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평등한 다문화사회를 구축한다
상태바
성평등한 다문화사회를 구축한다
  • 송정로 기자
  • 승인 2019.08.16 08: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천in이 만난 사람] 김성미경 ‘인천이주여성센터 살러온’ 소장



인천이주여성센터 살러온 소장에 취임한 김성미경 인천여성의전화 회장
 

‘인천이주여성센터 살러온‘은 한국에 결혼해 살러온 이주여성들의 인권과 평등·평화를 위해 지난 7월19일 여성가족부 지원으로 ’인천여성의전화‘가 문을 연 ‘이주여성상담소’다. ‘살러온’은 ‘여기에 살러 온 사람들’이라는 의미가 담겼다. 또 ‘온’은 불을 밝히다(ON)는 뜻과 따뜻하다(溫)는 의미를 갖는다.

이곳은 가정폭력과 성폭력, 인신매매 등으로 가정 해체, 체류 불안정 등 복합적인 위기에 처한 이주여성에게 전문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설립됐다.
 
그간 이주여성 쉼터가 폭력피해 이주여성 상담소 역할도 해왔으나, 전문성이 떨어지고 입소하지 않은 이주여성은 보호대상이 될 수 없는 한계가 있었다.
 
이제 폭력피해 이주여성 상담소는 위기의 이주여성에게 의료·법률·노무, 통·번역, 출국지원 등 전문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며 전문적인 상담과 인권지원 활동을 벌일 수 있게 됐다.
 
지난 7월4일 밤 베트남 이주여성이 우리말이 서툴다는 이유로 남편에게 무차별 폭행당하는 영상이 공개돼 공분을 샀다. 그러나 사실 이 사건도 새삼스런 일이 아니다. 인권위 조사에 따르면 이주 여성 42%가 가정 폭력을 경험했다는 통계가 나온다. 뒤늦게나마 정부 주도로 폭력피해 이주여성상담소가 개소된 이유이다. 그리고 이는 지난 10여년 간 여성단체 등이 줄기차게 요구해온 데 따른 것이다.
 
여성가족부는 지난 4월 전국 5개소 개소를 목표로 폭력피해 이주여성상담소를 공모했고, 대구와 청주, 인천이 우선 선정돼 6~7월에 각각 개소식을 가졌다. 그리고 지난 7월초 전남(목포)이 추가로 선정돼 개소를 준비하고 있다.
 
인천이 우선 선정된 데에는 지난 2000년대 초부터 이주여성의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이주여성 쉼터(2003년)와 아시아이주여성 다문화공동체(아이다마을, 2008년) 등을 운영하며 꾸준히 이주여성 지원사업을 펼쳐온 ’인천여성의전화‘가 있기 때문이었다. 또 한편으론 이주여성 지원사업을 인천에 유치하고자 하는 인천시 여성가족국의 의지가 있었다.

폭력피해 이주여성들의 안정을 지원하는 쉼터가 있었지만 입소하지 않는 이주여성에게는 규정상 도울 수 없어 한계가 뚜렷했다. 따라서 이주여성인권단체들은 10여년 전 부터 여성가족부가 폭력피해 이주여성 상담소를 만들어야 한다고 끊임없이 요구해왔다.

인천시도 이번 여가부의 지원사업에 주도적으로 참여하여 이주여성상담소를 인천에 유치했다. 아무리 민간에서 필요성을 강조하고 요구하더라도 관에서 적극적인 의지를 갖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정책들이 많다. 이번 이주여성상담소 유치는 민관 거버넌스가 상호 신뢰와 적극적 공조 관계여야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이기도 하다.

 

‘인천이주여성센터 살러온‘ 개소식이 7월19일 열렸다.

 
인천여성의전화 김성미경(57) 회장은 1994년 설립 때부터 자원활동가로 활동하기 시작해 지난 2009년에 이어 올해 두 번째 회장으로 일하며 이번에 개소한 ‘인천이주여성센터 살러온‘ 소장을 함께 맡고 있다.
 
“2000년대 초반 상업적 국제결혼이 급증하면서 이주여성의 폭력피해도 늘어났지만 해결할 수 있는 지원체계가 전혀 없었죠. 기존의 가정폭력방지법, 성폭력범죄특례법, 성매매특별법 등 관련 법 안에서, 이주여성들이 내국인들과 다른 특수한 지점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반적인 여건에서 해결책을 찾아야 했어요. 그러다 최초로 지원시스템이 생긴 것이 ‘이주여성 쉼터’였습니다. 이주여성들만 가입할 수 있는 보호시설로 2003년에 인천과 천안에 2개가 만들어졌죠”
 
당시 인천여성의전화가 공동모금회에 제안서를 내 폭력으로 오갈데 없는 이주여성을 받기 시작한 것이 인천 이주여성쉼터 ’울랄라‘였다. 이주여성의 남편에 의한 심각한 폭력과 유기문제에 접하며 열게 된 쉼터는 자신의 정체성을 부인당한 채 이방인으로 살아야 했던 이주여성들에게 법, 의료, 심리정서적 지원을 시작했다.

여성의전화는 쉼터와 함께 한국어반을 운영했는데, 한국어를 배우면서 정보도 교류하면서 한국사회를 알아가도록 도왔다. 쉼터의 사례를 통해 국제결혼 이주여성의 문제를 사회화시키는 토론회를 주최하기도 했다. 현재는 이주여성 쉼터가 전국에 18개에 이른다.
 
인천여성의전화는 2008년 한국여성재단에서 지원받아 ’이주여성 자조모임‘들을 만들었다. 그해 말 한국여성재단과 생명보험 사회공헌위원회의 지원으로 “아시아 이주여성 다문화 공동체 마을(아이다마을)”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아이다마을에는 필리핀·베트남 이주여성 당사자모임과 이주여성과 결혼한 남성모임, 자녀모임 등 소모임 활동이 활발했다. 아이다마을 사람들은 한국에서 살며 겪어야하는 다양한 어려움을 함께 해결해나갈 힘을 키워갔다.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 상영된 '부부카메라일기' 영상제작활동, '이야기 조각보', '카멜레온의 눈' 등 책 출판을 통해서 이주여성들의 눈으로 한국, 결혼, 여성의 삶을 담아내기도 했다.

2010년 남편에 의해 살해당한 베트남 이주여성 사건에 대해 아이다마을 회원들은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와 함께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역사상 최초로 이주여성에 대한 폭력 반대 시위를 열기도 했다. 한국사회에서 이방인으로 숨죽이고 살아가던 많은 이주여성들이 목소리를 내고 폭력에 적극 대항하도록 용기를 준 사건이었다.

아이다마을은 이주여성들 스스로 폭력에 대응하고 안전한 삶을 살 수 있도록 힘을 나누며 공동체의 리더로 성장하도록 지원하는 공간이었다. 아이다마을은 2013년 5월 이주여성 당사자 자조모임으로 비영리단체로 등록했다. 인천여성의전화로부터 독립해 ’홀로서기‘하며 자신들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역량을 키우며 네트워크를 확장해 나가고 있다.
 
“그 사이 1366(여성긴급상담전화)이나 1577-1366(다누리콜센터)가 다국어로도 통역이 가능해졌습니다. 위기에 처한 이주여성을 위한 조치들에 조금씩 진전이 있었던 것이죠”
 
여성가족부는 2008년 다문화가족지원법을 제정하고 다문화가정지원센터를 만들어나갔다. 현재 그 숫자는 전국에 230여개에 이른다. 그러나 다문화가족지원센터는 한국어 교육, 다문화 가족 통합 교육, 취업 연계 및 교육 지원 등이 주된 사업이다. 무엇보다 사업이 ‘가족’에 초점이 맞춰있어 실제 폭력 피해 이주여성에게는 직접 지원이 어렵다. 가족 안 다른 가족들의 불만도 있기 때문이다.
 
“법은 있지만 주먹은 늘 가깝죠. 그 가까운 폭력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힘을 키우는 방법으로 가까운 친구와 이웃을 많이 만드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러려면 가까운 이웃들의 성차별과 이주민에 대한 인종차별이 사라져야 하겠죠”
 
‘살러온’ 소장을 맡게 된 김성미경 회장은 ‘살러온’이 이주여성의 폭력 상황에 대해 대응하는 1차 목적도 중요하지만, 더 이상 여성에 대한 폭력과 차별이 용인되지 않는 평등한 사회 구축을 위한 활동의 중요성도 강조한다. 우리 사회가 이주민과 공존하겠다고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그는 이주여성 스스로 자기 힘을 키워야 한다는 사실도 상기시킨다. 지난 20년 가까이 인천여성의전화가 집중해온 이주여성 관련 사업을 진행하며 체득한 것들이다.

‘살러온’의 4대 중점사업은 그래서 △이주여성 대상 폭력상황 대응 △이주여성의 자기 힘 키우기 △성평등한 다문화사회 구축을 위한 인식개선 활동 △이주여성 폭력피해 조사연구다.
 
”이주여성들이 평화롭고 평등한 삶을 누리기 위해 인권 수호활동과 공동체 활동을 적극 지원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서로를 연결하고 자원을 확보하여 이 땅에서 아름다운 미래를 꿈꿀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김성미경 소장을 비롯한 ‘살러온’ 사람들의 소망이자 비전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