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라 매립쓰레기 그대로 두고 공원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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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라 매립쓰레기 그대로 두고 공원조성?
  • 배영수 기자
  • 승인 2017.02.21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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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환경단체 "당초 원칙 지켜라"... 사월마을 쇳가루 문제도 해결 기미 없어

 
서구 청라지구, 왕길동 사월마을 주민들이 쓰레기 매립 등에 따른 환경문제로 주민 건강권이 위협된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먼저 청라국제도시 주민들과 인천환경운동연합, 글로벌에코넷 등 시민단체들은 21일 인천시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청라5구역의 매립쓰레기 처리방식에 대해 당초 약속한 사항을 지키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주민들이 문제를 삼고 있는 청라5구역 부지는 지난 1986년부터 1991년까지 당시 서울 난지도 쓰레기 매립장이 포화상태에 이르자 인천지역의 생활쓰레기 및 산업폐기물 등을 매립하던 곳이었다.
 
이날 기자회견을 진행한 환경단체들의 추산치에 의하면, 당시 매립된 쓰레기들은 일반 가정에서 배출된 쓰레기 외에 폐타이어, 폐스티로폼 등 환경폐기물을 포함 총 150만 톤 가량. LH는 해당 부지에 첨단산업단지(IHP)와 공원을 조성한 뒤 공원은 인천시에 기부채납키로 한 상황이다.
 
때문에 당초 LH는 주민 민원을 고려해 당초 이들 매립된 쓰레기들을 전량 굴착한다는 약속을 했던 바가 있다. 그대로 둘 경우 이들 쓰레기에 오염된 침출수가 인근 공촌천으로 유입되면서 주민 피해가 우려된다는 시민단체 및 환경단체들의 주장과 근거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또 당시 LH는 해당 부지의 택지 분양 당시 매립쓰레기 전량 굴착과 선별 및 처리 비용을 이미 분양가에 포함시킨 바도 있었다.
 
그러나 이후 LH가 “예산이 부족하다”라는 이유로 부지 일부에 대해 굴착을 포기하고 안정화 방식(쓰레기를 그대로 둔 채 그 위에 건물을 올리거나 기반시설 등을 조성하는 방식)으로 바꾸면서 해당 주민들 사이에서 “LH가 이익 창출을 위해 주민들의 환경 및 건강권을 외면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환경단체들이 청라5구역 부지 인근에서 채취했다는 당시 매립 폐기물을 기자에게 보여준 것.


실제 이들 환경단체는 공촌천에 침출수가 유입되는 정황을 포착했고, 당시 매립돼 지금까지도 썩지 않고 있는 쓰레기들 일부를 발견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때문에 이러한 류의 환경오염으로 인해 알러지 등 피부병이나 기관지 계통의 질병들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의견.
 
이들은 “현재 청라5구역 내 굴착을 포기하고 안정화공법으로 공원을 조성하는 것은 사실상 ‘쓰레기 무덤’을 추진하는 것으로, 현재 인근 건설 중인 청라모아미래도, 대광로제비앙 등 아파트들이 공정률 50%를 넘은 상황인데 추후 이곳에 입주할 주민들이 이런 사실을 안다면 더 큰 민원이 발생하며 건설사에게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며, 더욱이 공원으로 포장된 쓰레기무덤을 기부채납하겠다는 것은 사실상 폐기물을 떠넘기는 것”이라며 안정화공법의 전면 철회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LH 측은 “문제가 되고 있는 안정화공법이 적용되는 곳은 총 공원부지 3만 8천㎥ 중 20~30% 정도에 해당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왕길동 사월마을의 쇳가루 등 유해물질 문제도 좀처럼 해결 기미가 없다.
 
왕길동 주민들로 구성된 ‘사월마을 대책위원회’는 같은날 역시 인천시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쇳가루가 날려 고스란히 생활 피해로 이어지고 있는 사월마을에 대한 역학조사 및 이주 대책마련 등을 시행하는 동시에 수도권매립지도 당장 종료시켜라”라고 주장했다.

1980년대만 해도 아무런 문제없이 농작물 등을 키워 왔다는 사월마을에 어두운 그림자가 끼기 시작한 것은 지난 1992년 인근에 수도권매립지가 조성된 이후부터로 알려져 있다. 대형 쓰레기 운반차량으로 인해 발생되는 각종 분진과 소음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이 주민들의 의견.
 

사월동 왕길마을의 한 주민이 21일 시청 기자회견에서 자신이 앓았다는 질병에 대해 밝히는 모습. 이 주민은 “병원에서 쇳가루가 일부 원인이 있다고 진단했다”고 주장했다. ⓒ배영수

 
또 2000년대 들어 매립지 등과 관련해 인근에 수십여 개 유해물질 취급 업체와 공장들이 들어서면서 환경상황이 심각해질 대로 심각해졌다는 게 주민들의 설명. 추산치로 약 1,500만 톤에 달하는 건설폐기물이 마을 앞에 산처럼 쌓여져 장기간 방치되면서 어느덧 ‘환경오염의 원산지’처럼 돼버렸고, 인근 업체들이 폐기물 작업을 하면서 소음과 악취에도 고통 받고 있다는 주민들의 설명은 이미 지역 및 중앙 언론매체들의 보도로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기도 하다.
 
특히 사월마을 주민들 일부 중에서는 수년 전 감상선암 진단을 받았던 바가 있고 쇳가루 등 환경 영향으로 뼈가 물러지고 치매가 왔다는 진단결과가 나온 바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사월마을에서 키우던 농작물에 쇳가루가 박히는 등 중금속에 오염된 정황, 주민들 일부가 진행한 모발검사에서 심각할 정도의 중금속 중독 등 건강에 유해한 결과가 나오기도 하는 등 알려진 사실보다도 더 심각한 환경폐해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사월마을 주민 중 한 명은 “우리 마을 사람들이 혈액마저 오염됐다며 헌혈도 못 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렇게 문제가 심각함에도 해당 지역 기초단체인 서구청은 물론 인천시까지도 정확한 원인을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여름 즈음서부터 민원이 있었지만 그전까지는 쇳가루와 관련된 민원이 없었다”는 게 서구 관계자의 설명. 그러나 십수년을 환경문제에 시달린 주민들 입장에서는 “민원이 없었다”는 이유로 지역 환경문제를 외면해 왔다는 지적을 할 수도 있는 상황.
 
게다가 추후 사월마을 인근에 6천 세대 규모의 아파트 단지가 들어설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들이 고스란히 쇳가루 등 환경 피해를 받을 것으로도 예상되고 있다. 만약 이들까지 피해 주민으로 이어진다면 사월마을 원주민을 포함해 무려 2만 명 규모의 피해가 예상되는 부분.
 
사월마을 주민들은 이러한 모든 환경오염이 수도권매립지가 원인이었다고 보고 있다. 주민들은 “쇳가루가 날리는 원인이 밝혀질 때까지 지자체를 향해 투쟁할 것이며, 매립지로 인해 들어선 환경 유해업소들이 모두 없어질 때까지 이는 계속 될 것”이라 말했다.
 
한편 글로벌에코넷의 김선홍 상임회장은 “삶의 질이 나쁘지 않았던 사월마을 주민들의 삶을 파괴한 것은 바로 수도권매립지로 이는 반드시 종료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유정복 시장은 오히려 4자협의체를 통해 매립지를 연장하면서 이로 인해 고통 받는 사월마을에는 한 번도 찾아온 바가 없었다”면서 “주민 건강을 끝내 외면하는 유 시장이 시장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지역구 시의원인 인천시의회 김진규 의원 역시 “인천시와 서구에서 사월마을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것”이라며 “시가 주민 요구사항을 최대한 반영토록 해야 할 것이며 시의원 차원에서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인천환경운동연합 관계자가 건네준 왕길동 사월마을 주민 일부의 모발검사 자료. 특히 알미늄 중독 등 주민들의 신체의 중금속 오염이 심각한 수준임을 나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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