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식당' 방송 협찬비 2억원 지급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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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식당' 방송 협찬비 2억원 지급 논란
  • 배영수 기자
  • 승인 2018.08.17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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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방송에 쓰는 것 부적절” vs “지자체 전략차원 투자로 봐야”




 '백종원의 골목식당' 방송 화면 캡쳐 사진.


신포동 청년몰을 조명하고 있는 SBS의 예능 프로그램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촬영 장소를 정하는 과정에서 관할 지자체인 인천 중구가 2억원의 협찬금을 제공한 것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지자체의 공공 재정으로 방송사 협찬금을 준 것은 문제"라는 지적과 "방송의 효과가 있으니 부적절하게 쓴 것은 아니다"라는 의견이 공방처럼 오가고 있다.
 
17일 중구에 따르면 구 측은 ‘골목식당’ 제작진이 인천 신포동 청년몰 편을 제작, 방송하는 것과 관련해 방송사에 2억원의 협찬금을 제공했다. 지역 상권 활성화 및 홍보 등이 주요 명목이다.
 
중구 측이 밝혀온 바에 따르면 ‘골목식당’ 프로그램에 나온 대부분의 상권이 다시 활기를 찾은 것으로 나타남에 따라 신포동 청년몰을 활성화시켜야 하는 구정 추진 방향과 여러모로 부합되는 측면이 있어 협약에 이르게 됐다는 것이다.
 
‘눈꽃 마을’이라는 이름을 붙인 청년몰은 신포동 우현로 35번길 일대 빈 점포를 활용해 푸드 트레일러 8대와 요식업소들이 들어서는 먹거리동, 흑백 사진관· 체험 공방· 의류판매점 등이 들어선 문화동을 비롯해 상시 공연을 즐길 수 있는 광장 등으로 조성돼 지난달 말 개장식 이후 운영돼 오고 있다.
 
지난해 8월 중소벤처기업부 공모사업에 선정되어 총 15억 원의 예산이 투입되기도 했던 점을 감안하면, 이곳의 활성화를 중점사업으로 내세우고 있는 중구가 ‘골목식당’ 촬영에 상당한 행정적 지원을 한 것 이외에도 거액의 협찬금을 지원한 셈이다.
 
이를 두고 시민단체 일각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이들 단체가 확인한 결과 이전까지 ‘골목식당 ’촬영이 진행된 지역의 관할 지자체로부터는 협찬금을 받지 않았는데 중구에서만 협찬금을 받은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시민단체 ‘주민참여’ 측 관계자는 “기존 골목 지자체로부터는 협찬금을 받지 않다가 중구청에서만 2억 원을 받았는데 어떻게 책정을 한 건지에 대한 기준도 없고, 시민 혈세를 협찬금으로 쓴 것 자체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TV 프로그램 협찬금 제공에 대한 명확한 기준도 없이 청년몰 사업 성과에 급급해 혈세를 사용했다는 게 이들 단체의 이야기인 셈이다. 또 이같이 지자체 협찬이 관행화할 경우 방송사 측이 협찬금을 제공하는 지자체를 우선해 프로그램을 만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반면 방송 전까지의 청년몰 상황을 감안하면 이같은 고육지책(苦肉之策)도 방법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신포동 중심 상권과는 약간의 거리가 있어 개장 이후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았는데 방송의 효과로 활성화 된다면 협찬금이 아까운 돈이라고 만 생각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방송작가 출신의 시민 유화정씨(38)는 “지자체가 거액의 방송 협찬금을 지급하는 경우가 그리 흔한 사례는 아니지만, 방송사들이 프로그램 협찬을 받는 자체는 일상적인 일”이라면서 “방송 전엔 한산했던 곳이 이젠 몇 시간 기다려야  순서가 오는 인기 장소가 된다면 방송사와 지자체가 전략적으로 협력한 사례로 나쁘게만 볼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청년몰에서 수 시간을 기다렸다가 텐동(일본의 튀김음식)을 먹었다는 시민 김모씨(31)는 “세금으로 협찬금을 주었다는 사실 자체가 나쁘다는 시각도 있겠지만 향후 나타날 결과를 놓고 따지는 게 더 발전적인 논의가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골목식당’ 제작진 측은 “아직 경력이 일천하고 노하우도 부족한 청년들로 구성된 청년몰을 살리는 것은 방송의 취지와 맞다는 판단이 있었고, 중구 측도 지역상권 활성화에 부합한다고 봤을 것”이라며 “협찬을 받는 과정에서 방송법 등을 준수한 만큼 문제가 될 부분은 없다”고 밝혔다.
 
현행 방송법이 협찬을 반드시 고지해야 할 의무를 두지않다 보니 나온 논란이라는 의견도 있다. 청년몰 인근서 만난, 익명을 요구한 한 시민은 “아예 처음부터 중구가 방송자막 등을 통해 협찬 사실을 알렸으면 논란도 없었을 텐데, 공교롭게 이를 숨긴 것 같은 양상으로 전개된 것 같다”며 "결과적으로는 청년몰에 대한 홍보비로 사용됐다고 보면 되지 않겠느냐”는 의견을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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