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정부의 권한 강화, 이번에는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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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정부의 권한 강화, 이번에는 가능할까?
  • 배영수 기자
  • 승인 2017.04.05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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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과 인천현안 ② - ‘지방분권 실현’의 목소리 전국에서 분출

인천시의회 본회의 진행 모습. ⓒ 배영수

 

'지방분권 실현 강화를 위한 개헌 및 법제 정비’, 이번 대선 공약에서는 반드시 실현해야할 중대 과제 중 하나라는 사실이 인천지역 시민사회에서도 강조되고 있다.
 
지난 29일 '인천시민의 힘'이 주관한 토론회에서도 지방분권 강화가 대선 관련 11대 과제 중 하나로 제시됐는데, 보다 더 우선 순위로 강조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최근 지방분권개헌을 위해 범국민 네트워크인 '지방분권개헌국민회의'가 전국 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전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 자방분권개헌 국민행동, 전국지방분권협의회, 한국지방신문협회 등 8개 단체가 참여한 가운데 결성돼 활동중이다. 또 시·도 및 시·군·구 조례에 의해 민·관·언·학 거버넌스 체제로 이루어진 13개 시·도 지방분권협의회도 '전국지방분권협의회'를 출범시키는 등 실질적인 지방분권을 실현시키기 위한 움직임이 강화되고 있다. 

또한 특별히 탄핵정국에서 조성된 개헌 논의가 대통령에 집중된 권력의 폐해 뿐 아니라,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양극화 문제를 지방분권 개헌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지방의 요구가 분출하고 있다. 현행 지방자치법령은 부단체장 수 및 실국본부 수를 제한하는 등 지방자치단체의 조직구성권 및 인사권이 보장되고 있지 못하며, 자치입법권도 제한되어 있고 지방교부세와 국고보조금 등으로 중앙에 의한 과도한 지방통제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시민의힘' 발제자는 지난 29일 토론회에서 지방분권 실현 방향으로 ▲헌법에 지방자치국가임을 명시하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해야할 일을 명확히 구분하는 지방분권개헌 ▲국세의 지방세 이전(4:6), 국고보조사업 국비 비율 및 포괄보조 확대 등 을 통한 지방의 자주재정권 보장 ▲자치조직권 및 인사권 보장 ▲조례입법권의 범위 확대 ▲지방의회 사무처 인사권독립, 광역의원 정책보좌관제 도입 ▲특별지방행정기관 정비 ▲교육자치 및 자치경찰제 도입을 제안했다.

인천시 역시 수도권이라지만 지방도시로서 분권에 대한 목소리를 강하게 내야한다는 지적이 많다. 시도 이를 간과하고 있지는 않다. 시 관계자는 “지방행정에 대한 각종 규제로 국가정책에 대한 주민의견 반영 및 지역특성을 살리지 못해 지역발전이 어려운 실정”이라며, “아직까지 지방을 중앙의 하위로 보는 중앙집권적 행정문화가 잔존하고 있는 만큼 특별행정기관 지방이양, 지방분권 개헌 등 4개 과제의 지방자치 발전을 위한 정책제언을 통해 중앙과 지방이 상생해 서로 더 잘하는 일에 매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 지방분권 실현의 열망, ‘전국적 여론’ 이미 형성돼 있다
 
지역 정가의 목소리도 같은 맥락이다. 지자체 별로 재정 상황은 제각각이지만, 중앙정부가 세금을 좌우하는 국가 시스템으로 인해 지방정부의 역할은 극히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계속 나오고 있다.
 
강병수 전 인천시의회 의원은 “아직까지 한국의 지방자치는 그 영향력이 20% 수준밖에 안 되고, 나머지 모두를 중앙정부가 휘두르는 모습”이라면서 “국민 세금 전체 중 20%만 지방정부에 해당되는 것이니 사업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고, 그러다보니 막상 시민들을 위한 시정을 제대로 펼칠 수 없는 상황이 현실”이라며 현 한국의 지방자치제도에 대해 지적했다.
 
최근 들어서만도 전북 군산시의회와 경북 경산시의회, 대구광역시 수성구의회 등 전국 수백 개 기초단체의 의회에서 지방분권 실현을 위한 결의안을 채택하는 등 움직임이 활발하다.
 
이에 최문순 강원도지사가 회장직을 수행하고 있는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는 5일 19대 대선의 지방분권 공약의제를 각 정당에 제안하고, “차기정부의 최우선 국정과제는 지방분권 정책추진에 있다”는 공식입장을 표명하기도 했다.
 
협의회에 따르면 이러한 공식입장은 전국 17개 시·도의 의견을 수렴해 지난 3일 지방분권 관련 대선 공약 제안서를 5개 정당(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정의당) 대표에 전달하고 정당 및 후보자의 공약에 적극적인 반영을 요청한 것에 따른 것이다. 이미 지방분권에 대한 열망이 각 정당 대선후보들에게 전달이 된 셈이다.
 

시의회 산업경제위원회 회의 모습. 보다 지역과 밀접하게 접촉하는 시의원들로 구성된 인천시의회의 6개 상임위원회(산경위, 문복위, 기획위, 교육위, 건교위, 운영위)는 시 조례의 제정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배영수

 
◆ 법령은 무조건 조례를 장악해야 할까?
 
재정 문제도 그렇지만 지방정부의 자치입법권한 한계는 수시로 뼈아프게 다가온다. 각 지자체가 필요에 의해 만들고 다듬는 조례는 상위법에 의해 발목을 잡히는 경우다 허다하다. 조례가 상위법을 거스를 수 없는 기본 원칙이 있기 때문에, 제대로 빛을 못 보거나 유명무실한 경우가 많다.
 
실제 작년 정도서부터 인천에서는 신포동이나 부평 등 일대를 중심으로 문제가 가시화되고 있는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해 몇몇 타 지자체가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쉽지는 않은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전국 최초로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조례를 만든 서울특별시 성동구의 경우 일부 구역을 ‘지속가능발전구역’으로 지정해 대형 프랜차이즈 등의 입점을 제한할 방침을 세웠다. 그러나 성동내에서 이에 대한 고민이 깊다. 조례로는 분명 이를 방지했지만, 상위법에서 방지하고 있지 않다 보니 한계가 있는 것이다.
 
실제 헌법 117조 및 지방자치법 22조에는 조례 제정의 범위가 규정돼 있다. ‘법령(법률+명령)의 범위 안에서’ 조례를 제정토록 하고 있는 것. 이것은 법령이 위임하는 한도 내에서, 또는 법령에 근거하는 한도 내에서 조례가 제정되도록 한 것이다. 지방정부의 자치입법권이 그만큼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좁은 영역에서 제정되어야 하는 조례가 그 행사 권한도 약하다는 것도 문제로 제기할 수 있다. 지방자치법 22조에는 “조례로 주민의 권리를 제한하거나 의무를 부과하기 위한 사항이나 벌칙을 정할 때는 반드시 법률의 구체적인 위임이 있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 말은 지방정부가 지역 문제를 풀기 위해 조례를 제정한다고 해도 법률에서 ‘할 수 있다’ 혹은 ‘해야 한다’라고 정하지 않은 한 강제 조항이나 벌칙을 정해 시행할 수 없다는 뜻이다.
 
실례로 인천 관내 10개 군·구가 제정해 시행 중인 여러 조례에서 이러한 한계로 인해 별반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대표적으로 ‘건축물관리자의 제설, 제빙 책임에 관한 조례’가 대표적이다. 집 혹은 점포 앞 눈을 제대로 치우지 않고 구청에만 맡기는 등 주민의식 부재로 인해 미끄럼 사고 등이 잦아지자, 지난 참여정부 당시부터 조례 제정의 움직임이 전국적으로 일어났다.
 
해당 조례는 주간엔 눈이 그친 후 3~4시간(군·구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음) 이내에, 야간엔 ‘다음날 오전 11시 혹은 눈이 10cm 이상 온 날은 24시간 이내’ 등으로 제정해 놓은 조례는 자신이 소유한 집 앞의 눈을 치워야 한다는 의무사항을 조례에 적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로 인해 제설작업에 적극적인 주민들은 거의 없었다. 상위법에 처벌 등 관련 규정이 없다보니 하위 조례에서 처벌규정을 만들면 상위법을 거스르는 게 되기 때문이다.
 
‘지방분권개헌 국민운동’ 측은 “지방정부의 조례는 일반적으로 세부적인 부분까지 보게 되어 제정되는데, 이에 비해 중앙정부의 법령은 획일적으로 적용하고 조례가 이를 무조건 따르도록 해놓고 있기 때문에 지방정부가 권한을 갖고 일할 수 있는 영역이 좁을 수밖에 없는 만큼 사실상 지방정부의 손발이 중앙정부에 의해 묶여 있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 ‘법’은 알아도 ‘조례’라는 단어엔 “그게 뭔데?”
 
실제 인천시민들만 해도 ‘법’이라는 단어는 익숙하지만 ‘조례’라는 단어에 대해서는 “그게 무슨 뜻이냐”는 이야기를 많이 하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시민들에게도 지방자치제도의 개념이 아직 확실하게 뿌리를 내리지 못했다는 증거다. 그리고 그렇게 뿌리를 내리지 못한 것은 90년대 초 지방자치제도의 도입 이후로도 중앙에 집중된 재정 등 권력구조가 고착화된 것이 결정적인 이유라 할 수 있다.
 
인천경실련 관계자는 “현재 대한민국은 중앙권력 구조의 조정 논의도 중요하지만 국민의 기본권과 지방분권에 대한 개헌 논의가 더 절실한 상황”이라며 “왜곡된 국세 대 지방세 비율이 조정돼서 재정분권이 현실화된다면 지방정부의 역량은 더욱 강화될 수 있지만 중앙관료집단들이 결정적인 권력을 쥐고 행정 시스템으로 인해 정책 및 재정의 불균형 현상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인천경실련은 “시민사회에서 대선주자들을 검증하고 요구해야 하는 것은 이 주자들이 과연 중앙집권적 권력제도의 폐단을 극복하고 권력분립과 지방분권을 실현하려는 의지가 있는지의 여부”라면서 “인천의 경우 지방분권이 강화될수록 시민 주권과 도시 성장력이 커지는 지역임을 시민들께서도 아셔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프랑스의 경우 지난 2003년 헌법을 개정하면서 지역정부의 ‘법규 제정권’을 인정해 법적으로 지방정부의 입법권 범위를 넓혀 주면서, 지방정부의 조례가 법률 집행을 위한 직접적인 이행 절차를 제정할 수 있는 법규 제정권 효력을 갖게 됐다”고 사례를 밝히면서 “우리나라도 자치입법권에 대한 정책방향이 프랑스와 비슷한 만큼 못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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