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구조하다 숨진 세월호 교사는 '순직 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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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구조하다 숨진 세월호 교사는 '순직 군경'
  • 김영빈 기자
  • 승인 2017.04.23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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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지법 순직 군경 유족 인정 거부처분 취소명령, 기간제 교사 순직 인정도 현재 진행형

     


 세월호 참사 당시 제자 구조에 나섰다가 숨진 교사를 ‘순직 공무원’보다 예우 수준이 높은 ‘순직 군경’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인천지방법원 행정1단독 소병진 판사는 세월호 희생자인 안산 단원고 이모(당시 32) 교사의 부인이 인천보훈지청장을 상대로 낸 ‘국가유공자(순직 군경) 유족 등록 거부 처분 취소소송’에서 ‘처분 취소 명령’을 내려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23일 밝혔다.

 재판부는 “침몰하는 세월호에서 자신의 생명을 돌보지 않고 학생들 구조에 나선 이씨는 특별한 재난 상황에서 군인, 경찰, 소방공무원이 담당하는 위험한 업무를 수행하다가 사망했다”며 “국가유공자법상 순직 군경에 준하는 예우를 할 필요성이 있고 형평성에도 반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국가보훈처가 2006~2013년 헬기로 산불진화를 하다가 숨진 산림청 공무원과 가스누출 사고현장을 목격하고 인명구조에 나섰다가 사망한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등 일반 공무원을 ‘순직 군경’으로 인정한 사례 10건을 형평성에 반하지 않는 근거로 들었다.

 소 판사는 “상시적·통상적으로 위험한 직무를 수행하지 않는 일반 공무원이더라도 특별한 재난 현장에서 사실상 군인, 경찰, 소방공무원의 역할을 대신하다가 사망한 경우 순직 군경의 예우를 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밝혔다.

 단원고 교사였던 이씨는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침몰 당시 4층 선실에 있다가 바닷물이 밀려들자 학생들을 출입구로 대피시키고 난간에 매달린 제자 10여명에게 구명조끼를 나눠줬다.

 그는 세월호에서 탈출할 기회가 있었지만 학생들을 구조하기 위해 다시 선실로 들어갔다가 같은 해 5월 5일 세월호 4층 학생용 선실에서 제자들의 시신과 함께 발견됐다.

 이씨의 부인은 2014년 6월 인천보훈지청에 남편의 국가유공자 등록을 신청하고 이듬해 2월 자신을 순직 군경 유족으로 등록해 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인천보훈지청은 2015년 7월 숨진 이씨는 순직 군경이 아닌 순직 공무원에만 해당되기 때문에 이씨의 부인도 순직 군경 유족이 아닌 순직 공무원 유족으로만 등록한다고 거부 처분했다.

 이씨 부인은 2015년 10월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제기한 행정심판 청구가 기각되자 법원에 행정소송을 냈고 1심에서 승소한 것이다.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국가유공자법)에 따라 순직 군경은 특별한 제외 대상이 아닌 경우 현충원에 안장되지만 순직 공무원은 ‘국립묘지법’에 위한 별도의 요건을 충족해야 현충원에 안장된다.

 또 순직 군경 유족은 별도의 보상금을 받는 등 순직 공무원 유족보다 많은 지원과 예우를 받는다.

 한편 국가인권위원회도 지난 13일 상임위원회를 열고 국회의장에게 세월호특별법 개정안 심의 등 조속한 입법조치를 통해 세월호에서 숨진 기간제 교사 2명을 ‘순직 공무원’으로 인정하라는 의견 표명을 하기로 했다.

 또 인사혁신처장에게는 기간제 교사가 공무원 신분이 아니라는 이유로 공무 수행 중 사망했는데도 순직을 인정하지 않으면 신분에 따른 차별 소지가 있는데다 공무원연금법이 ‘정규 공무원 외의 직원도 수행 업무와 정액 급여 등을 고려해 인사혁신처장이 공무원으로 인정할 수 있다’고 규정해 순직으로 인정할 여지가 충분한 만큼 개선안을 검토할 것을 권고키로 했다.

 세월호에서 숨진 단원고 교사는 정규직 7명과 기간제 2명으로 정규직은 모두 ‘순직 공무원’으로 인정됐으나 기간제 2명은 순직을 인정받지 못했고 이 중 1명은 지난해 6월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냈다.

 세월호가 참사 3년 만에 뭍으로 인양됐으나 9명의 미수습자를 찾지 못했고 ‘실체적 진실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통한 안전사회 구현’이라는 과제가 여전히 우리 모두의 책임으로 남아 있는 가운데 정규직 교사의 ‘순직 군경’ 인정 및 기간제 교사의 ‘순직’ 인정 여부도 현재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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