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다리 도로전쟁 10년···인천시-주민 갈등 장기화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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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다리 도로전쟁 10년···인천시-주민 갈등 장기화 우려
  • 윤성문 기자
  • 승인 2017.09.15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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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취재] 인천시, 3구간 설계용역 재개···주민들 “전면폐기” 농성 돌입


동구 배다리 산업도로 예정지 전경 
©강영희


십여년 간 문화보존과 개발을 둘러싼 논란을 일으킨 배다리 관통도로가 다시 재개되고 있다. 이에 반발한 주민들은 도로의 전면폐기를 요구하며 무기한 농성에 돌입했다.
 
이미 수천억 원의 사업비가 투입된 상황이지만, 인천시와 주민들의 의견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사태 장기화는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일명 배다리 관통도로로 불리는 이 산업도로는 1998년부터 인천시가 남북을 오가는 차량의 통행 편의와 원도심 교통난을 해소한다는 목적으로 계획했다.
 
중구 신흥동 삼익아파트에서 동구 송현동 동국제강을 잇는 총연장 2.51km 길이로 사업비는 약 1500억 원이며, 2003년 착공됐다.
 
문제는 동구 금곡동 배다리 지역이 속한 3구간이다. 인근 주민들과 시민단체는 2006년부터 이 도로가 인천 근·현대 역사·전통문화 인프라를 크게 훼손시킬 뿐만 아니라 도로의 단절로 보행권 차단과 각종 소음과 매연, 분진 등으로 인한 각종 피해를 호소하며 적극 반대해왔다.
 
배다리 주변에는 1892년 국내 최초 사립학교로 설립된 영화초등학교와 1905년 르네상스 양식 건물로 지어진 여선교사 기숙사 등의 문화재가 있다.
 
주민들은 이 도로가 필요하다면 우회도로를 만들거나, 신흥동 유동삼거리에서 지하로 내려가 중간에서 다시 올라오지 않고 마지막 지점인 동국제강에서 올라오는 완전지하화를 요구했다.

산업도로는 처음 계획됐던 당시 경인철도 구간을 고가도로로 건너가도록 설계됐다. 이에 수도국산 달동네에 아파트를 건설할 때 고가도로 계획에 맞춰 수도국산 아래를 관통하는 송현터널을 먼저 시공했다.
 
하지만 고가도로 건설이 도시환경상 등에서 문제가 드러나자 경인철도 구간만 지하로 지나 배다리마을을 관통하도록 바뀌었다. 숭인지하차도 구간은 화물차 등이 지나갈 수 없도록 높이를 잘못 설계해 감사원으로부터 지적받아 공사가 중단되기도 했다.
 
이에 인근 주민들은 도로의 기능상 문제점을 지적하며 지속적으로 반대했지만, 시와 종합건설본부는 2008년 송현터널에서 동국제강까지 이어주는 고가도로 건설을 강행했다.



2007년 인천시청 앞에서 집회를 벌이던 주민대책위. ©강영희


여기에 시는 공사를 방해하는 주민들에게 벌금을 부과하는 강경대응으로 나서면서 갈등은 더욱 악화됐다. 결국 시는 2009년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해 도로 지하화를 결정했다.
 
하지만 시의 재정난으로 사실상 언제 공사가 재개될지 모르는 상황이 지속됐다. 결국 2010년 개통된 4구간(유동삼거리~삼익아파트)을 제외한 나머지 구간은 10년 이상 방치돼 왔다.
 
현재 1구간인 동국제강~송현터널 구간은 2011년 고가도로까지 만들었지만 도로를 사용하지 않고 있으며, 2구간인 송현터널~송림로, 3구간인 송림로~유동삼거리도 마찬가지다.
 
현재 이 도로는 중구 신흥동 유동삼거리에서 숭인지하차도 아래로 지나갈 수 밖에 없게 된 상황에서 다시 지상으로 올라와야 한다. 이에 수도국산 중턱의 송림터널을 지나 송현고가를 통해 동국제강에 이르는 일명 ‘롤러코스터’ 도로가 탄생했다.
 
시는 지난 7월 이 도로를 단계적으로 개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1, 2구간의 방음벽과 가로등 설치 등 도로 부속시설 공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오는 11월 개통 예정이다. 3구간은 숭인지하차도 위 주택가 양쪽 도로를 추가 건설하는 방향으로 용역이 진행되고 있다.

주민들은 지난 13일부터 도로 전면폐기를 주장하며 무기한 농성에 돌입했다. 시는 수천억 원의 예산이 투입된 상황에서 전면 폐기는 어렵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배다리위원회 관계자는 “이 도로는 롤러코스터 형태로 바뀌어 애초의 기능을 발휘할 수 없고, 올해 초 개통한 인천~김포 간 제2외곽순환고속도로가 그 기능을 대신하고 있다”며 “더 이상 추가적인 산업도로 명분은 없다. 도로전면 폐기가 되는 그 날까지 끝까지 투쟁을 이어나갈 계획이다”고 밝혔다.

시 관계자는 "1·2구간의 경우 현재 공정률이 90% 이상으로 전면 무효화 요구나 도로 변경 등은 사실상 힘들다"면서 "아직 용역 단계인 3구간은 주민설명회로 주민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 있다"고 말했다.



배다리 주민들은 지난 13일부터 도로 공사현장에서 무기한 농성에 들어갔다. ©강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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