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육교 개통 무의도는 초만원-차량만 하루 2,700대 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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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육교 개통 무의도는 초만원-차량만 하루 2,700대 진입
  • 윤성문 기자
  • 승인 2019.08.06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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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섬안 도로 비좁고 주차장 태부족-섬 전체가 주차 전쟁터
 
잠진도에서 바라본 무의대교와 무의도. 잠진도 옛 선착장에서 낚시꾼들이 바다낚시를 즐기고 있다.


면적 9.432㎢, 해안선 길이 31.6㎞의 섬. 영종도에서 코 앞에 건너 보이지만 반드시 배를 타고 건너야만 했던 곳이다. 올해 연륙교가 놓이면서 영종도와 한 몸이 됐다. 이제 배를 타고 떠나는 여행의 설렘은 사라졌지만,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갈 수 있는 곳이 된 무의도 이야기다.
 
길었던 장마가 끝나고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된 8월 2일 금요일. 뙤약볕이 무척이나 뜨거웠다. 무의도를 방문하기 위해 인천공항고속도로와 이어지는 해안도로를 타고 영종도를 가로질렀다.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달리다 보니 어느새 무의도로 진입할 수 있는 잠진도 길에 달았다.
 
이른 시간대였지만, 무의도로 진입하는 차량은 꽤 많았다. 이내 무의대교가 눈에 들어왔다. 그동안 무의도를 가려면 차를 카페리에 싣고 바다를 건너야 했지만, 다리를 이용하니 순식간에 무의도에 닿는다.
 
먼저 무의도 남동쪽에 있는 광명항을 방문했다. 이곳은 소무의도로 진입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주차할 곳을 찾았지만 도로 변에 주차할 곳이 전혀 없었다. 여러 대의 차가 주차 공간을 찾기 위해  같은 길을 돌아다니기를 반복했다. 결국 주민에게 주차할 수 있는 곳을 물었다. 주민은 왔던 길을 돌아가면 최근 만들어진 공용주차장이 있다고 알려줬다.

 
광명항 대무의로. 금요일 오전임에도 도로변에 주차할 공간이 전혀 없었다.


언덕을 넘어왔던 길을 돌아가다 보니 공용주차장이 보인다. 다행히 번잡한 해안도로 주차장과 달리 공용주차장은 공간이 한적한 편이었다. 지난 7월 30일 만들어진 이 주차장은 소형차 178대, 버스 8대를 수용할 수 있었다. 이 옆에는 이달 30일 준공예정인 355면 규모의 주차장도 한창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하지만 광명항으로 가는 길이 꽤 멀었다. 햇볕에 뜨겁게 달궈진 아스팔트 언덕을 오를 땐 땀이 비오듯 쏟아지기도 했다. 주차장 관리인인 서선길 씨를 만났다. 무더위에 지친 듯 연실 부채질을 하고 있던 그는 다리 개통 이후 관광객이 늘어 장사하는 주민들은 좋을지 모르겠지만 앞으로가 문제라고 한숨부터 내쉬었다.
 
“지금은 주차장이 한적한 편인데, 주말에는 거의 꽉 찬다고 보면 됩니다. 여기서 광명항까지 너무 멀어요. 걷어가기엔 언덕길 경사도 가파르죠. 연세가 있는 분들은 상당히 힘들어 해요. 대책 없이 멀찍이 주차장만 만들었다는 게 주민들의 불만이에요. 그래서 지금 주차장과 광명항을 순환하는 셔틀버스가 필요하다고 민원을 계속 넣고 있는데, 될지 안될지 모르겠네요”

 
지난 7월 완공된 광명항 인근 공영주차장. 금요일 오전이라 주차된 차량이 많진 않았지만, 주말에는 차량으로 가득찬다고 한다. 광명항까지 가려면 언덕을 넘어 600m가량을 걸어가야 한다. 바로 옆에는 355면 규모의 주차장이 들어설 예정이다.


광명항에서 차를 돌려 하나개해수욕장으로 향했다. 무의도 최고의 관광지로 꼽히는 곳 답게 해수욕장 진입로부터 차량이 눈에 띄게 많았다. 주차장 입구로 진입하니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주차장 안이 주차를 못 한 차량으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도로 곳곳에는 불법으로 주차된 차량도 보였다. 결국 산길을 따라 같은 곳을 돌기를 반복하다가 야산에 임시로 조성된 주차공간에 겨우 주차할 수 있었다.

주차를 한 뒤 해수욕장까지 걸어오는 길에 가족 관광객들에게 사진을 찍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사진을 찍어주고, 가족에게 잠시 인터뷰를 요청하니 흔쾌히 응해줬다. 서울에서 가족들과 왔다던 김영식씨는 최근 무의도에 다리가 놓였다는 기사를 보고 여행지를 정했다고 했다. 그는 "가족들과 해수욕을 즐기면서 그동안 쌓인 스트레스를 날리기 위해 이곳으로 오게 됐다"면서 "들뜬 마음으로 여기까지 왔는데 주차할 곳이 없어 같은 곳을 몇번이나 돌았는지 모르겠다"며 식은땀을 닦아냈다.

 
하나개 해수욕장 진입로. 곳곳에 무단 주차된 차량들이 보인다.

 
버스정류장 앞에 불법 주차한 차량 모습. 


주차장 형편을 알아보기 위해 하나개해수욕장 번영회를 방문했다. 사무실에는 1명 밖에 없었다. 주차난이 심각한 탓에 주민들이 모두 주차관리 업무에 투입된 상황이었다. 얼마 뒤 주차관리를 하고 있던 이영석 번영회장이 거친 숨을 내쉬면서 사무실로 들어왔다. 연신 구슬땀을 닦던 이 회장은 자리에 앉자마자 불만을 토로했다.
 
“하나개 주차장은 500대 정도를 수용할 수 있는데, 현재 하루 평균 1700~1800대가 이곳으로 진입해요. 주차를 못한 사람들은 아예 관광을 포기하고 돌아간다는 거예요. 하루 900대로 제한됐던 무의도 진입차량 제한이 없어지면서 주말에는 차량 카운트조차 힘든 지경이에요. 주차난에 짜증이 난 관광객이 주차관리원에게 욕하고 돌아가는 경우도 많아요. 이럴 때면 차라리 다리가 없을 때가 나았다는 생각도 든다니까요”
 
 
하나개 해수욕장 주차장 입구. 연신 진입하는 차량으로 북새통을 이뤘다.


또 한가지 주민들을 불안하게 만드는 것은 물 부족 문제였다. 상수도관이 연결되지 않은 무의도는 지하수를 쓰고 있는데, 관광객이 몰리는 휴가철이 되면 주민들이 사용할 물마저 부족하다는 것이다. 실제 해수욕장 급수대 등 곳곳에서 물을 틀어본 결과, 물이 나오지 않는 수도꼭지가 태반이었다.
 
현재 인천시는 무의도 내부까지 상수도를 보급하기 위한 송배수관 부설공사를 단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내년 내부도로 확장과 함께 송배수관을 매설하고 무의도 전체에 상수도를 보급할 예정이다. 또 중구는 예산이 확보되는 대로 공영주차장 3곳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을 맞아 하나개해수욕장은 많은 관광객들로 붐볐다.

 
돌아오는 길에 들린 실미도 해수욕장. 유료로 운영되는 탓에 하나개해수욕장보다 상대적으로 관광객이 적었다. 조용하고 한적하게 캠핑을 즐기고 싶은 캠핑족에게는 안성맞춤이다.


육지로 돌아가는 길에 무의대교 앞 해안도로에 있는 한 음식점을 방문했다. 음식을 시켜놓고 음식점 사장과 잠시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다리 개통 이후 오히려 가게 손님이 줄었다고 하소연했다. 방문 차량과 관광객 수는 크게 늘었지만 주차장과 도로 확장이 없었던 탓에 해안도로가 지나가는 도로로 전략했다는 것이었다. 큰 기대를 갖게했던 무의대교가 되려 원망의 대상이 된 듯했다.
 
무의대교 개통 이후 무의도를 방문한 차량은 하루 평균 2700여 대에 달한다. 이전에 카페리를 통해 하루 평균 282대가 무의도에 진입했던 것과 비교하면 10배가 늘어난 것이다. 하지만 섬안 도로는 넓혀지지 않아 그대로 이고 주차장도 아직 태부족이다. 연육교 개통 첫해 여름에 무의도는 몰려드는 차량과 관광객들로 심한 홍역을 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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