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허속에서 마주친 내 안의 폐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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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허속에서 마주친 내 안의 폐허"
  • 이미루 기자
  • 승인 2016.07.07 10: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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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지대 사람들] 사진작가 장수선 - 가정동 재개발지역을 찍다

사진작가 장수선 © 장수선

사진작가 장수선(43). 그는 초기 사진작업을 거친 후 '바벨'(2008, 서울의 아파트 풍광을 찍음), '높은곳-카타콤베'(2010, 뉴타운 지구로 지정된 서울 홍은동과 돈암동 등지의 빈집 천장들을 찍음) 등 사진집을 남겼다.

2011년 가을 부터 인천의 서구 가정동 재개발지역의 찾아 건물과 풍경을 사진으로 남겼다. 말많고 탈많은 루원씨티 일대 방대한 폐허 공간이었다. 그 작업은 '가정동에서-존재하지 않는 공간의 기록'(2013)으로 정리됐다. 2014년 부터 이미 사라진 지상의 가정동 건물과 지하철(인천지하철 2호선)을 건설한 노동자들을 사진으로 남긴 '지하박물관' 작업을 했다. '지하박물관'(2016.2 전시) 작업 결과물들은 황해문화 2016년 여름호에도 소개돼있다.

사진작가 장수선은 바벨에서 지하박물관 작업에 이르기까지 주로 재개발 지역과 아파트, 폐허가 된 공간에 대한 사진작업을 진행했다. 하지만 그의 사진에는 그 곳에 아픔을 담는 '현장고발'적 사진보다는 새로운 시선의 기억이 남아있다. 

그의 작품은 공간과 사람을 담고 있다. 단순히 '재개발로 인해 쫓겨난' 사람이 아닌, 그 안에서 살았던 공간의 흔적이 담겨있고, 인천 지하철 2호선을 만들고 있는 '노동자'의 모습이 있다. '연민'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고 그들의 이야기를 담는다.  장수선을 인터뷰했다.


# 가정동과 인천지하철 2호선은 어떻게 알게 되었나? 
 
순전히 우연이었다. 2011년 버스를 타고 이동하던 중에 우연찮게 보게됐고, 버스에서 내려 그곳으로 갔다. 사람들이 많이 떠났고, 여름이었다. 황량하고 사람 사는 곳 같지 않다는 기분이 들더라. 인천지하철 2호선은 가정동 촬영을 하면서 그 자리에 지하철 공사가 진행된다는 사실을 알게되면서 촬영을 시작하게 됐다. 재개발 현장이고 공사가 진행중인 곳이라 촬영허가가 필요해서 인천문화재단을 통해 허가를 받고 작업을 진행했다. 인천지하철 2호선의 경우도 개통 전까지는 들어갈 수 있게 되어있다. 조만간 마무리를 위한 추가작업을 해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 2012년도부터 3년이나 가정동에서의 사진 작업을 했는데, 쉽지 않은 작업이었을 것 같다. 가정동은 어떤 공간이었나? 
 

가정동에서 (2012년 촬영) © 장수선

황량함과 폐허를 마주했다. 사실 사람이 사는 공간은 고유한 문화가 생기는데, 사람과 공간의 접점이 사라지자 바지의 허리띠가 없어진 것 처럼 흘러내린다. 그렇게 인간의 감정이 무기력해지고, 이성보다는 동물적인 속성이 드러나는 공간이었던 것 같다. 사실 동물적인 감정이 주는 위안도 있다고 생각한다. 사회속에서 사회구성원으로 살아가다보면 이런저런 이유로 많이 억압을 받는데, 그런것에서부터 해방되어버리는 느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어 날 수 있는 많은 일들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범죄의 온상이 되기도 하지만, 폐허가 가지는 양면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일탈적 측면과, 억압으로부터의 해방.
 

# 지금까지 재개발 구역에서의 사진 작업을 많이 했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 

최근 그런 고민을 많이 했다. 나 역시 '왜 이런 작업을 지속하고 있는가'하는 고민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왜 그 곳에 가게 됐는지, 나에게 그 공간은 어떤 의미이고 어떤 심미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는 것인지 하는. 예술의 역사적 의미라는 거창한 의미부여보다는 그 시간이 나에게 어떻게 개인적이고 소중하게 다가 올 수 있었을까 하는 것. 

확실한 건 거대한 사명감을 가지고 간 건 아니라는 것이다. 그저 폐허속에서 내 안에 폐허를 마주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폐허가 주는 죽음과 공포에 대한 이미지와 음습한 분위기. 인간의 근원적인 감정들. 그런 감정에 매력을 느꼈던 것 같다. 당시엔 잘 몰랐는데, 시간이 지나고 고민과 생각을 거듭하다보니 그런 이유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당시엔 잘 몰랐고(웃음). 


# 작업을 통해 '인간의 모순적 감정'을 느꼈다고 했는데? 


'높은 곳-카타콤베' 서울 (2010년) © 장수선

폐허가 된 공간과 사라진 사람들에 대한 연민이 없는 건 아니었다. 연민이라는 감정도 사람이 느끼는 중요한 감정이라고 생각하니까. 다만 그걸 전면에 내세우는 순간 획일적인 사진의 일부가 되어버린다. 그래서 그런 감정을 최대한 전면화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었다. 

 


가정동 (2013년) © 장수선

그리고 '그 곳' 반지하에 살던 사람들은 정말 재개발을 반대했을까? 하는 물음이 들었다. 예전에 작업했던 '높은 곳-카타콤베'에서도 드러나지만, 오래된 빌라와 아파트 천장에서 화려한 샹들리에와 무늬장식을 보았다. 마치 고대 어느 성당에 있을 법한 천장벽화 같았다. 가정동 반지하 집에서는 아치형 문 틀을 마주쳤다. 반지하방 그 안에 '이국의 왕국'을 꾸며 놓은 것 같았다. 반지하에 산다고, 돈이 없다고 해서 자본주의적 욕망이 없는 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대부분의 충돌과 갈등이 가진자와 가지지 못한자의 욕망이 충돌하면서 발생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한쪽이 자본주의적 욕망이 없는 것은 아닌 것 같다는 것. 


# '지하박물관'은 어떤 작업이었나? 


지하박물관_가정동_반남_1988년생_베트남_2013년 촬영_2014년 빔프로젝터 작업 © 장수선


인천2호선 일부 구간에 촬영허가를 받아서 2013년도부터 진행했고, 그렇게 찍은 사진을 지하에서 빔프로젝터로 재생산했다. 그렇게 다시 사진을 찍은 것이다. 사실 박물관을 하나 가지고 싶었는데, 누가 내 작품을 소장해 주진 않더라(웃음). 그래서 내가 만들자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안에 못질을 할 수도 없어서 결국 택한게 빔프로젝터였다. 주변에선 재미없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었는데, 콘크리트 벽에 사진을 전시하자, 마치 콘크리트를 뚫고 다시 그 공간이 나타나고 있는 것 같았다. 보통 '기억'의 의미로 사진을 찍고 기록을 하는데, 이 작업은 그 이후에 새로운 공간이 생성되는 느낌이었다. 재개발로 사라진 공간에 대해 그 공간에서 무엇을 기념할 것인가 하는 의미도 있다. 


# 앞으로 어떤 작업을 진행 할 계획인가? 

사실 다음에 뭘 해야지 하는 계획을 잘 세우지 않는 편이다. 그저 앞으로도 내가 순간에 욕망하는 것들. 그런 것들에 대한 작업을 계속하고 싶고, 지금 생각으로는 '섹스'에 대한 작업을 해 볼까하는 고민이 생겼다. 인간의 본능 중에 하나인 성욕을 금기시하는 사회문화가 만연하지 않나. 금기에 대한 도전이랄지. 


끝으로, '계속 재개발 지역에서의 사진작업을 할 것이냐'고 묻자, 그는 "굳이 다음에도 이런 작품을 하게 될 거라곤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그 안의 폐허는 이것으로 끝난 것 같다는 대답을 했다. 폐허가 되어버린 공간안에서, 본인안의 폐허를 마주했다는 장수선 작가가 언제 어느 곳에서 새로운 것을 마주할지 기대해 본다. 


※ 장수선 작가의 작품들 
 



바벨 _ 2008년 서울 © 장수선


가정동_이봉식_당시62세_충청북도 충주시_2013년 © 장수선


가정동 2012_2013 © 장수선

※ 장수선 작가의 '지하박물관'과 가정동과 관련된 이야기는 2016년도 '황해문학' 여름호에서 만나볼 수 있다. 이 외에도 그의 사진집과 블로그를 통해 만나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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