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과 파도가 빚어낸 걸작, 예류지질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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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 파도가 빚어낸 걸작, 예류지질공원
  • 서석진
  • 승인 2017.01.12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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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대만에서 읽는 인천(2) / 서석진 인천녹색연합 시민참여팀

<예류지질공원>


황해는 동북아시아의 지중해로 불린다. 중국대륙과 한반도, 요동반도와 산둥반도, 일본과 오키나와, 대만에 필리핀까지. 고대로부터 동북아시아의 여러 나라들은 황해로 소통하며 역사문화를 일구었다. 인천은 한반도가 황해로 또는 세계로 통하는 관문이다. 인천녹색연합 활동가들은 쉬고 재충전하며 동북아시아의 자연생태, 역사문화를 둘러보고 2017년 인천녹색연합 활동을 준비하기 위해 2016년 12월 14일부터 21일까지 7박8일 동안 대만연수를 다녀왔다. 답사내용을 르포형식으로 7차례 <인천in>에 연재한다. 


12월 15일(목), 대만 타이베이에서 한 시간 정도 차를 타고 달려 도착한 곳. 예류지질공원이다. 예류는 타이베이 북부 해안에 위치한 곳으로 아름다운 해안과 기암괴석으로 유명한 관광도시다.

“비가 오려나 봐요. 날이 잔뜩 흐리네요.”
“바람이 많이 부는지 파도가 장난 아니에요.”

해안가를 끼고 달리는 차 안에서 날씨가 심상치 않다 느껴졌다. 비가 잦은 12월의 대만답게 빗방울이 떨어지고 있었다. 목에 멘 머플러를 급히 풀어 얼굴에 둘러멘 뒤 지질공원에 들어섰다. 그간 한 번도 지질공원을 방문한 적이 없었던 터라 어떤 모양새와 너른 풍경으로 지구의 나이테를 확인할 수 있을지 기대가 되었다. 굳은 날씨임에도 많은 사람들이 지질 공원을 찾아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예류지질공원은 침식과 풍화 작용을 거쳐 자연적으로 형성된, 가지각색 기암괴석들이 자리한 공원이다. 입구로부터 한 시간 가량 천천히 걸으며 둘러볼 수 있는 코스로 마치 다른 시공간인 듯 황토색의 지대가 펼쳐져있었다. 예류의 지형경관은 1000만~2500만 년 전의 시간을 가리킨다. 기나긴 세월 바람과 파도, 밤낮의 큰 기온 차에 의해 크고 단단한 바위가 모래로 변모하는 가운데 서있는 것이다. 모양새를 본 따 기암에 붙여진 이름은 다양하였다. (촛대바위, 생강바위, 버섯바위, 코끼리바위, 벌집바위 등)

사람들은 낯선 것을 보았을 때 형태가 유사한 사물의 이름을 따와 붙이곤 하다. 이름은 그것에 독자성을 부여하고 인식의 지도에서 길을 헤매지 않게 한다. 어떤 이름들은 모양과 특징을 쉽게 떠올릴 수 있게 한다. 그럼에도 자연이 만든 조각품에 붙여진 이름들이 때로는 불편하게 다가온다. 이름이 붙여짐으로 인해서 그 외 다른 그림들을 펼치는데 걸림돌이 될 수 있음이 아쉬운 것이다. 누구나 각자의 세계에서 자유로이 이름을 붙여보고 말할 수 있다면! 그러한 생각들 사이로 자연이 빚어낸 기이한 아름다움을 마주 할 때마다 격한 감탄을 쏟아내지 않을 수 없었다.



<여왕두>

명명된 이름의 지도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여왕두’로 고대 이집트의 왕비 네페르티티의 두상을 닮아 이름 붙여진 바위이다. 올림머리를 한 여인의 얼굴을 바위 속에서 그려본다. 줄을 서야 할 정도로 많은 이들이 여왕과 함께 사진을 찍고자 한다. 무거운 머리에 비해 목이 한층 얇아 보인다. 바람에 의해 깎이고 깎인 세월의 흔적이 엿보인다. 예류지질공원의 마스코트인 이 여왕두가 앞으로 10년 안에 사라질 수도 있다한다. 보존의 방편으로 화학 약품 또는 지탱할 수 있는 도구를 사용해 지금 이 모습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의 흐름에 맡겨두는 것을 택했다는 이야기가 인상에 남는다. 가까이 가지 못하도록 빨간색 출입불가 선으로 접근을 막아두었으나 사람들의 손을 타 침식의 속도가 한층 빨라졌다 한다.



<여왕두 침식 예상도>

관리하는 이의 눈에 벗어난 구역에서는 사람들이 줄을 넘어 사진 찍는 모습도 종종 볼 수 있었다. 현장이 보물인 이곳에서 넘실대는 인파 가운데 서 있는 것이 편치 않았다. 접근통제와 단순경고보다 당일 방문객의 인원을 제한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았다. 방문객의 지질유산 보존의식도 중요할 것이다.

2003년 대만의 첫 번째 지질공원으로 지정되어 연간 약 300만 명의 국내외 관광객이 방문하고 있다. 또한 일본과 중국의 지질공원들과의 자매 결연을 통해 관광객들에게 다른 지질공원의 정보도 제공하고 있다. 지질공원은 “지질유산을 보전, 교육, 및 관광에 활용하여 지역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도모하는 것으로 생물, 고고, 역사, 문화를 모두 포함하여 사람(지역주민)들이 관리하는 것”이라 정의한다. 단순히 경제적 효과로써 지질공원을 활용하기보다 장기적인 관점으로 보존과 관리에 좀 더 철저해야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지질공원의 책임자로서 지역주민을 빼놓을 수 없다. 지역주민의 참여를 경제적 부분에만 국한시키는 것이 아니라 (공원가까이 관광상품 판매 골목 형성 등)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교육을 통해 안내해설사로 연결시키는 방법 또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예류지질공원과 국제자매지질공원 소개>


우리나라는 제주도, 울릉도·독도, 부산, 강원도(DMZ) 등 총 7곳이 국가지질공원으로 인증을 받았다. 국내 지질공원에 관해 기사를 찾아보니 규제가 적고 관광 등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로 지자체들이 앞 다퉈 인증을 추진 중이라는 헤드라인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국가지질공원은 국립공원에 비해 규제하는 제도가 거의 없고 4년마다 재인증을 받는 형태이다. 그렇다보니 인증시기에 맞춰 반짝 정비를 한다거나 관광객의 편의를 명분삼아 되려 경관과 자연을 훼손시키는 사례를 찾을 수 있었다. 고 박경리 작가가 말했듯이 우리는 ‘자연의 이자’로만 살아야 한다. 원금을 까먹으면 끝이다! 인류가 상상도 못할, 세월이 켜켜이 쌓인 자연의 산물은 한 번 훼손되면 복원이 영영 불가능하다.

현재 인천에서도 백령도, 대청도, 소청도에 국가지질공원 인증이 추진 중이다. 지질유산의 가치를 알리고 보전하기 위한 노력은 당연한 것이다. 지속가능하기 위해 무엇보다 지역사회의 적극적인 관심과 주민의 주체적인 참여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인천 섬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잘 알릴 수 있는 지질공원으로 조성될 수 있도록 시민들과 함께 참여하고 노력할 것을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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