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의 공간'에 대한 문화적 실천과 소통이 필요하다
상태바
'차이의 공간'에 대한 문화적 실천과 소통이 필요하다
  • 정현순 기록, 이희환 정리
  • 승인 2014.08.26 13: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천 중구의 공간정치, 어떻게 볼 것인가?" 토론회 지상중계
이하 사진  정현순

지난 8월 25일 저녁 중구 아트플랫폼 세미나실에서 "인천 중구의 공간정치,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주제의 시민토론회가 열렸다. 최근 중구에서 추진해 논란이 됐던 '개항 각국거리 조성사업'을 계기로, 중구의 도시공간을 관광상품화하는 문제에 대해 인천의 문화계와 타지역 문화전문가들이 모여 도시의 공간정책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대안을 모색하는 의미있는 시간이었다는 평가다. 이에 본지에서는 뒤늦게나마 이날 토론회의 주요내용을 정현순 님의 기록을 기초로 하여 지상중계한다.[편집자주]
 
시민대토론회 개요

주제 : 인천 중구의 공간정치, 어떻게 볼 것인가?
일시 : 2014.08.25.(월) 19:00~22:15
장소 : 인천아트플랫폼 H동 세미나실
주최 : 인천각국거리조성사업대응시민모임, 홍예門문화연구소

사회 : 류권홍 교수 (원광대 법학대학원, 인천경실련 정책위원장)
<발제 및 라운드토크>
발제 1. 인천 중구의 추진사업 및 개발 방향 / 김용하 박사 (인천발전연구원)
발제 2. 도시공간의 맥락의 존업성: 대구 중구 사례를 중심으로 / 권상구 사무국장 (대구중구 도시만들기지원센터)
발제 3. 도시, 낭만적 거짓과 실체적 진실 / 정윤수 (문화평론가)
발제 4. 개항각국거리 조성사업을 본 우리의 자화상과 과제 / 민운기 (스페이스빔 대표)
라운드토크 (참석한 시민 모두)

주요내용 및 핵심이슈

발제 1. 중구 관광개발사업 추진현황과 발전방향 - 김용하 박사(인천발전연구원)
김용하 박사는 중구의 일반현황과 함께 관광개발사업 현황으로 개항 각국거리 조성사업를 비롯한 21개 사업을 개괄적으로 소개했다. 또 중구의 현안사항으로 개항창조도시조성사업과 내항 1.8부두 항만재개발사업을 소개했다.
중구의 요청으로 21개 사업을 정리해 발표한 김용하 박사는 현재 진행중인 중구의 다양한 사업의 주인공은 당연히 주민이라고 지적했다. 행정은 적극적으로 주민의견을 수렴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김 박사는 지역의 전문가는 비판보다는 대안을 제시하며 주민을 설득해야 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간의 시행착오는 있었지만, 오늘 이 자리의 뜨거운 열기만큼 중구가 좋은 방향으로 사업이 추진되기를 바라는 것은 우리 모두의 마음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서로간의 비난보다는 도움이 되도록 주민, 시민단체, 중구청의 협조체계가 잘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용하 박사의 발제에 대해 토론회를 정리하고 기록한 정현순 씨는 "상시적이고 공식적인 주민의견수렴 채널로서 거버넌스의 구축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발제 2. 도시공간의 맥락의 존업성: 대구 중구 사례를 중심으로
                                    -권상구 사무국장(대구광역시 중구 도시만들기지원센터)
권상구 국장은 대구광역시 중구가 반복작업(지도그리기>걷기>이야기하기>장소의 재발견>길조성>면계획)을 통해 지역의 스토리와 역사를 발견하고, 흩어져있던 구슬을 꾀어 보배로 만들어냈던 과정을 흥미롭게 소개했다. 2001년부터 시작된 대구 중구의 역사적 맥락찾기(골목길 투어→대구문화지도→한국관광을 빛낸 101개의 별→대구 골목문화가이드북 코스→대구新택리지)를 통해 구현된 '대구신택리지'는 보이지 않는 대구의 문화적 기억을 창조해낸 과정이었다. '대구신택리지' 스토리텔링 체계(장소성 파악→스토리기획→스토리구축→스토리텔링), 지역의 역사성과 정체성에 대한 명확한 DB구축 이후에도 공간의 기억에 투자하는 리더의 출현(전 대구시장, 중구청장)이 이루어지면서 공간에 대한 물리적 개선사업으로 이어졌다.(2007 대구근대골목디자인개선사업 등 - 중앙부처 시범사업과 연계), 이후 펀딩의 다양화 및 주체 발족(2008도심재생문화재단), 2009-2010 근대로의 여행(종로, 진골목, 장관동), 근대건축물을 사랑하고 보전하는 태도를 학습시키는 프로그램(대구근대건축물 오픈하우스) 등이 이어졌다고 한다.
소유의 경계를 넘어 공유가치로서 주민 스스로를 통해 근대건축을 활용해나가고 접근성과 매력도가 떨어지는 근대골목을 활용한 문화root를 형성하나간 과정(2007-2014)은 민관학 협력기(2007-2008)를 거쳐 인식의 과정(도시아카이빙)→인식의 공유(주민참여 프로그램)→인식의 질적변화(도시디자인 프로젝트)로 이어졌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지난 도시의 사용자의 라이프스타일과 궤적을 아카이빙 해나갔다는 것이다.
현재 대구 중구는 도시민의 생활지층을 편향되지 않게 직관적으로 바라보면서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고 한다. 기억이 중첩된 곳이 장소이며 그 장소의 네트워크가 마을이다.. 사실을 찾아가는 끝없는 여행(archive), 도시를 이해하는 맥락지성의 교차, 도시의 존엄성을 지켜주는 집단지성이 필요하다. 아카이빙 작업의 결과물인 지도는 전문가가 사용하는 범례가 아닌 시민들이 쉽게 알 수 있는 코드로 재기록화해나가되 지역의 합리성에 기반한 사업의 실현을 통해 대구의 시간여행, 즉 대구라는 도시의 지난 사용자에 대해 얼마나 많이 알 수 있는가에 중점을 두고 공간정책을 펼쳐나가고 있다고 소개했다. 
대구 중구의 놀라우면서도 흥미로운 권상구 국장의 발표는 인천이 깊이 참조해야 할 선진사례다. 오랫동안의 실증작업을 거쳐 대구중구 도시재생의 바이블이 된 <대구新택리지>를 수립했다는 점도 주목할 점이다. 이러한 성과물을 만들어내 행정이 스스로 바람직한 도시재생 방법을 택하도록 유도할 수 있었던 것이며, 이러한 다수의 지지를 얻어내는 공론화된 의견이 형성돼야 단체장이 바뀌더라도 공간정책에 대한 연속성 확보가 가능하다는 시사점을 얻을 수 이었다.  

발제 3. 도시, 낭만적 거짓과 실체적 진실 - 정윤수(문화평론가)
정윤수 문화평론가는 행정의 속도조절도 필요하지만 빠른 시간 내 중산층화의 욕구를 충족하고 싶은 일반시민의 욕구를 현명하게 제어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역사성과 심미성을 너무도 짧은 시간에 낮은 안목으로 자치단체장이 재단하려는 경향이 짙은 것이 전국적인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시골이 발전하여 도시가 된 것이 아니라 도시는 시골을 억압하고 배제한 결과이다. 그후 도시는 시골(혹은 가난)을 낭만화하고 전원풍경의 삽화로 전시하며 현실의 억압과 배제를 재생산해왔다고 날카롭게 지적했다. 
"가짜 장소와 키치적 구경거리는 쉽게 변하기 마련인 관광 트렌드에 따라 조만간 별 볼 일 없는 조잡한 관광코스로 전락할 것이다. 국내에서는 이미 그 조짐이 일고 있다. 천편일률적인 이벤트로 북치고 장구치는 경박한 축제들, 급조해놓은 플래스틱 조형물들, 지속적이며 섬세한 복지는 나 몰라라 하면서 가난한 동네에 벽화부터 그리려는 지자체들, 오랜 기억을 지우거나 장소의 의미를 왜곡해 버린 인공의 콘텐츠들. 어느덧 이런 풍경들에 대해 질색하고 있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차이의 공간'을 문화적으로 이해하고 도시의 공간적 갈등과 생활의 긴장을 '삶의 질' 문제로 접근하여 도시 외관의 시각적 요소뿐만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 정서, 관계 등을 상상하고 개선하는 일이 문화적 차원의 실천이다."
정윤수 평론가의 발제는 거듭 장소성과 역사성을 관광화하는 것은 켜켜이 쌓여있는 장소의 시간성을 희화하는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발제 4. 개항 각국거리 조성사업 계획을 통해 본 우리의 자화상과 과제
                                                      - 민운기(스페이스 빔 대표)
민운기 대표는 개항 각국거리 조성사업의 겉(짝퉁)과 속(1995년 지방자치체 실시 이후 도시경쟁력 확보 차원 경쟁)을 지적하면서 시작했다. 월미도와 개항장 일대의 역사문화 컨텐츠에 주목하여 ‘관광’을 중점사업과 정책 비전으로 설정하였지만 도시철학과 정책비전의 부재로 왜곡된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송월동 동화마을 등이 관광객의 증가로 성공사례로 소개되고 있지만, "누구나 차별 받지 않고 자유롭게 권리행사가 가능한 지역사회"를 만든다는 지방자치제 실시 취지와 목적에 위배된다. 민 대표는 이런 현상이 만연하게 된 원인은 각 이해주체(행정, 연구기관, 지역 지식인, 문화기관, 문화예술인, 시민사회)의 철학/책임의식/연계성/네트워크/대안제시/실천 등이 모두 부족한데서 비롯됐다고 본다. 특히 행정 주도의 일방성을 극복하고 민관 산학연의 수평적 네트워크로 변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의 관광 패러다임에 대한 전면 수정이 필요하고 새로운 도시철학 정립이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인문도시에 대한 성찰과 더불어 사회/문화/생태적인 생산과 소비가 이루어지는 전면적인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민 대표의 발제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시사점은, 전문가와 시민단체의 노력이 지역에서 보다 폭넓은 호응을 얻고 공감대를 확대해 나가기 위해서는 지역주민의 눈높이에 맞고 대안을 제시하면서, 비난보다는 합리적인 비판을 통해 어렵더라도 인내심을 가지고 지역주민을 설득해나가는 융통성이 있고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결국 주민들과 함께 만들어나가야 하므로 주민들의 감정을 자극하는 거친 표현보다는 다소 완화된 표현을 융통성있게 사용하는 것이 훨씬 더 많은 주민들에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주민들이 시민단체에 대해, 시민단체는 주민에 대해 쌍방이 가지고 있는 편견을 완화할 수 있도록 행정에서는 의견수렴 기회를 자주 마련해야 한다.

라운드토크(참석한 시민 모두)
이날 토론회에는 우현로 39번길의 위치한 소위 '개항 각국거리'의 주민들도 여러분이 참석해 의견을 나눴다. 주요한 토론 내용은 다음과 같다. 
- 극심한 노후화로 인해 그간 불이익을 보았던 지역주민들의 고충과 활성화를 바라는 지역주민과 상인들의 요구사항도 이해해야 한다.  
- 시민단체는 노후한 대상지에 대해 기반시설 설치 및 개발에 대해 무조건적인 반대를 하는 것이 아니고 방향성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주장해왔다.
- 그간의 시행착오는 있었지만 향후의 진행방향이 중요하므로 전문가와 시민단체는 원색적인 비난보다는 대안을 제시하는 합리적인 비판과 설득작업이 필요하다.
- 관광의 트렌드(자연관광→문화유산관광→도시관광(현 트렌드))는 주기가 짧으므로, 도시의 역사성, 장소성에 대한 면밀한 고려가 없는 현재의 인천 중구 관광활성화 사업은 지속성이 매우 낮을 것으로 예측된다. 쉽게 전면철거한 후 서로 다른 입장을 가진 지역주민의 대립을 부추기는 행정의 속성을 제어해야 한다.
- 인천 중구도 대구처럼 도시재생의 기본방향(ex. 대구新택리지)을 수립해야 하고, 점차 멸실되어가는 역사적 장소의 종류와 의미에 대해 DB작업이 필요하다.
- 대구는 역사성, 장소성에 대한 관심이 적었기 때문에 오히려 DB구축작업이 가능했던 측면이 있었다. 인천은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관심이 있기 때문에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 지역주민과 시민단체의 의견수렴도 없이 단기간에 진행되는 도시재생사업은 일반적인지역주민이 수혜자가 되기 어려울 수 있다. 프로젝트의 추진시기 및 기간을 여유있게 하여 도시재생의 수혜자가 다수의 지역주민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인천 중구의 도시재생사업은 짧은 싸이클을 가진 항구도시의 전형적인 모습으로 비춰진다. 얼마나 많은 후손들이 현재의 도시의 모습을 저속하게 기억하지 않도록, 빠른시간 내 폐기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고, 이를 통해 특정한 개인/집단이 아닌 실제 주민과 시민들에게 장기적인 이익을 가져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시행착오 과정을 넘어 서로가 각자의 입장에서 도움이 되도록 노력해야 하고, 주민과 전문가 시민단체 등의 지속적인 협의를 위해 행정과 협조체계가 마련되어야 한다.
- 모두가 중구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모인 만큼 이러한 토론의 자리는 지속되어야 하고, 서로에 대한 오해를 풀고 향후 전향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또한 행정 위주의 의사결정 구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오늘 참석자들이 지속적으로 협의하여 한 목소리를 만들어나가야 한다.

장장 세시간에 걸쳐 진행된 이날 토론회를 주관한 한 관계자는 다음과 같이 이날 토론회를 평가했다. 

"중구의 주민대표 분들과 공무원도 참석하셨고 의견을 개진해주셨다. 물론 시각차와 민관의 입장차 세대간의 인식차이 등 다양한 차이가 드러나는 토론이었다. 이런 차이들을 극복하고 서로 납득할 수 있는 살기 좋은 도시공간을 만들어가는 것이 이번 시민모임을 통한 토론회 개최의 궁극적인 목적이다. 일방적인 지적과 요구만으로 인천 중구의 현재의 관광자원개발의 행태가 바뀌지 않을 것이다. 토론과정과 학습과정을 지속적으로 이어가야 할 것이다. 어르신들의 생각에 동의가 되든 안되든 어르신들과 이야기를 나눌 장이 마련되고 조금씩 그 간격을 좁혀 나가는 것이 가장 근본적인 문제 접근임을 경험했다. 토론회 준비와 발제, 진행 등 자발적으로 참여해 주신 시민들께 감사드린다. 저녁7시에 시작된 토론회는 밤11시가 가까워서야 끝이 났다. 형식적인 취재가 아니라 열띤 토론까지 취재하고 현장을 기록해 준 인천일보, 시사인천, 경인일보 등 신문사의 기자들께도 감사드린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