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 참 때깔이 참 곱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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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 참 때깔이 참 곱네."
  • 김인자
  • 승인 2017.03.17 0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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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9) 봄맞이 꽃분홍옷

 
와 춥다.
심계옥엄니 사랑터 가시는 아침.
봄볕은 따스해도 아직은 바람이 제법 차다.
 
"사람은 춥다 춥다 그래두 얘네들 이렇게 삐죽삐죽 나오는거 좀 봐라. 아고 고넘들 참 신기허기두 하다."
"와 진짜 얘들은 춥지도 않은가봐.
얘들아, 니들은 춥지도 않냐?"
 
바람 불~어도 괜찮아여~
괜찮아요~괜찮아요~
계절은 바야흐로 봄이다.
 
"춥다고 암만 그래도 이런건 안춰(추워)"
화단안에 뾰족뾰족 나온 초록싹을 보면서 심계옥엄니가 하시는 말씀이시다.
"사람은 한번 가면 끝인데 얘들은 봄이라고 또 왔구나. 철 따라 피고 지고 하는 게 자연의 이치지. 사람은 한 번 가믄 고만이지만."
심계옥엄니 초록싹을 들여다보시느라 고 자리에서 꼼짝을 안하신다.
"엄니,차와요."
"차가 온다고?"!
그제서야 느릿느릿 자리를 뜨시는 심계옥 엄니.
 
"안~녕하세요~"
심계옥엄니 여느때와 똑같이 사랑터 차를 보며 깊숙히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신다.
"안녕하세요~ 어르신 뭘 그렇게 유심히 쳐다보고 계셨어요? 땅에 뭐 좋은거라도 있어요?"
"좋은거여? 있지요. 귀여운 새싹이 올라오고 있어여.봄이 쑥쑥 올라오는 중이지요."
"우와 심계옥 어르신, 시인같으셔요."
"시인은요...이제 갈 날만 기다리고 있는 다 산 늙은인걸요."
눈치가 빠르신 요양사 선생님 심계옥엄니 기분을 업시키드리려고 농을 하신다.
 
"우와 우리 심계옥어르신 오늘은 진달래꽃 같으시네요."
"진달래꽃이요?"
"예,진달래꽃이요. 어르신 입으신 코트가 꽃분홍 진달래색이잖여."
"예, 나는 빨강색, 분홍색 이런 색깔이 좋아여."
"예, 알지요.우리 심계옥어르신은 검은색, 회색,이런 색은 안좋아하시죠. 그래서 저희들이 센터에서 종이접기할 때도 심계옥어르신한테는 꼭 분홍색하고 빨간색만 드려요."
"예, 그르셨구만여. 감사합니다."

심계옥엄니 아까보다 기분이 좀 나아지셨나보다.
"그나저나 꽃은 우리 선생님이시네여.
어쩌믄 이렇게 옷색깔이 고와여?"
하며 울 심계옥엄니 말은 요양사선생님한테 하시면서 눈은 날 쳐다보신다.
순간적으로 엄니 저거 사줘? 하며 내가 소리는 내지않고 입모양으로만 말하니 울 심계옥엄니 바로 고개를 끄덕끄덕하시며 응 하신다.
아고 귀여우신 울 어메
사랑터 요양사선생님이 입으신 예쁜 꽃분홍 잠바가 좋아보이시나보다.
하긴 울 어메가 좋아하게도 생겼다. 울 심계옥엄니가 좋아하는 꽃분홍색에 모양도 화사하니 넘 예뿌다.
 
"봄이 오기싫은가봐여.
빨리 오라고 봄옷을 입었는데도 봄이 안오네."
요양사선생님이 차에 오르시며 하시는 말씀.
 
봄!봄!봄!봄! 봄~이 왔어요~~
운전하시는 요양사 선생님도 꽃분홍색 파카를 입으셨다.
"우리는 오늘 커플룩으로 입었어요. 얼른 따뜻한 봄이 오라고 봄맞이용 커플룩이에요. 어때요? 어르신 이뿌죠오~"
운전하시는 요양사선생님 말에도 심계옥엄니는 듣는둥 마는둥 꽃분홍잠바 요양사선생님 옷만 쳐다보시며 "거 참 때깔이 참 곱네." 하신다.
 
"봉남할머니 안녕하세요."
그러고 보니 사랑터차 맨뒤에 앉아계신 박봉남 할머니도 꽃분홍색 패팅을 입으셨다.
울 심계옥 엄니가 오늘 입으신 옷도 꽃분홍코트, 박봉남할머니가 입으신 옷도 꽃분홍패딩, 요양사선생님들이 입으신 옷도 꽃분홍쉐타.
오늘 아침은 봄을 부르는 꽃분홍 컬렉션입니다아~~~
 
심계옥엄니가 타신 사랑터차가 떠나고 내맘은 갑자기 바빠졌다.
계단을 두 계단씩 뛰어오르며 생각을 한다.
요양사선생님이 입으신 꽃분홍 잠바를 어디가서 사야하나
울 심계옥엄니 사랑터에서 돌아오시기 전까지 얼릉 사다가 방에 걸어놔아하는데~
 
봄!봄!봄!봄!
봄이 왔어요
울할미들 마음속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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