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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획연재 |

김인자 작가의 할머니 꼬시기
"깔끔하게 늙었어. 객적은 소리도 ..

(156) 흥 많은 아흔 여섯 할아..

  "엄니, 사랑터에서 절친 있어?" "절친이 뭐냐?" "친한 친구." "읍서." "그럼 맘에 드는 사람은?" "맘에 들고 말고가 어딨어. 다 거그서 거기지." "아 그래도 특별히 맘이 가는 사람이 있을거 아닌가배." "읍다, 나는 그렁거." "아니 뭐 그래? 엄니 사랑터 다닌지 을만데 여태까지 친한 친구도 읍어? 엄니 왕따야?" "왕따가 뭐냐?" "다른 할무니들이 엄마랑 안 놀아주는거." "놀아줘? 우리가 뭐 애덜이냐? 노는게 어딨어? 그냥 선생님들이 허라는거 허다가 오는 것이지. 너두 내 나이 돼봐라. 몸땡이 놀리는 것도 힘든데 머가 그리 맘에 드는게 있나? 체조할 때도 요즘은 갠신히 팔을 드는구만."   "그래도 할무니들이랑 얘기헐 때나 노래부를 때나 뭐 그럴때 자꾸만 엄니 눈이 가는 사람이 읍다고?" "애기헐 때?" 사랑터에 친한 친구가 있냐는 내말에 뭐 그런걸 묻냐며 이래도 읍다 저래도 읍다시던 울 심계옥엄니 얘기할때 밥 먹을때 자꾸만 눈이 가는 사람이 없냐는 물음에 갑자기 눈이 반짝거리신다. "아 저 사람은 참 본받을만 허다 할 만한 사람은 있지. 을마전에 새로 들어온 냥반이 있다. 아흔 여섯인가? 일곱인가? 암튼 나이가 많아. 남잔데 아주 점잖아. 깔끔하게 늙었어. 객적은 소리도 일절 안하고 얼굴도 아주 반듯해. 젊었을때 올바른 일을 했을거 같아. 모르는 노래도 읍고 흥도 많고 책도 많이 읽었어. 여자들이 와서 노래 부르고 할때는 좋다구 하구 못 부르는 사람이 와서 노래를 부르면 못한다구 고자리서 바른 소리를 해. 잘한다 잘한다 공갈배기 억지소리 안하고 자기헐 말을 지대로 똑바로 하지. 할 줄도 모르는 것들이 와서 시간 허비하게 한다고 찬소리도 해." "그렇게 대놓고 말씀하신다고?" "응, 일절 허튼소리를 안해.잘하면 잘한다고 하고 못하면 못한다고 하고 정직하게 말을 해. 생일잔치하는 사람들이 와서 노래 부르면 할 줄도 모르는 것들이 와서 한대." "그럼 잘하는 사람들이 와서 하면 잘한다고 해?" "그럼 잘한다고 하지. 혼자 와서 장구도 치고 노래도 부르는 여자가 가끔 오는데 아주 잘 해. 그 여자가 오면 아주 흥이 나서 으쓱으쓱 나가서 놀고 싶어 하지. 그런데 노래를 쬐끔 부르고 나면 목이 아프다고 해. 기운도 없으면서 흥이 나믄 나가서 춤을 추려고 해. 그러믄 선생님들이 쫒아가서 말려. 쓰러질까봐. 들어가서 자리에 앉아서 하시라고 하지. 그래도 말 안들어. 노상 나가. 마음은 다 할거 같으지. 이그, 그런 사람은 늙는게 아깝지."   "연세가 많으신데 대단하시네." "그르치? 구십 일곱이 즉은 나이는 아니지.근데 구십 일곱이래? 구십 육이래는 줄 알았는데..." "나야 모르지.구십 칠인지 구십 육인지." "그렇지? 구십 육이든 칠이든 그게 뭐 중요하냐? 갈 날 기다리는건 칠이나 팔이나 매한가지지. 그러니까 그렇게 힘들어하지? 놀고도 싶고 노래도 모르는거 읍시 죄다 많이 아는데 힘들어서 못허고. 그래도 꼭 따라 불러. 그러고는 목이 아프대. 춘향가도 아주 잘 알아. 춘향이가 이도령 만나러 오씨같은 버선발로 나온대. 그런 노래를 해.나이든 냥반이. 노래도 아주 많이 알아. 그런데 부르진 못허지. 힘들어서." "그 할아버지가 자꾸 눈에 보이셔 엄니?" "보이는지 뭔지는 모르겠고 쓰러질까봐 걱정은 되지."   "엄니 내가 아까 라디오에서 들었는데." "뭘 들어?" "무슨 일을 새로 시작한다면 나이가 몇 살이 적당할까요? 하고 묻던데." "뭐 그딴 걸 묻냐? 그 라디오 참 헐일도 읍다." "라디오가 헐일이 왜 없어? 을마나 바쁜데." "바쁜데 그렇게 한가한 소리를 한다고? 라디오가 뭐라고 했다고?" "새로 무슨 일을 시작하려면 몇 살이 좋냐고." "그거야 나이가 한 살이라도 즉을수록 좋겠지. 그 구십 여섯 개 할아부지도 맨날 한 살만 어려도 춤을 지대로 배우고 싶다고 하더만. 한 살 어리믄 뭐든 다 할 수 있을거 같으지? 마음은?" "그럼 할 수 있지.할아버지 보고 배우시라고해." "내가 배우란다고 배우나?" "영국의 할아버지는 99살에 마라톤을 시작하셨대." "마라톤이 모냐?" "뛰는거." "백 살 먹은 노인네가 뛴다고? 걷기도 힘든데 으트게 뛰냐?" "그니까 그 영국 할아버지에 비하믄 엄니는 한참 아래 동생이여. 거의 띠동갑되겠네." "뭘 먹었길래 그 냥반은 그 나이에 뜀박질을 그케 잘한대냐?" "밥 잘 먹고 잘자고 똥 잘싸고 그러신대." "너랑 친하냐? 으트게 그르케 잘 아냐 그 냥반에 대해서?" "하하 알기는 내가 어트게 알어? 엄니 라디오에서 그러드만." "그 라디오 참 신기허기도 하다." "그니까 엄니도 열심히 걷기운동하셔요. 누구는 백 살 먹어서 뜀박질을 한다잖여. " "햐 그 사람이 본받을 만허다. 걷기도 힘든데 으트게 뛰냐? 고거 참 대단한 냥반일세." "그니까 엄니는 아무것도 아니여. 지팡이 짚고 걷는다고 괜이 속상해마셔요. 걷기도열심히 하고 엄니도 영국할아버지처럼 기회가 되면 마라톤에 나가보셔야지." "아구야 지팽이 떼고 지대로 걷기나 했으믄 좋겠다.   근데 말야 너 그 양반하고 친하냐? 친하믄 요거 하나만 물어봐라." "뭘 물어봐?" "그 나이 먹을때까정 지팽이 한번도 안 짚어 봤냐고 한번 물어봐라. 이노무 지팽이만 떼내버리면 나두 마라톤인지 뭔지 그거 한번 해보게 꼭 물어봐라."
말랑말랑 애덜이야기
"친구의 아픔에 / 함께 울어 줄 수 ..

제29화 강서중학교의 아름다운..

지난 6월12일 오전 9시10분, (강화) 강서중학교 전체 학생조회. 김태용 교장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자신이 직접 쓴 자료를 한 장씩 나누어 준다. 그리고 훈화를 시작한다. “저는 우리 강서중학교 학생들이 이렇게 학교생활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먼저 읽을 테니 후반부는 여러분이 읽어 주십시오. 부탁합니다. ^^ 강서중학교 학생의 학교생활 십계명 하나, 친구의 아픔에 / 함께 울어 줄 수 있는 마음을 갖는다. 둘, 친구의 실패를 / 나의 기회로 여기지 않는다. 셋, 선생님이 지켜보지 않을 때 / 나는 더욱 훌륭하다. 넷, 아무도 가지 않는 길이 / 나에게는 갈 수 없는 길이 아니다. 다섯, 특목고는 못 가도 / 내 자신이 원하는 고등학교는 / 분명히 알고 간다. 여섯, 시험 점수와 등수에 / 슬퍼하지 않는다. 다만 / 평소 정규수업 시 / 의미와 관계를 중시하는 수업을 / 이해하지 못할 때는 통곡한다. 일곱, 나보다 / 우리와 공동체를 위해 / 공부한다. 여덟, 내게는 / “계란으로 바위를 깰 수 있다.”는 신념이 있다. 아홉, 우리학교 좋은 점을 / 타 학교 친구들이나 / 초등학교 후배들에게 / 3가지 이상 자랑할 수 있다. 열, 나는 우리 강서중학교의 아름다운 십계명으로 중학교 시절을 살아낸다.” 교장선생님이 앞부분을 크게 읽고, 뒷부분을 학생들은 크게 읽었다. 그리고 의미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신나한다. 빨리 끝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32명의 전교생 중에 몇몇은 감동 어린 표정이고 따라 읽는 목소리엔 울림이 있다. 이어서 김태용 교장은 다시 말한다. “더불어 저는 우리 강서중학교 학생들이 성장해 미래 우리 사회에 아래와 같이 정의롭고 깨어있는 직업인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풀무학교 직업십계명 참조> 하나, 내 자신의 천성과 장점 / 능력을 잘 파악하고 사는 사람이 되자. 둘, 배움의 즐거움을 알고 / 이웃과 더불어 평화를 만드는 사람이 되자. 셋, 성공과 출세보다는 / 나부터 정의롭고 / 가치 있는 생활로 더불어 사는 / 평민이 되자. 넷, 지극히 개인적이고 / 눈에 보이는 잠시의 쾌락 보다는 / 비록 바보라는 소리를 듣더라도 / 늦더라도 / 제대로 미래를 준비하는 사람이 되자. 다섯, 높은 수입이나 명성보다 / 평범하지만 / 이웃사랑을 몸소 실천하며 사는 사람이 되자. 여섯, 흔히 말하는 / 세상이 선호하는 직업보다 / 사회와 나를 필요로 하는 직업이 / 무엇인가를 찾는 사람이 되자. 일곱, 편한 곳보다 / 되도록 힘든 곳을 택하고 / 그만한 가치를 분명히 아는 사람이 되자. 여덟, 인생을 어떻게 살까? / 큰 틀에서 생각하고 / 미래를 진지하게 고민하며 사는 사람이 되자. 아홉, 남이 닦아 놓은 길 보다 /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사람이 되자. 열, 직업에 귀천이 없듯이 / 장차 어떤 직업이건 / 내가 정말로 가치 있고 / 필요한 사람이라는 것을 / 알고 사는 사람이 되자. 여러분이 함께 읽은 이 말을 실천하는 강서인이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아울러 저와 강서중의 모든 선생님들은 여러분이 자신의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연구하고 공부하고 실천하는 어른, 선생님이 될 것입니다.” <강서중 학생들의 통일 기원 1일 사랑의 매점>   5분도 안 걸리는 교장선생님의 훈화에 학생들은 기뻐한다. 더욱 좋았던 것은 교장선생님의 훈화에 자신들도 더불어 함께 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 학생들이 이제 수학여행을 간다. 학교가 작기 때문에 수학여행은 전교생이 모두 간다. 그것도 1~3학년 학생 모두가 간다. 그리고 오늘 쿨 메신저로 김태용 교장의 깜짝 멘트가 날아온다. ‘에어부산 8029편 기장님께. 안녕하세요, 기장님? 저는 강화도 북단 휴전선 접적지역에 위치한 강서중학교 교장 김태용입니다. 승객들의 안전하고 행복한 여행을 위해 늘 고생이 많으십니다. 오늘 이 비행기에 저희 강서중학교 학생 32명과 7명의 선생님이 탑승했습니다. 강서중학교는 63년 전통에 34명의 학생이 재학하는 아주 작은 학교입니다. 어려운 환경에 있는 학생들도 많고, 학교 형편도 넉넉지 않지만, 학생들에게 꿈을 키워주고자 11명의 선생님들이 사랑과 열정으로 가르치고 있습니다. 혹시 비행 중에 surprising event로 저희 학교 학생들을 격려하는 메시지를 전달해 주실 수 있으신지요? 다른 승객들에게 폐가 될 수도 있는 다소 무리한 일일 것 같지만 비행기에서 기장님께서 학생들을 응원해 주시면 우리 아이들이 많이 기뻐할 것 같습니다.   <기내 방송 내용>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떠나는 강화도 북단의 강서중학교 학생들을 환영합니다. 하늘을 나는 새처럼, 여러분들의 꿈을 마음껏 펼치고, 당당하게 나아가길 응원합니다. 강서중학교 선생님들이 여러분을 많이 사랑하신답니다. 그러나 기내의 방송 원칙 등이 있으시면 무리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냥 우리 아이들을 생각하는 학교장의 마음입니다. 항상 안전 비행하시고, 에어부산 가족들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합니다. 강서중학교 교장 김태용 드림 그리고 이들이 바로 지금!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떠나고 있다. 이런 교장과 저런 학생들이 있는 인천 강서중학교의 생활이 부럽지 않은가요? 그리고 이런 교장과 저런 학생들을 생활하는 강서중학교의 선생님들 모습이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416세월호 추모식 및 국민안전의 날 행사><물 로켓 날리기>  
미술치료 가족의 세상살이
지금은 팔지 않는 '요우깡'

(27) 추억의 기차여행 그리고 ..

오랜만에 기차로 고향을 다녀왔다. KTX의 깨끗하고 편안한 좌석에 앉아 시원한 에어콘에 창밖으로 휙휙 빠르게 지나가는 풍경들을 보자니 이 기차는 나에게 우주선만큼이나 신기하게 느껴졌다. 아침밥도 먹지 못하고 허둥지둥 왔기에 판매원에게 간단한 요깃거리를 고르며 옛날 어린시절의 칙칙푹푹 기차, 말하자면 보통열차가 생각이 났다. 어린시절 할아버지는 맥고모자(하얀 테가 있고 검정 띠를 두른 모자)를 쓰시고 빳빳하게 풀먹인 두루마기에 고동색 지팡이를 짚으시고 “주야~~ 가재이.” 하시며 자주 대구에 있는 엄마 집으로 나를 데려다 주셨다. 내 고향 청도(남성현)역에서 대구까지는 기차역을 4개나 지나야 되는데 남성현역을 지나자마자 십리굴이라는 긴 기차터널이 있었다. 그 터널을 지날 때면 갑자기 열차 안이 깜깜해지고 석탄을 떼는 열차 연기가 차안으로 다 들어와서 코 안이 맵고 눈물이 나서 다들 수건을 꺼내어 얼굴을 막고 한참을 ‘철거덕 철거덕’ 기차 바퀴 소리를 들으며 지나갔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는 다음역이 다 왔을 때는 ‘뚜우~ 뚜우’ 하며 힘차게 기적소리를 내곤 ‘슈~~우욱’ 하고 공기 빠지는 소리가 난 다음에 열차는 서서히 멈추는 것이었다. ‘칙칙푹푹 ~ 칙칙푹푹 ~ 칙칙푹푹’ 천천히 가다가 빨라지면 기차 바퀴에 달린 피스톤 같은 것도 속도따라 엄청 빨리 움직이는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고 맨 앞 기차불통(머리)에서는 아저씨가 연신 삽으로 석탄을 집어넣고 열차는 머리 앞에 달린 굴뚝으로 시커먼 연기를 뿜으며 달리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열차 안에는 플라스틱 장바구니같이 생긴 바구니에 여러 가지 먹을거리를 가득 담아 어깨에 메고 제복에 노란 완장을 찬 아저씨가 큰소리로 “달걀 있어요.” “오징어 땅콩 있어요.” “사이다 있어요.” 하고 소리 지르며 사람들 틈을 헤집고 다녔다. 할아버지는 항상 사이다나 삶은계란, 캬라멜, 요우깡(연양갱)등을 사주시곤 하셨다. 사이다의 톡 쏘면서 달콤한 맛, 입에 사르르 녹는 눈깔사탕보다 더 달콤하고 말랑말랑한 캬라멜이 참 맛있었지만 특별히 요우깡(연양갱)은 얼마나 맛있던지! 팟이 군데군데 보석같이 박혀있고 한 입 베어물면 그 쫀득쫀득하고 달콤하고 신묘막측한 맛이란! 나는 엄마, 아빠를 만나는 것 보단 기차에서 먹을 간식거리 때문에 대구에 가는 것이 너무 기다려졌었다. 그때 우리 동네가게에는 눈깔사탕이나 뻥튀기, 센베이과자 외에는 그런 맛있는 과자를 파는 곳이 없었으니 그 즐거움이란 가히 신세계라 말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초등학교 4학년 때쯤 진학문제로 대구로 전학을 오게 되었는데 시골과 도시환경이 너무 다르고 학습 진도도 매우 달라서 내 딴에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던 것 같은데, 그래도 주말에 고향갈 생각만 하며 머리맡에 보따리를 싸놓고 토요일 학교수업이 끝나자마자 냅다 고향가는 기차를 탔고 십리굴을 들어갈 때는 다음역이 고향역이라 가슴이 콩닥콩닥하고 심장이 터질 듯하여 기차 안에서 있지 못하고 기차연결 통로로 나와서 그 깜깜한 곳에서 연기를 고스란히 다 마시고 서 있어서 굴 밖으로 나오면 콧구멍이 새까맣게 된 적이 참 많았던 것 같다. 나에게 기차여행은 천국여행이라 불러도 좋을 만큼 가슴 설레던 추억이었는데 그 십리굴이 이제는 보통열차가 없어지고 나서 감 와인을 생산하는 장소로 유명해졌다. 그 후 중·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마침내 자유인이 되었을 때부터 역마살이 있는 친구들과 자주 기차여행을 다녔었다. 제일 싼 기차가 통일호로, 비둘기호로 이름들이 여러번 바뀌었지만 좌석권이 없는 우리들은 화장실 옆 빈칸에 신문지를 깔고 앉아 트럼프 놀이도 하고 삶은 밤이나 계란을 까먹고 특히나 밤 열차를 타면 대전역에서 퉁퉁 불은 뜨끈뜨끈한 우동 한 그릇 먹으려고 전속력으로 달려가서 먹던 그 맛이란~! 이렇게 기차여행과 군것질은 참 많은 이야기의 추억을 선사하는 것 같다. 두 아이가 태어나고 아이들이 두발로 걸을 수 있을 때부터 다시 내 기차여행은 시작되었다. 아이들이 자기 베낭을 하나씩 메고 나와 양손에 한 아이씩 붙잡고 기차를 타면 꼭 삶은 계란과 눌린 오징어, 연양갱은 우리들의 단골메뉴가 되었고 아이들도 여행가자고하면 입맛을 다시며 기차여행의 군것질거리 때문에 기차여행을 즐기게 되었던 것 같다. KTX로 몇 년전 모처럼 가족여행을 하게 되었는데 딸은 가족석을 예약했고 편안한 좌석에 마주앉아 사이다 대신 커피와 연양갱 대신 초코렛을 먹으며 그래도 이제는 팔지않는 연양갱이 그리웠었다. 아마 맛있는 과자가 너무 많은데 달기만한 연양갱이 인기가 없는 모양인데 우리 가족은 내심 섭섭했다. ‘아니, 그 맛있는 것을 안 팔다니!’ 허긴 가게에는 연양갱이 수북수북 쌓였는데 절대 안 사먹다가 기차만 타면 생각나는 건 추억과 함께 먹고 싶은 마음 때문이리라. 이야기 심리학에서는 모든 동물 중에서 인간만이 유일하게 자기 이야기를 하며 살아가는 ‘이야기하는 동물’이며 또 자기이야기를 만들어가는 동물이라고 했다. 나는 지난 세월 동안 참 많은 이야기를 하며 살아왔지만, 앞으로 남은 날 동안 어떤 이야기를 만들며 살아가고 싶은지 생각해보게 된다. 이제 손자가 걷기도 하고 제법 뛰게도 되었으니 내년부터는 돌돌이와 같이 기차여행을 하며 삶은 계란도 까먹고 맛있는 연양갱도 먹으며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어나갈 생각을 하니 가슴이 두근거린다.   
배다리 통신
책 마을 배다리를 상상하다

[배다리통신 2 ]"책 읽는 사람..

<인천in>이 6월부터 강영희 시민기자의 ‘배다리 통신’을 격주로 연재합니다. 헌책방 길로 유명한 배다리는 근·현대의 우리 민족의 자취들을 간직한 역사·문화의 길입니다. 또한 도로개설 등 공동체를 해체하는 개발로부터 마을을 지키려는 주민들의 노력들로 ‘핫’한 공간으로 떠오르는 대표적인 구도심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배다리에서 사진관을 운영하는 강영희 기자의 눈으로 ‘배다리’의 다양한 모습들을 독자들과 공유합니다. 오랜만의 설렘, 가슴이 두근거린다!   어제는 늦은 밤까지 이런저런 상상을 해보다가 꾸루룩 언제인지도 모르게 잠에 들었다. 피곤한 출근길에서도 가슴 두근거렸다. 다시 ‘꿈’이라는 단어를 입에 담고, ‘꿈을 꿔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 건 오랜만이다. 좋아지려는 사람을 기다릴 때의 기분 좋은 긴장감? 설렘? 그런 것들이 밀려들고 있다.   어제(6.14) 저녁 '배다리 요일가게'에서는 ‘책방인문학_책과 서점’ 첫 강연이 있었다. 전 서울도서관 관장이자 곧 한국도서관협회 사무총장이 된다는 이용훈씨가 ‘도서관과 서점의 행복한 동행을 꿈꾼다.’는 주제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펼쳤다.   사서이자 도서관문화비평가라는 멋진 직업도 있지만 옛 서울시청 건물을 도서관으로 만든 것으로 유명하다고 한다. 지난 5월 광화문 도시농부시장을 끝내고 ‘이와사키 치히로’ 展을 보기위해 묵직한 나무 문을 열고 들어간 기억이 있어 ‘그거!’ 왠지 친근감이 들었다.   맑은 눈망울에 조곤조곤한 말씨로 “책과 서점이, 도서관이 살아남기 위한 키워드는 신뢰-믿음 입니다.”라는 말로 강연이 시작되었다.     질문을 할 줄 알아야 도서관이 필요해요   ‘현 시대의 도서관과 서점의 위치’라는 PPT를 뒤에 두고 서울국제도서전에 다녀왔다 말하는 그는 "전시관 중앙에 의례 있던 대형 출판사 대신 작은 동네 서점들이 자리하고 있다"라며 우리나라 도서관과 서점의 현황으로 이어갔다.   4-5만종의 출판물, 도서관 2만 여 곳, 4차 산업혁명, 가짜뉴스, 공유, 책의 물성, 출판의 새로운 경향, 지역성, 출판하는 도서관, 독서실태, 책을 읽지 못하게 만드는 적-TV, 영화, 스포츠에 교과서, 시험, 시간부족 등, 아마존의 언리미티드, 구글북스, 디지털 도서관, 공공서점, 책의 미래, 공동체 공간으로서의 도서관, 한 도시 한 책, 독서국가의 탄생, 매력적인 책 읽기, 사적인 서점, 서점의 양극화, 도서정가제, 도서관이 되는 서점, 서점이 되는 도서관, 책문화공간의 장단점, 지역성을 담은 위키백과를 만드는 마을사람들과 도서관, ...   @ 갤러리에서 회의중인 주민들 그 짧은 시간에 이렇게 많은 이야기가 물 흐르듯이 이어졌다.   사라질 줄 알았던 종이책의 부활과 더불어 많아진 동네 책방과 작은 도서관 그리고 공동체 공간으로서의 도서관, 책을 읽기 위한 조건과 환경, 동네 작은 책방의 '3년 살아남기' 고민, 책이 없던 시절에 만든 교과서가 다양하고 풍부한 책읽기 경험을 막고 있는 현실, 스무살 이후 책을 거의 읽지 않거나 못하는 사회, 분별력과 해독력이 떨어지는 성인들, 독서가 필요한 이유 등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PC 검색이란 게 없는 시절 청소년기를 보낸 나는 어떤 궁금증이 있을 때 백과사전을 많이 들춰봤다. 맞닥뜨린 호기심, 궁금증이 풀려도 그대로 덮지 않고 연관된 다른 이야기들도 함께 접할 수 있어 여러모로 좋았던 기억을 떠올리며 ‘나에게 도서관은 그 빨간 백과사전이었구나!’ 싶었다.     서로 다른 세상을 연결해주는 무지개다리 ‘바이프로스트’   나는 교과서를 제외하면 책을 쉽게 접할 수 없는 어린 시절을 보냈다. 책보다는 TV, 워크맨, 영화, 컴퓨터, 인터넷을 주도적으로 받아들이던 이른바 '영상세대'라 불리던 x세대이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책에 대한 뭔지 모를 선망이 있었다.   어디서든 누구든 책 읽는 사람의 모습은 왠지 멋지게 느껴졌고, 책으로 만나는 다양한 세계는 어떤 여행보다 흥미로웠다. 그 세계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을 만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었다. 강의를 듣다보니 도서관이나 책방, 책방 주인이나 도서관 사서는 마치 ‘서로 다른 세계를 연결해주는 무지개다리, 바이프로스트’와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기도 했다.    그런 내가 프랑스어로 이방인을 읽고 -프랑스어 알파벳도 이번에 처음 알았다- 낯선 요즘 시도 읽고, 비문이 많은 글쓰기로 비평도 받고, 헌책들이 둘러싼 공간에서 배다리의 옛 이야기를 듣고 있다. 작은 책장 한 뼘을 책방으로 열어보라는 제안도 받고, 글을 써보라는 주문도 받고, 이 도서관이며 출판사, 책, 책방이야기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늘에서 책을 보는 마을 주민 @아벨서점 시다락방에서 진행된 어르신 인문학_ 배다리 건축에 이야기가 펼쳐졌다.  신들이 만나는 책이 있는 공간 배다리 책 마을 도서관   배다리와 동구는 요즘 공간 이야기를 많이 한다. 도깨비 촬영지로 주목받고 있는 한미서점뿐 아니라 인천양조장을 동구에서 매입하네 마네 하는 이야기, 사람과 이야기가 다양하게 들고나는 요일가게, 배다리 책방학교를 꿈꾸는 조흥상회, 산업도로부지였던 생태공원의 텃밭과 조경, 이십세기약방을 리모델링한 초록한의원이며 옛 한옥을 다듬어 만든 고현재, 100년이 넘은 창영초등학교 건물, 나이 들어가는 책방거리와 책방에 대한 고민, 저층주거지 관리사업이며 근대문화로 조성사업까지 ‘원도심’을 살리는 ‘공간의 재구성’에 다양한 노력들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   그 공간은 어떻게 자리 잡아야 할까? 도서관이 ‘공동체 공간’이라고 한다면 개인이 쉽게 누릴 수 없는 것들-3D 프린터나 한권의 책을 바로 뽑아주는 인쇄기, 고급스런 탁자와 의자, 특별한 책 같은 것들이 있어 사람들이 찾아들고, 사서에 버금가는 전문가들이 자신의 관심사가 담긴 분야의 다양한 책 - 건축, 음악, 미술, 영화, 우주, 텃밭, 씨앗, 옷, 여행 등 –을 팔며 강좌도 하고 책도 골라준다면 어떨까? 맥주를 마시는 책방, 담배를 피며 책을 읽는 공간도 좋고, 아름다운 책갈피나 책커버를 판다든가, 다양한 글쓰기 강좌도 있고, 음악회를 하는 책방도 있고, 세상 어디에도 없는 마을사전-위키백과 같은-을 사람들이 함께 만들고, 그걸 출간하고, ... 이런저런 상상을 해보며 출근을 했다.   대개는 매일 다니는 곳에 하늘을 보며 날씨를 가늠하고, 작은 변화들을 확인하고, 이웃들에게 인사를 하며 무심히 셔터를 누르는 출근길이었는데 오늘은 어떻게 사진관까지 왔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이러저러하면 좋겠다!’는 상상을 하자 가슴이 두근거렸고 그런 상상을 하며 글을 쓰는 내내 신이 났다. 오랜만에 다시 꿈을 꾸는 나를 발견했다. @시인 인문학 시간, 90년대 이후의 다양한 시를 읽으며 경향과 흐름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지고 있다. 시간, 일상의 축제를 누리기 위해 필요한 것들 그리 넓지도, 많지도 않은 배다리 곳곳에서 다양한 활동들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까지 가지 않아도 듣고 배우고 이야기 할 수 있어 참 좋다. 이곳에 있는 시간이 많아도 그것을 다 누릴 수는 없지만 그럴 기회가 언제나 있다는 건 정말 멋진 일이다. 그런 기회를 준비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지만 즐길 준비가 되었다면 충분히 감수할 수 있다. 작은 마을 곳곳에 이렇게 다양한 것들을 일상적으로 만난다는 건 행운일지도 모른다. 마을이 학교가 되고, 교실이 되는 이야기다. 마을 어르신이 강사가 되고, 마을 풍경이 사진이 되고, 마을의 시간이 역사다. 마을의 삶이 세상과 다르지 않고, 그 마을을 찾는 다양한 사람들이 '마을이라는 도서관'을 더 풍부하게 만든다. 일상의 축제가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허락되길 바란다. 책이 읽히지 못하는 이유 중에 하나가 시간과 여유라고 하는데 그것은 문화예술교육 전반에 걸친 문제다. 시간, 어떻게 가질 수 있을까? 그런 생각도 이어진다. 주민들의 생활의 흔적이 쌓여 동네의 역사와 문화가 된다. 주민들이 애용하는 '개코막걸리' 역시 배다리의 역사이며 문화로 익어간다.  
양진채 소설가의 <소설로 읽는 인천>
분단이 갈라놓은 것들

(9)나팔꽃 담장 아래 / 이해선

<철조망 ⓒ박래철>   6월은 ‘호국보훈護國報勳의 달’이란 표어가 없어도 우리 국민에게는 결코 ‘국가’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달이다. 아직 3·8선이 남아 있고, 통일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쟁이 1950년에 일어났으니 내가 태어나기도 전이고 까마득한 옛날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또 아주 까마득하다고만 할 수 없다. 전쟁은 아직도 기득권 보수 세력이 안보를 들먹일 때 써 먹는 단골 메뉴고, 전쟁을 겪은 세대에겐 잊히지 않는 상처이니 아직 현재진행형이라고 해야 맞겠다.   이해선 소설가의 단편소설 <나팔꽃 담장 아래>는 전쟁으로 인한 상처를 다룬 소설이다. 6월이니 이왕이면 전쟁과 관련한 소설이면서 배경이 인천인 소설을 읽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떠오른 소설이 이 <나팔꽃 담장 아래>이다. 제목이 특별한 것도 아니고, 소설 내용도 전쟁으로 인한 가족의 상처이고 보면 아주 특별하다거나 색다른 소설은 아닌데 어찌된 일인지 소설 속에 잠깐 등장하는 부평역에서 백운역 가는 길에 있는 캠프마켓 담장 얘기가 뇌리에 또렷이 남았다. 물론 소설 속에서 ‘부평’이라는 지명이 직접적으로 등장하지는 않는다. 다만 작가가 인천에서 활동했고, 미군부대 옆의 백화점 운운하는 것으로 보아 그리 짐작할 뿐이다.   그네는 택시기사의 불평을 건성으로 넘기며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우리 땅 미군부대를 되찾자는 현수막이 전봇대 사이에서 나부끼고 있었다. 미군부대 땅을 되찾아 직선도로를 내고 근린공원을 조성하자는 시민운동이 여기저기서 벌어지고 있는 모양이었다. 백화점 길목에 자리잡고 있는 미군부대 담벼락엔 담으로부터 2미터 이내 주정차를 금한다는 영내 사령관의 공고문이 붙어 있었다.   소설은 그네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그네는 칠십 줄의 노인네다. 화가였던 남편이 공동으로 김일성초상화를 그리는데 동원됐다가 문제가 될까봐 월북했다. 지금의 남편은 그의 후배로 곤경에 처한 그네를 위기에서 구해준 뒤 함께 살게 된다. 그네에게는 전남편과의 사이에서 낳은 미전이라는 아이가 있었는데 그네의 어머니는 그네의 새로운 결혼생활을 위해 손주 미전을 업고 나갔다가 잃어버린다.   -아이고 야야, 애를 잃어버렸다야. 어떤 미군이 애기가 이쁘다고 쪼꼴레또를 주며 안아본다기에 내려놨더니, 그만 안고 가버렸어야…. <미군부대> 그렇게 잃어버린 줄 알았던 아이는 알고 보니 그게 아니었다.   -네 서방 보기 안 됐어서…. 모두 빨갱이 따라 넘어갔는데 네 뒤까지 맡은 유서방 보기가 여간 안 됐어야지. 남의 자식 키워서 좋은 사람 있겄냐? 그것도 빨갱이 된 사람의 자식을….   사 년 전에야 그네는 어머니가 아이를 잃어버린 것이 아니라 아이를 고아라고 속이고 미군에게 맡겼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 당시에는 종종 있는 일이었다. 그 일로 그네는 어머니와 불화한다. 그리고 오늘 그 아이가 미군에게 맡겨진 것이 아니라 어머니의 가장 가까운 친척인 풍산댁에게 맡겨졌다는 것을 어렵게 찾아간 자리에서 듣게 된다. 이렇게 소설 속에서 아이는 잃어버린 것이 아니라, 미군에게 맡겨진 것도 아니라, 먼 친척에게 맡겨졌다는 것을 알게 된다. 소설의 한 축이 ‘미전’으로 인해 어머니와 등을 진 그네를 다루고 있다면, 다른 한 편으로는 화단을 중심으로 한 월북한 전 남편과 현재의 남편이 등장한다. 소설 속에서 전 남편도, 현재의 남편도 삶속에서 등장하지 않는다. 두 사람은 모두 화가이고 이 둘은 그림을 매개로 등장한다. 전남편이 화가이지만 어떤 사람인지 드러나지 않는다. 현재의 남편은 오로지 세상의 평판과 상관없이 예술을 하는 사람이다.   -진짜가 아니면 그려선 안 돼. 자기를 속이지 말고 자기 것을 그려야 해. 타이틀 따내기처럼 수상에만 집착하고, 전시 경력만 내세우면 헛 것을 그리게 돼.   이런 남편이 팔지 않은 그림이 있다.   곧 울 것 같은 아이의 커다란 눈망울이 낡고 퇴색한 금박 테두리 안에서 부옇게 떠올랐다. 흐릿한 배경 속의 아이는 냉이꽃 같은 풀꽃을 한 줌 쥐고 서 있었다. 뒤틀리고 늘어진 원피스자락이 회색빛 담벼락과 묘한 대조를 이루었다. 길다란 회벽 끝나는 자리에 영문자 팻말이 희미하게 보였다. 그 팻말 너머에서 금방이라도 푸른 눈을 가진 미군 병사가 알아들을 수 없는 말로 호통치며 달려나올 것 같았다.   이 남편에 대한 얘기를 좀 더 해보자. 소설 속에서는 자세히 드러나지 않지만 이 남편의 순애보야말로 지극하다. 선배의 아내를 위험에서 구했고, 가정을 이뤄 책임졌으며, 중국여행을 떠난 것도 실은 남북 작가들의 공동기획전 계획의 일환이긴 하지만 아내의 전남편이자 선배를 찾아볼 생각도 한 것으로 미루어 짐작된다. 그러나 소설 속에서 현재 남편에 대한 그네의 감정은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북으로 간 남편은 실은 유명한 화가가 되어 있었다. 그의 그림 역시 비싸게 거래되고 있었다. 전남편은 어렵게 남쪽의 아내에게 소식을 전해온다. 편지와 그림 한 장으로.   한 폭의 그림이 눈앞에 드러났다. 아이를 안고 나팔꽃 담장 앞에 서 있는 여자.(중략) 그림 속 아이는 복숭아처럼 발그레한 볼과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하고 청자빛 차림의 여자 가슴에 안겨 있었다. 그네는 가슴으로부터 아이의 숨소리를 듣는 듯 했다.   현재의 남편이 그린 그림이 미군부대 담장을 배경으로 한 아이라면, 전남편이 그린 그림은 나팔꽃 담장을 배경으로 아이를 안고 있는 그네다. 두 그림은 아이와 담이 등장한다는 점에서 같아 보이지만 실상은 아주 많이 다르다. 소설 도입부에서 그네는 어찌된 일인지 꽃이 좋아 1층으로 이사를 왔지만 나팔꽃만큼은 커튼으로 가려버리고 또 덩굴도 자르려고 하는데 뚜렷한 이유가 드러나지 않는다. 그 이유를 알게 된 것 소설의 마지막 부분이다.   줄을 타고, 얼어붙은 먼 땅에서 나팔꽃 담장을 잊지 않은 한 사람의 모습이 점점 뚜렷이 다가왔다.   소설을 정리하자면 전쟁통에 남편과 이별하고, 아이를 잃어버린 그네가 어머니와 남편의 흔적을 다시 만나면서 상처를 새롭게 환기하는 소설이라고 정리할 수 있겠다. 그러나 이 소설은 많은 부분이 생략되어 있는 느낌이다. 특히 등장인물의 감정을 묘사해야 될 때 하지 않고 있다. 전남편이 그네에게 어떤 존재였는지, 전남편에게 그네는 어떤 존재였는지. 같은 물음으로 현재의 남편은 그네에게 어떤 존재인지, 남편에게 그네는. 잃어버린 딸 미전과 현재 곁에 있는 딸 영인에 대한 감정. 또 그림과 편지로 대면하게 되는 전남편의 흔적이 그네에게 어떤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지 거의 생략되어 있다. 전쟁은, 전쟁으로 인한 상처는 그 많은 감정조차 드러내지 못하게 하는가.   소설 속 미군부대는 이제 시민의 품으로 돌아와 근린공원이 조성되었으며, 남은 땅 역시 활용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여전히 담장의 일부는 회색빛으로 남아 있지만 이제는 ‘미군부대가 있던 자리’가 되었다. 그렇다면 ‘어머니의 음성같은 나팔소리’를 들으며 가위를 든 채 나팔꽃 넝쿨로 다가갔던 그네는 어찌되었을까. 조성된 근린공원은 미군부대 흔적을 빠르게 지워나가며 푸르다. 전쟁의 상흔도 이렇게 시간에 기대어 치유될 수 있을까. 그럴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햇님이 방긋 웃는 이른 아침에 나팔꽃 아가씨 나팔 불어요… 따따또또 따따또또 나팔 불어요.   명랑하게 들려오는 나팔꽃 노랫소리처럼 그네가 나팔꽃과 정면 대결하길, 그 대결에서 성공하길 빌어본다.  < 6·25 전사자 묘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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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지역 뉴스테이 ‘감정가’와 ‘계약’의 진실은?

시의회 2차 시정질문서 홍정화 의원 의혹 제기... 유정복 시장은 반박

  유정복 인천시장이 23일 인천시의회 본회의 시정질문 2일차에 출석해 홍정화 의원 등이 던진 뉴스테이 관련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인천시   십정2구역과 송림초교주변구역 등 기업형 임대주택(뉴스테이)로 전환된 주거환경개선사업구역에 대한 공방이 ‘진실 게임’ 양상이다.   23일 인천시의회의 제242회 3차 본회의에서 진행된 2일차 시정질문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의 홍정화 시의원(계양1)은 “송림초교 뉴스테이 사업과 관련해 사업자(인천도시공사) 측이 감정평가 보상액이 900억원 대에서 800억 원 대로 삭감되고 분양가는 인상토록 했다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며 유정복 시장의 답변을 요구했다.   홍 의원이 속해 있는 더민주 인천시당이 최근 ‘뉴스테이 조사소위원회’를 구성해 활동하면서 지난 14일 인천시청사에서의 기자회견을 통해 송림초교주변구역 사업 과정에서 인천도시공사가 주민 보상가 삭감과 아파트 분양가 인상 종용 등 불법을 저지른 정황이 파악됐다고 밝힌 데에 따른 질문이었던 것.   당시 더민주 측은 “주거환경개선사업(도시정비사업에 포함되는 영역)에 뉴스테이를 접목한 송림초교주변구역에 대해 인천도시공사가 사업성을 높이기 위해 지난해 12월 감정평가사가 산정한 주민보상액을 약 900억 원에서 약 800억 원으로 100억 원 가량 삭감할 것을 주민대표에게 강요했다는 제보가 있었다”고 주장해 왔다.   더민주 인천시당에 따르면 “보상액 삭감에 반대하던 주민대표가 별세하자 내용을 잘 모르는 주민대표 대행을 통해 동의를 강요해 이를 관철시켰다”면서 “인천도시공사가 민간 임대사업자와는 3.3㎡(평)당 720만 원으로 계약했던 분양가를 760만 원으로 인상하도록 종용한 사실도 확인됐다”는 것이다.   때문에 인천도시공사가 이러한 행위를 했다면 주민의 권리행사를 방해하고 불공정 계약을 강요한 만큼 직권남용에 해당될 수 있다는 것이 더민주 인천시당이 지금까지 내리고 있는 해석이다.   이에 대해 유 시장은 “송림초교주변구역 사업과 관련한 감정평가(종전자산)는 주민대표자회의와 동구청에서 각각 추천한 감정평가법인에서 수행했으며 인천도시공사는 이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답했다. 이어 “매수가에 대해서는 사업시행자가 주민대표자회의와 임대사업자 등과 협의를 할 수 있는 만큼 협의를 진행하기도 했지만 현재는 결정된 사항이 없다”고 말했다.   시의회 본회의장에서 발언하는 홍정화 의원.   홍 의원은 십정2구역 뉴스테이 사업과 관련해서도 “사업자 해지에 따라 반환이자 132억 원을 내야 하는 계약은 당초부터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인천도시공사가 임대사업자였던 마이마알이와의 계약을 해지하면서 마이마알이 측에 해지 시 반환이자를 주도록 계약한 것은 납득이 힘든 내용이라는 게 ‘법조인 출신’의 홍 의원이 판단하고 있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 유 시장은 “십정2구역의 경우 노후불량 건축물이 과도하게 밀집돼 재난위험이 큰 지역임에도 LH공사가 장기간 사업을 하지 못해 방치할 수 없었던 상황이었음을 알아 달라”고 말했다.   시로서는 특단의 대책을 수립해 지지부진한 정비사업을 정상화시키는 게 급선무였고, 이에 국토교통부가 시에 협조해 투자자들과 회의를 거쳤고 여기에 참석한 투자자들 중 펀드 방식을 제안한 마이마알이와 협의 과정을 거치는 등의 절차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는 인천도시공사가 뉴스테이 주택을 임대사업자에게 헐값에 넘겼다는 의혹이 수 차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십정2지구 주민 일부는 이러한 의혹을 바탕으로 최근 유정복 인천시장과 김우식 전 인천도시공사 사장을 배임 혐의 등으로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십정2구역에 건설될 총 5,761세대 중 임대사업자인 마이마알이㈜에 넘기는 임대주택은 3,650세대로 전체 64%에 해당하고, 인천도시공사는 이를 3.3㎡당 평균 790만 원에 매각키로 했던 바가 있다.   이에 대해 십정2구역 일부 주민들은 “도시공사가 임대사업자에게 넘길 금액은 주변 아파트 시세 3.3㎡당 950만~1천만 원에 훨씬 못 미치는 금액으로, 이로 인해 약 1,200억 원의 손해를 끼친 것으로 추산돼 원주민의 재정착 및 재산권 등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   이러한 의혹들에 대해 인천도시공사는 “공기관인 우리 공사가 주민대표에게 감정평가액 삭감을 강요한다는 것도 말이 안 되고, 개인재산과 직결된 감정평가액에 대해 사업시행기관이 관여한다는 등의 의혹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 반박했다. 또 황효진 인천도시공사 사장은 최근 시의회서 열린 예산결산위원회에 출석한 자리에서 뉴스테이 의혹과 관련해 “대다수의 주민들은 사업이 빨리 진행되길 바란다, 반대하는 사람들이 목소리를 크게 내고 있는 것일 뿐”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인천도시공사는 현재 “사업이 어렵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는데 사실과 다르다. 사업자인 본 공사가 정상적으로 진행할 것이니 주민들도 협조해 달라”는 내용을 십정2지구 주민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인천도시공사가 십정2지구 주민들에게 전달하고 있다는 메시지 내용. 십정2구역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것이다.  

아트센터 인천, 운영비 조달 위한 1·2단지도 부실

1·2단지 개발사업 모두 부실, 실사 결과 일부 기부채납 불가능할 것 판단

                                             아트센터 인천 1단계 콘서트홀  인천경제자유구역 송도국제도시 ‘아트센터 인천’의 개관이 장기 지연되는 가운데 운영비 마련을 위해 추진한 ‘지원 1·2단지 개발사업’의 부실로 일부 기부채납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실사용역 결과가 나온 것으로 뒤늦게 드러났다.  정의당 이정미 국회의원(비례대표)은 22일 보도자료를 내 “‘아트센터 인천’ 문화단지 운영비 재원 마련을 위한 ‘지원 1·2단지 개발사업’ 실사용역 보고서를 입수해 확인한 결과 적자 경영으로 일부 기부채납이 불가한 것으로 나타나는 등 ‘아트센터 인천’ 운영에 적신호가 켜졌다”며 “‘아트센터 인천’이 세금 먹는 하마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인천시가 ‘지원 1·2단지 개발사업’에 대한 감사 등을 통해 부실의 원인을 파악하고 운영비를 조달할 수 있는 해법을 모색하는 등 특단의 조치를 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시는 지난 2008년 NSIC(송도국제도시개발유한회사, 미국 게일과 포스코건설 합작회사), IACD(아이페즈아트센터개발), CMI(지휘자 정명훈씨의 형이 운영한 공연기획사), IUDC(인천도시공사)와 ‘송도국제도시 IFEZ Art Center 건립을 위한 합의서’를, 2009년 ‘세부합의서’를 각각 맺었다.  시가 NSIC에 주거시설인 ‘송도 더 샵 마스터 뷰’ 아파트 1861세대 사업승인을 내주는 조건으로 개발이익금을 문화단지(아트센터 인천) 1단계 사업(콘서트홀, 지하주차장, 부대조경)에 투자하고 잔액이 발생하면 시에 귀속토록 한 것이다.  또 연간 250억원이 들 것으로 추정되는 문화단지 운영비 조달을 위해 2008년을 기준으로 지원1단지는 IACD가 개발하고 매년 150억원, 지원2단지는 인천도시공사가 개발하고 매년 100억원의 현금을 지원하거나 상업 및 업무시설을 기부채납 또는 무상 임대하는 내용이다.  시는 이후 2011년 변경협약을 통해 지원1단지는 ICA(인천아트센터)가 개발 후 상업시설 2만9388㎡ 기부채납, 지원2단지는 인천도시공사와 OKCD(오케이센터개발)가 개발 후 상업시설 7801㎡와 오피스텔 2만2264㎡(237실) 기부채납 및 추가 이익 발생 시 전액 시로 귀속토록 했다.  시의 계획은 문화단지(아트센터 인천)는 NSIC의 아파트 분양 수익금으로 짓고 운영비는 지원1·2단지 개발이익을 상가와 오피스텔 등 현물로 받아 임대수익을 올려 충당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아트센터 인천 1단계 사업은 부실시공과 아파트 개발이익 축소 및 문화단지 사업비 부풀리기 의혹 논란이 제기되면서 준공이 수차례 지연됐고 시가 협약에 따라 NSIC에 ‘아트센터 인천 주거단지 및 문화단지 사업비 정산 및 회계실사 용역’을 시 감독 아래 실시할 것을 요구해 지난해 7월 용역에 착수, 지난 3월 최종 보고회를 연 결과 아파트 개발이익에서 문화단지 1단계 사업비를 뺀 잔액은 당초 포스코건설이 제시한 608억원이 아니라 1297억원으로 산정됐다.  아파트 및 문화단지 시공사인 포스코건설이 아파트 개발이익은 축소하고 문화단지 사업비는 부풀렸다는 것을 입증하는 결과다.  이처럼 ‘아트센터 인천’의 건립과정에 상당한 문제가 발생한 가운데 운영비 조달을 위한 지원1·2단지 개발사업도 부실 덩어리인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015년 4~7월 다산회계법인이 실시한 지원 1·2단지 실사용역 결과 2014년 말 기준 ICA(지원1단지)는 자산 900억원에 부채 1274억원으로 순자산이 –374억원, OKCD(지원2단지)는 자산 1261억원에 부채 1542억원으로 순자산이 –281억원이었다.  다산회계법인은 기부채납 협약이행 가능성에 대해 지원1단지는 계획대로 개발되면 가능하지만 지원2단지는 오피스텔만 가능하고 상가는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적자경영 원인으로는 지원1단지의 경우 ▲사업지연에 따른 추가비용 261억원 발생 ▲사업계획변경 등에 따른 추가비용 1억7500만원 발생 ▲전임 경영진(CMI 정명근 대표)의 부당 지출 51억원과 소송비용 3억6200만원 발생 ▲PM용역비 중복 의문 지출 14억7400만원 발생 등이, 지원2단지는 ▲절차적 정당성 결여한 분양가 인하로 인한 수익 감소 384억원 ▲사업계획컨설팅용역 30억원, 경영자문료 20억원, 해외업무지원 및 자문료 20억원 등 중복 성격의 비용 지불 ▲오케이센터호텔(주) 대여금 49억4900만원 회수 의문 ▲분양촉진을 위한 중도금 무이자에 따른 이자비용 22억원 지출 등이 지적됐다.  지원2단지의 경우 지난 2009년 오케이센터개발(OKCD)을 설립하면서 외투기업인 TWG그룹이 6억5000만원(81.25%), 인천도시공사가 1억5000만원(18.75%)을 출자했는데 TWG는 OKCD 설립 당시 사업계획컨설팅 30억원과 4년간 경영자문료 20억원을 합쳐 50억원을 벌어들이는 이상한 사업구조를 갖고 있다.  특히 지원1단지는 오피스텔 및 근린생활시설은 지난 2015년 6월 준공했으나 시가 무상으로 넘겨받아 ‘아트센터 인천’ 운영비 지원에 활용할 상업시설이 포함된 판매시설은 착공이 늦어져 ‘아트센터 인천’이 먼저 개관하면 상당한 시민세금을 운영비로 지원할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이정미 의원은 “송도 문화단지(아트센터 인천)와 지원 1·2단지 개발사업으로 이득을 본 당사자는 건설사들이고 문화단지 개관 이후 안정적인 운영비 조달이 어려운 상황에서 그 피해는 모두 인천시민들에게 전가된다”며 “인천시는 지금이라도 감사 등을 통해 지원1·2단지 개발 사업에 대한 전반적인 문제점을 파악하고 운영비 확보를 위한 해법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천1호선 검단 연장, 인천시가 명확한 입장 정리 해야"

인천시의회 시정질문 빈도 ‘교통망 해결’ 가장 많아... 유 시장 “단계적으로 해결 중”

22일 인천시의회 2차 본회의에 참석한 유정복 인천시장이 시의원들의 질문에 하나하나 답하고 있다. 유정복 인천시장이 22일 인천시의회 본회의에서 시의원들의 교통관련 시정질문에 대한 답변을 통해 인천지역 관내 교통현안 문제 전반에 대해 계획을 밝혔다. 논란이 되고 있는 인천1호선의 검단 연장안과 공항철도의 환승할인 적용 등 쉽지 않은 문제에 대한 언급이 포함됐다.  유 시장은 이날 진행된 제242회 인천시의회 정례회 2차 본회의 1일차 시정질문 자리에서 최석정(서구3), 김정헌(중구2), 오흥철(남동5) 등 시의원들이 던진 교통현안 해결을 위한 질문에 답했다.  먼저 최석정 시의원이 인천1호선 검단 연장선의 기본계획 변경에 대해 질문했다. 검단2지구의 사업 취소로 인해 당초 10.9km 5개 역사로 계획됐던 것이 7.4km 2개 역사로 재편되면서 2만여 명의 인구가 집중된 원당지구 역사(원당역) 계획을 삭제하면서 이 일대 주민들의 반발을 사고 있는 사안이다.   유 시장은 이에대해 “철도 계획이 변경된 이후 시에서 지난 3월 주민 공청회를 개최했고 당시 주민들은 물론 시의회에서 원당역사의 설치 필요성이 강조되면서 시 내부에서도 원당역의 필요성을 공감하고 있다”라며 “설치 및 비용 조달 등의 문제에 대해서는 국토교통부와 LH 등 유관 기관과 협의해 2024년까지 개통에 차질을 주지 않도록 하는 기본 방향을 세워뒀다”고 밝혔다.   이에 최 의원은 “시가 협의를 언제 어떻게 하려는 지 의문인데, 시가 명확한 입장 정리를 해야 한다”면서 “원당지구가 검단신도시에 포함돼 있고 인구도 꽤 있는 지역임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항철도를 비롯한 공항 주변지역의 통합환승할인제도 인천지역 교통 네트워크와 관련된 현안 중 하나다. 현재 공항철도가 민자로 조성된 영종대교를 건너는 순간 두 배에 달하는 요금을 부과하고 있기 때문. 또 제2공항철도 건설 계획 및 공항 제2여객터미널 개통에 따른 노선 확충 등 적잖은 과제들이 영종지구에 걸쳐 있다.   유 시장은 “민자로 인한 독립요금제로 통합환승할인제가 적용되지 않아 시도 이를 문제로 인식하고 있으며, 지난해 9월 국토교통부와의 협조로 공항철도 요금개선 공동용역을 추진키로 해 현재 작업 중에 있고, 내달 중 용역 중간결과를 토대로 중앙부처에 건의하는 등 개선 계획을 단계적으로 밟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제2공항철도 건설 계획과 관련해서는 “공항 접근성 향상 및 경부·호남철도와 연계하는 등의 계획을 세워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 수립 시 반영될 수 있도록 행정력을 집중하겠다”고 밝히고, 공항 제2여객터미널 개통에 따른 교통망 구축에 대해서는 “다음달 1일부터 청라역 버스정류소 신설로 버스에서 공항철도 환승에 편의를 더하고 영종지역 운남동 일원에서 2터미널까지 노선을 연장하거나 신규노선을 확충하는 등 계획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또 오흥철 의원이 질문한 순환철도 사업과 관련해서는 “시는 인천1,2호선과 수인선, 서울7호선 등과 연계되는 순환형 도시철도를(서울의 2호선과 같은 순환식) 구축하는 대순환선 사업을 구상했으나, 현재는 경제성 부족 등 적격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대안으로 남부순환선을 우선 추진할 계획을 세웠지만 이 역시 어려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다만 유 시장은 “단계별 건설 방안 추진 등을 통해 사업을 실현하는 등의 방안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또 도로공사가 재정사업으로 추진하고자 했던 장수IC와 서창JC 간 고속도로 추진 계획에 대해서는 “현재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 사업성 부족이라는 결과가 나오긴 했지만 지난해 서창~김포, 시흥~계양 노선에 민간사업자의 제안이 들어와 금년 말 적격성 조사가 완료될 예정”이라 말했다.   한편 손철운 의원(부평3)이 질의한 7호선 석남연장 개통의 지연 사유 및 문제점에 대해서는 “기본 및 실시 설계 과정에서 사업비가 증가돼 중앙부처와의 협의 기간이 추가로 들었고, 관련법 개정으로 인해 시운전기간이 늘어나는 등 사유로 2년여가 지연돼 당초 2018년에서 2020년으로 지연됐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시에서는 지난 5월 주민 공청회 및 이달 시의회 의견 청취를 완료했고 다음 달에 국토부에 사업기간 변경 신청을 할 것”이라며 “지연되긴 했지만 계획대로는 진행되고 있고, 2018년 토목공사 완료에 이어 2019년 시운전 과정을 거쳐 2020년 내로 개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수도권매립지 폐기물 전처리시설, 매립지 영구화로?

가동할 경우 매립량 감소로 사용기간 증가... 인근 주민들 반발 거세

서구 오류동 수도권쓰레기매립지. 출처 :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가 수도권쓰레기매립지내 폐기물 전처리시설을 검토하는 가운데, 인근 주민들이 입을 환경피해와 매립 연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19일 인천시, 매립지공사 등에 따르면 매립지공사는 수도권매립지 폐지자원에너지타운 내 생활폐기물, 건설폐기물 전처리시설 설치를 계획하고 있다.   폐기물 전처리시설은 폐기물을 소각하기 전 가연성 폐기물과 불연성 폐기물을 분리하는 재활용 시설이다. 생활폐기물은 1일 처리용량 600t, 건설폐기물은 약 4천t로 이 중 절반 가량을 재활용 처리한다.   전처리시설에서 건설 폐기물은 선별 작업을 거쳐 토사는 판매하고, 불연성 쓰레기를 매립한다. 가연성 폐기물은 파쇄, 선별 등 전처리 과정을 거쳐 고형연료(SRF)로 생산하며, 지역난방과 산업용보일러 등 보조연료로 활용된다.   매립지공사는 시설이 본격 가동되면 가연물 매립 최소화로 악취의 주범인 황화수소 억제 및 친환경 매립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고형연료 등 폐기물의 자원화를 통해 생산된 에너지의 판매로 수익창출도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인근 주민들은 전처리시설에서 발생하는 각종 유해물질로 인한 환경권, 건강권 등 기본권리 침해와 폐기물 매립량 감소로 인한 매립 연장을 우려하며 반발하고 있다.   검단신도시연합대책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유해물질이 기준치 이하로 나온다고 하지만 주민들이 장기간 노출될 경우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모른다”며 “또한, 매립지 종료시점이 명확하게 나오지 않은 시점에 새로운 시설까지 들어오면 매립지 영구화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강하게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이곳에 폐기물을 반입하는 인천·서울·경기도 등 3개 시·도는 환경부와 2015년 6월 4자 협의체를 구성하고 대체매립지 대책을 논의했지만, 구체적인 매립 종료 시점과 연장기간을 명시하지 않았다.   3개 시·도가 매립중인 수도권매립지 제2매립장은 내년 6~9월 종료된다. 이후에는 4자 합의문에 따라 조성 중인 3-1공구(103만㎡)를 신규 매립지로 사용할 예정이다.   인천시는 3-1공구가 7~10년 동안 매립할 수 있는 규모로 보고 있지만, 전처리시설로 매립량이 줄어들면 사용 기한이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현재 매립지공사는 지난 1월 고시한 '생활폐기물 전처리시설 기본계획'을 토대로 관계기관과 협의 중에 있지만,  주민들의 거센 반발과 인천시의 수용 불가 입장으로 사업은 사실상 답보 상태다.   매립지공사 관계자는 “전처리시설은 자원순환기본법을 앞두고 기본계획만 나온 상황이고, 구체화된 것은 없다"며 "관계기관과의 협의와 검토를 거치는 단계”라고 말했다.     시 관계자는 “주민들에게 합당한 보상이 이뤄지고 분위기가 바뀌면 상황변화가 있을 수는 있지만, 주민들이 강하게 반대하고 있어 현재까진 수용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고 밝혔다.    

학교신설 의무없는 ‘오피스텔’, 교육대란 원인 될라

‘교육청 영향 밖’인 주거용 오피스텔에 대규모 학교 수요 예상

  공동주택 아파트가 아닌 오피스텔 및 주거형 오피스텔(아파텔)의 분양을 두고 인천시교육청의 학교 수요에 대한 우려가 가시화하고 있다. 업무시설로 허가를 받는 오피스텔이 최근 주거용으로 재편되는 현상이 일어나면서, 이같은 주거시설의 학교 수요가 나타남으로 인해 여러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히고 있기 때문이다.   19일 인천시교육청 및 인천경제자유구역청 등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인천경제청이 지난달 송도 8공구 지역 내 R1 부지 2,800여 세대로 구성된 오피스텔의 건축을 두고, 시교육청이 최근 “학교 신설 없이는 분양할 수 없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시교육청은 올해부터 100세대 이상이 특정 지역에 들어오는 경우 해당 지역 시·군·구는 교육청과 협의를 통해 분양을 결정해 달라는 협조 요청을 인천경제청에 전달했다. 학교의 수요가 필요한 상황이 생길 때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시교육청이 문제를 삼고 있는 송도 R1의 해당 오피스텔은 법적으로는 업무(상업)시설로 분류돼 있어 학교용지부담금 의무가 없는 등 학교 신설을 전제한 분양 허가에서 자유롭다.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의 경우 학교와 놀이터, 경로당 등 입주민에게 필요한 시설을 설치할 의무가 있지만 오피스텔은 법적으로는 이러한 내용과 관계가 없다.   그러나 전체 세대가 84㎡에 평면도 역시 주거용도에 가깝게 설계돼 있어 시교육청은 이를 사실상 주거용으로 판단하고 있다. 또 해당 오피스텔 건축부지와 약 500m 떨어져 있는 학교는 더 가까운 인근의 공동주택 학생들의 수요로 이미 포화상태에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인천경제청이 해당 오피스텔 입주자들의 학교 수요를 위해 건립하기로 한 학교가 도보로 30분가량이나 떨어져 있다고 한다.   이런 상태에서 학교를 의무화할 필요가 없는 오피스텔이 주거용으로 건축허가를 받는 현상이 늘어나게 되면 “사실상 대안을 마련할 수 없다”는 시교육청의 판단이 있는 것이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시민들이 인식하고 있는 오피스텔은 1인 가구나 사무실로 사용하는 형태지만, 이 오피스텔은 누가 봐도 주거용에 가깝고 홍보 역시 사실상 주거용으로 되었던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시교육청의 계획 밖에 영역에서 학교 수요로 대규모 민원이 발생했을 때 이른바 ‘교육대란’을 피할 수 없다”고 밝혔다.   때문에 시교육청은 6공구 M6블록(인천대교 인근 쪽)에 입주하는 대규모 세대(2천~3천 세대로 추산)와 R1의 해당 오피스텔 약 2,800여 세대와 통합해 초등학교 1곳을 신설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인천경제청에 전달한 상태다.   그러나 인천경제청은 이같은 시교육청의 요청에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물론 건축 허가의 승인이 인천경제청에게 있기는 하지만, 업무시설로 분류된 오피스텔에 학교 신설을 강제할 수 있는 법적인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실제 이 사안과 관련해 건축업계에서 “과도하고 불필요한 규제”라며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시교육청의 입장을 무시할 수만도 없다. 비록 시교육청이 법적으로 이의제기를 할 수 있는 권한은 없지만, 사실상 학교 수요에 대해 경제청도 대안이 없는 상태고, 시교육청이 학교 신설이 필요하다는 입장 역시 현재 경제청이 진행 중인 6,8공구 개발사업과 관련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한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현재 정례회가 열리고 있는 인천시의회가 시교육청에 대한 1차 추경예산을 심의하는 자리에서도 “주거용 오피스텔의 분양에는 학교 신설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는 내용이 시의원들 사이에서 언급된 바 있다.   인천경제청 측은 “현재 해당 오피스텔 부지에서 가까운 학교를 증축해 학생들을 더 수용하는 방안 및 통학버스 운용 등에 대해 시교육청과 사업시행자가 협의하는 것이 가장 좋을 것 같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만약 이 문제를 해결한다 치더라도 과제는 남아 있다. 현재의 교육부가 학령인구 감소 현상 등을 이유로 방침을 정하고 있는 ‘학교총량제(교육부 및 시교육청은 ‘억제정책’이라 표현함)’의 영향으로, 자칫 학교 신설이 불가능해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문제가 된다면 교육대란이 뻔한 만큼 당연히 교육부를 설득해야 하지 않겠느냐”면서 “향후로는 아무리 오피스텔이라 해도 해당 오피스텔과 같이 주거형으로 판단되는 경우 공동주택과 같은 의무가 부여되어야 한다는 게 시교육청의 입장”이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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