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백남기 농민 사망 51분만에 변사 규정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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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백남기 농민 사망 51분만에 변사 규정 논란
  • 김영빈
  • 승인 2016.10.04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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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병원에 공문 보내 주치의 진술조서와 진료기록 일체 제출 요구

      
 
 지난해 11월 14일 민중총궐기대회에서 경찰의 직사 물대포를 맞고 혼수상태에 빠져 317일을 투병하다 사망한 백남기 농민의 사인(병사, 외인사)을 둘러싸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경찰이 백 농민이 숨진 지 50분 만에 이 사건을 ‘변사’로 규정하고 서울대병원에 주치의 진술서와 진료기록 등 관련자료 제출을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더불어민주당 박남춘 의원(인천 남동갑, 안전행정위원회)은 서울지방경찰청으로부터 자료를 제출받은 결과 지난달 25일 오후 1시 58분쯤 백남기 농민이 사망하자 종로경찰서가 51분이 지난 오후 2시 49분 28초에 서울대병원장 앞으로 수사의뢰협조 공문을 보내 변사 사건 관련 자료제공을 요청했다고 4일 밝혔다.

 경찰이 제공을 요청한 자료는 ▲변사자 백남기 농민 주치의 백선하 등의 진술조서(변사자 백남기를 입원시부터 사망시까지 진료한 주치의 상대로 치료과정 및 사망원인 등에 대한 진술조서 작성) ▲변사자 백남기 진료내역 기록일체(입원일부터 사망 당일까지 변사자의 진료내역, 병명, 치료기간, 입원기간 등이 기재되어 있는 진료내역 등 진료기록을 제공받아 사망경위 등에 대해 수사하고 증거자료로 활용하고자 함)다.

 이러한 경찰의 수사의뢰협조 요청은 사망진단서상의 사인에 대한 명확한 확인 없이 부검을 강행하려는 의도였는지, 병원을 통해 사망진단서 내용을 미리 파악하고 있었던 것인지 논란이 될 것이라고 박 의원 측은 강조했다.

 백남기 농민 유가족들은 사망 1시간 이내 병원측으로붕터 사망진단서를 받았고 검시가 이루어진 오후 6시까지 외부에 공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변사’란 자연사 이외 원인이 분병하지 않은 죽음을 뜻하는 것으로 변사 사건으로 규정하려면 사망진단서 확인이 우선돼야 한다.

 경찰의 변사사건처리규정은 범죄에 기인한 것인지가 불명확하거나 사인불명 등 필요한 경우에만 부검하도록 하고 있으며 사망원인이 명확하거나 범죄로 인한 것으로 확인된 변사자는 검시로 마무리하도록 하고 있다.

 즉, 백남기 농민의 사인이 경찰의 물대포 직사에 의한 외인사로 특정되면 부검이 필요 없는 것이다.

 특히 부검을 위해서는 반드시 사망원인을 알고 있어야 하며 의료진과 상의하는 등 검토할 시간이 필요한데도 경찰이 ‘변사’라고 공문을 보낸 시점에는 유가족만 사망진단서의 내용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박 의원은 “경찰이 병원 측과 사인(병사)에 대한 정보를 사전에 공유한 것인지. 사망원인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부검을 시도한 것인지 규명이 필요하다”며 “고 백남기 농민의 사인이 물대포 직사에 의한 것임은 너무도 명확한데 처음부터 변사로 규정해 부검을 강행하려 한 경찰의 의도가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이날 경찰이 백남기 농민과 유사한 부검 사례라고 제시한 ‘도둑 뇌사’ 사건에서 법원은 폭행이 사망원인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 사건은 지난 2014년 강원도 원주에서 발생했는데 집에 들어온 55살의 도둑을 22살 집주인이 주먹과 발, 빨래건조대 등으로 머리 등을 마구 때려 뇌사에 빠뜨렸다.

 도둑은 9개월 동안 입원치료를 받았으나 폐렴으로 숨졌고 집주인은 상해로 기소됐다가 항소심 도중 절도범이 사망하자 상해치사죄로 변경돼 대법원에서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이 확정됐다.

 원주 도둑 뇌사사건 판결문에 나타난 담당의사의 진술은 “폐렴의 발생 원인은 빈혈 및 두부 손상 후유증에 따른 경막하 혈종이다. 의식불명 상태로 장기간 입원 및 수술 치료를 받는 환자는 두부 손상에 따른 의식 저하로 합병증이 흔하게 발생하고 그로써 사망하는 경우가 많아 이례적인 경우라 볼 수 없다. 폐렴이 피고인이 가한 외상과 피해자의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를 단절할만한 독립적 사망원인이라고 할 수 없다”는 내용이다.

 법원은 담당의사의 진술을 참고해 절도범의 사망원인을 폐렴(병사)이 아닌 폭행(외인사)으로 판단했다.

 박주민 의원은 “현재 백남기 농민의 사망원인을 둘러싸고 병사, 외인사 논란이 일고 있다”며 “경찰이 유사 사례로 제시한 원주 도둑 뇌사사건에서 보듯 법원의 판단은 결국 사망의 원인을 제공한 경찰의 책임을 인정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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