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춘기의 ‘떨림’-마지막
▲ 2014. 6. 10./남동구 논현동
S에게
너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열한 자리 숫자. 연락처에서 찾을 수 있는 네 이름, S. 통화 버튼을 누를 수도 있고 단문 메시지나 장문 메시지를 보낼 수도 있지만 내 손가락은 움직이지 않아. 네가 깜짝 놀라지 않을까? 날 잊지는 않았을까? 왜 잘 사는 나를 흔드느냐며 소리치고, 나를 미워하지 않을까? 너와 어깨를 맞추고 싶어서 산 하이힐. 발 아파하는 나를 타박하며 너는, 누구한테 잘 보이려고? 심술궂게 말했지. 여행할 때처럼 가벼운 운동화를 신을 수는 없어? 그랬다면 달려가고, 달려오는 게 훨씬 편했을 거야. 꿈이었나, 그 날. 비에 젖어 까만 밤을 가르던 내 모습. 네 이름, S, 부드러운 곡선.
사진 홍춘기(아마추어 사진가) 글 이재은
* 매주 금요일 <사진in인천>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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