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탄핵 가결, 인천시민들도 ‘환호’
상태바
박근혜 탄핵 가결, 인천시민들도 ‘환호’
  • 배영수 기자
  • 승인 2016.12.09 17: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민, 정치권, 시민단체 등 “위대한 국민승리” 한목소리

정세균 국회의장이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가결 선포를 하는 장면. (JTBC 보도화면 촬영)
 

매주 서울까지 가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외치던 인천시민들의 뜻이 국회에서도 통했다.
 
국회는 9일 열린 본회의에서 열린 박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을 총 300명 국회의원중 299인 투표에 찬성 234표, 반대 56표, 기권 2표, 무효 7표로 통과시켰다. 오후 4시가 조금 넘은 시각이었다. 

인천지역에서도 탄핵 가결 소식이 전해지자 각처에서 이를 환호하는 목소리가 쏟아져나왔다.

민주노총 인천본부는 탄핵 가결 후 논평에서 "헌법재판소의 판결 여하에 관계 없이 박근혜의 대통령으로서의 자격과 정치적 생명은 이미 끝났다. 박근혜는 즉각 퇴진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또 "박근혜 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해온 노동개악·성과퇴출제, 사드미사일 배치, 역사교과서 정화, 한미군사정보협정 등은 아무런 정당성 없는 ‘국정농단 정책’이라고 밝혔다.

인천평화복지연대도 "탄핵 가결은 주권자인 국민의 명령에 따른 마땅한 결과이자 전국 방방곳곳의 광장에 나선 국민촛불의 위대한 승리"라며 "광장의 촛불은 ‘명예 퇴진’, ‘질서 있는 퇴진’을 주장하는 새누리당에 일침을 가하고 탄핵 반대를 포기시켰다"며 박근혜 대통령의 즉각적인 퇴진을촉구했다.

동암역 앞에서 매주 국정교과서 반대 서명운동을 진행하고 있는 김재용 변호사는 “탄핵 가결은 당연한 결과”라며 “찬성표를 보니 새누리당에서 62표가 나온 것으로 보이는데, 친박에서도 찬성표를 꽤 던진 것 같지만, 어쨌든 대세에 합류한 새누리당은 나름 현명한 결정을 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박 대통령이 헌재까지 시간을 끌며 버텨보겠다는 것은 국민의 요청을 전혀 모르고 있다는 것으로, 혼란을 수습할 수 있도록 조속히 자진 사퇴를 하는 것이 국가를 위한 마지막 일”이라고 말했다.

기독교장로회 새봄교회의 이진권 목사는 “오늘은 시민들의 촛불이 승리를 거둔 날이며, 국회에서 시민들의 염원을 받아들여 다행”이라 운을 뗀 뒤 “이제는 탄핵 이후의 정국을 생각할 때고 더 이상 소수의 기득권자들이 권력에 중심에 서있는 게 아니라, 시민 중심의 정치를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오후 4시10분 경 정세균 국회의장이 탄핵소추안 가결을 선포하자 노트북을 이용해 인터넷으로 TV를 시청하던 한 카페에서 몇몇 시민이 환호성과 박수를 치기도 했다. 자신을 대학생이라고 소개한 손님은 “스마트폰으로 국회 본회의를 시청하고 있었다”면서 “전 국민의 뜻이 탄핵으로 모아졌는데 결국 국민의 힘으로 가결돼 참 다행이다”라고 밝은 표정을 지었다.

중구의 한 식당 주인 아주머니는 “내가 새누리당 지지했지만, 이번 건을 부결시키는 건 말도 안 된다”며 “나라꼴이 말이 아닐 것 같아서 이번 건은 찬성은 안 한다면 그게 이상한 거 아니냐”고 말했다.

 

9일 오후 여의도 국회 앞. 시민들이 국회 탄핵 표결에 앞서 박 대통령의 탄핵 가결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인천시민들 “대통령과 친박 책임지고 헌재 여론 보게 해야” 등 의견
 
이날 시민들의 반응은 대부분 “탄핵이 전부가 아니다”라며 새누리당의 해체, 친박 정치인들의 정계 은퇴 및 대통령과 최순실 일가 등의 구속수사 등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국회 본회의 현장에서 탄핵 직후 집단 퇴장한 일부 친박 정치인의 반응 등에 대해 여전히 못마땅하다는 태도다.

대학생 김경모씨(25)는 “탄핵 가결은 국민의 뜻으로, 향후 광화문 집회도 오늘 탄핵을 이유로 그 규모가 줄어들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면서 “이제 대통령 퇴진 여부를 결정할 헌법재판소가 여론을 가벼이 보지 못하도록 국민들이 더 움직여야 하고, 나로서는 헌재가 아둔한 판결까지는 하지 않을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계양구 주민 류영상씨(37)는 “대통령의 국정농단 및 뇌물연루 등 문제에 모든 책임을 가감없이 져야 할 것이고 국정교과서 등 역사왜곡 문제도 이참에 해결을 봐야 한다”고 의견을 전했다. 
 
그런가 하면 이날 뉴스에서 본회의 현장중계 시 친박인 새누리당 최경환 의원이 투표도 거부한 채 “대통령은 사익을 위해 돈 쓴일이 없고 자신에게 부당한 일을 시키지 않았다는 메시지를 돌렸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일부 시민은 눈살 찌푸리기도 했다.

박 대통령이 5시에 국무회의 소집을 한다는 소식이 들리자 “아직도 자기가 정상적인 대통령인 줄 안다”며 분개하기도 했다. 대학생 차모씨는 “황교안 국무총리가 권한대행을 이어받게 될 텐데 이사람도 사실은 국정농단의 책임을 져야 하는 인물”이라며 황 총리의 사퇴까지 주장하기도 했다.
 
 
◆ 지역 정가 “국민만 바라보는 대통령 선출할 기회” 기대감 표현
 
지역 야권 정가에서도 가결 소식에 환호했다. 더불어민주당 인천시당은 논평을 통해 “오늘 국회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을 234표라는 압도적 찬성으로 가결한 것은 위대한 국민의 승리”라며 “새로운 대한민국의 미래와 역사를 원하는 국민들이 거둔 구체적인 성과”라고 평가했다. 시당은 “대통령이 국정을 농단하고 헌정을 유린하는 것을 지켜본 국민들은 세계사에 기록될 대규모 평화적 촛불집회를 통해 대통령의 권한을 중지시키는 역사를 이루어냈다”고 찬사를 보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의 이용범 인천시의원(계양3)은 “5천만 국민을 바라보고 정치를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개인과 최순실의 사익을 위해 국정농단을 펼친 것은 인천시민이자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용서할 수 없는 부분”이라며 “이젠 국민만 바라보면서 정치를 할 수 있는 인물이 대통령을 할 수 있는 날이 오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야권의 관계자 중에서는 “선 개헌 후 대선 절차로 진행하는 것이 맞다”, “조기 대선 후 개헌 논의”, “황 총리의 즉각 교체” 등 박 대통령 탄핵 이후에 대한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정치적 입장에 따라 이후 정국방향에 대한 의견은 다소 다른 편으로 나온 것으로 분석된다.
 
인천평화복지연대의 신규철 정책위원장은 “대한민국 5천만 주권자의 승리이며, 앞으로도 야3당을 비롯한 정치권이 당리당략이 아닌 촛불 민심을 기본으로 삼아 정치방향을 정해야 한다”면서 “광장을 통한 시민들의 요구는 여전히 박근혜 즉각 퇴진이며 시민사회는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세월호 진상규명과 국정화교과서와 재벌개혁 등 적폐청산 요구를 해나갈 것”이라 말했다.
 
인천전교조 소속의 한 교사는 “그야말로 사필귀정”이라면서 “그러나 향후 헌재 인용이라는 더 큰 벽이 남아 있기에, 국민들 모두가 이제는 헌재를 향해 국민의 의견을 제대로 촛불로 알려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류권홍 원광대 교수도 “야당의 승리가 아닌, 세계가 놀란 질서 있게 이룬 촛불의 승리”이라며 “비박과 친박 일부도 다음 선거를 의식해 본인들이 살기 위해 한 투표인만큼 탄핵에 만족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인천시민 팟캐스트 ‘인천시민팟’을 운영하는 조강희 인천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는 “해방 이후 최초로 대의민주주의가 이루어진 것”으로 “주인(국민)의 뜻을 따른 머슴(국회의원)의 올바른 관계를 말한 것”이라고 자평했다.

류재형 사진작가는 “시민과의 저력을 보여준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고, 인천 출신의 서은미 사진작가는 “반대 56 및 기권하고 나간 국회의원들을 국민들이 제대로 혼을 내 줘야 하고 향후 국정 안정화 및 제대로 된 특검이 되도록 정치인들이 앞장서야 한다”고 의견을 전해왔다.

 

국회 본회의에서 진행된 탄핵소추안 표결 중 개표상황 당시의 보도장면. (JTBC 보도화면 촬영)
 
◆ 탄핵 직후에도 여야 갈등은 ‘당분간 계속’
 
한편 탄핵 가결 직후 회의장을 나선 국회의원들은 여야별 입장이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의 안민석 의원은 “우리 예상보다 찬성표가 10~15표 더 나온 것으로 국민들이 만들어준 이 길이 참으로 무섭고 위대하다 느꼈다”면서 “분명한 건 야당이 잘한 게 아니라 촛불의 힘으론 나온 결과로 야3당이 깊은 성찰과 반성, 그리고 경거망동하지 않는 자세를 통해 새정치를 만들어가는 데에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새누리당 소속의 김영우 의원은 “추미애 의원 등 야당 의원들이 황교안 총리도 도 믿을 수 없다며 총리도 교체하라는 말을 하고 있는데 완전히 체제 전복을 하자는 말이냐”고 불편한 기색을 대놓고 드러내기도 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