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정책의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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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정책의 방향
  • 류권홍
  • 승인 2017.08.08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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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칼럼] 류권홍 / 원광대 교수(법학전문대학원)



새로 건설 중인 신고리 5, 6호기의 건설 중단 여부를 둘러싼 논의는 원자력 발전의 유지여부, 원자력 발전을 대체할 수 있는 에너지원의 현실성,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전원믹스의 변화 논의로 이어지게 된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원자력과 천연가스와 신재생 에너지의 발전단가 차이로 인한 사회적 비용 증가, 이에 따르는 산업 경쟁력 약화를 우리 경제가 극복해 낼 수 있느냐의 문제까지 결부되어 있다. 신정부는 여기에 미세먼지 감축이라는 명분으로 석탄발전 중단까지 추진해버렸다.

에너지 문제는 에너지에 국한되지 않는다. 에너지는 환경, 기후변화, 산업경쟁력, 일자리 등 지속가능한 생존을 위한 필수요소이기 때문이다.
화석연료가 내뿜는 이산화탄소를 잡겠다면 원자력에 의존해야 하고, 원자력이 정말 관리 불가능할 정도로 위험한 발전원이라면 다시 석탄이나 천연가스에 의존해야 한다. 일부 신재생으로 화석연료나 원자력을 대체할 수 있다는 주장이 있지만, 1%에 불과한 우리나라 신재생의 비중과 천연가스와도 비교할 수 없는 아주 높은 발전단가, 좁은 국토를 고려하면 환상에 불과한 주장이다.

우리나라는 앞으로도 오랫동안 원자력이나 석탄 또는 화석연료에 기초한 에너지 정책을 추진할 수 밖에 없다. 환경을 중시하시는 분들은 독일을 예로 든다. 필자도 독일이 부럽다. 하지만 그분들도 우리가 독일처럼 다양한 에너지원과 전력망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비교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모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독일은 국토가 넓어서 신재생 여력이 크고,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석유가 없어 패전의 위기에 몰린 독재자 히틀러가 신재생에 대한 강력한 드라이브를 건 결과 독일의 신재생 기술이 세계 최고가 되었다. 또한 러시아의 천연가스를 싸게 들여올 수 있는 좋은 위치에 있고, 전력망이 전 유럽과 연결되어 있다. 에너지 섬에 불과한 우리나라와는 비교가 불가능한 나라이다.

일본이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비판받고 있지만, 그래도 우리가 벤치마킹할 수 있는 나라는 일본이다. 자체 에너지원이 거의 없어서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으며, 에너지원 믹스도 우리와 유사하기 때문이다. 그런 일본이 높은 천연가스 요금으로 인한 국가적 부담을 감소하기 위해 결국 원자력을 재가동하는 것으로 국가 정책을 변경했다. 후쿠시마 사고에 놀란 일본이 오죽했으면 정책을 전환했을까 생각해보기 바란다.
우리가 일본보다 에너지 문제에서 더 취약한 부분은 산업구조이다. 우리의 산업구조는 일본보다 제조업 중심적이다. 일본은 그나마 서비스 산업으로의 전환이 우리보다 앞서 있고 국토 면적이 넓으면서 정부의 집중적 유도로 인해 신재생 비율도 높다.

원전 몇 기 가동중단해도 5년간은 전기요금이 오르지 않는다는 주장은 옳다. 그런데 5년 이후부터는 오른다는 말 아닌가? 그리고 천연가스가 기저 발전설비가 되고, 국제유가가 오른다면 전기요금이 얼마나 오를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천진난만한 주장이 아닐 수 없다.
국가 정책의 핵심은 일자리에 있어야 한다. 양질의 일자리가 확보되어야 가정이 유지되고 세금이 걷혀 국가의 복지, 교육, 국방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에너지 요금이 오르면 물가와 생산비가 오르게 된다. 생산비가 오르면 기업들은 생산비가 낮은 국가로 이전하는 것이 당연한 이치다. 우리는 아직도 인구가 많고, 서비스 산업국가로 충분히 전환되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에 지금의 에너지 다소비 제조업 구조를 버릴 수가 없다.

정책 담당자들은 에너지 정책을 급격히 바꾸기 전에 인구, 산업구조 변경에 대한 국가적 그림을 그려야 한다. 그리고 환경단체가 주장하는 신재생의 용량, 신재생과 천연가스로 전환함으로 발생하는 경제적 부담을 어떻게 최소화할 것인지 연구하고 국민들에게 대안을 제시하기 바란다.
정책이 정상적으로 추진된다면, 신고리 5, 6호기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하기 전에 신재생의 가능성과 한계, 천연가스의 공급가능성과 한계에 대한 논의가 선행되었어야 한다. 약간의 문제는 있었지만 지금까지 가정과 산업체에 안정적이고 저렴한 전기를 잘 공급해온 것을 대책 없이 흔들어버리기 보다는 신재생과 천연가스의 공급력이 어느 정도 되고, 요금은 얼마나 상승할 것이며, 석탄과 원자력을 단계적으로 어떻게 줄여나갈 것인지에 대한 장기계획을 제시했어야 한다. 신재생의 공급 불안정성이 현실화되고 국제유가 상승에 따라 천연가스 가격이 오르고 전기요금이 폭등하게 된다면 그 부담은 모두 국민에게 전가된다.
에너지는 3개월에 결정될 문제도 아니다. 20년 이상의 긴 숨을 쉬어야 한다. 에너지 정책을 담당하시는 분들은 차분하게 다시 생각해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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