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제주 한 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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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의 제주 한 조각
  • 유광식
  • 승인 2019.04.19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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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국립생물자원관 / 유광식
곶자왈 생태관, 2019ⓒ유광식

 

한정된 토양에 인구가 급증하며 사회의 복잡함도 점점 커졌다. 이 속에 경쟁과 출혈이 더해지며 인류의 사건과 기억이 쌓였다. 조금 비약하자면 지구 탄생의 비밀이라는 작은 가스먼지 이론과도 비슷해 보인다. 모이고 뭉쳐서 형성된 것들의 복잡함 말이다. 이 복잡함은 환경으로까지 영향을 주어 2019년 한국은 미세먼지라는 미세하고 거대한 문제로 일상의 풍경이 바뀌고 있다. 88 서울올림픽을 준비하며 시작된 미세먼지 측정. 오랜 기간 공업도시였던 인천은 미세먼지 수치가 높은 대표적인 도시이다.

하지만 미세먼지로 답답한 인천에도 마스크 없이 시원하게 숨 쉴 수 있는 곳이 있다. 바로 국립생물자원관(인천 서구 환경로 42)이다. 환경부 산하 기관으로 2007년 운영을 시작한 국립생물자원관은 국가 차원의 생물종 연구와 보전을 위해 한반도 전역의 자원을 수집, 보존, 전시하고 있다. 

국립생물자원관을 잘 모르던 시절에는 이 부근을 지나며 김포, 강화 가는 길목에 자리한 이 웅장한 건물은 무엇일까 항상 궁금했었다. 몇 해 전 국립생물자원관 인근의 드림파크, 정서진 아라뱃길에서 인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이 개최되었다. ‘락 음악[Rock Music]을 듣고 자란 식물들은 뭔가 다르긴 할 텐데’ 라는 엉뚱한 기대 속에 국립생물자원관에 들어섰다. 시민들의 눈높이에 맞춘 생물종들의 전시가 기대 이상으로 친숙하고 사려 깊게 다가왔다. 여러 전시실을 지나며 다양한 동식물들을 볼 수 있었다. 해외로 반출된 종자(구상나무, 미스킴라일락)도 상세히 소개되어 자원의 가치를 제고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전시관에 재현된 야생생물들, 2019ⓒ유광식
 
한 눈에 살피는 지구 생물종, 2019ⓒ유광식
 
기획전시실에 설치된 꽃문양 전등갓ⓒ유광식

여러 시설 중에서 가장 인상 깊게 돌아 본 공간은 미세먼지를 불식시켜 주고도 남을 공간인 ‘곶자왈 생태관’이었다. 동남쪽 방향으로 난 세로형 온실 안에는 제주만의 특별한 숲 지형이 그대로 구현되어 작은 제주 속에 들어온 기분이 든다. 곶자왈 나무들의 신선한 공기를 그대로 느낄 수 있는 곳인데, 눈을 감으니 중력을 거슬러 둥둥 유영하는 기분이 들었다. 지구의 허파를 흔히 아마존 정글로 표현하는데, 이 순간 여기가 인천의 허파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오래 머물고 싶었다. 마치 제주의 한 조각을 누군가 선물로 주고 간 것처럼 말이다. 남한의 지형으로 보자면 인천과 제주는 여러 가지로 먼 거리임에도 가까움이 있다. 그만큼 연관이 많지만 도리어 제주에다 인천의 공기를 가져다 놓기엔 미안함이 크다.


2층 관망대에서 내려단 본 식물과 어느 가족, 2019ⓒ유광식

 

우리 주변에는 감지하기 어려운 미세한 것들이 함께 움직이며 작용한다.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결국 삶에 필요한 에너지라는 것은 변함없다. 지구를 형성한 생물종들의 서식환경을 해하는 방향은 우리의 미래가 아닐 것이다. 뛰노는 아이들의 모습 속에 어른들의 노력이 깃들어있고, 이는 미래라는 이름으로 발현될 것이다. 아이들에게 물려 줄 것이 있다면 비싼 건물이 아닌, 우리 삶의 필수 불가결한 존재들과 무형의 가치들일 것이다. 4월은 제주의 아픈 역사가 존재하고 침몰한 여객선의 기억도 있다. 이를 아는지 모르는지 지구생물의 생기 있는 돋아남 또한 한창이다. 그래서 지구의 자연은 잔인한 것인지 모른다. 인류는 고통이 있기에 그리 강하게 생존하는 것일까. 

국립생물자원관은 주말을 맞아 가족단위의 방문객이 많았다. 어른들의 활동은 아이들의 성장기에 깊은 영향을 주기에 어른과 아이가 함께 경험하며 생각을 살찌우는 모습은 매우 유익해 보인다. 편의시설이 잘 되어 있었고 안내 리플렛에 표기된 금지사항에 해당하는 행동이 버젓이 관찰되는 것은 조금은 귀엽게 여겨지기도 했다. 야외공간에 텐트와 돗자리를 깔고 음식을 나눠 먹으며 아빠와 축구시합, 연날리기, 미로체험, 킥보드 놀이를 함께 하는 모습은 오전에 축축하게 비가 내렸다는 사실을 잊게 할 만큼 온화했다. 시설을 둘러보니 한반도 생물자원의 다양성이 좀 더 많은 시민들에게 알려지길 바라는 마음이 절로 들었다. 다만, 승용차 없이는 오기가 힘들다는 점이 아쉬웠다. 국립생물자원관에 오가는 길은 험난해도 친구와 연인, 가족, 동료들과 함께 다양한 생물종을 만나며 제주라는 청정대기 속에 힐링할 수 있다면 충분히 이겨낼 만하지 않을까. 


야외 잔디광장에서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 2019ⓒ김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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