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터 못가신다 하니까 차 문 잡고 우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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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터 못가신다 하니까 차 문 잡고 우셨어요"
  • 김인자
  • 승인 2017.03.21 06:4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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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 사랑터 송영수칙
 
"복남할무니~안녕~"
"응 ~안녕"
심계옥할무니 사랑터가는날 아침. 사랑터 차 첫번째 손님인 박봉남 할머니가 차 맨 뒤에 앉으셔서 고개를 빼꼼히 내밀고 나를 쳐다보신다.
"아유, 우리 박봉남어르신 입이 귀에 걸리셨네." 요양보호사 선생님 말씀에 박봉남 할무니 환하게 웃으신다.
"어르신들은 김 선생님이 아는 척을 해주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대요. 센터에 오시면 집에 갈 때까지 김선생님 얘기를 하세요.
아는척 해줘서 너무 고맙다고. 김 선생님이 웃으면서 "할머니 안녕~" 하고 인사를 해주면 하루종일 기분이 좋으시대요."
 
박봉남 할무니2
 
"선생님 안냥하세요."
"네, 어르신 어서오세요."
심계옥엄니 인사하시고 요양사 선생님 인사 받으시고 인사하시고
어 그런데 오늘은 사랑터차 첫번째 손님인 박봉남할머니가 차에 안 보이신다.
"선생님! , 박봉남 할머니는요?" 두리번거리며 묻는 내게 요양사 선생님 표정이 어두우시다.
갑자기 가슴이 덜컥.
"왜요? 선생님 박봉남할무니 어디 편찮으세요?"
"그게 아니고 오늘 송영할 사람이 없어서 박봉남 어르신 못오셨어요."
"아니, 왜요? 경비 할아버지한테라도 부탁하시지. 왜 그러셨을까여?"
"그게 어르신은 사랑터 가시려고 차 타러 나오셨더라구요. 보호자 사인없이는 센터에 못가신다고 하니까 박봉남 어르신 차 문 붙잡고 우셨어요."
 
할무니들이 집에서 사랑터에 가실 때나 사랑터에서 집에 오실 때 보호자가 사인하고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모셔야만 인수인계가 되는 치매센터 사랑터의 송영규칙.
아들, 딸 ,며느리가 번갈아가며 박봉남 할머니를 송영하는데 오늘은 가족들이 모두 일이 있으셨나보다. 미리 알았으면 우리집에 모셔와서 내가 사인해드리고 배웅해 드릴걸. 박봉남 할머니 사랑터에 얼마나 가고 싶으셨으면 못간다는거 아시면서도 차 타러 나오셨을까? 얼마나 혼자 집에 계시기 싫으셨으면 사랑터 차문을 붙잡고 우셨을까... 마음이 너무 아프다.
 
박봉남 할머니3
 
오늘은 박봉남 할머니가 차에 계시나? 사랑터 차가 도착하자마자 젤 먼저 차 뒤부터 살폈다.
박봉남 할무니도 고개를 내밀고 나를 찾으셨나보다. 시선이 딱 마주쳤다.
"박봉남 할무니 안녕~" 하며 손을 과장되게 막 흔들었다. 그랬더니 박봉남 할머니도 안녕하며 손을 힘차게 흔들어주신다. 활짝 웃는 얼굴로.
할무니~~~ 박봉남 할무니~~~~
 
어린아이가 되어버린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
어린아이가 엄마가 안보이면 불안해서 엄마를 찾는 것처럼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들도 자식이 눈에 안보이면 불안하고 눈물이 난다. 자식이 눈에 보여야 비로소 안심이 되고 웃게되는 울 할무니 하부지들.
자주 자주 얼굴 보여드리자.
자주자주 안부전화를 드리자.
그래야 울할무니 하부지들 활짝 웃으신다.
울지 않으신다.
아침마다 과장되게 머리위로 하트를 날리며 차 뒤꽁무니에 대고 연신 손을 흔들어대는 내가 절대 창피하지 않는 이유~~~
할머니 사랑해요~
할아버지 겁나 사랑해요~~~
사랑하면 뵈는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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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민 2017-03-21 20:12:33
마음이 따뜻해지는 글 잘 읽었습니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많이 웃으실 수 있도록 도움 주시는 사랑터 모든 선생님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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