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의 이정표를 분명히 세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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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의 이정표를 분명히 세우라
  • 고보선
  • 승인 2017.03.14 08:1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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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논단] 고보선 / 인천석남중 교장

2014년 6월 4일, 전국 17개 시·도 중 13개 지역에서 진보 교육감이 탄생했다. 진보 교육감들의 공통된 공약은 정직과 정의가 살아있는 학교, 학생들에게 희망을 주는 학교, 행복을 주는 학교, 민주 시민을 길러내는 학교 등으로 요약될 수 있다.

우리 인천에서도 진보 교육감이 당선되어 교육의 변화를 열망하는 많은 사람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본인도 교육감 인수위 조직분과 위원으로 참여하여 인천시교육청 직제와 조직을 바로 세우기 위해 노력했고 일반고 살리기 TF(Task force)에 참여하여 침체된 일반고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것은 내가 가진 아주 보잘 것 없는 힘일지라도 진보교육의 꿈을 위해 남김없이 쏟고 싶었기 때문이다. 단 한명의 학생도 소외되거나 차별받지 않는 교육, 그 평화로운 들판에서 우리 아이들의 미소가 흩날리는 아름다운 교육의 꿈을 기필코 현실화시키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3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진보 교육감들이 내세웠던 교육적 비전은 실현되고 있는가? 그 동안 교육감들은 본인의 공약을 성실히 실천하기 위해 노력해왔을 테지만 교육감들에 대한 평가는 다양하다. 안정적으로 진보적인 교육정책을 추진했다는 평을 받는 교육감도 있고, 그렇지 못한 교육감도 있다.

우리 인천 교육은 어떠할까?

얼마 전에는 교육청이 앞서서 특정 특목고의 대입 결과를 성공 사례로 홍보함으로써 입시경쟁교육을 부추기는 인상을 지울 수 없게 되었다. 게다가 특목고 중심 지원정책과 과학중점학교 활성화 정책으로 평등교육을 통한 일반고 살리기는 좌초되어버린 모양새다. 물론 이것만으로 인천교육 정책의 전부를 단정 지을 수는 없다. 하지만 국민 대다수가 열망하는 입시 경쟁 교육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면, 보다 흔들림 없이 단호하고 선명한 정책 집행이 필요하지 않을까? 입시 성적도 잡고, 참교육도 해야 한다는 어정쩡한 교육청의 포지션이 일선 학교에서는 결코 벗어날 수 없는 입시 교육의 강고함을 재차 확인시켜주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렇게 전 국민의 교육적 열망을 물거품으로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세계적인 애니메이션 제작사 드림웍스에서 최고의 인기를 끌었던 영화로 「쿵푸 팬더」 와 「슈렉」이 있다. 「쿵푸 팬더」 애니메이션 영화의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OST)에는 프로듀서로 ‘김현도’ 씨가 참여하고, 한류스타 가수인 ‘비’가 노래를 불렀다. 또한 2명의 한국인이 직접 제작에 참여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우리나라에서 더욱 인기와 언론의 주목을 끌었다. 「슈렉」은 시나리오 총책임자로 제니퍼 여 넬슨(한국명 여인영)과 레이아웃의 총책임자 전용덕 씨가 참여하여 성공하기까지 이들 모두의 공통점은 '자신의 꿈을 펼쳤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여러 분야 세계경시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할 만큼 뛰어난 영재들이 많지만 세계적인 인재로 발전하는 경우는 드물다. 일본은 기초 과학 분야에서 지금까지 22명이 노벨상을 수상했다. 한국은 단 한 명의 수상자도 없다. 과연 무엇 때문일까?
다방면에서 풍부한 문화 예술적 소양을 갖춘 글로벌 인재로 키우기보다는 단답형 주입식 교육만이 성공의 전부인 양 가르치는 우리의 교육 현실이 문제다. 이런 토양이 영재를 범재로 키운다. 자신의 꿈과 소질을 마음껏 펼치기보다는 정해진 입시의 틀에 맞추어 경쟁하며 규격화되어지는 우리의 교육, 그 속에서 우리나라의 인재들은 세계적인 인재로 발돋움하지 못하고 우물 안 개구리로 성장을 멈추어 버리는 것은 아닐까?

수능을 보자. 다섯 개 답 중에서 적절한 것, 혹은 적절치 않은 것을 골라내는 방식이다. 간혹 '적절한 것을 있는 대로 고르시오' 라고 묻기도 한다. '있는 대로'라면 답이 두 개 이상이라는 암시가 된다. 그런데 정답이 하나인 경우에도 그렇게 묻는다. 국가가 학생들을 상대로 '꼼수'를 부리고 있는 것이다.
사교육을 없애겠다는 명분으로 도입된 EBS 연계율은 더 가관이다. 아이들은 교과서를 집어 던지고 EBS 교재를 통해 비슷한 패턴의 문제를 풀고 또 푼다. 그리하여 수능시험은 '실수가 용납되지 않는 경쟁'이 된다. 2017학년도 수능 국어영역 만점자가 4%, 약 1000명이 넘었다.
학생들이 문제의 함정에 걸려들지 않기 위해 얼마나 문제 풀이 훈련을 했겠는가. 기술 지식 두뇌집약 산업구조로 바뀌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이런 방식으로 실시되는 수능을 잘 본 학생을 '인재'요 ‘수재’ 라고 부르는 것부터가 넌센스요. 비극이라 해야 할 것이다.

과연 우리 교육은 언제까지 입시 경쟁 교육의 굴레에 갇혀 있어야 하는가?
주입식 교육에 대한 문제점은 수없이 제기되고 있지만 뚜렷한 해결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 ‘꿈’ ‘끼’를 살려주는 감성 교육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한목소리로 외치지만 결과는 언제나 입시위주의 주입식 교육에 대한 보완이나 강화로 바뀌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교육 선진국들은 재능을 키우는 감성교육에 아낌없는 투자를 한다. 미국 인디애나주의 뉴 알바니 고등학교에서는 작년 학생들이 제작한 뮤지컬 '미녀와 야수'에 16만5000달러(한화 1억 9천만원)를 투자했다. 미국은 이런 아낌없는 투자와 교육과정으로 오늘날 미국이 세계 문화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최근에 이르러 우리나라에서도 미약하나마 교육 정책의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교육부에서도 중학교 자유학기제를 도입하고 학생의 창의적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정책을 지원하고 있다. 인천시교육청에서도 ‘모두가 행복한 인천교육’을 교육비전으로 추진하고 있다. 더불어 단위 학교는 자율동아리 활성화를 통해 ‘모두가 함께 성장하고 배우는 학교 만들기’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이제 학교는 즐거운 배움터, 행복한 놀이터가 되어 학생과 교사가 함께 만들어 가는 학교문화가 정착되어 가고 있으며, 학부모의 학교 교육 참여를 통해 목소리를 직접 듣는 교육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내가 참여한 행복학교 만들기' 프로젝트를 통해 교육 가족 모두의 참여와 관심을 이끌어내고 아이들이 즐겁고 행복한 학교를 만들어가고 있다.

우리나라가 가진 최고의 자산은 전 국민이 가진 높은 교육열이다. 지나친 열망으로 인한 부정적인 영향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세계 유례없는 교육열 덕분에 우리나라가 이 만큼 발전한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산업화 시기의 교육은 1명의 엘리트를 기르면 1000명을 먹여 살릴 수 있다는 엘리트 중심 교육이었다. 그들이 만들어 놓은 시스템 속에서 대다수의 국민들은 충실한 노동자로 살아가기 위한 3R‘s(읽기, 쓰기, 셈하기) 교육을 이수하면 되는 것이었다. 그들에게 뛰어난 창의력과 사고력은 필요하지 않았다. 부모들은 자신은 노동자로 살면서 자신의 자녀만은 1명의 엘리트가 되어 주기를 꿈꾸었고 그를 위해 기꺼이 치열한 입시 경쟁에 온 가족이 뛰어들었다.
그러나 이제 세상이 바뀌었다. 21세기 교육은 현재의 교육방식으로 돌파를 기대해서도 안 되고 돌파할 수도 없다. 균질의 값싼 상품을 대량으로 만들어 내다 팔아서 번영하는 시대는 지났으며 표준화된 노동자를 길러내기 위한 3R‘s 중심의 교육 시스템도 변화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알맞게 우리 아이들은 세상의 모든 지식과 정보를 연결시키고 조합해낼 수 있는, 독창성과 창의력, 의사소통력과 협력 정신을 가진 아이들로 길러야 한다.
그런데 아직도 우리 교육정책과 교육현장은 이류 삼류 인생만을 육성해 내려 하고 있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교육개혁을 외쳤지만 사교육비는 더 늘고 공교육은 망가졌다. 공교육을 신뢰하는 학부모, 학생이 되도록 교육기관과 교육현장이 달라져야 한다. 공교육이 달라지지 않고는 이 나라에 희망이 없다.

촛불이 열어놓은 광장에서 무능하고 부패한 권력만이 심판을 받은 것이 아니다. 그 열린 광장에서 교육 민주화의 열기가 뜨겁게 타오르고 있다. 우리는 아직도 붕어빵 찍기 교육인 입시위주 교육, 비인간화 교육, 아이들을 가두어놓은 교육, 아이들이 학교를 떠나는 교육, 아이들이 죽어가는 비민주적 학교 문화와 교사들의 주입식 수업, 이를 바라는 교육 관료들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드높다.
이제는 교육 대개혁을 위한 과감한 교육정책 시도와 교육 투자로 다방면에서 자신의 능력이 발현되는 시민을 육성하여야 한다. 치열한 자기 반성과 처절한 교육 개혁만이 우리 아이들을 미래 사회를 주도하는 글로벌 인재로 길러낼 수 있을 것이다.
입시 교육과 참교육, 정 반대 방향을 가리키는 이정표 앞에서 이제 어디로 갈 것인가를 보다 분명히 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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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걱정 2017-03-15 10:12:13
진보 이념도 제대로 구현하지 못하고 부패혐의로 구속되고 실형을 받은 이청연 교육감 대신 이런 탁견을 품은 분이 교육감이 되었더라면 인천교육이 많이 발전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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