '가까운 우리 동네의 멋진이야기'입니다. 바로 마을 주변에서 숨은 이야기가 있는 가게를 찾아 그곳에 녹아있는 스토리를 담아드립니다. 필자는 사회복지사이면서 <인천in> 시민기자로 활동해온 문미정님입니다. 아이 둘 가진 엄마의 따뜻한 눈으로 아이들과 함께 다니며 알게 된 마을 이야기를 일상의 소비생활을 중심으로 엮어갑니다. 숨은 이야기가 있는 곳의 제보도 받습니다.  [마실 나가기] 8번째 이야기는 제보된 내용으로 꾸며보았다. 최근 중구청 오른쪽 담벼락 골목에 빨간 간판이 들어섰다. 교회를 오가며 “어! 새로운 가게가 생겼네?” 했는데 바로 중국집 '곡가'(曲家 772-9555 중구 자유공원남로 3)였다. 그간 많은 소소한 가게들을 찾았지만 이번에 찾은 '곡가'에도 숨은 이야기가 많았다.   처음 찾은 가게는 자그마한 규모에 소박하기 그지없었다. 차이나타운 변두리에 위치한지라 호젓하게 식사를 할 수 있었다. 개업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이었다. 주방장인 곡창신씨와 이런 저런 얘기를 해가며 식사할 수 있었다. 요리하는 모습도 직접 볼 수 있었는데, 특히 아들과 함께 나란히 서서 칼질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지금의 자리는 원래는 가정집이었다고 한다. 이곳에서 다섯 자녀들이 모두 성인으로 자랐다. 몇 명은 결혼 후 출가 하였고, 몇 명은 아직 같이 살고 있지만 다들 출가할 예정이다. 유일하게 남아있게 될 가능성이 있는 자녀는 같이 칼질을 하고 있는 막내 아들이다.   곡씨는 자녀들이 출가하여 빈방이 늘어나면서 가게를 시작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렇다하더라도 아무런 기술이 없는데 중국 요리집을 할 수는 없을 터, 어떻게 중국집을 오픈하게 되었나 하고 궁금함을 물었다.   곡 주방장은 인천 남구 용현동에서 출생한 화교이다. 할아버지 세대부터 한국에 들어와 농사를 지었다고 한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한국에서 만나 결혼을 하였다. 당시 아버지는 요리 기술이 있었는데, 꽈배기를 만들어 팔았다고 한다. 자신이 요리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은 아마도 이런 아버지의 영향이 있었던 것 같다고 곡 주방장은 설명했다.   그는 장성한 후 일본 오사카 신사이바시에 있는 SOGO백화점 중식당 덕성원에서 일을 하게 된다. 다시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인천에서 유명한 평화각, 진흥각등에서 근무하고, 현대백화점에서는 외식사업과 중식조리장을 맡기도 한다.    이후, 연안부두에서 15년 정도 중국집을 운영 했었다. 그러나 경찰청, 해양청 등 큰 회사와 관공서 등이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면서 가게를 접을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집이 있는 차이나타운으로 넘어와 집 근처에서 다시 가게를 오픈하였으나 가게 임대료를 감당하기 어려워 다시 가게를 접게 된다.   요리에 대한 미련이 늘 남아있던 그는 자녀들이 출가하여 집에 빈 공간이 생기면서 요리집을 다시 운영하고 싶어졌고, 때마침 자녀 중 막내 아들이 요리에 관심을 보여 이렇게 세대가 함께 가르치고 배우는 학교식 식당을 운영하게 되었다. 작은 규모이지만 가족끼리 운영하기에는 그만이라며 임대료 부담이 없는 얘기를 하자 미소를 지어 보였다.   곡가네 요리집의 자랑을 좀 해달라고 요청했다. 대만식 중국요리를 선보인다는 것이 차이점이라고 한다. 자신의 요리 노하우와 대만에서 요리를 배워온 아들이 함께 차별성 있는 요리를 대접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자랑이다. 그래서 그런지 ‘곡가’에서는 그동안 먹었던 중국요리와는 조금 색다른 맛을 느낄 수 있다.   차이나타운에 많은 요리집이 있지만 너무 많아서 이제는 차별화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게 되었다고 한다. 더군다나 ‘곡가’는 차이나타운에서는 조금 떨어져 있는 변두리에 위치하고 있어서 요리를 잘 하지 않으면 다시 가게를 접어야 한다며 포부가 대단했다. 무엇보다 아들과 나란히 요리를 한다는 자부심이 엿보여 인터뷰 하는 내내 흐뭇하고 즐거웠다. 아무리 중국인이 생활력이 강하다고 하더라도 타국에 와서 이주민으로 정착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중국 고유의 문화와 맛을 지켜가는 곡 주방장 가정이 대대손손 한국에서 오래 오래 잘 어울려서 살아가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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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인천 르네상스’ 찬반 엇갈려 ‘진통’

일부 지역상인 지지 기자회견... 시민단체 “기업만 배불리는 사업”

인천시가 추친 중인 '동인천 르네상스 프로젝트'가 찬반 대립으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역의 일부 상인들과 주민들이 사업지지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히고 있으나 지역 시민단체들과 일부 상인, 주민들은 기업만을 위한 정책인데다가 분양가는 높은데 반해 보상가는 터무니없이 적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찬반 간의 갈등으로 장기간 진통이 예상된다.   중앙상사(양키시장), 중앙·화수시장 상인연합회, 냉면골목 등의 재래시장 상인들과 화수·삼두아파트 등의 일부 주거민들은 29일 오전 인천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동인천 르네상스 프로젝트’를 지지한다며, 사업이 속행되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양키시장을 비롯한 중앙·화수시장은 40~50년 정도로 오래된 상가건물을 가지고 있다. 2007년도 안전검사에서 D등급을 받았고, 지금은 E등급으로 추측된다”며 “우리 시장들은 소래포구 어시장처럼 화재와 붕괴에 노출되어 있다”고 호소했다. 이들은 현재 계획 중인 80층 복합건물의 위치가 동인천북광장의 2/3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을 수정해 1500평 단일구조물인 중앙상사(양키시장)자리로 변경하는 방안의 구상도 제시했다.   더불어 현재 양키시장의 경우 200여 점포 중 50여 점포만 장사를 하고 있다며, 공영방식에 따른 적정한 보상과 80층 복합시설의 상가분양권을 건설원가로 제공해 주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인천지역 시민사회단체들과 일부 상인들은 "원주민을 헐값 보상으로 내몰고 투기적 자본만 살찌우는 뉴스테이 사업을 전면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높은 분양가에 비해 낮은 보상가로 ‘헐값 보상’ 논란과 용적률을 상향 조정하는 등으로 기업의 수익성에 초점을 두고 있다며, 결국 원주민을 내모는 ‘서민 없는 서민 정책’이라는 비판이다.   특히, 이들은 민자 유치를 통한 사업추진에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는데, "부동산 경기 침체 상황에서 민자 2조원 유치 사업이 가능할지 상식적으로 의문이 든다“는 것이다.   또한, 뉴스테이 사업에 참여하는 마이마알이에 대해선 "십정동 뉴스테이 사업을 진행한 업체로 주민들의 삶터를 헐값으로 보상해 반발을 샀던 업체"라며 "민간자본에서 얻어진 개발이익을 주민으로부터 착취할 것이다"고 반발하고 있다.   ‘동인천 르네상스 프로젝트’는 2022년 준공을 목표로 동구 송현동 100번지 일원 19만5천877㎡의 터에 1조9천763억 원의 자금을 투입해 80층 규모의 복합시설과 연도형 상가시설을 갖춘 중심상업지구를 조성하고 배후 주거단지에는 뉴스테이 5천800여 가구를 건립하는 사업이다.    

대선 앞 '인천 과제' 놓고 인천시-시민사회 ‘동상이몽’

“대선후보들이 인천에 애정 가질 수 있게 시가 유도해야”

  인천시가 각 당의 대선후보들에게 전달할 지역 10대 공약을 확정한 가운데, 시민사회가 이와는 별도로 10개 내외로 현안과제를 정리해 조만간 발표할 것으로 예고했다. 시가 거시적인 공약사항을 내걸지 못했다는 것이 이유인 만큼 지역사회와의 소통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인천시는 지난 23일 제19대 대통령 선거와 관련해, 지난 세월호 참사 이후 해체된 해양경찰 부활 및 인천 환원을 필두로 하는 대선공약 지역현안 10대 과제를 발표했다. 시는 이들 과제를 각 정당의 인천시당에 설명하고 이를 대선후보자들에게 전달토록 요청한다는 계획이다.   시가 발표한 10대 과제는 ▲해양경찰 부활 및 인천환원 ▲ 지하철 7호선 청라 연장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B) 조기착공 ▲경인고속도로 일반도로화 특별법 제정 ▲제3연륙교 조기 착공 ▲수도권매립지공사 관할권 이관 및 대체매립지 확보 조기 추진 ▲경인아라뱃길 활성화를 위한 규제 개선 ▲국립인천해양박물관 건립 ▲인천KBS 방송총국 설립 ▲인천공항내 항공기정비사업 특화단지 조성 등이다.   여기에 해사법원 및 국립인천해양과학대 등의 설치 추진과 백령도 신공항 건립, 여객선 준공영제 시행과 공항철도의 수도권 통합환승요금제 적용확대 등 직·간접적 공약과제 등도 함께 제시했다.   이에 대해 인천 시민단체 일원이 진행하는 팟캐스트인 ‘인천시민팟’은 아쉬운 평가를 했다. 공약들 중에는 바람직한 것도 있으나 상당수가 하부단위 공약으로 대선후보의 공약이라기보다는 시장의 공약처럼 다가가는 등 ‘큰 그림’을 그리지 못하고 지원 요청 등으로 일관했다는 게 이들의 의견이다.   이들은 최근 업로드된 방송을 통해 “예를 들어 경제자유구역은 당초 계획과 달리 결국 아파트 단지로 만들어 놓은 것에 대해 차기 정부가 어떤 자세를 취하고 대안을 찾을 것인지, 혹은 지역사회에서 연일 제기되는 ‘인천 홀대론’에 대해 대선후보들이 인천에 애정을 갖게 하는 방법을 고민했어야 했다”는 등의 지적을 이어 나갔다.   ‘인천시민팟’의 조강희 진행자(인천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는 “시가 정한 공약은 상당수가 하부단위 성격의 공약인데 인천 말고도 타 지자체들 또한 대선후보들에게 촉구하는 바가 최소 10가지가 넘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라며 “그렇게 대선후보들에게 요청하는 사항들이 결국 수백 가지가 될 텐데 그렇게 됐을 때 이들 대선후보들이 인천에 대해 특화된 애정을 보이겠느냐”고 말했다.   ‘인천시민팟’ 진행 장면. (사진 출처 = 강병수 전 시의원 SNS)   실제 최근 업로드된 인천시민팟은 “지금의 대선후보들 모두가 인천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고 있다”며 다급함을 전했다. 여야 모든 대선후보들이 인천을 찾아왔을 때를 제외하고는 공식석상에서 딱히 인천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고 있는 현 상황을 빗댄 것이다.   결국 시장이 시민에게 하는 공약과, 대통령이 시민에게 하는 공약은 차이가 있어야 하는 법이며, 시가 대선후보들에게 인천에 대한 더 큰 그림을 그려서 요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각종 중앙시설의 유치나 지원을 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도 물론 방법일 수는 있겠지만, 지금까지 경선을 치르고 있는 대선후보들 중 인천을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없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시가 인천의 과거와 현재 등을 요약해서라도 파악할 수 있도록 배려했어야 했다”면서 “그렇게 되면 대선후보들에게 같은 지원 요청을 하더라도 보다 그 당위성을 체감할 수 있었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한편 인천지역의 시민단체 회원 등으로 구성된 '인천시민의 힘'은 오는 29일 오후 7시 부평아트센터에서 ‘대통령 후보에게 요구하는 인천 10대 과제 만들기’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인천시민팟의 이성수 패널진행자는 “현재 초안 정도로 잡힌 과제들이 좀 있고 정책적으로 논의를 거치고 있는 중”이라 전했다.   ‘인천시민팟’이 밝힌 인천 현안과제의 초안 내용 중 일부는 다음과 같다. (29일 10대 과제 선정 시 다른 의견들과 함께 검토 후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1. 인천 민주평화회관 건립 2. 촛불시민의식 사례로 민주시민교육 활성화. 제도화. (두개 요구사항 묶음) 3. 경인고속도로 일반화사업의 ‘국가사업화’ 추진 (정부가 해당 사업을 인천에 모두 떠넘기지는 말라는 메시지.) 4. 인천내항 및 주변지역의 ‘대한민국 대표 친수 공간’ 조성. 5. 평화정부 수립과 함께 이 일환으로 “서해5도 남북 평화지대” 선언. 6. 인천 내 갯벌국립공원 및 해양국립공원 등 지정. 7. 계양산, 부평미군기지 등의 국가도시공원화. 8. 인천 내 국가산단들에 대한 환경개선사업 추진. (남동산단, 주안산단 등) 9. 청년대학생 등 주거복지문제 해결. 10. 원도심 활성화와 정비사업 시 주민재정착 지원 등에 대해 정부와 시가 함께 노력. 11. KBS방송 인천총국 혹은 인천N뉴스센터의 운영 필요성. (시 공약과제와 일치) 12. 인천 내 유해국가시설 수 증가 방지 및 이전 가능한 시설의 이전배치. 13. 인천홀대론 해결을 위한 지방분권실현 및 균형발전 위한 법제도 정립 등등.    

중국 사드보복, 영종 카지노리조트 좌초 위기

‘파라다이스시티’ 다음달 오픈 두고 업계 “경영위기 올 것” 시각 중론

  중국의 사드 보복 여파로 영종지구 내 카지노 복합리조트 사업에도 먹구름이 일고있다. 당장 영종지구 내에 다음 달 오픈하는 동북아 최초의 카지노 복합리조트인 ‘파라다이스시티’가 초반부터 운영 상 어려움에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25일 인천시에 따르면 인천국제공항 국제업무단지(IBC)에 오는 4월 20일 파라다이스시티가 개장을 앞두고 있다. 파라다이스그룹과 일본의 세가사미가 총 1조 3천억 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조성한 약 33만㎡ 규모 복합리조트다.   파라다이스시티의 1단계 사업장에는 총 440대의 신식 게임 기계가 동반된 국내 최대 규모의 외국인 전용 카지노와 6성급 호텔 리조트(711실), 약 1,6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컨벤션 시설 등이 조만간 선을 보일 준비를 하고 있다.   인천시 또한 파라다이스시티를 비롯한 카지노 복합리조트 사업 조성에 나름 공을 들여왔다. 그러나 최근 중국의 사드 보복조치로 인한 한국 단체관광 금지령 등으로 인해 이 노력에 빨간불이 켜졌다.   중국의 조치로 인천공항 등이 벌써부터 한산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파라다이스시티가 개장 초반부터 고객 유치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경영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이 지역사회는 물론 업계에서도 중론으로 자리잡고 있다.   인천공항에서 근무하는 한 직원은 “중국의 여행 금지령을 기준으로 눈에 띄게 공항인파가 줄어든 것을 확인할 수 있다”면서 “나 말고도 다른 공항 내 일하는 분들이 한결같이 같은 소리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중국의 조치로 인해 중국 관광객 수도 일일 평균 2천 명 가량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공항면세점의 타격이 상당한 것으로도 일부 확인돼 공항 내 면세업체들이 최근 인천공항공사에 임대료 인하를 요구했던 것은 좋은 예다.   당초 파라다이스시티 측은 국가별 주요 고객 분포도를 조사해 중국과 일본, 그리고 타 국가 관광객이 각각 6대3대1의 비율이 될 것으로 보고 있었다. 실제 중국의 조치 이전까지 국내의 주요 외국인 전용 카지노 시설에서, 중국인 관광객이 올려주는 매출 비중이 파라다이스시티 측과 비슷한 분포도를 보이고도 있었던 상황이다.   카지노관광업협회가 내놓은 통계 자료에서 2015년 기준으로 국내 16개 외국인 전용 카지노의 전체 방문객 중 중국인 관광객이 60%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난 것은 이를 증명하고 있다.   행정자치부도 이를 우려한 듯 파라다이스시티가 개장 직후 운영에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면서 인천시 등에 대책을 마련해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이 사업에 적잖이 공을 들였던 인천시는 지금까지도 중국의 조치로 인한 여파에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영종지구를 품에 안고 있는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역시 대안이 없는 건 마찬가지다.   그나마 인천관광공사가 이달 중 파라다이스그룹과 관광객 유치에 대한 MOU를 체결했지만 실효성은 별로 없을 거라는 시각이 많다.   업계 관계자는 “파라다이스시티가 현재 운영을 위해 직원들을 2천 명 가까이 채용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오픈 초기부터 경영부실로 인한 어려움이 가시화될 경우 이들 직원들의 일자리가 위험해질 수 있다”라며 “파라다이스그룹은 물론 인천시 등 유관기관들이 협의해 대책 마련을 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의견을 말했다.  

”세대 간 학습·연대 통해 세대갈등 치유해야“

인천시민사회단체연대, '노인 주제' 128차 시민사회포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 10일 파면되며 길고 길었던 ‘탄핵 정국’이 마무리됐다. 그러나 탄핵정국을 거치며 드러난 국론분열과 세대간 이념갈등이 극에 달해 사회 통합과 치유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윤형 인천서구노인복지회관 관장은 23일 오후 남동구 인천시민사회단체연대 사무실에서 열린 128차 인천시민사회포럼에서 “여러 시대적 사건을 거치며 촛불과 태극기 등 세대 간의 갈등은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정치권이 제자리를 찾아 새로운 정치 질서를 제시해 갈등을 해소해야 된다”고 밝혔다.   최 관장은 “국민들이 ‘두 국민’으로 분할된 이유에는 현재 국면을 악용하고 있는 몇몇 정치인들과 일부 단체들의 만행도 한 몫 거들었다”며 “이를 해결하지 못하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어두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정부 차원에서 오히려 세대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며 “세대문제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는 징후는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만들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 관장은 진보와 보수라는 일반적인 이념 갈등에서 “어떤 개인이 분배와 평등을 중시하는 좌파적 입장을 갖지만 동시에 전통적인 가치를 존중하고 남성 우월주의적 시각을 가질 수 있다“며 ”현대와 같은 다원적 사회에서 이념의 다원화는 당연하고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제언했다.   이어 ”노인들은 전부 보수라는 의식이 지배적인 면이 있는데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라며 ”그분들과 꾸준히 대화하면 인식의 전환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에 다양한 플랫폼과 채널을 통해 어르신들의 말을 듣고 논의를 이어나가고, 어르신들은 어른으로서 지역에서 할 일을 해나가야 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최 관장은 ”그들은 일방적으로 통보를 받고 세뇌를 당하던 어쩔 수 없는 시대를 살아왔다“면서 ”하루 아침에 그들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겠지만 그것도 이해해야 된다“고 말했다.   결국 이런 세대갈등 완화를 위해선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 전환의 필요성과 정책 차원의 해법을 모색한 뒤, 결론적으로 대의민주주의 체제하에서 사회 갈등 완화를 위한 정당과 정치 역할의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최 관장은 ”두 세대가 서로에게 필요한 것을 가르치고 배우는 ‘세대 간 학습’과 모든 연령층을 위한 ‘세대 간 연대’는 정당이 제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정치가 제자리를 찾게 될 때 비로소 그 가능성의 해법을 발견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배다리 요일가게 '봄'을 열었어요~

"다多~ 괜찮아" 3월부터 생기 가득~

  이상한 나라?로 어서오세요~ '이상한 나라 엘리스'와 '시계를 든 토끼'가 맞아주는 좁고 작은 나무 문으로 들어가면 높은 천청과 붉은 벽돌이 감싸고 있는 멋진 공간이 나타난다. 아는 사람은 다 아는, 그러나 여전히 모르는 사람도 많은 '조흥상회' 창고 건물을 개조해 만든 <배다리 요일가게 다多~괜찮아>다. @하늘색 '조흥상회'건물 바로 옆에 붙은 붉은 칠이 되어있는 셔터문이 있는 곳이 창고 건물이었고, 이 공간이 1년 이상 닫혀있었다. 이 공간이 '요일가게'로 다시 살아나게 된 것. 봄바람이 제법 부는 22일(수) 점심, 왁자지껄 사람들이 둘러앉아 식사 중이다. 이미 식사를 하고 있는 분들도 있고, 아직 사람도 없는 빈 테이블에 수저가 가지런히 놓이고, 막 퍼서 놓아둔 밥과 된장국의 수증기가 눈 앞을 어지럽히고 있었다. 오랜만에 먹는 정성 가득, 금방 무쳐낸 봄동 겉절이와 비린내도 안나는 생선찌게며 갓 지은 서리태밥에 바지락 된장찌개에 취재는 잊고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며 정신없이 식사를 하고 말았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밥을 먹고, 한켠에 넉넉히 깍아 놓은 과일 한 조각씩을 먹으며 마무리. 더러는 나가고 남은 사람은 다 먹은 그릇을 정리한다.  그 즈음 어린아이 손을 잡은 한 엄마가 들어와서 식사가 되는지 물었다. "아이고, 밥이라도 있으면 줄텐데 어쩌죠? 아쉽게도 밥이 떨어졌는데 ... "  남아있던 사람들도 아이를 보며 안타까와 했다. 아이 엄마가 아이에게 "밥이 떨어졌데... 다음에 오자!" 하며 아쉬운 발걸음을 돌렸다.  예약제로 수요일 점심 한 끼만 판매하고 있는 배다리 요일가게의 '수요일가게' _ <인희의 집밥과 수요미식회>다.   배다리 요일가게? 그게 뭔데?   @ 2014년 문을 연 요일가게 내부 전경 인천 동구 배다리 헌책방 거리 입구에는 조흥상회라는 옛 건물이 있고, 그 건물 창고로 있던 공간을 다듬어 만든 곳이 <배다리 요일가게 '다多~괜찮아!'>다. 2014년 <생활문화공간 달이네>가 1년 이상 방치되어 있던 조흥상회 벽돌식 창고 건물을 임대했고, 인천문화재단의 <지역거점공모사업>에 선정되어 공간을 다듬고, 임시 운영도 해보면서 <배다리 요일가게 다多~괜찮아>가 12월 3일 공식적인 개장을 했다.    마을주민의 구체적인 활동과 지역 예술가와 결합, 다양한 시도를 해 보고자 요일마다 주인이 다른 <요일가게>와 진열장 하나하나를 임대해 운영하는 <가게in가게>, 그리고 작은 전시와 공연 등 자유로운 형식의 문화적 공동체적 운영을 기획하며 운영을 시작했다. 17명의 주인이 있는 가게(7개의 요일가게와 12개의 가게in가게)로 활기차게 시작된 요일가게는 2015년 이후 수 많은 방송과 신문에서 새로운 경제모델이자 공동체 가게 운영 모델로 소개되기도 했다.  "물건을 사고팔아 수익을 내는 것이 주 목적이 아니라 공간을 통해 사람과 사람이 만나고 그 안에서 서로 소통하며 마음을 나누는 곳이 되고자"하는 마음과 "서로의 앎을 자랑질 해도 칭찬해주고, 부족한 부분이 있어도 격려하며 채워주는 마음씀씀이가 있는 곳"으로 "여럿이! 함께!, 그리고 천천히" 만들어져 가는 공간으로서의 요일가게를 기원하며 요일가게를 시작한 마음을 전했었다.  청산별곡은 이런 기조를 유지하며 2017년 여전히 이 공간을 이용한 다양한 활동을 계속하며 다듬어 가고 있다.  @2014년 12월 작은 파티가 열린 요일가게 차가운 건물에 온기를 더하는 재능은 정성이다. 조흥상회 건물도 그 창고 건물처럼 상당히 오랜기간 쓰레기처럼 방치되었던 건물이었다. 그런 곳을 6개월여 쓰레기를 치우고 정리해서 지금의 다양한 공간으로 살려 '생활문화공간 달이네'를 꾸리고 빚어낸 이가 바로 이 '요일가게 지기'다. 그녀는 2009년 배다리의 <오래된 책집> 공간을 정성껏 다듬어 두 마리 고양이와 함께 '나비날다 책방'의 책방지기였다. 그 책방의 셔터문에는 '나비, 오래된 책방에 날아들다'라는 글과 함께 흙을 밟던 맨발, 그 발가락 사이에 또랑또랑 눈을 뜨고 있는 귀여운 지렁이 그림이 그려있던게 아직도 눈에 선하다.   @오래된 책집에 있었던 '나비날다 책방' 그 자리에 있던 '나비날다 책방'도 딱딱한 일반적인 건물 내부를 정성이 가득 담긴 손맛에 사람과 고양이의 냄새로 온기를 채운 공간이었다. 따뜻한 차와 아기자기 흥미롭고 작은 소품들이 가득해서 보물창고 같기도 했던 공간으로 조흥상회 건물로 이사갈때는 그 공간이 너무 아깝기도 했었다. @'오래된 책집'의 흔적을 그대로 남겨두고 '나비날다 책방'을 더했고, 그 옆에 유기농먹거리 작은가게도 함께 운영하기도 했다.  이렇게 멋진 공간을 발견해내는 안목과 어떤 공간이던 손품, 발품, 바느질 정성에 따뜻함과 흥미로운 소품들로 온기 가득한 공간으로 가꾸어내는 이가 바로 '청산별곡'이다.     @'문학당'이 있던 자리에 자리를 잡았던 '나비날다 책방'은 이 건물 안채로 들고, '배다리안내소'라는 이름으로 배다리 헌책방 거리를 소개하고 마을에 사람들의 마음을 들어오게 하는 마중물 역할을 하고 있다. 오래 되고 낡은 것을 살리는 힘 버려진 것도 살려쓰고, 낡은 것도 고치고 다듬어 쓰는 사람이 있다. 차가운 건물, 곧 무너뜨려서 새 건물을 지어야 할 것만 같은 공간을 눈부시게 살려내는 사람이 있다.  그건 그저 인테리어를 멋드러지게 해서 살려내는 일이기만 할 것 같지만 함께 살아가는 이들- 일상으로 만나는 이웃들, 새롭게 만나는 사람들의 재능과 특성, 개성과 인성을 눈여겨 보고 살펴서 그것을 키워주는 그의 재능이 있었기에 또한 가능했다. 멋진 재능을 키워보지도 못하고 일상을 사는 이들에게 기운을 내게 하고, 마음을 살리게 하는 일이 더해지자 오래된 건물을 살려 쓰는 일은 이제 사람을 살리는 일이 되기도 했다.  요즘 배다리가 있는 동구는 여러모로 시끄럽다. 가난한 사람들의 작은 집을 빼앗다시피 해서 건설사들을 배불리는 '박근혜표 뉴스테이' 사업으로 평생의 삶터를 빼앗길 위기에 처했다.  사람들이 살고있는 집 바로 아래에 구멍을 파고 터널을 내서 고속도로를 내는 바람에 건물 붕괴의 위험과 독성 있는 미세먼지를 일상적으로 맡아야 하는 환경으로 건강한 삶을 위협받게 된 사람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지만 그들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 시와 구의 행정 탓에 하루가 멀다하고 집회가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오래된 것들을 마구 허물다보니 그 안에 살아가는 사람들 조차 마구 허물어 버리려는 이들이 있다. 그들이 건물과 사람을 살려내는 '나비날다 책방' 지기이자 '생활문화공간 달이네' 지기인 청산별곡의 안목과 태도를 배웠으면 좋겠다.   2017년 3월, 세번째 '봄'_가게를 열었다. 우수(雨水 2/18)를 즈음해 겨우내 움츠렸던 기지개를 켜고, 요일가게 가게지기들을 새로 모집하고, 3월 초에는 높고 아름다운 천정에 7개의 달은 작은 별 같은 조명들이 더해지며 다소 어두웠던 공간을 밝혔고, 원목으로 만든 문도 새로 맞춰서 달았다. 월요일가게는 <마음만만,소설만만>이라는 이름으로 '마음만만연구소'에서 운영하는 '단편소설 읽기( 격주 7시~9시)'와 '아코디언명함 만들기 ( 2시부터 4시) 수업이 진행된다.  수요일가게는 <인희집밥&수요미식회>가  예약제로 운영된다. 목요일가게는 월요일에 진행하던 '달이네-꼬꼬마극장'이 날짜를 옮겨 1시부터 3시까지 진행하는데 함께 보고 싶은 영화를 제안하고 매월 컨셉을 잡아 영화를 보고 이야기 나누는 수다모임이다. '토요일가게'는 커피에 대한 다양한 즐거움을 나눌 수 있는 <토요카페>다. 책도 보고, 커피도 마시고, 음악도 듣고. 주말을 여유롭게 즐기실 수 있는 배다리의 토요일을 선사한다. 일요일 가게는 누구나 편안하게 공간을 누릴 수 있는 '무인 Cafe'로 운영된다. *문의 청산별곡 010 9007 3427/kesime@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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