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in인천] 동굴의 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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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in인천] 동굴의 우상
  • 이재은 기자
  • 승인 2014.12.25 22: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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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덕윤의 ‘두 도시’-두 번째

▲ 2014. 11. 21./가좌동 목재단지

 

내가 사는 도시 이야기를 해드릴게요.


우리가 가지고 있는 욕망은 모두 빛으로 투영됩니다. 보고 싶은 것을 슬라이드 필름에 넣어 스크린에 비춰 보죠. 스크린 밖은 그림자로 존재합니다. 그림자는 쓸모없는 것, 보고 싶지 않은 것, 감추고 싶은 것이죠. 창이 있고, 강렬한 햇살 아래 어떤 신호처럼 전신주가 서 있습니다. 전신주는 무슨 신호를 보내고 있었던 걸까요? 계단을 내려가면서 벽에 비친 그림자를 유심히 봅니다. 벽에 그려진 꽃은, 집은, 나무는, 구름과 바다는 철탑 고공 농성이고, 여객선 침몰이고, 단식투쟁이고, 가난을 포장 상품으로 내놓는 인간에 대한 저항입니다. 내려갔던 계단을 다시 올라옵니다. 그림자는 보이지 않고 눈에 강하게 내리꽂히는 햇살! 햇살! 누가 그림자를 사라지게 했을까요. 방송입니까, 사람입니까, 수다입니까. 플라나리아처럼 죽여도 죽지 않는 숱한 음모들. 보고 싶은 건 슬라이드 필름 안에 보관하면 된다고요? 스크린 밖의 캄캄함은 어쩌고요? 세계의 진실은요? 여기 창이 있습니다. 그리고 어떤 신호처럼 전신주가 서 있습니다. 똑똑.

 

사진 장덕윤(아마추어 사진가) 글 이재은


* 매주 금요일 <사진in인천>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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