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 국제성모병원 보험금 횡령 논란에도 천주교는 ‘뒷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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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취재] 국제성모병원 보험금 횡령 논란에도 천주교는 ‘뒷짐’
  • 배영수 기자
  • 승인 2015.11.26 11:4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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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사회 “범죄정황 여러개” vs 병원측 “조사 다 받았다”... 인천교구 “나는 몰라”

 
국제성모병원이 건강보험료를 부당 청구했다는 의혹으로 시민사회에서 지탄의 목소리가 높아져 가고 있다. 보건의료단체와 지역 시민단체는 부당 청구의 정황이 확인됐음에도 검찰이 사실상 눈을 감아줬다고 주장하고 있다. 병원 측은 경찰과 검찰이 모두 수사해 혐의를 발견하지 못했다면서 맞서고 있는데, 이 문제와 뗄 수 없는 천주교 인천교구 측은 계속 ‘나몰라라’ 자세를 취하고 있다.
 
‘인천 및 국제성모병원 정상화를 위한 인천시민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25일 인천시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제성모병원의 건강보험급여 부당청구 사건에 대해 실제 부당청구의 정황이 드러나고 있음에도 검찰이 무혐의 처리한 것은 옳지 못하다”며 검찰에 대해서는 “엄정히 재수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의 기자회견은 지난 4월 경 국제성모병원에 근무하던 한 직원이 퇴사하면서 검경에 이를 고발하고, 언론사와 시민단체에 알리면서 불거진 문제에 따른 것이다. 당시 이 직원의 제보 내용은 “병원 측이 보건복지부로부터 보험금을 타내기 위해 내부 직원들을 동원, 환자들의 진료를 허위로 작성해 기록부를 만들었다”는 게 골자였다. 종합병원으로서, 더우기 종교단체가 운영하고 있는 병원으로서는 사실 치명적인 폭로였다.
 
결국 인천서부경찰서가 조사를 벌이기 시작했고, 그 결과 3,457건에 대해 환자본인부담금이 면제된 사실을 확인했다. 그러나 이를 모두 조사할 여력이 되지 못해 우선 50건을 샘플 차원에서 조사했다. 그중 41건이 진료 받은 사실이 없음에도 진료를 받은 것처럼 허위 내용을 꾸며 진료기록부를 작성했다는 결과를 6월에 내고, 병원장과 의사 등을 기소키로 하고 검찰에 이 사건을 송치했다.
 
경찰의 수사 여력이 충분치 못해 3천 개가 넘는 건을 모두 조사하지 못한 것도 문제였지만, 결정적인 문제는 이후 불거지기 시작했다. 초기 50건을 조사했는데 무려 41건으로 80%가 넘는 비율이 가짜 환자로 드러났다는 경찰 조사결과가 나온 것인데, 이후 검찰이 제대로 조사하지 않아 약식기소로 처리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 국제성모병원이 허위 진료기록부로 보험급여를 부당 청구한 사실은 국정감사에서 몇몇 국회의원들이 정황을 폭로하기도 했는데, 지난 달 검찰이 이를 무혐의로 처리한 것이다. 이 때문에 현재 시민사회가 “부실한 수사로 무혐의 처분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대강의 내용은 대규모의 보험금을 부당하게 타내려 한 병원 측의 의도가 보이는데, 검찰이 이를 약식 기소해 13명의 의사는 무혐의 처리하고 병원장과 부서장 2명에게만 벌금형을 내렸다는 주장이다. 그리고 허위 진료기록부 작성에 따른 조사를 검찰이 진행하지 않았다는 대책위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데, 검찰이 “건강보험급여 부당청구에 대해서는 수사하지 않았지만 허위 진료기록부 작성에 대해서는 수사했다”고 주장하며 ‘서로 다른 말’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책위, “무혐의 처리한 검찰 빼고 모두가 유죄 의견”
 

대책위 관계자가 25일 인천시청 기자회견을 통해 국제성모병원의 허위 진료기록부에 대해 검찰의 수사가 미비했음을 강조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을 진행한 대책위 측은 경찰 조사에서부터 허위 진료기록의 사실이 드러났고 이후로도 보건복지부 등을 통해서 허위진료기록의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고 주장한다. 대책위 관계자는 “경찰에서 비록 50건밖에 하지 못했지만 이 중에서도 80% 넘게 허위 부당청구가 있다고 확인이 됐고 경찰 브리핑까지 된 상황에서, 검찰이 추가적으로 수사를 하지 않고 약식 기소했다”고 말했다.
 
대책위 관계자는 “당시 인천경찰청의 브리핑 자료에는 ‘진료를 받은 사실이 없음에도 환자들이 내원해 진료를 받은 것처럼 허위 내용으로 진료기록부를 작성한 의사와 병원장 등 관련자를 검거했다’는 내용과 ‘진료기록부 등을 거짓으로 작성하거나 사실과 다르게 추가 기재 및 수정해서는 안 된다는 법규가 있음에도 지난해 3월부터 10월 사이에 내부 목표 달성을 위해 환자들이 진료를 받은 것처럼 허위로 진료기록부를 작성했다’는 내용이 명백히 들어있다”고 밝혔다. 또 브리핑 자료에는 “부당청구 부분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환자들이 병원 관계자와 친인척 관계에 있고 전국적으로 수천 명에 이르는 등 현실적인 어려움으로 수사를 일부만 확인하는 선에 그쳐 아쉬움으로 남는다”는 내용도 있다고 밝혔다.
 
기자가 당시 브리핑 자료를 간접적으로 확인해본 결과, 대책위가 말한 이같은 내용은 실제 기재돼 있었던 걸로 나타났다. 3천 건에 달하는 모든 자료를 확인하진 않았다고는 하지만, 조사한 결과 중 대체로 이렇게 ‘허위기재 의혹’을 제기할 논거는 충분했던 것.
 
대책위 관계자는 “보건복지부도 국제성모병원의 허위 진료기록부를 사실로 인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책위에 따르면 검찰은 이를 수사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지만, 보건복지부가 최근 실사를 했던 적이 있고, 그 결과 부당 및 허위청구가 있다는 것을 보건복지부 역시 확인했다는 것. 대책위에 따르면 이 브리핑 자료가 다음 달에 발표될 예정인데, 법규에는 이로 인해 수사를 진행해 부당 청구임이 드러나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이렇게 부당하게 받아간 보험급여를 전액 회수토록 돼 있다.
 
대책위 관계자는 “우려가 되는 부분은 검찰이 수사 권한을 갖고 있기 때문에 만약 수사를 안 하겠다고 버티면 난감한 문제가 있지만, 보건복지부에서 이러한 정황을 발표하게 되면 사실상 증거인 만큼 검찰은 수사를 해야 마땅하다”면서 “만약 수사를 하지 않겠다면 우리는 법적으로 대응할 것”이라 전했다.
 
병원 측, “압수수색까지 받은 결과 무혐의된 것, 왜 따지냐”
 

국제성모병원.
 
이에 대해 병원 측은 대책위의 주장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병원 측은 “우리 병원에 근무하던 사람의 고발과 제보 등으로 보험료 부당청구 의혹이 일어났고, 이에 당시 서부경찰서가 예고 없이 우리 병원에 들이닥쳐 압수 수색까지 했다”면서 “관련자들 불러서 조사도 하고 그러면서 경찰에서 검찰로 송치됐고, 검찰이 최종적으로 약식기소로 판단해 병원장과 두 명의 부서장에게 각각 300만 원씩 총 900만 원의 벌금형을 내리기로 했던 것”이라 해명했다.
 
병원 관계자는 “대책위 측에서 검찰이 수사를 안 했다고 주장하는데 사실 말이 안 된다”면서 “검찰이 경찰로부터 송치 받은 사건이 있으면 재검토를 하는 등의 과정을 거쳐 절차상으로도 법원에 올려야 하는 걸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이 수사를 하지 않은 게 아니라, 나름대로 수사를 했는데 혐의를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반론했다.
 
이 관계자는 “허위기록부라고 하면 실제 환자가 안 온 것을 허위로 만들어서 보험료를 타먹겠다고 일을 벌이는 건데, 우리 병원 의사들이 어떻게 임의로 가짜 환자들의 프로필을 허위로 만들어서 할 수 있겠느냐, 불가능한 일”이라고 반박했다. 다만 경찰의 조사 결과에 대해서는 “우리 같은 대학병원의 만성질환자 같은 경우 같은 약을 주기적으로 먹는 환자들이 있는데, 상당 부분 굳이 환자가 갈 필요가 없고 환자의 가족 등 대리인이 가서 약을 수령할 수 있다”고 말했다. 흔히 ‘대리진료’라고 하는 건데, 이 관계자는 “병명마다 가능한 부분이 있고 불가능한 부분이 있긴 한데, 대학 병원 등에서는 사실 관행처럼 해 오고 있는 것”이라며 “물론 엄격히 따졌을 때 법적이나 절차상 문제가 있다고 제기할 가능성은 있지만, 소위 ‘정상 참작’의 부분도 있다”고 해명했다.
 
이어 “경찰은 ‘본인이 안 오고 다른 사람이 왔지 않냐, 허위다’라고 판단을 하기에, 우리 병원 측이 설명 하면서 누누이 아니라고 한 것”이라면서 “앞서 언급했듯 엄격히 적용하면 부당히 청구했다는 해석도 있을 수 있지만, 우리가 그 상황을 증명하는 자료들도 이미 보건복지부 쪽에 넘겼다”면서 “검찰이 설마 그것도 확인하지 않았겠느냐, 확인해 보고 그런 부분들이 무혐의로 처리한 거라고 우린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검찰이 수사 권한을 갖고 있으니 정말로 수사를 안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배제하진 않지만, 검찰 역시 내부적으로 무혐의의 근거는 가지고 있을 것 같다”면서 “앞뒤 정황 없이 수사를 무조건 안했다고 말하면 그건 진실을 왜곡하는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경찰이 문제 삼은 41건 중에서는 실제 병원에 와서 진료 본 분들도 있다”면서 “경찰이 문제를 삼은 이유는 당시에 핸드폰 사용 추적도 하고 그랬다고 하는데, 핸드폰 기록에 병원을 방문한 적이 없던 걸로 나와 있었으나 해당 환자들이 실제로 온 경우도 있어서 그 자료들을 경찰에 제출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다만 “경찰 조사에서 휴대폰 위치 추적이 안 되니까 인정 안하는 부분도 있었고 그래서 우리 병원과도 왈가왈부가 좀 있었다”고 전했다.
 
인천교구, “경영은 병원 측이 하는 것, 우린 관계없다” 뒷짐
 

인천교구 측은 자신들이 파견한 성직자가 재직하는 병원 문제에 대해 “교구와 관련 없다”는 말만을 반복하고 있다.
 
기자가 인천교구에 전화했을 때, 교구 관계자는 “이를 답해줄 수 있는 관계자는 우리 조직 중에 아무도 없다”고 말했다. 교구 측은 “병원 운영은 병원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거고 우린 일체 경영에 관여하지 않는다”고 말할 뿐 더 이상을 말하지 않았다.
 
그러나 국제성모병원이나 인천성모병원 등은 모두 인천교구 소속의 신부들이 경영에 참여하고 있고, 이 신부들은 인천교구가 파견토록 돼 있다. 때문에 기자는 “교구가 왜 관련이 없느냐, 교구에서 파견해서 병원에 나가있는 성직자들이 아니냐”고 말하자 돌아온 답변은 마찬가지였다. 전화를 나눈 직원은 “자신이 대답할 권한이 없다”고만 말했다. 이에 기자가 “그럼 대답이라도 할 수 있는 윗사람을 바꿔 달라”고 요구하자 “우린 병원 운영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 바꿔줄 수 있는 사람이 없다”고만 답했다.
 
대책위 측은 이러한 교구 측 태도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한다. 국제성모병원이 인천교구가 파견한 신부, 즉 성직자가 실질적으로 병원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관여하는 부분이 없지 않다는 것이다. 대책위 측은 “국제성모병원과 인천성모병원의 경우 행정부원장 직책에 있는 신부가 병원을 운영하는데 부당청구사건은 경영자의 책임이 있는 부분이고 그 경영자는 인천교구가 파견해서 보낸 사람인 만큼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책위 측은 “그것도 일반 병원이라면 모를까, 신분이 성직자인 사람이 어떻게 그런 경영을 하느냐, 일반인보다 더 부끄러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중구 답동 소재 인천교구 앞에는 국제성모병원의 보험료 부당청구와 인천성모병원의 노동자 탄압 등을 규탄하는 의미의 단식 농성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은 25일로 단식농성 62일차 사진.

한편 경찰이 조사했던 ‘41건의 허위 진료기록부’에 대해 병원 측이 ‘대리진료’를 언급했던 부분에 있어서도 병원 측과 대책위의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병원 측은 대리진료에 대해 “대형 병원의 경우 대리진료가 많긴 하지만 우리 병원이 다른 대형병원에 비해 특별히 많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물론 시선에 따라서는 문제 있는 관행이라 지적될 가능성도 있지만, 여러 언론들을 통해 괜찮다고 보도된 바도 있어서 우린 특별히 문제의식을 느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도 대책위는 다른 의견을 내놓고 있다. 대책위 측은 “약만 받아올 거면 굳이 대형 병원을 가지 않고 동네에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일”이라며 “사람들이 대형 병원을 가는 이유는 그곳의 의사들이 더 좋은 진료를 해 준다는 인식이 있기 때문인데, 약만 받아가는 사람이 구태여 대형 병원을 발품 팔아가며 방문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대책위 관계자는 “3천 건 넘게 의혹이 있는데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대리진료를 받았을 턱도 없다”면서 “예를 들자면 인공눈물 사러 대형 병원에 간다는 소린데 실로 코웃음을 칠 일”이라고 말했다.
 

인천경찰청의 지난 6월 22일자 브리핑 자료. 41건의 허위 진료기록부에 대한 내용이 기재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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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청규 2016-01-16 21:07:41
한마디로 고희에 정말 실망이 큽니다. 다른 곳도 아닌 인천교구 산하 국제성심심병원에서 이런 낯 뜨거운 일로 회자된다는 자체가 정말 부끄럽고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국가 시책사업마다 못마땅하던 그 신부들님들 이야기 한 번 들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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