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문화는 ‘교류’에서 큰 감동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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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문화는 ‘교류’에서 큰 감동이 온다”
  • 배영수 기자
  • 승인 2018.01.17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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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in> '동네방네 아지트' 참여 공간 운영자들과의 대화

인천문화재단의 생활문화사업인 ‘동네방네 아지트’에 참여한 문화공간 운영자들이 지난 16일 한 자리에 모여 얘길 나눴다. 사진 좌로부터 ‘버텀 라인’의 허정선 대표, 돌멩이국도서관의 임현진 관장, 인천평화레츠 박양희 대표, 서담재 이애정 대표, 놀이터 허명희 기획실장.

 

지난해 인천문화재단이 추진했던 여러 신규 사업 중 지역사회의 이목을 끌었던 것은 ‘동네방네 아지트’ 사업이었다. 인천시 10개 군·구 중 총 7개 구(강화, 중구, 동구, 계양구, 서구, 부평구, 남동구)에 소재한 문화예술 관련 장소 중 동아리를 신설하거나 이미 동아리를 운영하고 있는 단체에 직접 지원금을 주고 이들이 자유롭게 동아리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동기부여’를 하고자 했던 것이다. 총 19개소를 거점 장소로 삼아 독서와 인문학은 물론 사진과 요리, 공예 등 다양한 활동을 공공자금으로 지원하면서 시민들의 문화적 소통을 이끌어 냈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인천시 생활문화예술 관련 부서도 한껏 고무돼 있다.
 
이러한 성과 등을 바탕으로 인천시는 조만간 문화예술과 내에 2인 구성의 생활문화팀을 신설하고, 약 8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천 개의 생활문화 동아리 활성화 사업’ 등의 구상을 계획하고 있다. <인천in>이 확인한 결과, 신설 생활문화팀이 추진할 것으로 알려진 ‘천 개의 생활문화 동아리 활성화 사업’은 인천문화재단에 할당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인천in>은 인천문화재단 생활문화팀 직원들의 도움을 받아, 지난해 동네방네 아지트 사업을 함께 했던 19곳의 거점 운영자들 중 5곳의 운영 및 담당자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지역화폐를 통한 자원선순환 및 공동체 조성을 도모하고자 하는 ‘인천평화레츠’, 오랜 기간 재즈 클럽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본 사업에는 사진예술 동아리 활동으로 참여한 ‘버텀 라인’, 책과 독서 활동을 통한 복합문화공간 조성에 힘쓰고 있는 ‘서담재’, 독서 및 예술활동을 통해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고자 하는 ‘생활문화예술동아리연합 놀이터(이하 놀이터)’, 그리고 독서를 통한 새로운 발견을 꿈꾸는 작은 도서관 ‘돌멩이국도서관’이 <인천in>과 한자리에 모여 이야기를 나눴다.
 

◆ 문화재단이 ‘진작 했어야 했던’ 사업

 
올해 동네방네 아지트 사업은 1차적으론 시민들에게 배움 등의 기회 제공 그리고 ‘동아리’라는 명목 하에 한 공간에 모인 사람들끼리 문화적, 또한 인간적인 교류까지 이어지면서 이들을 통한 문화활동을 ‘정착화’했다는 점에 의미를 둔다.

특히 이 과정에서 동아리 활동에 대한 자율권은 모두 맡겨두면서도 인천문화재단 내 담당직원들이 1년 중 수시로 동아리 활동들을 체크하며 해당 활동을 받쳐 주었다는 점은 잘한 부분 중 하나다.
 
그런데 이런 동아리 활동에 가장 감흥을 받고 고무된 마음을 느낀 사람들은 동아리 일원들보다 바로 인천문화재단의 담당자들이었다. 문화재단 생활문화팀 관계자는 “사실 우리라고 해서 관내 전역에 퍼져 있는 민간 문화공간들이 얼마나 되고 어떤 곳이 어떤 성격을 갖고 있는지를 전부 파악할 수가 없었는데 이 사업이 도움이 크게 됐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지난해 이 사업에 참여한 공간은 물론 신청한 공간까지 합하면 어떤 곳들이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를 파악하고 어떤 부분을 공기관이 배려해 주면 좋겠는지 하는 ‘기본 틀’을 이 사업을 통해 잡을 수 있었다고 말한다. 나아가 생활문화를 영유하는 사람들과의 연계는 물론이고, 그간 이들 중 재단과의 접점이 없었던 경우도 그 네트워크를 시작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재단 내부에서도 긍정적인 평가다.

 

12월 있었던 동네방네 아지트 박람회 현장. ⓒ인천문화재단


◆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역 동아리들끼리의 교류’
 
이번 동네방네 아지트 사업에 참여했던 공간은 크게 보면 두 가지다. 이미 동아리를 만들어 활동해 오다 문화재단의 재정지원을 통해 보다 깊이 있는 단계를 체험하는 것이 하나, 그리고 공간은 있었으나 생활문화에 준하는 동아리가 없었던 상태에서 사업을 계기로 신규 결성돼 동기부여가 된 경우가 다른 하나다.
 
지난 12월 사업에 참여한 동아리 전체가 한 자리에 모인 박람회를 끝으로 매듭이 지어졌던 동네방네 아지트 사업은, 현재로서는 올해 본격적인 사업 구상을 하기 전 시점이다. 그러나 사업 이후로도 이들 공간의 대표 및 운영자들이 보여주고 있는 의욕은 지금까지도 그대로 전해지고 있다.
 
이번 사업을 통해 신규로 사진동아리를 출범시켰던 ‘버텀 라인’ 측은 “그간 우리는 생활문화가 아닌 전문예술문화 분야에서 활동을 했지만, 그 전부터 그 활동 자체를 사진 등의 기록으로 남겼으면 했던 바람이 있었는데, 사업에 참여하면서 새로이 사진 동아리를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후 사진작가들이 강의를 하고 새로운 사람들이 공간에 모일 수 있게끔 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면이 있었다”고 밝혔다.
 
사실 이 보다 더 큰 성과가 있다면, 19개 공간을 통해 한자리에 모이게된 동아리들이 서로 교류하는 분위기를 만들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서담재’ 측은 “그간 독서활동을 통한 문화활동을 해왔지만 공간 자체는 복합문화공간을 지향하고 있었는데, 전부터 알고는 지냈지만 사업을 통해 좀 더 잦아진 '버텀 라인'과의 교류를 사례로 들었다. 버텀라인의  도움을 받아 미선 레라타 리, 유승호 등 유명 재즈 뮤지션들을 데리고 연주하기도 하는 등 동아리 간 교류활동이 좀 더 의미가 크게 다가왔다는 것이다.
 
지난 12월 문화재단이 이들 동아리들을 모아 박람회를 했던 것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문화재단 관계자는 “당시 박람회는 계획에 없었으나, 내부에서 갑자기 해보자는 의견이 나와 급하게 치러진 것”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만남의 시간을 공간과 동아리들이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음을 확인하며 ‘하길 잘했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 한계와 시행착오, 생활문화 정착의 ‘과정’
 
인천에도 전문가들이 아닌 시민들이 직접 만들고 영유하는 ‘생활문화’라는 개념이 아직 크게 자리 잡지 못해 ‘시행착오’도 없지 않다. 이날 모인 5곳의 공간운영자들 중 ‘버텀 라인’을 제외한 4곳의 경우 ‘자발적인 활동’을 전제로 하는 생활문화의 특성상 공연 등의 프로그램을 동반하는 경우 동아리 구성원들 중에서도 어색함 혹은 거부감을 보인 경우가 있었다고 한다.
 
‘놀이터’ 측은 “공연 등 행사를 동반하는 경우 동아리 구성원들을 비롯한 시민들에게 이를 경험토록 유도하는 과정이 보통 힘든 일이 아니었다”고 토로했다. 기존 독서동아리가 존재했던 ‘서담재’는 “사업이 진행되는 동안 동아리 일원들 중 본인 생각과 다른 방향이라 생각되면 참여하지 않는 등 ‘양면성’이 없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공통적으로는 이들 역시 본업이 있는 상황에서 동아리 활동을 직접 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고 한다.
 
또 동아리 자체의 활동은 안정화됐으나 공간 유지에 어려움을 겪은 케이스도 있다. ‘놀이터’의 경우 동아리 활동은 이제 어느 정도 정착화를 이루어 냈으나, 공단 주변 상황 등 복합적인 요인 때문에 남동구에서 자리 잡는 데에는 실패해 남구에서 다시 정착작업을 시도하고 있다. 다른 곳들 중에서도 공간이 임차 형식인 경우 최근 인천 관내 일부에서 나타나는 임대료 폭등 현상은 향후 공간의 존치에 큰 위협이 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인천문화재단이 이번 아지트 사업 외에 기존 동아리 지원 사업이 있었는데 그 지원사업과의 차이점이 다소 불분명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공간이 있다는 이유로 내용이 없는 지원을 할 수는 없다보니 문화재단이 ‘공간 차원에서 동아리를 동반해야 한다’는 일종의 대안을 세운 것인데 이 때문에 기존 동아리 지원사업과의 분명한 경계성이 다소 모호해졌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해 인천문화재단 측은 "큰 틀에서는 동아리 지원사업과 달리 공간을 베이스로 한다는 것을 전제로 차별점을 찾을 것”이라며 “지난해 사업 역시 그런 이유로 동아리 자체에 지원을 한 것이 아니라, 공간의 운영자에게 지원을 해 그들로부터 지원된 예산이 쓰이도록 했다”고 밝혔다.

 

동네방네 아지트 중구 산책단의 활동 모습. 동아리 일원들이 모여 공간을 방문하는 프로그램으로 역시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됐던 것이다. ⓒ배영수


 
◆ 확실한 ‘의지’와 ‘동기부여’ 만으로도 ‘상당한 성과’
 
그러나 그런 어려움이나 시행착오 등에도 불구하고 동네방네 아지트 사업이 참여 공간들에게 ‘동기 부여’ 내지는 ‘의지력 향상’을 도모해 어느 정도 성공시켰다는 것은 사업의 가장 큰 성과로 꼽힌다. 무엇보다 참여한 공간들이 “올해 예산 지원을 받건 아니건, 동아리는 계속 유지시킬 생각”이라는 데에 입을 모았다.
 
‘버텀 라인’ 측은 “물론 문화재단이 우리한테 지원을 좀 계속 해줬으면 하는 알량한 바람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보다는 지난해 사진동아리에서 함께 했던 일원들이 ‘올해만 하고 끝나면 배우다 만 것 같은 느낌이 든다’는 피드백을 보내오고 있다”라며 “재단의 지원은 그간 사진을 봐주는 강사들의 강의비용으로 주로 지출됐는데, 재단의 지원이 없어진다 해도 개인적 지출 혹은 각출을 해서라도 동아리를 지속시킬 생각”이라 밝혔다.
 
‘서담재’, ‘놀이터’, ‘돌멩이국도서관’ 등 책을 메인으로 하는 공간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서담재’ 측은 “사업에 재선정될지 여부는 아직 확신할 수 없고 만약 지원이 끊어진다면 지원을 받을 때보다는 한계점이 좀 더 생길 것은 같지만, 이미 동네방네 아지트 사업 전에도 자체 활동해온 동아리인 만큼 계속 지속할 생각”이라 전했다.

다만, 이후 타 단체들 중 몇에게도 추가 확인해본 결과, 19개 공간이 앞으로도 지속적인 지원을 받아야 하는지의 여부는 단체 별로 생각이 좀 달랐다. 자신들에게 지속적인 지원을 했으면 하는 공간들이 있는가 하면, 일부는 “예산이 좀 줄더라도 지원 공간을 늘리면서 분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보였다. 소수는 “올해 지원은 아예 새로운 공간을 추가로 발굴하는 것에 가장 우선적인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문화재단 의 판단이 필요한 부분이다.
 
인천문화재단 측은 “처음 이 사업이 출발할 당시 공간의 의지가 제일 중요하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기대 반 우려 반으로 출발했는데, 우려했던 바 보다는 향후 재정지원에 상관없이 공간에서 계속 동아리 활동을 하고 그 가운데서는 이를 확장시켜보겠다는 의지를 가진 공간들도 있었다”면서 “보다 큰 성과들은 이후 더 명확해질 것”이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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