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세 증세의 경제적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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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세 증세의 경제적 문제
  • 하승주
  • 승인 2017.01.16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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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칼럼] 하승주 / 동북아정치경제연구소 소장
 

최근 대선후보들 간에 법인세 인상에 관한 여러 정책적 제안들이 이어졌다. 국가의 복지가 확대되면서 증세의 필요성이 절실히 제기되고, 그 중에서 법인세에 논쟁이 집중된다. 일단 정치적 부담이 가장 적은 세금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세금은 크게 나누어서 돈을 벌 때 내는 소득세, 돈을 쓸 때 내는 소비세, 돈을 보유할 때 내는 재산세로 나눌 수 있다. 이중에서 소득세는 개인이 내는 소득세와 기업이 내는 법인세로 나눌 수 있다. 다른 세금들은 세금을 내는 주체가 분명하고, 납세자들의 반발이 크지만, 법인세는 기업이 내기 때문에 시민의 입장에서는 ‘남이 내는 세금’으로 인식되기 마련이다.

 

사실 이 부분이 법인세에서 가장 핵심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법인세는 ‘법인’이 내는 세금이며, 법인은 사람이 아니다. 경제활동에서 사람의 집단이나 재산을 사람처럼 취급하기로 하는 법률적 약속으로 만들어진 법인격 주체이다. 민법상으로는 법인이 실재하는 것인지, 그냥 사람처럼 의제하는 것인지에 대해 논란이 있지만, 어쨌건 사람이 아니다. 그런데 세금은 누군가 사람의 주머니에서 돈이 나가야만 한다.

 

바로 이 점 때문에 선거국면에서 국민들의 표를 의식한 정치권으로서는 가장 부담이 적은 세금으로는 법인세를 꼽을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좀더 진지하게 질문을 던져 보자. 법인세는 누가 내는 것인가? 법인을 구성하고 있는 여러 사람들 중에서 누구의 주머니에서 법인세가 나가는지를 따져 보아야 한다.

 

기업은 크게 사용자와 노동자로 나뉜다. 사용자 측에서는 주주와 경영진이 있을 것이고, 노동자 측에서는 직원이 있다. 여기에 소비자들도 기업과 거래하면서 관계를 맺는다. 법인세는 표면적으로는 회사의 연간 순이익에서 일정부분을 내는 것이지만, 이 돈은 결국 노사 양측이 어떤 식으로든 분담해서 내게 마련이다. 이것을 경제학에서는 “조세 귀착의 문제”라고 부른다. 누구 주머니에서 돈이 나가는가를 따져 보자는 말이다.

 

당연히 이 질문은 쉬운 것이 아니며, 학자들 사이에서도 여러 논란이 이어진다. 지금까지는 대체로 사용자측이 약 40% 정도를 부담하고 노동자와 소비자측이 60% 정도를 부담한다는 하버드대학의 연구가 많이 인용되고 있다. 정치에서 증세를 이야기하면서 법인세를 주장하는 것은 “내가 내는 세금”이 아닌 것처럼 이야기할 수 있어서이지만, 실제로는 “우리도 많이 내는 세금”일 수 밖에 없는 문제인 것이다.

 

소득세에도 결은 약간 다르지만 결국 본질은 비슷한 논란이 있다. 즉 부자들의 증세를 해야 한다는 말이다. 원론적으로는 너무 맞는 말이지만, 역시나 여기에도 함정이 몇가지 숨어 있다. 일단 지금도 소득세는 부자들이 거의 대부분을 내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에서 60%의 근로자는 각종 세금감면조치로 인해 소득세를 거의 내지 않고 있다. 앞으로 더욱 부자들에게만 세금을 내라고 강제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재원을 부자들에게만 맡겨야 한다는 말이 되기도 한다. 국가의 복지를 만들기 위해서는 전계층이 부담하는 구조가 되어야만 한다. 단기알바로 몇만원을 벌어도 칼같이 30% 이상 세금을 뗴어가는 북유럽이 그렇게 가혹하게 구는 것은 이유가 있는 법이다.

 

복지의 혜택을 우리 모두가 받는 것처럼 세금도 우리 모두가 능력에 맞게 부담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당장 내 주머니에서 나가는 세금이 아니라는 손쉬운 이유로 법인세에만 증세의 부담을 지우는 것은 아무래도 불합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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