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라 생각되면 ‘아니’ 라 말하는 참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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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라 생각되면 ‘아니’ 라 말하는 참교육
  • 고보선
  • 승인 2017.08.11 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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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논단] 고보선/ 인천석남중학교 교장




최근 개봉된 우리 영화 ‘군함도’와 ‘택시운전사'가 2017년 8월의 무더위로 잠 못 이루는 대한민국 여름밤을 대화의 장으로 이끌고 있다. 친구, 동료, 가족단위의 관객들 대다수는 관람 후 한결 같이 분노와 슬픔을 말한다. 결론적으로 영화는 관객들에게 만족스러운 결과를 주었다고 생각한다.
 
영화 ‘군함도’는 1945년 일제강점기 서로 다른 사연을 품은 조선인들을 일본에 가면 돈을 벌 수 있다는 말로 속여 끌고 온 지옥의 섬 ‘군함도’ 에서의 징용 노동자들 착취를 이야기로 그려낸 영화다.
 
실제 지명 하시마, 일본 나가사키 항에서 23km 떨어져 있는 군함도는 작은 섬에 해안 제방을 쌓고 확장한 곳으로 석탄 채굴을 위해 개발된 곳이다. 여기에서 조선인 노동자들은 해저 1,000 미터 깊이의 막장 속에서 매일 가스 폭발의 위험을 감수하며 강제 노역을 당했던 것이다.

영화는 관객들에게 군함도의 역사적 사실에 ‘탈출’이라는 상상력을 가미해 일본 제국주의 만행에 커다란 돌을 던진다. 더불어 식민의 아픔과 조선인 노동자의 고통을 통해 관객들에게 분노의 울림으로 다가온다. 또한 이강옥(황정민 역)의 영화 속 계산된 너스레와 황정민의 감초 연기력에 반하고, 어떻게 하든 일본인 관리의 비위를 맞춰 딸 소희만이라도 지키고자 온갖 수를 다하는 모습에서 관객들은 눈물을 삼킨다.
 
영화에서 또 하나 주목되는 내용은 윤학철(이경영 분)의 친일부역이다. 윤학철은 탄광의 조선인들이 추앙하는 독립 운동가이자, 조선인 노동자들의 마음 속 지도자이다. 철저히 세탁된 인격으로 조선인 노동자의 피를 빨아먹으면서 애국을 운운하는 인물인 윤학철. 인간으로서 가장 비열한 비양심적 삶을 살아가는 윤학철 같은 사람들이 지금 대한민국에는 없을까. 법률적으로 구체적 정의도 없는 보수와 진보, 좌파와 우파를 들먹이며 정쟁을 부추기는 사람들,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부정하고 건국절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시도한 사람들, 평화의 소녀상 건립의 기폭제가 되었던 한일 위안부 합의를 주도한 사람들, 이들이 군함도의 윤학철이 아닐까.
 
또 한편의 영화는 ‘택시 운전사’이다.
‘택시운전사’는 1980년 5월, 택시운전사 만섭(송강호역)이 통금시간 전까지 광주에 다녀오면 큰돈을 준다는 말에, 독일기자 피터를 태우고 대한민국 군인(계엄군)에 의해 자행된 잔혹한 학살의 모습으로 변한 도시 광주로 가게 되고 광주에서 그들이 본 80년 5월의 역사를 실화의 진실로 구성한 이야기이다.

관객들은 독일기자 피터의 시선과 서울 택시운전사 만섭의 시선에서 똑같이 5.18 광주의 참상을 마주하고 그들이 느꼈을 진실과 양심이라는 감정에 공감한다. 기록과 이야기로만 느꼈을 80년 5월 광주, 그리고 광주시민이 갖고 있는 그날의 진실과 아픔을 함께 한다.
그 이후 계엄군의 퇴각과 재진입 때까지 6일간 해방광주에서 시민 모두가 하나 된 광주시민들의 민주의식은 광주시민들의 자부심이었으며, 이는 국민들에게 민주화의 현실을 이끌어내고 있다.
 
특히, 실존 인물 독일기자 위르겐 힌츠패터가 직접 촬영한 원본 영상은 단절되었던 5월의 광주를 우리 국민들에게 알리는 계기가 되었으며, 1987년 6월 항쟁과 2017년 촛불혁명에 영향을 주었으리라 생각한다. 더불어 대한민국의 성숙된 민주화의 밑거름이 되었다는 점에서 큰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최근 교육부는 세월호 참사와 국정교과서 시국선언에 참여한 교사들에 대해 선처를 요청하는 의견서를 검찰청과 법원에 제출했다고 한다. 의견서에는 “우리 사회와 교육은 세월호 참사에 대한 반성과 성찰의 토대 위에서 새로운 미래를 위한 국가적 희망을 제시해야 한다.”며 “교사로서, 스승으로서 ‘세월호의 아픔’을 함께 공감하고 아파한 것에 대해 갈등과 대립을 넘어 ‘소통과 통합’ 그리고 ‘화해와 미래’의 측면에서 선처해 주길 바란다.”고 썼으며, 국정교과서 시국선언에 대해서도 “교육자적 양심과 소신에 근거한 ‘한국사교과서 국정화 정책’ 관련 발언과 행동들에 대해 국민의 아픔과 학생의 미래를 따뜻하게 품는 정책과 행정을 펼쳐 달라는 국민적 당부로 받아들여 선처해 주길 바란다.”고 발표했다.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는 바람직한 방향인 것만은 틀림이 없다.
 
그러나 아직도 군함도의 강제징용이나 임금 체불, 위안부의 진실을 부정하는 일본의 뻔뻔한 논리, 거기에 편승하여 역사를 부정하고 진실을 왜곡하는 친일 세력들, 5월 광주의 진실을 아직도 왜곡하며 국민을 개, 돼지로 생각하는 일부 관료 집단, 지난 시절 권력의 하수인으로 부역자 노릇을 하며 진실을 가르쳐야 할 현장교사들에게 거짓을 진실인양 가르치라 강요한 교육 관료들이 또 다른 궤변으로 자리를 보존하고 있다. 이들이 자리를 보존하고 있는 한 미래세대를 위한 진실교육, 창의교육은 불가능할 것이다. 교육자로서의 양심을 저버리고 ‘택시 운전사’ 만섭이 지닌 인간 고유의 양심도 없이 오직 군함도의 윤학철과 같은 교육 관료들이 정책 입안자의 자리를 보존하고 있는 한 우리 교육의 미래는 혁신도 개혁도 불가능할 것이며, 더욱이 현 정부의 [교실혁명]은 구호에 그치고 말 것이다.
 
지난 국정농단 사건으로 이미 기성세대들은 청소년들에게 신뢰를 잃었다. 더 내려갈 곳도 없이 추락했다. 양심 없는 말은 신뢰도 권위도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청소년들에게 잃어버린 기성세대의 신뢰를 회복하는 선결 과제는 양식 있는 현장 교사들이 인간 고유의 양심으로 행동하는 모습과 진실이 담긴 교육을 실천하는 것이다. 철저히 상명하복의 옷으로 위장되어 권위의식의 인이 박힌 교육 관료들의 정책과 교육부, 교육청의 지시에 휘둘리지 말고 ‘NO’ 라 생각되면 소신껏 ‘아니’ 라 말하는 참교육을 실천해 나가야 한다.
 
오늘 우리 어른들에게 필요한 행동은 ‘타인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것’이다. 인권을 무시하고 인간의 기본적 원칙을 저버리는 것이 타인에게 해가 된다는 것, 즉 비도덕 양심이란 것을 알아야 한다. 양심 없는 비도덕이 사람을 죽이고 사회와 국가를 죽일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그러나 오늘 우리는 자신의 모습을 알지도 못하고, 스스로도 도저히 고칠 수 없다.
 
세월호 참사, 역사교과서 국정화, 위안부 합의, 국정농단으로 촛불혁명을 가져온 헤아릴 수 없는 거짓, 최근 밝혀진 국가정보원의 댓글 공작 같은 불법과 부도덕을 저지르며 권력을 지키는데 유능했던 이들이 국민의 생명을 지키고, 경제를 살리고, 젊은이들의 취업을 늘리고, 미래를 대비한 진실과 참교육에는 무능했다는 사실을 깊이 깨달아야 한다.
 
비양심적인 말과 행동에 의로운 분노가 있어야 한다. 우리 모두 자신을 돌아보고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인정하자. 그리고 비도덕적인 정치인과 공직사회의 불의에 분노하고 ‘NO’ 라 말하자.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신뢰를 얻고 믿음을 주는 개인과 학교, 사회와 국가의 혁명이 있어야 대한민국의 미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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