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창한 이름 쫓다 기회 놓쳐버린 송도경제자유구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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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창한 이름 쫓다 기회 놓쳐버린 송도경제자유구역
  • 김영빈 기자
  • 승인 2019.02.17 17: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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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동훈 전 인천연구원 박사 '인천, 경제자유구역을 말하다' 출간

    

 
“외국인 투자유치, 국제 비즈니스, 초고층빌딩, 첨단산업, 글로벌 기업, 명문대, 외국대학 등 거창한 이름이 주는 이미지에 집착하지 말고 내실을 따져서 일자리와 성장엔진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인천경제자유구역을 개발해야 한다.”

 “이제 남은 땅은 사실상 11공구밖에 없다. 늦기 전에 방향 설정을 잘해서 송도가 혁신을 주도하고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낼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일자리 중심의 연구개발단지가 정답이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오클라호마주립대 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뒤 지난 2000~2014년 인천개발연구원(현 인천연구원)에서 인천경제자유구역, 투자유치, 지역경제, 지역개발 관련연구를 주로 했던 허동훈 박사가 ‘인천, 경제자유구역을 말하다’(도서출판 다인아트, 다인문고 001)를 펴냈다.

 허 박사는 1979년 송도 공유수면매립기본계획이 최초 수립된 이후 송도신도시, 송도정보화신도시, 송도 미디어밸리, 2003년 국내 최초의 경제자유구역 지정, 송도국제도시까지 40여년에 걸친 송도 개발의 과거와 현재를 조명하고 11공구를 중심으로 미래를 제시했다.

 저자가 송도를 중심으로 인천경제자유구역의 개발과정을 분석하면서 천착한 부분은 ‘연동개발’과 ‘토지 헐값 매각’이다.

 돈이 되는 주거시설(아파트와 주상복합)을 우선 짓고 그 개발이익으로 업무시설 등을 건설하는 ‘연동개발’ 방식은 각종 문제만 노출했다는 것이 저자의 시각이다.

 허 박사는 ‘연동개발’로 날린 개발이익을 기업유치에 사용했다면 송도를 한국의 대표적인 혁신클러스터로 만들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또 ‘토지 헐값 매각’ 또는 ‘무상 임대’에 따라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유수의 기업과 국내외 대학이 들어섰지만 투자유치 성과를 강조했을 뿐 파급효과는 미미하고 경기도 판교테크노밸리, 서울 마곡R&D산업단지와 비교하면 더욱 그렇다고 비판했다.

 인천시가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송도 5공구 27만㎡(8만3000평)를 50년간 공짜로 쓰도록 제공했으나 일자리 수는 2100여명에 불과한데 판교테크노밸리는 43만㎡(13만평)에 6만2000명이 일하고 마곡R&D산업단지는 79만㎡(24만평)에서 16만5000명이 일하게 된다는 것이다.

 같은 단위 면적으로 환산하면 판교의 일자리는 송도의 19배, 마곡은 27배다.

 바이오시밀러산업이 첨단 유망업종인 것은 맞지만 공장만 놓고 보면 장치산업이기 때문에 규모가 커도 고용은 미미하다.

 저자는 연구개발 사업장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세계적인 기업 ‘애플’이 아이폰 조립공장을 송도에서 운영한다면 첨단산업을 유치했다고 환영할 일인지를 반문한다.

 애플은 아이폰 부품을 외부에서 구매하고 조립도 외국에 하청을 주면서 본사는 기획, 설계, 소프트웨어 개발, R&D, 마케팅 업무만 하는데 제품 가격의 45%를 이윤으로 챙겨간다.

 송도 연세대 국제캠퍼스(송도국제화복합단지)에 대해서도 혁신클러스터를 만들고 송도 입주기업과의 시너지 효과를 거두려면 이공계와 자연계 중심 대학원이 들어와야 하는데 약대를 제외하면 인문계 교양과정 중심이기 때문에 유치 효과가 크지 않다고 지적한다.

 연세대를 유치해서 일자리가 늘었는가, 지방세수가 증가했나, 기숙사에 살고 주말이면 서울로 가는 신입생들이 지역 소비에 크게 기여하는가, 스탠포드대학과 실리콘밸리처럼 혁신클러스터를 만들었나, 산학연 연계가 제대로 되고 있나, 인천시가 개발이익을 얻었는가 등의 질문에 대한 대답은 모두 부정적이라는 것이 저자의 입장이다.

 특히 연세대가 1단계 사업에 포함된 종합병원 건립, 사이언스파크 조성 등의 약속을 지키지 않는 가운데 시가 2단계 사업부지로 11공구 33만7000㎡(10만2000평)를 헐값에 추가 공급키로 한 것은 협약 불이행에 대해 오히려 선물을 주는 격이라고 비판한다.

 허 박사는 외국인투자유치에 대해서도 국내 대기업이 무늬만 외투기업을 만들어 경제자유구역 사업에 참여하고 국내 강소기업이나 벤처기업은 배제되는 것은 불합리한 만큼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자본의 국적에 상관없이 기술력과 잠재력을 갖춘 기업을 유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책은 개발과 투자유치 과정에서 일어난 다양한 에피소드를 담고 있어 읽는 재미를 주고 정책 집행자, 연구자, 언론인들이 활용할 수 있는 ‘공구별·지구별 조성원가’와 ‘국비 지원현황’ 등 유용한 자료들도 실려 있다.

 한편 지역의 대표적 출판사인 ‘도서출판 다인아트’는 20일 오후 7시 인천아트플랫폼 H동 다목적실에서 출판기념 세미나를 열기로 했는데 저자의 강연과 질의응답을 통해 경제자유구역과 인천의 미래에 대한 생산적 토론시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츨판기념 세미나에 대한 문의는 다인아트(032-431-0268)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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