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끝났다고 끝난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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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끝났다고 끝난 게 아니다
  • 배영수 기자
  • 승인 2014.10.14 01: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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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 이후, APG를 대하는 우리들의 자세

아시안게임 폐회식. ⓒ 인천아시아경기대회 조직위원회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아시안게임(이하 AG)이 막을 내렸다. 언론 별로 평가가 분분한 가운데서, “그런 평가보다 재정위기나 남북관계 활로 등 향후를 더 걱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런데 이런 분위기들이 조성되면서 한 가지 바람직하지 않은 부분을 보게 된다. 바로 “다 끝났다”라는 뉘앙스가 언론과 시민을 지배하고 있다는 것.

무언가 잘못 알고 있었나? 분명 아직 장애인아시안게임(이하 APG)이 남아 있고, 11월에는 장애인체전을 치러야 하는 등 아직 인천시 체육계와 관련 조직위는 많은 숙제들을 해결해 가야 한다. 그런데 중앙언론과 지역 언론을 떠나 모든 신문 웹 언론들이 각기 다른 시선으로 AG를 평가하면서, 인천지역은 마치 모든 대회를 다 끝내고 한시름을 놓은 것과도 같은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설마 하는 마음에 인천 주요 관광지와 지하상가 등을 돌아봤다. 그런데 AG 기간 때는 종종 기념품을 판매했던 곳이, 이젠 그 흔적조차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상인에게 물어보니 “장애인아시안게임이 우리한테는 돈이 안 되는데 관심 가져야 할 의무가 있는가”라는 답이 돌아왔다. 한때는 기념품의 위조 여부를 단속받던 곳이, 이젠 단속이 필요 없게 됐다. 분위기 자체가 단 며칠 만에 황망히 사라졌으니.

한 방송사에서는 “인천은 다시 APG를 위해 분주히 움직인다”는 보도를 했다. 그런데 그 보도의 사실성 여부를 떠나 인천의 대부분 거리에서 APG를 홍보하는 문구를 쉽게 찾아보기가 어려웠다. 거리도 거리지만 지하철도 곳곳이 아쉬웠던 건 마찬가지. 인천1호선 부평구청역에는 아직도 이미 끝난 AG의 이미지들이 멋지게 붙어 있었다. 저 자리에 APG의 포스터 한 장, 이미지 하나라도 붙어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은 기자 한 사람뿐이었을까. 시와 조직위가 지역 어느 곳곳에 붙였는지 파악을 모두 하고 있었을 텐데 저것을 왜 시기가 지나도록 교체하지 못했던 것일까. 시민들의 무관심이 문제라는 것은 이미 AG를 통해서도 충분히 체감했을 터인데 왜 그것을 관심으로 바꾸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조차 기자의 눈엔 보이지 않았던 것일까. 

혹시나 싶어 기자는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인천터미널 인근으로 가서, 무작위로 시민들을 잠시 붙잡고 물어봤다. “APG가 열리는 것을 알고 있느냐”고. 대부분 “알고는 있는데 별로 관심은 없다”였다. 언제 열리는지 모르는 시민들도 부지기수. 상황이 이러니 ‘그래도 열리는 사실은 알고 있는 시민’들에게 감사라도 해야 할까. 이어 안면이 있는 시민에게 전화를 해 봤으나 총 5명에게 전화를 해본 결과 3명이 개회식 날짜도 모르고 있었다. 이미 끝났다는 의식이 팽배해 있는 탓이었다.

지역경제가 주춤하는 상황에서 자신들 말로는 돈이 안 된다는 APG의 기념품을 판매하라 상인들에게 강조하거나, 관심 없다는 시민들에게 강제로 관심을 가지라고 이야기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관심을 가져도 손해 안 보는 영역이라면 그 무관심의 안테나를 다시 관심으로 돌려놓는 것이, 인천 시민들에겐 그리 어려운 일이었던가. AG 이후 홍보에 손놓은 시와 조직위의 그릇된 행정은 말할 것도 없고 말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니다 싶었다. 시민과 주최측이 모두 이런 분위기라면 분명 APG에 참여하는 선수들은 물론 이 선수들과 대회를 준비하는 관계자들이 받은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지 않겠는가. 인천시의 과제는 아직 종료되지 않았다. 아직 그 과제는 현재진행형이며 미래다.

잊지 말자. 아직 우리 인천에겐 APG, 장애인 체전이 남았음을 말이다. 더군다나 남북의 경색된 분위기가 해소될 기미가 보였던 AG에 이어 APG에도 북한은 선수와 임원 등을 참가시킨다. 북한의 움직임 그 하나만으로, APG는 올해 국가의 대사(大事) 중 하나다. 끝났다고 끝난 게 아니다. 인천시민이라면, 또한 대회를 이끄는 주체들이라면, 이는 반드시 알아야 한다.
 

11일 입국한 북한 선수들과 임원단. APG 역시 인천이 치러야 하는 큰 대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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