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찾은 손학규 “개헌 통해 7공화국 열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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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찾은 손학규 “개헌 통해 7공화국 열어야”
  • 배영수 기자
  • 승인 2016.11.28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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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북콘서트, ‘지역 손학규계’ 추진

손학규 전 대표가 28일 열린 자신의 북콘서트(강진일기-나의 목민심서)에서 7공화국 설립에 대한 시나리오를 소상히 밝히고 있다. ⓒ배영수
 
28일 인천을 방문한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가 이날 오전 인천시청에 이어 오후에는 인하대 캠퍼스를 돌며 제7공화국의 설립을 강조하고 나섰다. 이날 손 전 대표의 방문은 지역 정치권 중 손 전 대표를 지지하는 층에서 강하게 요청했던 것으로 알려져 지역 정가에서도 벌써부터 분주한 움직임들이 감지되고 있다.
 
손 전 대표는 28일 오후 인하대 60주년 기념관에서 최근 자신의 저서 ‘강진일기-나의 목민심서’의 북콘서트를 열고 “최순실 게이트 사건 이후 내가 일관되게 주장한 바대로, 대통령이 모든 것을 내려놓고 이후 여야 합의에 의해 선출된 국무총리가 중립거국내각을 운영하고 이러한 과도정부에 의해 7공화국을 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4.13 총선만 해도 정치판과 거리를 두고 있었던 그는 이날 “이 나라 민주화의 길을 지켜온 50년 전통의 야당의 색을 잃어버렸다는 게 내 판단”이라며 “현재 야권이 늦어도 다음달 9일까지는 대통령의 탄핵을 의결하겠다고 한다. 그렇게 되면 지금으로서는 황교안 국무총리가 대행을 하게 되는데 황 총리의 대행을 국민들은 원하지 않는 만큼 여야의 합의 하에 선출된 국무총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탄핵 의결 이후 대통령의 퇴진을 헌법재판소가 결정하게 돼 있는데 그 기간 동안 정치권에서 개헌을 이뤄 지금과 같은 대통령의 제왕적 권한을 분산시켜야 한다”면서 “국회가 일정 권력을 가질 수 있는 내각제 혹은 이원집정부제 등을 논의해 권력 구조의 틀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새누리당 측 비박계를 대표하는 김무성 전 대표가 대통령의 권력 분산을 위해 개헌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것과 거의 비슷한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날 북콘서트가 대학교 캠퍼스에서 열린 만큼 학생들의 참여와 질문도 많았다. 대부분 손 전 대표에게 긍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는 학생들이 많이 참여했지만, 가장 어렵다는 청년세대들의 상황을 증명하듯 학생들은 손 대표에게 비교적 예리한 질문을 던졌다.
 
“본인이 스스로 강조하는 7공화국의 경제 비전, 그 중에서도 청년들을 위한 경제 비전은 뭐냐”는 질문에는 “7공화국이 우선적으로는 권력구조의 변화를 이야기하지만, 경제 판도 새로 짜자는 의미도 있다”면서 “대기업이 주도하는 수출경제가 한국 경제의 중심이 되면서 대기업이 그러한 경제 성과를 중소기업이나 서민들에게 나눠 주질 않다 보니 빈부격차가 그만큼 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7공화국이 꿈꾸는 ‘경제적 새 판짜기’는 경제성과가 온전히 국민에게 먼저 돌아가서 함께 잘살고 그게 생산과 소비로 연결되어 복지 및 신성장동력을 찾는 경제 구조를 만드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북콘서트에서 패널로 초대된 인천의 대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손학규 전 대표(사진 맨 왼쪽). ⓒ배영수
 
또 7공화국이 청년들에게 제시하는 비전에 대해서는 “일자리 활성화는 기업을 통해 만들어야 하는데 정부는 재정지원을 하고 불필요한 규제는 풀면서 인프라를 구축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면서 “한편으로는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즉시 제공해주는 공기업 및 사회적기업의 활성화를 도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경기도지사 시절 70만개가 넘는 일자리를 만든 적도 있었지만 그때는 경기도가 한창 발전 중이어서 가능한 일이었고, 그보다 중요한 것은 사라지는 일자리와 신규 일자리의 비율이 5:1로 매우 심각한 수준인데 기존 자동차와 철강, 조선 등의 산업이 무너지기 때문”이라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창조경제 혁신센터 같은 건 그 정권 끝나면 폐기처분될 것이 뻔한 만큼 그만큼 국가 리더십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북콘서트에서 “안철수 의원과 만나서 정부여당의 10년 간 정권으로 나라가 피폐해졌다는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아는데, 그러면 국민의당으로 가는 거냐”는 한 학생의 질문에는 일단 부정했다. 그러면서 “최순실 게이트 이전부터도 사실 우리나라는 잘못된 정권으로 무너져 가고 있던 상황”이라면서 “7공화국에 공감하는 정치권 인사들끼리 최소한 10년 이상의 연속성을 갖는 정책을 펼칠 필요가 있고 이를 위해서는 최소한 그만큼은 갈 수 있는 정권을 같이 만들어가자는 것이 내가 주장하는 바”라고 밝혔다.
 
한편 손 전 대표는 인하대의 북콘서트 이전 시점인 이날 오전 인천시청사에서의 기자회견을 통해서는 문재인 전 대표의 진영을 노골적으로 공격하기도 했다.
 
그는 “야권의 패권을 쥔 정치세력은 개헌에 대해 정략이라 매도하고 있지만 탄핵이 진행되는 기간 동안 개헌을 포함해 충분히 7공화국의 기반을 다질 수 있다”면서 “오히려 지금 이대로 가자는 사람들은 권력에 눈이 먼 정략집단”이라고 말했다. 이어 “구식 체제를 어떻게 청산하고 신식 체제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에 대해 관심도 없이 그저 국민이 준 기회를 집권에 이용하고자 하는 게 그들의 생각”이라며 “그렇게 되지도 않을 것이지만 그들에게 새로운 대한민국을 맡길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나는 대통령이 모든 것을 내려놓고 여야 합의로 거국내각을 구성해 국정을 안정시킨 후 개헌을 통해 7공화국 설립의 해법을 주장했으나, 대통령은 아무 것도 내려놓지 않았고 야당은 총리추천을 거부했으며 박근혜 대통령의 하수인이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는 사태가 벌어지게 됐다”면서 “이는 무책임한 대통령과 권력에 눈이 먼 야당의 공동책임”이라고 말했다.
 
한편 손 전 대표가 이날 인하대에서 북콘서트를 하게 된 것은 손 대표 스스로가 인하대와 짧지만 깊은 인연을 갖고 있는 점이 작용했다. 손 전 대표는 지난 1989년 인하대 교수로 부임해 약 1년 반 여 기간 동안 학생들을 직접 가르친 바가 있기 때문이다.
 
또 손 전 대표가 인천에서 북콘서트와 기자회견을 하기로 한 것은 비교적 최근에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 정치권 인사들 중 소위 ‘손학규계’로 알려진 인사들이 꽤 있기 때문인데, 이들 위주로 손 전 대표의 인천 방문이 추진됐다는 것이다. 이날 북콘서트에는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 외에도 박찬대 국회의원(연수갑)을 비롯해 허종식(더민주 시당 혁신기획단장), 신현환(전 시의원) 등 더민주 소속 정치인들과 신학용, 문병호, 한광원 전 국회의원과 이도형, 조계자 등 전/현직 시의원 등 국민의당 소속 인사들, 그리고 무소속의 이한구 시의원까지 야당 소속 지역 정치인들이 얼굴을 비추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치권 인사는 “전국구적 지명도가 있는 거물 정치인들 중에서도 손 전 대표가 지역 정치인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면서 “손학규계 정치인들이 손 전 대표의 정계 복귀를 계기로 자신들의 계보를 재건하고 정비하려는 바쁜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다만 이같은 움직임을 과거의 ‘3당야합’의 역사를 반복하고 있다며 비판하는 움직임도 분명 있다. 친문 계보를 비롯한 더민주 소속 정치인들 및 진보진영 일각에서 이같은 문제 제기를 이미 오래 전부터 해왔고, 그러한 문제 제기를 지지하는 세력과 시민들도 분명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한겨레TV’에서 시사 프로그램 ‘파파이스’를 진행하는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 혹은 차기 대권주자로 거론되고 있는 이재명 성남시장 등은 “(이들의 움직임은) 과거 3당야합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으로 국민들이 또 속을 수는 없다”면서 “국민의당과 제3지대 창당세력을 지지할 수 없는 이유”라고 강조하고 있다.

 

손학규 전 대표의 북콘서트 현장. ⓒ배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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