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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칼럼


자유로운 영혼, 예술혼... 그리고 연인들

[시네공간](6) 『에곤 쉴레: 욕망이 그린 그림』 / 디터 베르너 감독

17-01-11 07:03ㅣ 한인경 객원기자 (miso1003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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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에곤 쉴레: 욕망이 그린 그림』
 
“에곤 쉴레 :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
 
 
개 봉 : 2016.12.22. 개봉(109분/오스트리아, 룩셈부르크)
등 급 : 청소년관람불가
감 독 : 디터 베르너
출 연 : 노아 자베드라(에곤 쉴레), 마레지 리크너(게르티 쉴레), 발레리 파흐너(발리 노이 질), 라리사 에이미 브라이드바흐(모아), 마리 융(에디트),
상영관 : 「영화공간주안」

 

 

순수를 꿈꾸며/윌리엄 블레이크
 
한 알의 모래에서 세계를 보고
한 송이 들꽃에서 천국을 본다
그대 손바닥 안에 무한을 쥐고
찰나의 순간에서 영원을 보라
 
 
윌리엄 블레이크 시의 첫 부분이다. 영국의 신비주의, 낭만주의 시인이자 화가인 윌리엄 블레이크의 대표작 「순수를 꿈꾸며」를 인용한다. 윌리엄 블레이크는 색채를 일명 “빛의 상처”라고 표현하였다. 모래와 세계, 들꽃과 천국, 무한과 찰나, 영원. 이 모든 은유를 에곤 쉴레의 영화와 함께 하고 싶다.
고전서 「 莊子」 齊物論 5장에서는 그림자끼리의 대화가 나온다. 즉, “吾所待 又有待而然者邪”“내가 무언가 의지하는 것이 있어서 그러한가, 내가 의지하고 있는 것도 또 무언가 의지하고 있는 것이 있어서 그렇게 되는 것인가?” 라고 그림자가 대답하는 부분이 있다. 모든 그림자들이 外物이 걸으면 걷고, 멈추면 멈추고, 앉으면 앉고, 일어서면 일어서는 것이 줏대가 없는 것 아니냐는 다른 그림자의 물음에 대한 답변이다. 인간이 운명을 거부하기가 참으로 힘든 것은 마치 그림자가 형체를 벗어날 수 없음과도 같지 않을까. 에곤이 예술혼을 불사르고 욕망을 태우는 일련의 작업들과 연인들과의 관계는 빛과 그림자의 관계처럼 벗어날 수 없는 것이 아니었을까 재해석해 본다.
 
 

 

화가를 주제로 만들어진 영화는 다수가 있다. 28세로 요절한 천재 화가 에곤 쉴레의 영화다.
에곤 쉴레 사후 100주기가 되는 해이다. 4명의 연인과의 관계와 에곤의 뜨거웠던 예술적 활동에 중점을 두고 영화가 전개된다. 일부 작품이긴 하나 외설이냐 예술이냐의 논쟁 가운데 에곤은 일부 호사가들 입에 오르내리기도 한다. 그러나 누가 뭐라 해도 에곤 쉴레는 오스트리아의 대표 화가로 인정받고 있으며 에곤 쉴레의 박물관도 체코의 체스키 크롬로프에 있다.
 
에곤의 강렬한 색채와 윤곽은 역설적으로 순수 표현주의의 방법으로 보인다. 또한 단순한 묘사보다는 내면을 그려내기 위한 인고의 표출로 보인다. 에곤은 한때 미성년자 성추행 및 납치 혐의로 재판을 받기도 한다. 무죄로 밝혀지긴 했으나 법정에서 “전 화가예요. 표현의 자유를 지킬 책임이 있어요.” 라고 항변하는 에곤의 모습은 순탄치만은 않을 앞날이 그려지는 장면이기도 했다. 실제로 에곤은 그 일로 24일간의 구류 생활을 했다.
본 영화에서는 에곤의 누드화가 좀 더 강조되긴 하였으나 에곤이 그린 풍경화 「작은 도시」,「빨랫줄이 걸린 집들」,「강 위의 집들」, 「네 개의 나무들」,수 편의「자화상」들과 같은 작품으로 에곤은 더욱 사랑받고 있다. 특히 「작은 도시」와 같은 풍경화는 체코 몰다우 강 변의 크루마우 (현재의 체스키 크롬로프)풍경을 그렸다. 유럽풍의 지붕들이 이어져 있는 모습은 낭만 가득한 유럽을 떠올리게 한다. 이 장소에서의 뮤즈는 에곤 쉴레의 금기된 욕망에 자유를 불어 넣어 준 두 번째 연인 모아가 함께 했다.
 
영화의 많은 부분이 에곤 쉴레의 누드화와 4명의 뮤즈와 함께 한다. 에곤은 당시 대유행했던 스페인 독감으로 생을 마감하게 되는데 마지막 여인 에디트도 같은 질병으로 임신 중이었으나 에곤 보다 3일 먼저 사망하게 된다.
 

 
 
에곤 쉴레보다 우리들에게 좀 더 익숙한 이름은 구스타프 클림트일 것이다. 황금빛 컬러로 눈부신 작품 「키스」는 한국에서도 비록 원작은 아니더라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작품이 되었다. 에곤 쉴레는 오스트리아에서 클림트와 동시대를 살았고 그의 제자이기도 하다. 동시에 클림트는 에곤 쉴레의 물체를 관통하는 시각을 부럽다고 말하기도 한다. 클림트는 마치 후견인처럼 여러 면에서 에곤 쉴레에게 도움을 준다. 책자 또는 사진에서 자주 보았던 기다랗고 널찍한 드레스를 입고 있는 클림트의 모습도 재미있다.

 
4명의 뮤즈들
 
게르티.
글쎄 어떻게 이해를 해야 할까. 에곤의 친동생이 모델이다. 에곤은 맘에 드는 포즈를 위해 벗은 동생 게르티의 자세를 잡아준다. 동생은 에곤이 사망하기 직전까지 함께 하며 남매로서의 정을 이어간다. 작품「체크무늬 옷을 입은 여인」(1909)의 실제 모델이다.

 

 

모아
‘프라터 극장’ 한국에서는 낯선 극장 형태였다. 오스트리아 빈, 명화 속 한 장면을 실제와 같이 표현하는 ‘프라터 극장’에서 배우를 하고 있던 모아. 에곤의 두 번째 연인이자 모델이다. 에곤과 친구들 그리고 모아와 작품을 위해 에곤 어머니의 고향인 체코로 간다. 체코에서의 그들은 그야말로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에서 맘껏 노니는 새들 같았다. 금기된 욕망을 자유로 치환시키는 배우들, 모아와의 사랑도 깊어간다.
모아와 에곤의 친구들이 자전거를 타면서 보여준 도시, 체스키 크롬로프, 지붕들이 보이는 곳에서의 장면은 이 한 편의 영화에서 더없이 아름다운 풍광이었다. 체스키 크롬로프는 여행 마니아들이 자주 추천을 하는 곳이다. 1992년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아주 작은 중세의 모습을 그대로 지니고 있는 곳이다. 붉은 지붕들이 이어져 있는 모습은 너무도 이국적이었으며 낭만 유럽의 상징처럼 한 폭의 그림 같았다. 몰다우 강이 흐르는 체코의 작은 도시 체스키 크롬로프의 모습들도 담아두고 싶은 감상 포인트다.
작품「모아」(1911)의 실제 모델이다.

 

 
 
 
발리
에곤의 그림에서 절대 빠질 수 없는 여인이다. 클림트의 모델이었고, 클림트의 소개로 알게 된 여인, 그리고 서로가 심장이 타들어 갈 듯 뜨겁게 사랑을 나눈 여인, 세 번째 연인, 발리다. 특히 발리는 에곤의 모델이면서 동시에 소울메이트였다. 작품「검정 스타킹을 신은 발리 노이질」(1912)의 실제 모델이다.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면서 에곤은 경제적, 환경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재력의 여인 에디트에게 향하지만 마음은 발리에게 남겨져 있었다. 그러나 이별을 선언하는 에곤 앞에서 발리는 속수무책 오열만 할 뿐, 두 사람의 사랑은 그렇게 막을 내린다. 발리는 물질적으로는 에곤을 돕기엔 부족했고 반면에 에곤이 구애 중인 여인 에디트는 브르주아에 속하는 집안의 딸이었다. 발리는 간호병으로 지원했고 성홍열에 걸려 죽음을 맞이한다. 한순간만이라도 에곤과의 조우를 기대했지만 안타깝게도 이루어지지 않는다. 애절해하며 통한의 눈물로 에곤에게 매달리는 발리의 모습. 실화에 바탕을 둔 영화였기에 더욱 안스러웠다. 반면에 그만 나가 달라 말하는 에곤의 모습은 낯설기까지 했다. 다른 여인에게 그림을 계속 그리기 위해서 전쟁 중엠도 불구하고 원하는 곳에 배치를 받게 할 수 있는 권력이 있다하여 발리를 내치는 에곤. 본심은 아니리라 이해를 하더라도 안타까운 순간이었다.
 

 
 에곤의 대표작인 「죽음과 소녀, Death and Maiden」(1915)은 이별을 앞둔 연인의 모습이처절하게 나타나 있다. 생의 마지막인 듯 애틋하게 서로를 끌어안고 있는 모습이다. 에곤의 검은 얼굴, 검은 의상, 강한 눈썹과 두드러진 큰 눈, 굵직한 이마 주름이 발리와의 별리의 한에 대한 심상이 그래도 묻어난다.
 

에디트
발리의 다음 연인, 에곤 쉴레와 이웃한 집의 자매 중의 한 명이었다. 경제적으로 여유로웠던 에디트에게 에곤은 구애의 사인을 보내며 결국은 결혼이 이루어진다. 에곤의 아이를 임신했지만 당시 유럽 전역에 대유행한 스페인 독감으로 사망하게 된 여인. 천재적 화가 에곤을 차창 너머로 흠모하다 에곤을 차지하게 되었지만 에곤의 예술 세계에 점점 멀어지게 된다. 자신의 누드화를 바라보면서 앞으로는 자신을 이런 식으로 그리지 말아 달라고 냉정하게 말한다. 작품「줄무늬 옷을 입은 에디트 쉴레」(1915)의 실제 모델이다.
 
4명의 여성들. 에곤과 연인 관계이면서 에곤의 누드화 모델이기도 하다. 28년이라는 짧은 생애 동안임에도 불구하고 3천 점이 넘는 드로잉과 3백 점 이상의 페인팅 작품을 남겼다. 불꽃 같은 인생을 살다간 에곤 쉴레의 걸작들이 탄생하게 된 비화가 영화 전편에 걸쳐 잔잔하게 전개된다. 더불어 앙드레 드지에주크의 감성적인 멜로디도 플러스 감상 요소다.
全裸의 연기까지도 불사한 4명의 여자 배우들의 열연도 에곤의 진지한 예술세계에 녹아 들어가게 만드는 성공 요소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감독의 탁월한 선택은 남자 주인공 역이었다고 본다. 에곤 쉴레역은 오스트리아 모델 출신인 노아 자베드라에게 낙점되었다. 오스트리아의 강동원이라고 불린다는 노아 자베드라의 강렬한 눈빛 연기는 보는 내내 압권이었다.
 
몇 년 전인가 한국에서 클림트, 에곤 쉴레의 특별전이 있었던 기억이 난다. 다시 한번 기회가 온다면 좀 더 치밀하게 전시회를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자유로운 영혼을 지닌 천재 화가 에곤 쉴레의 예술 활동을 이국적인 풍경들과 함께 충분히 엿볼 수 있는 영화로 추천한다.

 

 
 
**에곤 쉴레(1890~1918)
오스트리아의 표현주의 화가로 구스타프 클림트와 빈 분리파의 영향을 받았으나 죽음에 대한 공포와 내밀한 관능적 욕망, 인간의 실존을 둘러싼 고통스러운 투쟁에 관심을 기울이며, 의심과 불안에 싸인 인간의 육체를 왜곡되고 뒤틀린 형태로 거칠게 묘사했다.
클림트와 더불어 오스트리아를 대표하는 화가로 인정받았으며 대표작으로 「죽음과 소녀」,「자화상」,「포옹」등이 있다. 
한인경 / 시인·인천in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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