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론 분열시킨 국회의원들의 중국 방문
상태바
국론 분열시킨 국회의원들의 중국 방문
  • 류권홍
  • 승인 2017.01.08 14: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슈칼럼] 류권홍 / 원광대 교수(법학전문대학원)

 

송영길 의원을 비롯한 8명의 야당 국회의원들이 중국 상해를 방문해서 외교부장을 만난 것에 대해 매국이냐 애국이냐, 사대외교냐 아니냐를 두고 설왕설래하고 있다. 여기에 유독 인천에 지역구를 둔 국회의원들이 방문단의 절반이나 되었을까 하는 궁금함까지 더해진다. 보스 정치의 구태의연함이 아닌가 하는 걱정도 버릴 수 없다. 과연 무엇이 문제일까.

 

사드 문제가 불거진 원인을 분명히 파악했다면 중국이 아니라 북한이나 미국을 갔어야 옳다. 북한이 핵과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개발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사드를 설치할 아무런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사드는 우리나라가 아니라 미국의 방어를 위한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미국은 일본 오키나와, 하와이 또는 태평양 상공에서 북한의 미사일을 방어할 수 있는 충분한 거리적, 시간적 여유가 있다. 기본적으로 사드는 한국을 방어하기 위한 것이다.

 

야당의원들은 북한의 김정은을 만났어야 하는데, 현 남북관계로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미국 국무부 장관을 만나 설득했어야 한다. 한미일 전략적 공조의 핵심국가가 미국이니 말이다. 하지만, 아마 미국과는 끈이 없었을 것이고 트럼프 정권으로 권력이 이양되는 시기라서 말도 못 꺼냈을 것이다.

즉, 중국 방문은 순서도 틀렸고 상대방도 틀린 것이다. 중국이 사드 때문에 우리나라 기업인들에 대한 비정상적인 조치를 취하는 것이 가슴 아팠다면 그 근본 원인을 찾아 해결해야 하는 것 아닌가. 원인이 해결되지 않는 상황에서 중국이 대표성도 없는 의원 몇몇의 요구를 따르지는 않을 것이다.

 

또 하나, 중국은 사드 배치에 대해 아무런 정치적 책임이 없을까. 북한에 그나마 압력을 행사할 수 있고 실효적인 제재를 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국가가 중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핵을 개발하는 북한에 대한 형식적 제재를 해왔을 뿐 여전이 큰 형님 노릇을 하고 있다.

송영길 의원을 비롯한 8명의 국회의원들은 중국 외교부장에게 이 부분을 먼저 강조했어야 했다. 중국 당신들이 북한이 핵개발을 못하도록 최대한의 노력을 다한다면 우리나라도 사드 배치를 다시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어야 한다. 아쉽게도 이 부분에 대한 언론 보도는 찾아 볼 수 없다.

외교적 측면에서 바라볼 때, 중국이 우리나라 주중 대사를 만나주지 않는 것이 네트워크가 부족해서 그런 것일까. 아니다. 사드 때문에 감정적으로 그리고 외교적으로 만나지 않는 것이다. 현재 상황에서 우리 대사를 만나지 않는 것이 중국으로서는 정상적인 수순이다.

 

본질적으로 사드는 중국과 좀 더 밀접한 관계에 있는 야당 국회의원 몇 명의 방문으로 해결될 성질의 쟁점이 아닌 것이다.

그리고 방문단이 진심으로 우리의 국익을 생각했다면 최소한 사전에 외교부와 비공식적이라도 협의는 했어야 한다. 그런데 정부가 펄쩍 뛰는 것을 보면 그런 절차도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안에서는 싸워도 대외적으로는 통일된 견해를 보여야 국익이라는 것이 존중되는 것이다. 정부와 입장이 다르다고 국회의원이 다른 나라 외무부 장관을 만나러 다니는 나라 모습은 한심스러운 일이다.

 

그리고 이렇게 시끄럽게 방문한 성과는 무엇인가. 없다. 만약 있다면, 상해에서 중국 외교부장을 만날 정도의 국회의원이라는 자랑 정도이다. 우리나라의 야당 국회의원 몇 명이 알현을 요구한 것으로 한류와 우리 기업들에 대한 제재를 풀어줄 충분한 명분으로 삼을 수 없을 것이다.

게다가 다음 대통령 선거에서 야당이 승리한다고 하더라도, 트럼프 정권에게 사드를 반대한다고 입장을 바꿀 수 있을까. 없을 것으로 본다. 중국이 경제적으로 우리에게 중요한 파트너이지만, 정치·군사적으로는 물론 경제적인 맹방은 여전히 미국이다. 우리나라가 사드에 대한 정책을 변경하면 미국 또한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고, 그 때는 이 문제를 어떻게 풀 것인가. 소속 의원들의 중국 방문을 옹호하고 있는 더불어 민주당은 한미일 삼각 동맹 보다 중국에 의존하겠다는 것인지, 사드와 관련한 외교에 보다 구체적인 입장을 밝혀야 한다.

 

최근 부산의 일본 대사관 앞 소녀상 설치 문제로 일본과의 관계도 꼬였다. 이 또한, 일본 좀 아는 야당 국회의원 몇 명이 방문해서 풀어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피해 당사자도 아닌 외교부가 덜컥 합의서에 서명한 것과 과거에 대한 반성을 모르는 일본이 더 큰 문제지만, 원인과 책임을 떠나서 심각한 현안이 되어버렸다.

인천시장까지 지낸 분이라면 국가의 이익과 미래에 대해 좀 더 진중한 고민을 해야 한다. 대통령 탄핵정국에서 정치권은 자기 네트워크에 대한 과시나 국론 분열의 초래가 아니라 머리를 맞대고 합의하고 화합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래야 국민들이 정치권에 대한 신뢰를 조금이나마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진심어린 부탁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