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외국인 묘지 새롭게 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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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외국인 묘지 새롭게 조명
  • 윤성문 기자
  • 승인 2018.01.16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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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립박물관, 피장자 66명 개개인 삶의 궤적 추적... 보고서 발간

<청학동 외국인 묘지>


인천시립박물관이 한국 최초로 조성된 ‘인천 외국인 묘지’에 대한 조사 보고서를 발간했다고 16일 밝혔다.

근현대 인천에서 활동하거나 정착했다가 사망한 외국인들의 묘지는 1880~1900년대 중구 북성동(각국 조계지 외국인), 내동(중국인), 율목동(일본인)에 조성됐다가 1965년 북성동에서 연수구 청학동으로 이전했다.

박물관에 따르면 지금까지 인천의 근현대 조사연구는 주로 건축물, 도시 기반 시설 혹은 몇몇 유명 인사 위주로 진행되어 1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외국인 묘지는 주목받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 조사를 통해 인천시립박물관은 인천의 근대 유산인 외국인 묘지를 새롭게 조명했다.

특히 보고서는 피장자 66명 개개인에 대한 삶의 궤적을 추적해 이들이 언제, 어떤 이유로 왔으며, 어떠한 활동을 벌였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생애사를 수록했다.

또 개항 이후 인천에 조성되었던 각국묘지, 중국인 묘지, 일본인 묘지의 변천 과정을 살펴보고 전국 타 지역에 설치되었던 외국인 묘지와의 비교를 통해 인천 외국인 묘지만의 특징도 기술하고 있다.

인천 외국인 묘지 피장자 조사에서는 그동안 오페라 ‘나비부인’의 실제 모델로 알려진 하나 글로버 베넷(Hana Glover Bennett)이 사실은 오페라의 여주인공과는 관련이 없음을 밝혀냈다. 그녀는 영국 상사원 월터 베넷과 결혼한 후 제물포에 정착해 40여 년간 살다가 사망한 것으로 파악됐다. F. A. 칼리츠키는 폴란드 국적의 해군 장병으로 알려져 있었으나 이번 조사에서 그가 독일 국적이며 주한독일영사관에서 서기관을 역임한 후 칼리츠키 상사의 대표를 지낸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외에도 조지 버트 모트(J. B. Mott), 찰스 헨리 쿠퍼(C. H. cooper), 랜슬롯 잉글비 펠리(Lancelot I. Peely) 등 외국인 피장자들의 삶을 지금까지 알려진 내용보다 더 구체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인천 외국인 묘지 조사 보고서는 서울, 전주, 광주, 대구, 창원 등지에 조성되어 있는 외국인 묘지와의 비교 조사 내용도 함께 수록했다. 인천 외국인 묘지는 도시 형성 상 다양한 직종의 인물들이 안장되었다. 이에 반해 수도인 서울이나 전주, 광주, 대구 등 지방 도시는 선교의 거점이었기 때문에 선교사들이 주로 안장된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이와 함께 피장자의 국적도 인천의 경우, 영국, 미국, 프랑스, 중국, 일본, 스페인, 호주 등 다양한 분포를 보인다. 반면에 타 지역의 외국인 묘지는 한국 선교에 적극적이었던 남, 북 장로교 및 감리교 선교사 등 주로 미국 국적의 피장자가 대부분이었다. 이러한 차이는 국제성과 다양성이라는 면에서 근대 인천의 도시 정체성 형성과 특별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박물관은 밝혔다.

조우성 시립박물관장은“이번 조사는 개항기 인천의 모습을 간직한 외국인 묘지에 대한 최초의 종합적 학술 조사로서 의미가 있다. 또한 개별 피장자에 대한 구체적인 조사를 통해 기존에 잘못 알려졌던 인물들의 행적을 수정하고, 인천에 설치되었던 외국인, 일본인, 중국인의 묘지 변천 과정을 전반적으로 정리한 점에서 큰 성과라고 할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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