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들 한테는 비밀이에요, 할머니"
상태바
"다른 사람들 한테는 비밀이에요, 할머니"
  • 김인자
  • 승인 2017.01.20 09: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14) 병실의 할머니

요로결석인 아이가 쇄석 시술을 받고도 응급실에 두 번이나 더 실려갔다. 응급실에서 마약진통제를 두 대 맞았는데도 배는 계속 아프고 심한 어지럼증에 구토가 일어 결국 입원을 했다.
입원수속을 하는데 원무과 직원이 간호간병통합서비스에 대해 길게 설명을 한다. "병실료외에 간병비를 추가로 내면 보호자가 간병을 하지 않아도 된다. 메르스이후 감염우려때문에 간호간병통합서비스가 생겼다.
 
5인실인 경우 하루에 병실료외에 간호사 간병비로 외과는 2만 원만 더 내면 간호사가 간병까지 해준다. 이것은 선택사항이 아니라 무조건 따라야하는 의무사항이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는 간호자가 간병을 하지 않아도 된다. "감염 우려 때문에 정부시책이 그렇게 바뀌었다."라는 원무과 직원의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대한 긴 설명을 듣고 7층 입원실로 올라갔다. 간호사실 앞에 '보호자없는 병동'이란 표식이 보인다. 5인실 침대에 보호자용 보조 침대가 세 개다. 환자는 다섯 명인데 보조침대가 세 개면 나머지 두개는? 대부분의 경우 창가쪽 침대는 입원일수가 제일 오래된 고참환자가 차지한다. 그래서 그런가 창가쪽 고참환자의 침대밑에는 보조침대도 있고 그 위에 고참 환자의 겉옷이 놓여져있다. 한 눈에 보기에도 고참인 환자아줌마가 찜해놓은 모양새다. 맞은편 창쪽에는 83세 할머니가 누워계셨는데 보조침대에는 딸이랑 사위가 앉아있었다. 그 옆에는 역시 할머니 환자가 누워계셨는데 할머니 밑에도 보조침대가 있었다. 보조침대를 가지고 있는 저 세 분이 먼저 입원하신 분들인가 보다.




우리 아이는 두 할머니들 침대가 있는 맞은편 가운데 자리.
창쪽에는 제일 고참환자인 아주머니가 계셨고 문쪽으로는 할머니가 누워계셨다.
아이를 환자복으로 갈아입히고 때마침 저녁식사가 나오는 시간이라 밥이나 먹이고 입원물품을 챙겨와야지 생각하고 서있는데 간호사가 앉아있으라며 건너편 할머니침대밑에 있는 보조침대를 가져다 주었다. 감사한 마음에 앉아있다가 아이가 저녁 식사시간에 입원을 해서인지 밥이 안 나와 신청을 해서 늦은 밥을 먹였다. 약을 먹이고 아이가 잠이 들었기에 좀 앉아있다가 가야지하고 있는데 건너편 문쪽 할머니보호자가 왔다. 그러더니 갑자기 내가 앉아있던 보조침대를 확 끌어간다. 앉아있던 나는 너무 당황해서 벌떡 일어났다.
그랬더니 옆 침대 고참 아줌마가 그러신다. 할머니가 내 침대 왜 가져갔냐고 그러셨단다. 말도 없이...
 
아고, 할머니가 노하셨겠구나 생각하고 있는데 그 모습을 본 간호사가 "보조침대는 같이 쓰시는거예요. 간호간병통합이 되면서 보조침대가 내꺼 니꺼가 없어요."하니 할머니는 화가 나셔서 "내꺼를 왜 맘대로가져가!" 하신다. "아이고, 우리 할머니 많이 노하셨구나아. 죄송해요, 할머니." 하고 말씀드리니 할머니께서 화가 풀리지 않은 얼굴로 홱 돌아누우신다. 이런 어쩌나 우리 할머니 화가 많이 나셨네 노여움을 어떻게 풀어드리지 생각하다가 아이물품을 챙겨오면서 천혜향 두 박스를사! 가지고 왔다.
 
병실에 들어오니 할머니들이 연속극을 보고 계셨다. 고참아주머니는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듣고 있고.
"이거 한 개씩 드세요."하며 할머니들과 고참아줌마에게 천혜향을 한 개씩 나눠드렸다.
그랬더니 고참아줌마가 "입원턱이야?"하신다.
"하하 네 우리 아이 잘 부탁드립니다."하고 인사를 드리고
보조침대할머니께로 다가가 천혜향 껍질을 까드리며 입에 하나 넣어 드렸다.
 
" 할머니 아까 할머니 침대 말도 안하고 맘대로 가져가서 죄송해요. 다음부터는 절대로 안그럴께요, 할머니 그러니 용서해주세요."했더니 할머니가 "어, 절대로 그러지마. 내꺼야." 하신다.
"네, 할머니 절대로 안 그럴께요."
"근데 이거 내 침대 가져가서 주는거야?"
" 네? 아 네~ 그럼요 할머니."
"그럼 다른 사람들은 왜 줘? 나만 줘야지." 하신다.
아고 귀여우신 할머니.
나는 얼른 천혜향 한 개를 슬쩍 할머니손에 쥐어드렸다.
"그래서 제가요 할머니한테만 드리려고 요렇게 하나 더 준비했어요. 다른 사람들 한테는 비밀이에요, 할머니~~" 하며 귀에다 속닥속닥 말씀드리니
할머니가 비밀? 하시더니 천혜향을 환자복 속에 얼른 숨키신다.
아이고 귀여우신 할무니,
할머니 이제 화 다 풀리셨다아 ~~~~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