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흐름 따라 오르는 국립공원, 양명산
상태바
자연의 흐름 따라 오르는 국립공원, 양명산
  • 박주희
  • 승인 2017.01.19 08: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3) 박주희 / 인천녹색연합 사무처장

황해는 동북아시아의 지중해로 불린다. 중국대륙과 한반도, 요동반도와 산둥반도, 일본과 오키나와, 대만에 필리핀까지. 고대로부터 동북아시아의 여러 나라들은 황해로 소통하며 역사문화를 일구었다. 인천은 한반도가 황해로 또는 세계로 통하는 관문이다. 인천녹색연합 활동가들은 쉬고 재충전하며 동북아시아의 자연생태, 역사문화를 둘러보고 2017년 인천녹색연합 활동을 준비하기 위해 2016년 12월 14일부터 21일까지 7박8일 동안 대만연수를 다녀왔다. 답사내용을 르포형식으로 7차례 <인천in>에 연재한다.



 

대만연수 넷째날 일정은 양명산 국립공원과 지혈곡이었다. 양명산 국립공원은 하나의 산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타이베이 북쪽에 자리한 10개 이상의 산과 온천, 목장, 공원 등을 모두 아우르는 곳이다. 몇몇 여행블로그를 보니 이곳은 등산과 산책, 온천 등을 즐기러 오는 사람들로 붐빈다.
 
타이베이 숙소에서 가이드와 함께 40분 가량 차로 이동해 양명산 국립공원 안내소에 도착했다. 일행 모두 양명산 국립공원 탐방은 처음이어서 안내소에서 지도를 보며 어느 코스로 갈지에 대해 논의를 했다. 갔던 길로 되돌아올 것인지, 길을 따라 쭉 갈 것인지 의견이 갈리다가, 두 코스 모두 소요시간은 비슷해 이왕이면 길을 따라 가면서 새로운 풍경을 보기로 했다. 양명산 국립공원 내 최고봉인 칠성산(1,120m)을 거쳐가는 7~8km정도 이동하는 코스였다. 전날 예상치 못한 추운 날씨로 고생을 했던 터라 모두들 단단히 옷을 여몄고, 몇몇 일행들은 체온유지를 위해 우비까지 챙겨 입었다.
 
처음 마주한 풍경은 넓은 초지였다. 광활한 초지 사이에 나 있는 길을 따라 걸으며 중간중간 물웅덩이와 올챙이도 볼 수 있었다. 다양한 포즈로 사진도 찍고 이야기도 나누며 걸어가다보니 초지구간이 끝나고 계단이 나왔다. 평소 우리나라 산에서 볼 수 있는 데크 계단이 아니라 양명산에 있는 돌을 괴어 놓은 것 같은, 주위 풍경에 크게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는 계단이었다. 쉴새없이 때리는 강한 바람을 이겨내며 한참동안 계단을 오르다 적당한 곳에서 간식을 먹으며 쉼을 가졌다.

 



쉬는 구간 인근 풀숲 안쪽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을 발견하고는 일행 모두 놀라워했다. 양명산 국립공원이 화산지형이 발달해 온천이 유명한 곳임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산이 폭발하는 거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를 하며 자리를 털고 일어나, 다시 계단을 열심히 올라 칠성산 정상에 도착했다. 운무로 주위 풍경이 잘 보이지 않아 아쉬워하며 최종목적지를 가는 길 중간중간 화산지형임을 알 수 있는 곳들을 볼 수 있었다. 유황성분으로 인해 노란색과 연녹색 등으로 기이하면서도 아름다운 색으로 덮인 돌과 계란 냄새, 따뜻한 온기가 느껴지는 연기가 뒤섞인 풍경이 이어졌다. 길가에 있는 웅덩이에 손을 담가보니 따뜻했다.
 
산행을 마치고 일부 일행은 지혈곡 주변을 둘러보았고, 나를 포함한 세 명의 일행은 현지인들이 즐겨간다는 유황노천탕으로 향했다. 노천탕에 몸을 푹 담그며, 산행을 하며 쌓였던 피로를 덜어내는 것으로 넷째날 일정을 마무리했다.

 



대만 관광청 자료에 따르면 대만에는 양명산국립공원, 타이장국립공원 등 6개의 국립공원이 존재한다. 아쉽게도 국립공원에 대해 설명해 줄 관계자를 만날 수 없었고, 관련 자료도 찾기 어려워 대만의 국립공원이 어떻게 관리되는지에 대해서는 알 길이 없으나, 이번에 탐방한 양명산 국립공원 구간은 사람 손을 많이 타지 않은 듯 했다. 양명산 국립공원 탐방 중에 가장 인상 깊었던 것 중 하나는 뿌리째 뽑혀 쓰러져 있던 나무였다. 치우지 않고 그대로 둔 것은 관리를 하지 않았다기보다 그 또한 자연현상이기에 그대로 둔 듯 보였다. 국립공원은 인위적인 간섭보다는 자연현상과 흐름에 맡겨야 한다는 내 바람이 담긴 시각일 수도 있겠다.
 
얼마 전, 설악산 국립공원의 토왕성폭포전망대를 다녀오며 보았던, 설악산에 촘촘히 박힌 블록과 데크 계단들이 떠오른다. 인천의 한남정맥을 중심으로 설치되어 있는 수많은 시설물도 떠오른다. 인간 편의에 따라 국립공원을 비롯해 동네 뒷산에도 주변환경에 어울리지 않는 데크 계단과 안내판 등 시설물이 꽂히고, 사람 발에 받혀 길이 넓어지고 나무뿌리가 드러나고, 야생동식물의 서식지가 줄어든다. 산지의 보전과 지속가능한 이용을 위해서는 정책적인 방향과 산행문화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과 함께 양명산 국립공원을 떠올려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