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악화로 '좋은 기사'는 뒷전이죠…"
상태바
"경영악화로 '좋은 기사'는 뒷전이죠…"
  • 김도연
  • 승인 2009.12.22 23: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창간기획>지역 언론, 희망은 있는가?


얼마 전 인천지역에서는 3개 언론사가 통합을 결정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보도콘텐츠 공유와 인사교류, 사업의 공동 진행 등을 합의했고, 장기적으로는 1개 회사로 통합하거나 지주회사를 세우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그 배경이야 차치하고라도, 이러한 보도를 두고 다양한 평가가 나왔다.
 
한 편에서는 만약 이들 언론사가 통합되면 언론사간 시너지효과로 지역의 영향력이 더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서울과 가까운 지리적 여건 때문에 영남이나 호남에 비해 상대적으로 중앙언론의 영향력이 높았던 인천에 지역 여론을 이끌어갈 수 있는 지역 언론이 만들어 질 수도 있다는 전망이 덧붙여졌다.

그러면서 다른 한 편에서는 세 언론사의 통합 추진은 위기에 처해 있는 지역 언론들의 통합 움직임을 가속화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다.

그렇다면 과연 지역 언론은 지금 어떠한 상태인가?

자생하기 어려운 수익 구조

인천지역에 배포되는 지역언론 매체는 줄잡아 20여 곳 이상이다.

인천지역의 언론은 줄잡아 20 곳이 넘는다.
 
실례로 방송과 신문을 모두 합쳐 현재 인천시청에 등록돼 있는 지역 언론은 모두 20개로, 등록을 하지 않았거나 못한 언론사를 합치면 그 이상이다.
 
이 가운데 주요 일간 신문사들의 한 달 평균 운영 자금은 적게는 4억에서 많게는 7억 원까지 다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상당 부분이 인건비이고 신문 발행에 필요한 종이 구입비, 인쇄비 등의 비용이 그 뒤를 차지한다. 주요 경영 재원은 광고 영업과 수익 사업, 그리고 구독료와 후원금이다.

하지만 구독료와 후원금은 회사 경영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으며, 거의 모든 언론사의 운영 수익은 광고 영업이 중심이다.
 
실례로 A 신문사의 경우 지난 2007년도 광고 총 수입액이 132억9천700여만 원이었지만, 구독료 수입은 광고 영업 수익의 20%에도 미치지 못하는 26억5천여만 원에 불과했다.

또 B 신문사와 C 신문사의 2007년도 광고 총 수입은 각각 41억 600여만 원, 17억3천여만 원이었다. 구독료 수입은 각각 5억5천800여만 원, 1억6천800여만 원으로 광고 수익 대비 각각 14%, 10% 수준에 불과했다.
 
그런데 이 광고 영업이 상당부분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지역의 기업 등에서 지역 언론에 광고를 게재하는 비율은 서울 지역 언론에 비해 매우 낮아 비할 바가 못 된다. 그나마  이조차도 몇몇 언론에 불과해 대부분의 지역 언론은 관에 의존한다.  관 중심의 광고는 '나눠먹기식'으로 분배 아닌 분배가 이뤄지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대부분의 지역 언론사들은 스스로 살림하고 꾸려나가는 경영에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다.

심각한 경영난에 부딪히는 언론사들

어려운 경영 사정은 거의 모든 언론사가 안고 있는 문제점이다.
 
인천지역의 B 신문사는 금융기관 등에 갚아야 할 부채액이 30억 원이 넘는다.  A 신문사 역시 누적 적자가 수십억 원에 이른다고 한다.
 
또 다른 C 신문사는 경영난을 겪으면서 대표이사가 교체되기도 했다.
 
심지어 이들 언론사는 경영 극복을 위해 지출 비용 가운데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직원들 급여를 일정부분 동결하거나 줄이는 등의 '고육지책'을 쓰고 있는 형편이다.

어느 신문사는 직원들에게 몇 달치 월급을 주지 못한 상태고, 상당수 신문사는 아예 광고 수수료로 월급을 대신하기도 한다.
 
이런 사정으로 인해 언론사들은 어떻게 해서든 자생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기 위해 고민한다. 그런 고민의 돌파구 가운데 하나가 각종 이벤트나 문화·체육 행사 등의 수익 사업이다.
 
몇몇 언론사들은 관과 공동으로 다양한 체육·문화 행사를 열어 일정부분 수익을 창출하고 있으나 대부분의 언론사는 이조차도 어렵다.
 
이러한 수익 사업도 문제는 여전히 관을 완전히 배제한 채 운영할 수 없는 형편이라는 것이다.
 
그런 이유로 지역 언론의 상당수는 지역 행정의 견제와 비판 기능을 위협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쉽게 말해 자본에 취약한 구조로 인해 자본 움직임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행정 기관에서는 기획하고 집행하는 다양한 사업에 대해 싫은 소리를 듣기가 거북해 언론사에 섭섭함을 드러낼 수 있고, 언론사는 쓴 소리를 하려다가도 '좋은 게 좋은 거다'라는 식으로 한 발짝 물러서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렇게 되면 언론이 제 역할을 못할 것은 뻔하다.

지역에 대한 개념을 바로 세워야

서울 지역 언론과는 아주 다른 시장성으로 인해 광고 영업과 수익 사업 등을 관 중심으로 가져가는 것에 대해 뭐라고 지적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대다수 언론인들은 "언론사가 가져야 할 공익적 역할과 수익성이 충돌했을 때 적어도 언론사라고 하면 공익적  역할 수행에 무게를 두어야 한다"고 말한다. 사정이 어렵다고 언론 본연의 사명을 저버려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그렇다면 현재 지역 언론은 그러한 비판과 견제 구실을 충분히 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을까?

이 물음에 A 언론사의 중견 기자는 "우선 지역 언론의 개념이 바로 서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언론인이 바로 서야 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독자들도 개념을 바로 세워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지역 언론과 독자층인 지역민은 서로가 지탱하는 지점이 같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지역 언론은 지역민들이 원하고 요구하는 지역의 뉴스를 생산하고, 지역민은 지역의 소식을 지역 언론이 생산하는 뉴스를 통해 접하는 공생 관계라는 점이다.
 
A 기자는 "일부 독자층은 지역에 대한 개념을 알고 있지만 대개 인천의 뉴스와 서울의 뉴스를 같이 취급한다"며 "그런 부분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뉴스의 중요성을 따지기 이전에 중앙과 지역을 구분해 접근해야 하는 필요성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물론 언론사도 지역민이 요구하는 뉴스를 충분히 생산해 낼 줄 알아야 한다. 언론사가 지역민의 갈증 요소를 파악하지 못하면 결과적으로 많은 독자를 확보하기 어렵고, 지역 언론과 지역민은 서로 멀어질 수밖에 없는 관계인 것이다.

기사를 만드는 사람이 중요하다

비판과 견제는 뉴스가 하는 것이고 그 뉴스를 만드는 것은 기자들의 몫이다. 그러므로 지역민이 원하는 뉴스를 생산해 내려면 인력이 중요하다. 그래서 지역 뉴스를 생산해 내는 언론인의 배출도 아주 필요하다.
 
A 신문사 기자는 "현재 지역에는 프로페셔널 저널리스트가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며 "양질의 뉴스를 생산해 내기 위해서는 인력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역 언론의 인력구조 사정은 그렇지 못하다.

C 신문사의 중견 기자는 "지역 언론이 제 구실을 하기 위해서는 수익구조의 다변화도 담보돼야 하지만 무엇보다 인력구조가 제대로 이뤄져 있나를 먼저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례로 C 신문사만 하더라도 지역 언론사에서 가장 많은 인력이 요구되지만 배치되는 사회부 인력이 5명에 불과하다.
 
어느 정도 규모가 있다고 하는 B 신문사조차도 사회부 인력이 5명뿐이다.
 
인력의 양이 100% 뉴스의 질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지만 인력이 부족하면 기자 1명이 찾아다니며 뉴스를 생산해야 하는 취재처가 늘어나 뉴스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신규 인력을 마음먹은 대로 뽑을 수도 없는 형편이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언론사별 경영 사정이 어렵다 보니 신규 인력을 충원하는 것은 쉽게 결정할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신규 인력 충원보다는 언론사별로 서로 좋은 인력을 빼가는 것에 집중한다.
 
기본적인 인력을 확보해야 그 안에서 교육 등을 통해 프로의식을 갖춘 기자들이 만들어질 수 있고, 그런 이후에야 뉴스의 질을 담보할 수 있음은 자명하다.

다양한 콘텐츠 개발, 공공지원 고민해야

지역언론의 자생을 위해서는 다양한 기사 콘텐츠 개발이 요구되고 있다.

닭이 먼저인가, 달걀이 먼저인가?

인력 문제의 해소를 위해서는 경영상 안정이 뒷받침돼야 하는 건 분명하다. 그렇다면 경영상의 어려움 극복은 어떻게 해야 할까?
 
지역의 언론인들은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새로운 수익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콘텐츠 개발이 중요하다고 이야기 한다.
 
A 신문사 기자는 "언론사들이 관과 함께 사업을 벌이는 것에 대해 지적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침체되고 있는 지금의 언론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시기에 맞는 새로운 콘텐츠 개발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새로운 수익구조의 틀을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광고 시장의 축소와 사업 영역의 제한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다른 무엇인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이러한 제안에 명확한 해결책을 던지는 이는 많지 않다.
 
새로운 콘텐츠 개발과 함께 조심스럽게 제시되고 있는 게 최소한의 공공지원책 마련이다. 정부에서 지역 언론의 자생력을 키우기 위해 한시적으로 지역신문발전지원 특별법을 만들어 시행하고 있는 취지처럼 지역에서 공익적 재단 등을 꾸려 지역 언론을 키워야 한다는 제안이다.
 
C 신문사 중견 기자는 "실제로 지난 2006년 지역에서 비슷한 시도가 있었으나 정치권에서의 난항으로 실현되지 못했다"며 "다시 논의해볼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언론이 갖고 있는 공공적 특성을 감안한다면 지역 언론이 현재 처해 있는 상황을 극복하고 자생적 구조를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하는 공익재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물론 공익재단의 지원은 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언론사에 제한돼야 하고 이를 위한 구분은 해결 과제이다. 지역민이 원하는 지역의 뉴스를 만들어내는 언론사여야 하는 것이다.

지역민에게 가까운 뉴스 생산하는 게 필요하다

지역민이 원하는 뉴스는 그들의 피부에 와 닿는 '살가운' 기사들이다. 흔히 지역 밀착형 기사로 대변되는 이러한 뉴스는 지역 언론이 추구해야 할 방향인 동시에 담보해야 할 과제이다.

A 신문사 기자는 "현재 제대로 된 인천의 지역 언론은 없다"고 잘라 말한다. 대부분의 지역 언론이 지역 뉴스를 다루지 않는다는 의견이 아니라, 지역과 지역민에게 밀착된 뉴스를 중심으로 생산하는 데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뉴스의 경중을 따지지 않더라도 지역민이 공감하고 동의하며 지역의 시민사회와 소통하지 못하는 기사들의 비중이 더 높다는 분석이다.
 
실례로 지역 언론의 상당수가 관과의 연결고리를 무시할 수 없다 보,니 지역 주민의 입장에서 관의 논리를 반박하고 토론할 수 있는 뉴스를 생산하는 데 주저하는 모습이 많다.
 
C 신문사 기자도 "지역 언론의 차별성은 지역 착근성에 있다"며 "지역과 지역민에게 밀접한 뉴스 생산을 외면하는 순간 지역 언론은 그 존재가치를 상실하게 된다"고 강조한다.
 
그렇다면 과연 지역 뉴스의 생산이 갖는 의미는 어떤 것일까?
 
한국갤럽은 얼마 전 전국 18세 이상 성인 남녀를 대상으로 구독자 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조사 결과 지역 일간지의 인지도가 높은 지역은 제주, 부산/울산/경남, 대구/경북 등이었다. 인지도가 낮은 지역은 인천/경기, 대전/충남, 충북 등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생각나는 지역신문이 없다는 응답이 많은 지역은 서울, 인천/경기 등으로 조사됐다.
 
인천/경기 지역민들에게 지역 언론이 차지하는 비중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이다.
 
이 조사에서 지역 주간지의 인지도는 인천/경기도가 타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지역민들은 자신이 속해 있는 지역의 소식을 더 많이 접할 수 있는 매체에 관심을 갖는 것이다.
 
실제로 모 지역 주간지에서 지난 10월 ARS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응답자의 25.8%가 지역 소식을 가장 많이 접하는 매체로 해당 지역 주간지를 꼽았다. 지역 일간지를 꼽은 비율은 14.5%에 그쳤다. 지역민들에게는 중앙정부의 정책도 중요하지만 자신들과 가까운 뉴스가 더 중요한 것이다.
 
지역 언론이 지금의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고 살아남기 위해서는 자생적 구조를 만들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하는 동시에, 지역민에게 가까운 뉴스를 생산할 수 있는 인력 구조를 갖춰 지역민에게 필요한 중요 뉴스를 만들어 내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