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지역유산, 지키는 것이 옳다”
상태바
“오래된 지역유산, 지키는 것이 옳다”
  • 배영수 기자
  • 승인 2017.09.22 17: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동네방네 아지트 산책, 경동 싸리재, 이수일 양복점 둘러보기

동네방네 아지트 산책 프로그램 진행 모습. ⓒ배영수

 
인천문화재단 생활문화팀이 진행하고 있는 ‘동네방네 아지트’ 사업이 “지역의 오래된 유산들이 지켜져야 한다”는  방향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이번달부터 진행되고 있는 ‘동네방네 아지트 산책’ 프로그램은 지난 8일 숭의평화시장과 인일철공소를 시작으로 다인아트 갤러리, 아트플랫폼 건물 내 칠통마당 등을 돌아보고 있다.
 
22일에는 인천의 오래된 곳들에 대해 풀어놓은 ‘오래된 가게’의 저자인 정진오 경인일보 정치부장이 경동사거리에서 배다리 가는 길의 카페 ‘싸리재’와 ‘이수일 양복점’을 시민들과 함께 돌아보면서 이 두 가게에 얽힌 이야기들을 풀어놓고 이곳 사장들과 직접 이야기를 나누었다.

 

싸리재 박차영 사장이 건물에 대한 흔적을 이야기하고 있다. ⓒ배영수

 

먼저 산책장소였던 ‘싸리재’의 박차영 사장은 같은 지역에서 40여 년 동안 의료기기 판매를 해오며 자식들도 그렇게 공부를 시켰다. 사실 지금의 싸리재 저택에는 관심이 없었고 동네를 떠날 생각도 했었으나, 우연히 나선 도보여행 중 깨우침이 있어 2013년에 공사를 시작해 지금에 이르렀다. “예상보다 많은 기간과 돈이 들었지만 지금 이 장소를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주변에 많이 계셔서 행복하다”고 전했다,
 
박 사장에 따르면 싸리재 저택 건물은 과거 개항기 당시 서울보다 규모가 컸던 인천에서, 당시 대한제국에서 가장 많은 세금을 냈던 부자인 고 유군성씨가 살던 곳이었다고 한다. 과거 배다리 일대가 인천의 주무대였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부분.
 
또 ‘골수 음악 마니아’이기도 한 박 사장은 1900년대 초반 미국 빅터 사에서 출시했던 78회전 축음기와 지금은 거의 사용하지 않는 릴 테이프 등을 직접 돌려주기도 했다.

 

동네방네 아지트 산책 프로그램에 참여한 시민들이 이동하고 있다. ⓒ배영수

 

이어 인천 관내에서 가장 오래된 양복점 중 하나인 ‘이수일양복점’에서는 주인인 이수일 사장이 직접 양복에 대한 옛 이야기들을 들려주기도 했다.
 
1943년생의 이 사장은 아버지가 황해도에서 한복 만드는 일을 하셨고, 이 사장의 딸은 현재 웨딩 의상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다. 3대가 옷 만드는 직업을 갖고 있는 셈인데, 유엔군과 인연이 있어서 얻은 구제양복을 사시사철 양복 입고 다녀 색이 변했을 정도라는 말을 전하기도 했다.
 
이 사장에 따르면 실제 6.25 당시 양복을 입을 만한 나이가 됐던 분들 중 지금까지 살아계신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미군 군복을 구제품으로 양복화해서 입었던 경우가 꽤 있었다. 17세부터 의류업에 종사하기 시작했다는 이 사장은 “한때는 직원이 많았던 적도 있고 분점을 내기도 했었으며 이 일대(애관극장 주변) 양복점들이 수십 곳 있기도 했다”면서 “지금은 지역 단위로 규모가 많이 줄었고 우리 가게도 지금은 나 포함해서 두 명만 일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수일양복점’을 운영하는 이수일 사장이 일하는 모습. ⓒ배영수

 
정진오 저자는 “과거 안상수 전 시장 시절 도시계획 전문가들이 아트플랫폼과 신포동, 동인천 일대에 고층빌딩들을 세우자는 등의 도시계획을 하자는 얘기가 돌았었고 심각하게 검토된 바도 있었다”면서 “최근 이 지역에도 새로 아파트를 짓는다 등등의 얘기가 많은데 그 영향으로 싸리재나 이수일양복점과 같은 오래된 곳들이 사라질 수도 있다”면서 “시민들이 그 지점을 잘 봐야 할 필요도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지역의 사진작가 오석근씨는 “최근 신촌의 공씨책방에 법원이 퇴거 명령을 내렸는데 서울시가 미래유산으로까지 등록한 곳이라 해도 건물주에게 인도해야 하는 부분에서 생각이 많았다”면서 “지역의 가치를 만들었다고 인정받을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정부 혹은 지자체나 공공기관에서 이를 인정해주고 지속해줄 수 있는 시스템을 지금부터는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밝혔다.

 

동네방네 아지트 산책 프로그램을 진행한 ‘오래된 가게’의 정진오 저자. 22일에도 시민들이 잘 모르는 흔적들을 다수 알려주었다. ⓒ배영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