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in인천] 귀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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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in인천] 귀여워
  • 이재은 기자
  • 승인 2015.01.22 19: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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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춘기의 ‘떨림’-두 번째

▲ 2014. 10. 26./인천대공원

 

S에게

너를 처음 본 건 국수와 밀가루 튀김을 파는 곳이었어. 젓가락을 내어주는 주근깨 처녀가 그랬던 것처럼 우리도 세수하지 않은 얼굴로 만났지. 이른 시간이 아니면 맛볼 수 없다고 가이드북에 나와 있었으니까. 서로 다른 숙소에서 우리는 각자 서둘렀을 거야. 한눈에 한국인이란 걸 알았어. 네가 히피스러웠다면 일본사람일지도 모른다고 의심했겠지만 넌 단정한 청바지에 단추가 많이 달린 재킷을 입고 있었잖아. 여행과 청바지는 안 어울리지 않아요? 나중에 내가 물었지. 짱짱하고 편하기 만한 걸. 두껍지 않아요? 내가 다시 물었어. 만져 봐. 문득 문득 네 기억이 스쳐가. 키가 큰 사람 속에서도, 몸이 작은 사람 속에서도 네 모습이 보여. 나무 사이에서, 바람 사이에서 느껴지는 네 그림자. 너를 처음 만났던 나라에 가고 있어.

 

사진 홍춘기(아마추어 사진가) 글 이재은

* 매주 금요일 <사진in인천>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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