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난 민심, 진눈깨비 뚫고 150만 '촛불' 광화문 집결
상태바
성난 민심, 진눈깨비 뚫고 150만 '촛불' 광화문 집결
  • 배영수 기자
  • 승인 2016.11.26 21: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중학생도 “대통령 사람답게 생각하라”... 전국 190만 촛불 들어

광화문을 가득 메운 촛불 인파들. ⓒ배영수
 

첫눈에 이은 진눈깨비와 한파의 궂은 날씨도, ‘뿔난 민심’을 이기지 못했다.
 
‘국정농단’을 저지르고도 청와대를 떠날 생각을 하지 않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집회가 역대 최대 인원이 참가한 가운데 광화문 광장 일대에서 열려 평화로운 분위기 아래 진행됐다.
 
26일 광화문에는 진눈깨비가 내리면서 급격히 체감온도가 낮아지는 궂은 날씨 속에서도 추최 측 추산 역대 최대 인원인 150만 명(오후 9시40분 현재)이 모여 박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했다. <인천in>도 역대 최고의 인원이 몰린 역사적인 현장을 함께 했다.
 
이날 광화문에는 오전에도 집회를 기다리는 인파가 모여 있었고, 오후가 되면서 본격적으로 인파가 몰렸다. 이날 오후 2시쯤 광화문에 왔다는 한 시민은 “허리 치료를 받고 있을 정도로 몸이 좋지 않음에도 광화문에 와야 할 필요를 느꼈다”며 “일찍 왔다고 생각했는데, 앉을 데가 마땅찮아 결국 중간에 자리잡고 멀리서 문화행사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교복을 입고 나온 중고생들도 이날 박 대통령의 퇴진을 강하게 요구하며 “우리 세대에게 제대로 된 나라를 물려주시라”고 어른들의 잘못을 질책했다. 비(非) 서울지역에서 올라온 학생들도 보였다.
 

피켓 시위로 대통령의 퇴진을 강조한 경기 오산 세교고등학교 2학년 김대솔 학생. 기말고사를 앞둔 상황에서 집회에 참여해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한 행인은 이 학생에게 핫팩 등을 건네는 훈훈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배영수
 
종각역 곳곳을 돌며 피켓시위를 했다는 경기 오산시 세교고등학교 2학년 김대솔 학생은 “어른들이 학생들은 정치에 관심이 없다는 편견이 있지만 실제 우리 학교 학생들도 남녀 불문하고 대통령의 국정농단을 비판하며 집회에 오거나 관심을 두고 있다”면서 “기말고사가 남았는데 시험을 포기하고 나와야 하나 고민도 드는데, 그 전에 대통령이 결단을 내리고 시국을 마무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또 집회 참여를 위해 서울로 올라왔다는 한 농민 가족의 중학생 아들은 “박 대통령이 나쁜 사람이지만 내게 큰 깨달음을 준 게 있는데, 바로 사람이면 생각을 하고 살아야 한다는 것”이라며 “대통령께서 사람다운 생각을 하고 계시다면, 사람답게 그냥 물러나시라”고 발언해 큰 호응을 얻었다.
 
수많은 인파가 몰려 지난 12일의 집회보다 광화문 앞쪽까지 진입이 더 어려울 정도였다. 기자가 지하철 1호선 종각역에서 하차해 광화문 앞 중간인 세종문화회관 인근까지 진입하는데 1시간 30분 가까이 걸렸고, 진입 후 다시 뒤로 빠져 나오기까지는 2시간 가까운 시간이 소요될 정도로 인파는 광화문 광장을 가득 메웠다.
 
그럼에도 시민들은 스스로가 자연스레 질서를 잡아 나았다. 때로 도로를 통제하는 경찰과 작은 실랑이 정도가 있었던 게 전부다. 큰 부딪힘 없이 문화행사가 곁들여진 건전한 집회가 이어지며 시민들 스스로가 평화시위를 정착시킬 수 있음을 증명했다. 시민들은 쓰레기를 직접 수거하는 성숙한 의식을 보이며 막아서는 행위 외엔 한 게 없는 경찰의 별다른 도움 없이도 질서를 유지했다.

 

문화행사가 시작되기 직전 시점의 청와대 앞. ⓒ배영수
 
한편 이날 광화문 외에도 대구, 부산, 울산 등을 포함해 전국적으로는 160만 명이 넘는 인원이 촛불을 들었다. 다음 달 10일 토요일에는 인천에서도 촛불집회가 예고돼 있다.
 
집회의 이모저모를 사진에 담아 봤다. 
 

오후 4시 경 종각역 인근의 인파. 한 시민이 성난 민심을 대변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배영수
 

정부가 강행하려 하는 국정교과서를 규탄하는 상징물은 종각역에서 광화문으로 향하는 인파들이 가장 주목하는 구조물이었다. ⓒ배영수
 

오후 5시가 약간 안 된 시점 경에서의 종각역 인파. 모두들 광화문 광장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배영수
 

오후 6시가 다 되어서야 기자는 광화문 앞쪽까지 진입할 수 있었다. 그러나 더 이상 앞으로 가는 것은 무리였다. 지난 12일과 비교하면 더 많은 인파가 모였음을 감지할 수 있는 부분. ⓒ배영수
 

한 시민이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씨 등 국정농단의 주범들을 전원 구속해야 한다는 피켓을 들고 있다. ⓒ배영수
 

문화행사가 시작되기 직전의 광화문 앞을 기자가 최대한 카메라 줌을 당겨서 촬영(600mm)한 모습. ⓒ배영수
 

문화행사가 시작되자 광화문 광장에 모인 시민들이 일제히 촛불을 밝히며 주최 측에 환호를 보내고 있다. ⓒ배영수
 

문화행사의 시작. 주최 측이 세월호 참사를 다룬 듯한 뮤지컬을 선보이고 있다. ⓒ배영수
 

주최 측이 문화행사 중 “해뜨기 전이 가장 어둡다”는 메시지를 통해 광화문 광장에 모인 시민들에게 희망을 전하고 있다. ⓒ배영수
 

광화문 광장 옆쪽에 모인 시민들도 “박근혜 내려와”가 적힌 피켓을 들고 박 대통령의 퇴진 요구를 표현하고 있었다. ⓒ배영수
 

한 농민이 직접 태우고 온 것으로 보이는 황소는 광화문 광장에 모인 시민들에게 좋은 볼거리가 됐다. ⓒ배영수
 

한 커플이 들고 있는 촛불을 기자가 촬영한 것. 민주노총 외 많은 시민단체들이 광장에 모인 시민들에게 이같이 촛불을 나눠주기도 했다. ⓒ배영수
 

세종문화회관 측면에도 시민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배영수

광화문 광장 앞까지 진입하지 못한 시민들은 광화문우체국 사거리에 모여 촛불을 들고 화면으로 무대와 함께 했다. ⓒ배영수
 

LED 화면에 등장한 가수 안치환의 공연. 그는 “오늘 처음 참여했다”는 그는, 자신의 대표곡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를 “하야가 꽃보다 아름다워”라고 개사해 큰 박수를 받았다. ⓒ배영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