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년 고목의 숲, 아리산을 가로질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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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천년 고목의 숲, 아리산을 가로질러
  • 김순주
  • 승인 2017.02.15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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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마지막회) 김순주 / 생태교육센터 '이랑' 활동가

황해는 동북아시아의 지중해로 불린다. 중국대륙과 한반도, 요동반도와 산둥반도, 일본과 오키나와, 대만에 필리핀까지. 고대로부터 동북아시아의 여러 나라들은 황해로 소통하며 역사문화를 일구었다. 인천은 한반도가 황해로 또는 세계로 통하는 관문이다. 인천녹색연합 활동가들은 쉬고 재충전하며 동북아시아의 자연생태, 역사문화를 둘러보고 2017년 인천녹색연합 활동을 준비하기 위해 2016년 12월 14일부터 21일까지 7박8일 동안 대만연수를 다녀왔다. 답사내용을 르포형식으로 7차례 인천in에 연재한다.


 <옥산 정상 위로 떠오르는 태양>


대만연수 7일째 12월 20일, 아름다운 아리산 일출을 보기 위해 새벽 4시 30분에 일어났다. 추운 기온에 단단히 차비를 하고 일출명소로 가는 아리산 주산행 열차를 타기 위해 아리산역으로 향했다.
아리산은 해발 약 2000m~2600m의 18개 산봉우리들을 아우르는 이름인데, 주산(2488m)정상 전망대에서 대만의 최고봉인 옥산(3952m)위로 떠오르는 일출이 유명하다. 이런 유명세 때문인지 평상시 산림열차 운행요금은 100TN이지만, 새벽 일출 때는 150TN이다.

아리산역에 도착하니 이른 새벽임에도 일출을 보기 위해 긴 기다림의 줄이 늘어져 있었고 이 행렬을 본 일행 중 둘은 과감히 일출보기를 포기하고 숙소로 돌아갔다. 함께 내려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이번 여행의 정점이라 할 수 있는 아리산 일출을 보기위해 열차를 기다렸다. 30분을 기다리니 이름처럼 예쁜 빨강 토이트레인이 도착했다. 추위를 피해, 잠시라도 눈을 더 붙이기 위해 얼른 열차에 올랐다. 열차는 일출을 보러가는 여행객들을 한참을 더 기다려 5시20분 출발한다.



?<일출시간과 열차시간이 표시되어 있는 전광판>
 

아리산역에서 주산역까지의 직선거리는 가깝지만, 철로가 둘레길로 놓여 있어 생각보다 꽤 오래 열차를 타고 올라갔다. 출발 25분 후 주산역에 도착하니 전망대는 이미 만원이다. 주산역은 일출의 명소답게 그날의 일출시간과 일출 후 출발하는 막차 열차시간이 큰 전광판에 표시되어 있었다. 그날 일출시간은 6시 59분이라고 전광판 표시가 있었고, 마지막 막차는 7시35분이라고 안내되어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떠오르는 태양을 보기 위해 어두운 새벽 숲길을 걸어올라 왔을 것을 생각하니 인천에서 일출을 보기 위해 새벽 계양산 정상길을 오르던 때가 생각났다. 이른 새벽에 찬바람을 막으러 꽁꽁 싸맸던 것들이 정상에 다다를수록 하나씩 귀찮아지며 쌀쌀한 공기는 어느새 상쾌함으로 변해갔다. 일출이 단지 뜨는 해를 보고 감탄하는 것이 아닌 그 순간을 맞이하기 위해 들였던 시간과 수고로움이 함께하여 더 감격스런 일출을 맞이하게 됨을 알았다. 전망대에 이미 꽉 들어찬 사람들로 자리를 찾고 있을 때 나이 드신 분이 휴대 마이크로 사람들 앞에서 무언가를 설명하고 있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열정적인 일출 해설은 많은 사람들에게 엄청난 에너지를 실어 주었고 뜨거운 호응을 유도하기도 하였다. 시장처럼 떠들썩한 분위기 속에서 우리 일행은 조용하게 일출을 기다렸다.
 

<일출을 기다리는 사람들>


한참 후 하나 둘씩 함성이 나오고 드디어 산자락이 붉은 빛으로 물드는가 싶더니 눈이 부시도록 찬란한 태양이 떠올랐다. 여태껏 보아왔던 태양과는 너무도 다른, 해발고도가 높은 산꼭대기에서 떠오르는 태양은 투명하고 맑은 수정과 같았으며 맨눈으로는 도저히 쳐다볼 수도 없다. 아리산에서 일출이 유명한 이유는 붉음으로 연상되는 태양이 맑디맑음으로 다가오는 신비함도 크게 한 몫 했을 것이라 확신한다. 일출의 감격을 마음껏 느낄 새도 없이 아쉬움을 뒤로하고 아리산행 열차에 올라 숙소로 돌아왔다.
 
숙소에서 짐을 챙겨 맡겨놓고 아리산 트레킹을 했다. 자이핑역 근처에 위치한 자이핑공원을 시작으로 두 시간 남짓한 길이었는데 울창한 삼나무와 편백나무 트레킹 코스였다. 트레킹코스는 전체적으로 나무데크와 완만한 계단으로 이어져있어 어린아이서부터 어르신들까지 편안하게 삼림욕을 할 수 있도록 조성되어 있었다. 숲을 이루고 있는 대부분의 수종은 대만편백나무(Taiwan cypress)와 삼나무로 높이는 20m 이상 높게 자랐고, 수령은 일백년부터 이천년 넘어 보이는 나무들이 한결같이 기다란 지의류를 주렁주렁 매달고 있었다. 그 때문인지 죽은 나무인지 산 나무인지 구분이 되지 않을 만큼 태고의 신비로움을 간직한 나무들로 가득하다.
 
해발 2000m 넘는 숲속에 자리한 자매연못에는 겨울임에도 올챙이 몇 마리들이 보였고, 목에 주황색의 띠를 두른 딱새과 새 한마리가 슬픈 자매연못의 전설을 전하며 앉아 있었다. 하늘이 보이지 않을 만큼 빽빽한 거목들로 계속된 삼나무숲길에 지루함이 느껴질 때쯤 목란원이 나타났다. 목란원은 벚나무와 목련나무, 야생의 풀들로 너른 초원을 이루고 있어 깊은 청량감과 자연스러움을 느낄 수 있었다. 잠깐의 초원을 지나 이어진 대만편백나무와 삼나무 숲길을 한참 가다 화려하게 치장한 절이 나타나고 조금 가니까 유명한 3대목이 나타났다. 3대목은 죽은 1대의 나무위에 같은 뿌리의 2대 나무, 그 위에 3대가 함께 자라는 나무이다.

 
?<아리산 트레킹 중에 만난 3대 나무>


이어 나타난 향림신목은 아리산 2대 신목으로 1대 신목이 죽은 후 2대 신목으로 지정된 높이45m, 둘레 12.3m, 수령 2300년으로 인간의 시간을 초월한 경이로운 신목의 느낌을 받았다. 향림신목을 끝으로 아리산역을 향하며 아리산 트레킹을 마감하였다. 인간적인 효용과 가치를 중시하여 나무데크 등을 설치한 아리산 숲. 인공적인 모습이 많아 신비한 자연의 모습을 볼 수 없어서일까? 울창함의 숲속에서 허전함을 느끼기도 했다.
 
7박8일간 대만연수를 통해 228평화공원, 예류지질공원, 양명산국립공원, 소금산과 저어새월동지, 아리산 등을 둘러보았다. 인천에도 섬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잘 알릴 수 있는 지질공원이 조성되길 바라기도 했고, 평안한 시간을 보내는 저어새들을 보며 열악한 환경에서 번식하는 남동유수지의 저어새들이 떠오르기도 했다. 나무데크 등 인공시설물을 과도하게 설치하기 보다는 원시의 모습을 만끽할 수 있도록 해야 한 번 더 찾고 싶은 곳이 될 거라고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고대부터 지금까지 동북아시아의 여러 나라들은 황해로 소통하며 역사문화를 일구어서인지, 대만과 우리나라는 다른 듯 닮아 있다. 중국대륙과 요동반도와 산둥반도, 일본과 오키나와, 대만과 필리핀 그리고 한반도까지. 인천과 인천사람들이 황해를 통해 이들과 교류하며 21세기 역사문화를 열어가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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