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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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에 대하여
  • 장현정
  • 승인 2017.01.17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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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장현정 / 공감미술치료센터 상담팀장

 

작년 말 중학교에서 한 학년을 대상으로 학교폭력 예방 미술치료 프로그램을 진행했었다. 참 인상적인 시간이었는데, 무엇보다 학생들에게 폭력이 무엇인지 설명하기 위해서 많은 고민을 하게 되었다.

 

흔히 ‘폭력’이라고 하면 신체적 위해를 가하는 것, 때리거나 물건을 빼앗는 ‘신체적 폭력’을 많이 생각하지만, 욕설이나 인격적인 모독을 하는 ‘언어적 폭력’도 있다. 최근에는 스마트폰 메신저나 SNS상에서 발생하는 ‘사이버 폭력’도 매년 증가 하고 있다.

 

사실 학교폭력 예방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가장 큰 목적 중의 하나는 ‘정서적 폭력’에 대한 예방 차원이었다. 때때로 상대방에 대한 시선도 폭력이 될 수 있음을 알고 폭력에 대한 감수성을 높여 비폭력적 문화와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번 프로그램을 하면서 학생 10여명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해 본 결과 대부분의 학생들이 자신의 반은 폭력 문제가 없다고 단언하였고, 따돌림이나 소외를 경험하는 학생들은 개인의 문제이며 그들이 바뀌어야 한다고 응답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렇게 폭력에 대해서 잘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왜 폭력이 나쁜 것인지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고민했는데 때마침 폭력을 설명할 수 있는 명확한 예가 있었다. 김종 차관이 박태환 선수를 불러 올림픽 참석 포기를 강권했다는 당시 기사였다. 차관이라는 자신의 위치를 통하여 선수 개인의 선택권을 제한하고 협박하였다면 그것은 명백하게 폭력이기 때문이다. 폭력은 힘과 권력의 차이에 의해서 발생하기 때문에 자신이 가진 힘과 권력을 남용하여 상대방의 영역을 침범할 때 그것은 폭력이 된다.

 

폭력이라는 것이 학교에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전반에 걸쳐 언제나 누구든 그 대상이 될 수 있으므로 모두가 함께 조심하고 예방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군대에서 선임이 후임에게, 회사에서 부서장이 부하 직원에게, 사회에서 더 부유하고 더 가진 사람들이 덜 가진 사람들에게 자신도 모르게 사용하게 되는 것이기 때문에.

 

청년실업, 한국의 근로환경과 관련된 여러 가지 사회 문제들은 폭력의 문제와 무관하지 않다. 지하철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다가 사망한 19세의 청년이 떠오른다. 안정적인 양질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비정규직 이외에는 선택지가 없는 오늘날의 청년들. 그마저도 일한만큼의 급여를 제공받지 못하고 ‘열정 페이’를 강요받고 밥 먹듯이 ‘야근’을 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사회적으로 약자일 수 밖에 없는 청년들에게 너무나 가혹하고 폭력적인 사회가 아니었던가.

 

결국 이 프로그램을 준비하며 폭력에 대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져 부모로서의 나는 내 아이에게 어떠했는가까지 돌아보게 되었다. 아이가 밥을 잘 먹지 않는다고 억지로 먹도록 강요하고 잠을 자지 않는다고 화를 냈던 자신을 반성하기에 이르렀다. 부모는 아이에게 갑 중의 갑인데 나는 아이에게 내 힘과 권력을 남용하지 않았는가.

 

내담자는 스승이라는 말을 실감한다. 학생들과 학교폭력 프로그램을 진행한 덕분에 사회적 폭력과 부모의 역할에 대해 생각해보고 반성하는 기회를 가졌으니 말이다. 이 프로그램 동안은 아이들에게 ‘강요하지 않는 어른’이 되고 싶었다. 마지막 인터뷰에서 한 학생이 했던 말이 떠오른다. ‘선생님, 애들이 이상한 것 만들더라도 뭐라고 안하고 하고 싶은 대로 하게 해줘서 참 좋았어요.’라고 했던 말이 떠오른다.

 

 

그림입니다.원본 그림의 이름: dddd.JPG원본 그림의 크기: 가로 574pixel, 세로 369pixel

그림 출처 : http://blog.naver.com/k299410/2206612022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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