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교과서’ 몽니 부리는 교육부,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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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교과서’ 몽니 부리는 교육부, 이유는?
  • 배영수 기자
  • 승인 2017.01.20 16:2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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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선교육청에 연구학교 지정공문 전달... 인천 포함 13개 교육청 ‘반대’

교육부 청사. (사진 출처 = KBS 뉴스 보도화면)

 
교육부가 최근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 ‘여론 의식’ 차원에서 국정화교과서 강행을 하지 않는 대신 국정화교과서를 도입하겠다는 학교들을 ‘연구학교’로 지정하겠다는 방침에 인천시교육청이 ‘소극적 반대’ 입장을 갖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19일과 20일 시교육청 및 교육부 등의 말을 종합해 보면, 교육부가 올해 국정화교과서 도입을 찬성하는 일선 학교들을 연구학교로 지정하겠다는 입장을 갖고 지난 10일 경 전국 시·도교육청에 연구학교 운영 계획 및 공모 요청에 관한 공문을 보냈다. 인천시교육청도 교육부로부터 이러한 공문을 받았다.

교육부는 현재 제작이 돼 있는 국정화교과서에 대해 일선 시·도교육청으로 하여금 연구학교 수요를 조사토록 하고, 다음 달 15일까지는 지정절차를 완료하겠다는 내부 계획을 갖고 있다.
 
이청연 현 시교육감이 국정화교과서를 반대하는 진보교육감인 만큼 이를 찬성할 리는 없다. 때문에 시교육청은 시교육청의 공문을 내려 받은 지 열흘이 다 가도록 일선 학교에 공문을 보내지 않았다. 이 교육감의 의지를 파악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교육감은 “교육부의 연구학교 지정에 반대한다”고 공식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시교육청은 최근 박윤국 교육국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연구학교 지정위원회’를 개최해 인천 관내에서 국정화교과서 사용을 원칙적으로 허용하지 않는 방침 아래 교육부의 공문을 따르지는 않는 것으로 결정했다. 열흘 가까이 공문 전달을 하지 않는 것도 해당 위원회의 결정에 따른 것이다.
 
다만 시교육청은 일단 ‘소극적 반대’의 입장을 취하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공문 전달을 하지 않는 것으로 반대 입장은 분명히 하지만, 교육부에 직접 국정화교과서 도입의 반대를 공식적으로 전달하지는 않기로 했다는 것이다.
 
시교육청의 국정화교과서 반대 입장을 굳이 ‘정치적’으로만 해석할 이유는 없다. “정치적 이유로 일선 학교에 혼란을 줄 수는 없다”는 나름의 정당성이 있기 때문이다.

한편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20일 전체회의를 열어 '역사교과용 도서 다양성 보장에 대한 특별법(국정교과서 금지법)을 의결했다.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도종환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이 법안은 국가가 저작권을 가진 교과서 도서를 금지하는 내용이다. 이 법안은 법제사법위원회로 넘어가게 된다.

이 법이 이대로 통과되면 연구학교로 지정됐다 하더라도 상위법에 의거해 국정화교과서를 사용할 수 없는 만큼, 굳이 공문을 하달해 일선 학교에 혼란을 야기할 이유가 없는 것이 사실이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정치적 이유가 아니라 교육부가 일선 학교에 혼란을 줄 수도 있는 공문을 내린 만큼, 굳이 협조할 필요를 못 느꼈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미 국정화교과서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고 교육에도 문제가 있다는 여론이 제기됐음에도, 교육부가 좀처럼 국정화교과서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교육부는 일선 연구학교 지정을 시·도교육청이 반대해 일선 학교에서 연구학교 지정을 하지 않게 되면 이를 시·도교육청에 의한 학교의 자율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는 내부 방향을 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교육부 관계자는 “교육부의 정책은 위법이 아닌 만큼 이를 교육청이 거부한다면 관련법에 의거해 조치할 것”이라 밝혔다. 내부에서 ‘보복’의 생각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 교육부는 이러한 일선 시·도교육청의 연구학교 지정 거부에 관해 법리적 검토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지역 시민사회 및 교육계는 이러한 법리검토를 통해, 교육부가 연구학교 지정을 거부하는 일선 교육청에 대해 ‘행정 및 재정적인 재제를 취할 근거’를 마련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교육부의 이러한 ‘보복 조치’는 이전에도 전례가 있다. 지난해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지 않았던 경기와 전북 교육청의 교부금을 삭감한 바가 있다. “말을 안 듣는다”면서 줘야 할 돈을 주지 않은 셈이어서 해당 지역들의 시민여론은 “치졸하다”는 반응까지도 보였다고 한다.
 
교육부가 이렇게 연구학교 지정을 거부하는 시·도교육청에 대해 교부금 삭감 등 보복 조치를 할 경우 정치적 대립 및 학생들의 피해 등이 우려되는 상황이기도 하다.
 
이렇게 교육부가 미련을 못 버리고 일종의 ‘몽니’를 부리는 것은, 교육부가 직접 이유를 밝히진 않았지만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하나는 모든 시민들이 알고 있을 정치적 이유, 그리고 다른 하나는 이미 44억 원의 예산(예비비)을 국정화교과서에 투입한 상황에서 예산의 책임을 전적으로 뒤집어쓰기 싫은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그러나 연구학교 지정에 대한 반대의 움직임은 인천에서만 일어나는 게 아니다. 서울과 경기교육청 등 인천 인접 수도권의 교육청들은 이미 교육부에 연구학교 지정 거부의사를 공식적으로 제출하는 등 인천보다 더 강력한 반대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 외 전국적으로 총 13개의 시·도교육청이 연구학교 지정절차에 대해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인천지역 시민사회의 여론도 시교육청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강경하다. 인천시민사회단체연대 관계자는 “여론이 이미 돌아선 상황에서도 교육부가 국정화교과서에서 소위 ‘손절’을 하지 못하는 것은 예산이 수십 억 들어간 것에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것”이라면서 “이미 국민들은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으로 국정교과서를 탄핵한 것으로, 인천을 비롯한 전국의 여론을 무시하고 국정화교과서 관련 정책을 추진하면 더 큰 비판여론에 직면할 거고, 더 나아가서는 교육행정 전반에 대한 개혁까지 요구하게 될 게 분명한 만큼 교육부가 냉정히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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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자 2017-01-25 11:33:05
시교육청이 왜 어정쩡하게 소극적 반대를 하는지 이해가 안간다. 교육부의 실패, 박근혜 정권의 부도덕한 역사 농단을 교육청이 뒤집어 쓰겠다는 말인가? 소극적으로 반대하여 연구학교를 받게되면 이는 역사에 대한 범죄자가 되는 것이다.교사들에게도 부도덕한 정권의 부역자가 되게 하는 것이다. 더 이상 교사들을 정권에 따라 정권의 입맛에 따라 부역자가 되게 하지 말라! 더 이상 선생들을 욕보이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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