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룩한 장관, 먹먹한 가슴... 서해 끝섬의 해돋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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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룩한 장관, 먹먹한 가슴... 서해 끝섬의 해돋이
  • 최정숙
  • 승인 2017.01.13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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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섬·섬·섬]
(22) 새해 백령도 용기원산에 올라
 

(「사곶에서 보이는 용기원산의 일출」 100x40cm 아크릴릭 캔버스)


2017년 정유년 새해를 맞았습니다.
우리나라 서해 최북단의 섬 백령도 해돋이는 하나의 의식을 연상시킬 만큼 거룩한 장관을 이룬다고 많이 알려져 있답니다.
눈 앞에 고향을 두고온 실향민들은 새해를 맞으며 백령도 용기원산 끝섬 전망대에 올라 손에 닿을 듯한 북녘 땅을 먹먹한 가슴으로 바라봅니다.
제 살아계신 97세의 어머니도 저 북녘땅에서 백령도로 시집오시고 평생 못가 보신 외가 장연땅 산들이 보이지요. 올 새해 그 용기원산에 올라 분단이 어서 끝나기를 소원하며 용기원산 이야기와 그림으로 엽니다.



(「푸른 새벽」, 100x40cm 아크릴릭 캔버스, 용기원산에서 보이는 대청도, 소청도 푸른 기운의 새벽을 맞습니다)
 

인천에서 뱃길로 200여km, 4시간 넘게 바다 위를 달려 닿는 곳이 백령도 소용기원산의 용기포항입니다
용기포는 진촌에서 남동쪽으로 약 2㎞ 거리 해안에 위치한 포구인데, 많은 장병들의 가족과 백령도를 찾는 관광객들이 많아지자 2년 전에 소용기원산 뒤편을 매립하여 큰 터미널의 신항으로 옮겼답니다.

『백령진지』 산천조에 보면 대용기원(大龍機院)과 소용기원(小龍機院) 등의 지명이 나타납니다. 구항 용기포 뒷산은 소용기원산이고 그 북쪽 바다 가운데로 뻗어나온 끝자락에 산봉을 이룬 것이 대용기원산(해발136m)입니다. 1620년 이대기(李大期)의 『백령도지』 서두를 보면 “백령도는 동쪽인 용토로(龍吐露)에서 서쪽 두모진(頭毛津)까지 40여리”라는 기록이 있는데 용토로는 오늘의 용기원산을, 두모진은 두무진을 가르킨 것을 알 수 있답니다.
용토로(龍吐露)는 진촌 서쪽의 두룡산(頭龍山)을 용의 머리부분으로 보아 마치 용이 토해낸 물체의 모양과 같다 하여 지어진 이름이라네요. 용기원은 용틀원의 용(龍)과 틀 기(機)자를 써서 한자화한 것으로 당초의 용토로가 용틀원, 용기원으로 변한 지명임을 알 수 있답니다.
대용기원산은 군사 지역으로 통제되었다가 2013년에 국토 끝섬 전망대를 만들어 일반인의 출입을 허락하고 있습니다.



(「월래도의 저뭄」 45x33cm, 아크릴릭 캔버스)(「월래도의 밝아옴」 45x33cm, 아크릴릭 캔버스)

 
경사진길로 빙글 빙글 돌아 올라가면 시야가 확 트여 백령섬을 잘 조망할 수 있습니다. 불과 10km 거리의 가까이 있는 북녘땅 산야, 바로 앞 NLL(북방한계선)을 가르는 바다 위로 길다란 월래도가 지척에 닿을 듯 보이지요.

이 조그만 섬 월래도는 원래 남한 땅이었는데 북한군이 어느날 점령하는 바람에 1950년 6,25일어나기 전 춘삼월 해군 첩보부대 16명이 탈환 작전하러 갔다가 2명만 살아오고 다 전사했다는 아픈 사건이 있었다네요. 그러나 그 일도 이제는 역사 속으로 사라져 버렸습니다. 지금도 북한은 남한과 대치한 최요충지로 월래도에 최신의 병력을 주둔시키고 있다니 아름다운 섬으로만 보기 어렵네요.
전망대 남쪽바다를 내려다 보니 소청도, 대청도 섬들이 반짝이는 바다 위로 사이좋게 보입니다.
 
용기원산에서 북녘으로부터 새해 여명이 밝아 옴을 그림으로 그려봅니다.


(「해무사이로 여명」, 100x40cm 아크릴릭 캔버스, 지척에 보이는 북녘의 장연, 용연의 산야로 여명이 옵니다.)
 

2017년을 맞으며 글 그림 최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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