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방 가사 2만6천곡 분석해보니
상태바
노래방 가사 2만6천곡 분석해보니
  • 윤성문 기자
  • 승인 2018.03.21 13: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하대 한성우 교수 노랫말 분석 '노래의 언어' 출간
 

노래방 책에 수록된 2만6천250곡의 노래말을 분석, 시대에 따른 다양한 삶의 의미를 찾은 ‘노래의 언어’가 출간됐다. 국내서로는 최초로 계량언어학을 적용한 인문대중서로 먹고사는 일 만큼이나 우리 삶 속에 깊이 들어와 있는 노랫말을 분석함으로서 누구나 흥미롭게 인문학적 통찰을 얻을 수 있다.

저자는 한성우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교수다. 
한 교수는 노래방에서 즐겨 부르는 26,250곡의 유행가를 선별해내고 원고지 75,000매 분량의 노랫말을 언어학적 통계로 분석했다.
 
일상의 언어보다는 통속적이라고도 할 수 있는 노랫말을 통해 사랑과 이별뿐 아니라 우리 삶과 세상의 얽힌 여러 문제들을 또 다른 시선으로 살펴보고 있다.
 
한 교수는 최신 유행곡인 방탄소년단과 쇼미더머니의 노래를 살펴보며 시대의 흐름과 변화를 읽어내고 그 중심을 관통하는 세대 문화의 특성을 발견해내기도 한다.



<인하대 한성우 교수>

 
그는 방탄소년단이 발표한 2013년 노래 <팔도강산>의 가사를 분석하며 노랫말에 보이는 언어학적 통찰과 사회 감수성에 감탄한다.
 
그는 노랫말 분석을 통해 사투리가 지역에 따른 방언만이 아니라 계층, 연령, 성별 등에 따른 사회 방언을 포함한다 라며 독자에게 일깨워준다.
 
노랫말의 표준어는 무엇일까? 그에 따르면 노랫말의 표준은 ‘젊은 세대’의 말이다. 지금의 ‘나이가 든 세대’가 사랑하는 노래도 결국은 자신의 젊은 시절 즐겨 듣던 노래다. TV프로그램 <불후의 명곡>이나 <슈가맨>이 인기를 얻는 지점도 그때 그 시절을 소환하고 응답하게 하는 데 있다고 볼 수 있다.
그 노래가 세월이 흘러 흘러간 노래가 되고 노랫말이 시간 방언이 되더라도 ‘당대에는 최신의 곡이었고 최신의 말’을 담아낸 것이다.
 
이와 함께 그는 가사를 분석하며 ‘사랑’보다 많이 나오는 말도 살펴본다. ‘사랑’을 압도하는 두 단어는 바로 ‘나’와 ‘너’다. 한 교수는 이를 바탕으로 노래에 대한 정의를 내린다. 노래는 “1인칭이 2인칭에게 들려주기 위한 것”, 다르게 표현하면 “나와 너의 이야기”다. 물론 그것이 사랑 이야기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한 발 나아가 우리의 노래가 언제부터 사랑을 그려왔는지도 분석한다. 분석에 따르면 일상생활에서 쓰는 명사 중 ‘사랑’은 (인칭대명사를 제외하고) 노래의 제목과 가사에서 모두 1위를 차지한다. 하지만 처음부터 우리의 노래가 사랑타령은 아니었다. 가요에서 최초로 사랑이 등장한 노래는 ‘돈도 명예도 사랑도 다 싫다’고 읊은 윤심덕의 <사의 찬미>(1926)로 보인다.
 
‘사랑’이 쓰인 노래를 시대별로 분석해보면 50년대까지는 전체 노래에서 고작 2.19퍼센트에 그친다. 그러다 2000년 이후에 11.03퍼센트까지 오른다. 여기에 ‘러브’와 ‘love’까지 포함하면 무려 65.22퍼센트이다. 저자의 관심은 작사가에까지 미쳐 자신이 만든 전체 곡에서 ‘사랑’ 노래의 비중이 가장 큰 작사자가 ‘SG워너비’라는 사실까지 확인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