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in인천] 설탕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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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in인천] 설탕꽃
  • 이재은 기자
  • 승인 2014.08.07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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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성의 ‘신비’-세 번째


미술시간이었다.
12색 케이스에 11색밖에 없어
열두 자리에 공간 하나를 남겨두고 11개가 가방 안에서 들썩거렸다.

소년이 좋아하는 색은 파랑이었다.
그 색을 빌리고 싶어서 옆도 바라보고 뒤도 돌아보고 앞도 찔러봤다.
친구들은 모두 그 색깔을 손에 쥐고 있었다.

하늘은 탁했다.
쓱쓱 칠하고 싶은 마음이 사라졌다.
하늘을 피해 가늘게 선만 그었다.

순간의 부끄러움. 도화지 속 세상을 엉망으로 만들려다가 가만 참고, 소년은 설탕밭을 심었다. 설탕을 눈처럼 뭉쳐 머리 위로 뿌렸다. 흩뿌려진 곳을 따라 다니며 뛰어놀았다. 넓은 밭은 참 달고 환했다. 사이사이로 어느새 푸른 잎이 돋는 것도 같았다.

 

▲ 설탕꽃(2014. 6. 1./남동구 논현동)

 

사진 김태성(사진공간배다리 운영위원)/ 글 이재은

 

* 매주 금요일 <사진in인천>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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