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속으로 공기부양정 도입하려는 인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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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속으로 공기부양정 도입하려는 인천시
  • 배영수 기자
  • 승인 2017.11.20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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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 승인한 시의원들 “이런 수준일 줄은...”

인천시의회 문화복지위원회 회의 모습. ⓒ인천시의회

 
인천시가 섬 관광 활성화를 목적으로 공기부양정 도입을 확정했지만 그 과정이 졸속적으로 진행된 것으로 드러났다. 관광용으로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에 검증조차 되지 않은 공기부양정을 무리하게 도입한다는 지적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인천시의회 문화복지위원회가 20일 진행한 문화체육관광국의 행정사무감사에서, 조계자(계양2, 국민의당), 김경선 의원(옹진, 자유한국당), 안영수(강화, 자유한국당), 최용덕(남구1) 등 시의원들은 “공기부양정의 도입 및 연구, 답사 등 절차를 시 문화체육관광국이 졸속적으로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진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앞서 시는 관광용 공기부양정 5대를 도입해 내년 여름 휴가철부터 운영할 계획을 지난 9월 밝혔던 바 있다. 당시 국내 최초로 도입한다고 알려진 공기부양정이 관광 차원의 검증을 제대로 받지 않아 논란이 있었지만, 시의회는 시 관계자들이 “열심히 해서 성공 사례로 만들어보겠다”고 약속한 만큼 20억 원 가량의 예산을 승인해 줬다.
 
이에 지난 9월 시는 언론매체들을 상대로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조수간만의 차가 큰 인천 앞바다에서도 자유롭게 운항할 수 있는 만큼 관광객의 섬 접근성이 대폭 개선될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그러나 옹진군 섬 지역이 지역구인 김경선 의원이 직접 해경 관계자들을 만나본 결과 “인천 해경이 현재 50인승의 공기부양정을 갖고 있지만 파도가 1미터 이상만 일어도 위험해서 다니지 못한다”는 답변을 들었고 이 정보가 곧 시의원들과 공유되면서 문제점이 지적되기에 이른 것이다.
 

조계자 시의원. ⓒ인천시의회

 

조계자 의원은 “공기부양정이 최초 언급된 게 지난 6월 12일 열렸던 4차 관광진흥확대회의에서 섬 관광의 접근성에 대한 개선요구와 관련해서 나왔다”면서 “몇 개월 검토도 안 해보고 회의에서 얘기 나왔다고 바로 예산을 세워달라 하느냐”고 비판했다.
 
조 의원은 “시의회에서 이 사안이 다뤄질 때도 그 이후로도 위험성이나 단점 등에 대해서는 시 관계자들이 전혀 언급이 없었다”면서 “다른 사업들은 시작 전에 적어도 1~2년씩 심도 있게 검토하는데 왜 공기부양정 도입 건은 몇 개월도 안 돼서 빨리 도입이 되느냐, 나중에 검증 못한 위험성이나 결점이 안전문제 등으로 이어지면 어떻게 하려고 하느냐”며 비판했다.
 
김경선 의원은 준비한 대이작도의 소형 공기부양정 영상을 보여준 뒤 “인천에서 시험용으로 다녔던 부양정이 7인승인데 저걸 국내에서 제작 가능한 업체는 딱 1곳이고 그곳 역시 소형만 제작이 가능한데, 시가 도입하려는 부양정(6인승, 10인승)은 승조원만 3명 이상이어야 하는 것으로 사실상 관광용이 될 수 없다”면서 “관광용으로 가능하려면 수입할 수밖에 없는데 예산 상 가능하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찾아보니 국내에 공기부양정이 먼저 도입된 곳이 충북 옥천군인데 그 부양정은 관광용이 아니라 겨울철에 대청댐 강물이 얼면 그 언 강물 건너라고 만든 교통용으로 그쪽 주민들도 겨울을 제외하면 배 타고 다닌다”면서 “고작 몇 명 태우고 다니겠다는, 그것도 파도 높게 치면 위험성이 지적되는 걸 운영하겠다는 계획은 대체 누가 낸 거냐”며 따지기도 했다.
 

김경선 시의원. ⓒ인천시의회

 

안영수 의원은 “사실 확인을 해 보니 옥천군엔 시 관계자들이 현장 답사도 안 했다는 얘길 듣고 놀라웠다”면서 “여론 반대가 많았는데도 열심히 하겠다 해서 예산을 세워줬더니 이렇게 일 처리를 하면 되느냐”고 따졌다.

지난 9월 해당 예산을 반영해준 의원들은 유정복 인천시장과 같은 당인 자유한국당 소속 의원들이었다. 예산결산특위 소속인 같은 당 박영애 의원(비례)이 당시 “검증이 아직 안 됐다”며 당 내부에서도 반대하는 목소리가 있었지만 현재 인천시의회가 자유한국당 과반으로 돼 있다 보니 예산이 통과됐던 것.
 
그러나 국민의당 소속인 조 의원에 이어 인천 섬을 지역구로 하고 있는 자유한국당 소속의 두 의원까지 회의적인 시각을 보여주면서, 주무부서 관계자들이 무리하게 도입하려 했는지가 드러나고 만 것이다.
 
자유한국당 소속의 다른 문복위 시의원들도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최용덕 의원은 “이제 와서 옥천 답사 가본다 해도 별반 의미 없을 것”이라며 “부양정을 띄우는 문제에 급급해 관광콘텐츠 개발에 대한 고민이 전혀 없다, 차라리 인천만의 특색을 담아 건조된 관광용 배를 만드는 게 더 나아 보인다”고 비판했다.
 
문화복지위원장인 황흥구 의원(남동1, 자유한국당) 역시 “10인승 이하에 승조원이 3명 이상 타야 하는 공기부양정을 관광용으로 도입하겠다는 자체가 웃긴 일”이라며 “승조원들 급여 등 의외로 들어가야 하는 예산이 큰데 이렇게까지 고민이 없었을 줄 몰랐다”며 실망스러워 했다.
 
황 의원은 “지금이라도 합리적이지 않다는 판단이 되면 과감히 접어라, 그것도 용기다”라고 다그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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