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성으로 들은 '기억의 저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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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성으로 들은 '기억의 저지대'
  • 신은주 시민기자
  • 승인 2017.05.28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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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회 배다리 시낭송회, 이설야 시인 초청



제108회 배다리 시낭송회’가 5월 27일 오후 2시 ‘배다리 시가 있는 작은 책길 ’ 책방의 이층 시 다락방에서 이설야 시인을 초청해 열렸다.
 
이설야 시인은 고향인 인천에서 성장하고 또 인천에서 시를 쓰고 있다. 2011년 「내일을 여는 작가」로 등단해서 신인상을 수상하고 6년 만에 시집 「우리는 좀 더 어두워지기로 했네」 (2016, 창비)를 세상에 내놓았다.
 
이설야 시인의 시는 시집 ‘시인의 말’에서 처럼 ‘기억의 저지대로 내려가서 발바닥이 흥건하게 젖었던 날들’의 기록이다. 개천의 물풀들, 검은 폐수가 흐르는 바다와 공장들, 공가와 폐가, 곁을 내주는 스산한 골목들, 상처와 상처들이 부딪치며 내는 생활의 소리들을 치밀하게 관찰하고 그 장소에 담긴 혼들을 언어로 표현해낸다. 그래서 시인의 시에는 고향 인천의 실제 지명이 많이 등장한다.

최현식은 이설야 시인의 시 세계를 "고통받는 민중의 자리에서 처절한 삶의 경험을 한땀 한땀 꿰메는 듯한 시적 진정성으로 민중시에 바탕을 둔 새로운 리얼리즘을 개척한다"고 했고, 김해자 시인은 “고통을 뚫고 나오는 진실과 희망에 귀 기울이는 태도와 방법을 넌지시 보여주는 '참혹하게 아름다운'시”들이 가슴을 울린다고 표현했다.
 
이설야 시인은 인천 작가회 회원으로 계간지 ‘작가들’의 편집주간으로 활동하고 있다. 시낭송회에는 작가회 소속 문인들이 참석해서 시낭송회를 더 빛내주었다.
 
109회 배다리 시낭송회는 6월 24일(토) 오후 2시에 ‘배다리 시가 있는 작은 책길’ 책방 이층 시다락방에서 열린다. 6월은 ‘나도 시인이 되는 날’로 초청시인 없이 참석자들의 애송시와 창작시로 진행된다.



못 자국
 
                              이설야
 
 
검버섯 같은 하늘이 점점 내려오는 저녁
한 여자가 꽃잎을 여기저기 붙이고 돌아다녔다.
 
개흙이 훤한 똥바다에 삿대질하다가
수문통시장 다락방들을 지날 때면
고래고래 소리까지 지르다가
만화로 다방 앞에 와서는 옷을 다 벗어버렸다.
 
돈 벌러 중동 간 남편이 죽었다 하기도 하고,
아이가 열병으로 죽었다 하기도 하고,
 
꽃잎이 하나둘 떨어져서야
여자의 마맛자국이 보였다
못 자국 같은 생(生)의 숨구멍들이 보였다.
 
지금은 솔빛마을이 들어서고
도로 밑에 개흙, 죽은 물고기들,
수문통 다락방 젖은 나무들,
모두 묻혀 버렸지만,
비석 같은 아파트가 세워지고
마맛자국처럼 하늘에 구멍을 낸
달이 떠서 또
바다로 흘러가고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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