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과 고통'의 만남, 새 길을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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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과 고통'의 만남, 새 길을 찾다
  • 송정로 기자
  • 승인 2017.01.14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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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고재 '문학이 있는 저녁' 개강



인문학 서당 <온고재>가 주관하는 특별기획 ‘문학이 있는 저녁'이 13일 오후 7시30분 구월동 온고재 사무실에서 열렸다. 총 12강 중 첫 강좌를 시작한 이날 20여명의 등록 수강자가 참여한 가운데 안서현 박사( 월간 '현대시학' 편집위원)가 강사로 나왔다.

이날 안 박사는 '2016 올해의 문제소설' 김연수의 단편 '다만 한 사람을 기억하네'를 주제로 김연수의 소설세계에 대해 강연했다.

'다만 한 사람을 기억하네'는 일본 지바현 사쿠라시에 소재한 'DIC가와무라 기념미술관'에 소장된 러시아 출신의 미국의 추상화가 마크 로스코의 작품을 모티브로 소설을 풀어나간다.

작가 김연수는 이 소설 도입부와 결말부에 세월호 사건을 등장시키는데, 마크 로스코 작품 속의 묵직한 색면(色面)이 마주치듯, 인간의 고통과 고통의 만남, 죽음과 삶의 만남 등을 통해 국민과 시대적 아픔을 공감하고 있다고 안 박사는 설명했다.

이 단편소설 속의 주된 내용은 세월호가 발생하기 10년전, 자살하러 고향 사쿠라를 방문한 40대 일본인 남자(후쿠다)가 한국의 20대 여자 주인공이 틀어논 노래로 마음을 돌렸다는 것이다. 미술관을 찾아 사쿠라시를 방문한 한국의 연인(현재는 헤어진)이 카페에 우연히 들러 틀어놓은 <하얀 무덤>이라는 일본인 여가수(아카이 토리)의 노래를 후쿠다가 듣고 살 힘을 얻었다는 내용이다.

작가는 특히 온라인 시대에 그만의 새로운 소설기법, 즉 소설 중간중간에 관련 중요자료를 링크하도록 암시하여 하이퍼텍스트(문서 중간에 문서의 부분적인 내용이나 이미지가 다른 문서와 연결되어 있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문서) 기능을 도입하고 있다고 안 박사는 강조했다. 안 박사는 실제 10년 전 <하얀무덤>을 틀어주던 사쿠라시의 그 카페를 구글을 통해 보여주고, 아카이 토리의 <하얀무덤> 노래도 들려주었다. 마크 로스코의 작품과 연인이 걸었던 미술관의 벚꽃 산책길도 온라인을 통해 쉽게 찾을 수 있다.

안 박사는 또 박근혜 정부가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을 처음 시작하게 만든 2014년 '문학동네' 가을호의 세월호 특집에 대해서도 언급하며, 세월호 사건이 터지고 얼마안돼 작품들을 생산해낸(7월 원고 마감) 작가들의 정신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을 상기시켰다. '다만 한 사람을 기억하네'는 '문학동네' 2014년 겨울호에 실렸다.

다음 강의는 20일(금) 오후 7시30분, 안서현 박사가 최은영 작 '미카엘라'를 주제로 진행한다.


<하얀 무덤>

오늘도 미소가 나를 스치었다
아무 일도, 아무 일도 없었던 것 처럼
내 마음은 찟어질 듯했다
사람을 사랑할 수 없는 까닭에
과거는 부드럽게 나를 감쌌다
거짓을 감추는 것처럼
하지만 나의 마음은 죽어버렸다
사람을 용서하지 않는 까닭에
내일이여, 자유를, 자유를 다오
이 슬픔을 떠나게 해다오
고통 없는 자유로운 마음을
하얀무덤 처럼 사는 나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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