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팅이 안 아픈데 없고, 지팡이 짚고 휘적휘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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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팅이 안 아픈데 없고, 지팡이 짚고 휘적휘적..."
  • 김인자
  • 승인 2017.01.13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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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 센치해지신 엄니

"엄니, 신발이 짝짝이네~"
"아무렴 어때"
"이런~예뿌게 생긴 할무니가 그럼 써어? 날이 너무 추워서 얼음이 얼었을 지도 모르니까 우리 엄니 신발 똑바로 신으까여어?"
 
심계옥엄니가 동장군 마중하시느냐고 신발을 짝짝이로 신으셨다. 눈이라도 내리려나? 날이 흐리거나 눈이든 비든 뭔가 오려고 하면 심계옥엄니는 몸이 여기저기 아프다고 하신다. 특히 어깨와 무릎이 아파서 아침에 일어나실때도 아구야 소리를 하시고 평소에 안하던 행동을 하시기도 한다
뇌! 경색으로 쓰러지신 후 심계옥엄니는 오른쪽은 죄다 마비가 왔는데 오랜 투병끝에 지팡이를 짚고 조금씩 걷게는 되셨으나 신발을 혼자 신으실 수 없어서 지금도 심계옥엄니 외출하실 때 신발은 내가 늘 신겨드린다. 그런데 오늘은 내가 음식물 쓰레기를 챙기느라 꾸물거릴 때 집을 먼저 나선 심계옥엄니가 이짝 저짝 신발을 이쁘게도 거꾸로 신으셨다.
 
"오늘은 날씨가 너무 추워서 그런가. 몇 개 안남은 나무들도 모다 깽깽이 얼었네 엄니."
을시년스러운 겨울 화단을 보며 내가 한마디 하자 심계옥엄니 대번에 퉁명스럽게 툭 이러시는 거다.
"깽깽 얼었는지 니가 봤냐?" 평상시 심계옥엄니 답지 않은 모습
"아 심여사, 오늘따라 왜그래에~ 기분이 영 꽝이여?"
"그래 꽝이다. 날도 춥고 뭐가 오려는지 몸팅이가 여기저기 안 아픈데가 없고 지팡이 짚고 휘적휘적 걷는 내 신세도 처량하고. 아침 먹고 중뿔나게 뭐 찾아먹겠다고 이러고 휘청거리며 걷는 내가 한심스럽고 영 기분이 그렇다. 다 귀찮다?"
"그러시구나. 그럼 심여사? 오늘 사랑터 땡땡이치고 나랑 놀러가까아~~"
"놀러가긴 어딜 놀러가."
"가자, 엄니 오늘같이 꿀꿀한 날은 땡땡이도 치고 그러는거야."
"철딱서니 없기는? 날도 추운데 괜히 헛바람들어 돌아댕기지말고 곧장 집에 들어가거라"
"아고 울어메 평상시 안하던 잔소리까지 하시고~어트게 오늘은 뭐가 오기는 올랑가보네. 울어메 기분이 저기압이신걸보니."
"니 눈에 저것들이 다 죽은거처럼 보이지? 저것들이 깽깽얼어서 죽은거 처럼 보여도 물주고 따뜻하게 보살펴주면 다시 빳빳하게 살아난다. 그런데 으트게 사람은 한번 쪼그라들면 그만인가그래."
 
이렇게 말하고 기분이 별로인 심계옥할엄니는 사랑터차 타고 치매학교 사랑터에 가셨다.
문득문득 하시는 심계옥엄니 말씀에 나는 깜짝 깜짝 놀랄 때가 있다. 날이 흐리면 센치해지는건 사춘기 소녀들만 그러는게 아니다.
울 할머니들 마음도 센치해지고 감수성 풍부한 소녀가 되시는거다.
몸은 비록 다 낡아 여기저기 고장났어도 마음만은 소녀인 울 할머니들 언제나 건강하시길?그나저나 심계옥엄니 사랑터에서 돌아오시기 전까지 화장실청소 깨끗이 해 놔야겠다. 저기압인 심계옥엄니한테 천둥소리 듣기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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