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타운에서 맛보는 대를 잇는 손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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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타운에서 맛보는 대를 잇는 손맛
  • 문미정 시민기자
  • 승인 2017.03.2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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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중구청 옆 곡가 - 아들과 아버지가 나란히 서서 칼질

[마실나가기]는 '가까운 우리 동네의 멋진이야기'입니다. 바로 마을 주변에서 숨은 이야기가 있는 가게를 찾아 그곳에 녹아있는 스토리를 담아드립니다. 필자는 사회복지사이면서 <인천in> 시민기자로 활동해온 문미정님입니다. 아이 둘 가진 엄마의 따뜻한 눈으로 아이들과 함께 다니며 알게 된 마을 이야기를 일상의 소비생활을 중심으로 엮어갑니다. 숨은 이야기가 있는 곳의 제보도 받습니다. 





[마실 나가기] 8번째 이야기는 제보된 내용으로 꾸며보았다. 최근 중구청 오른쪽 담벼락 골목에 빨간 간판이 들어섰다. 교회를 오가며 “어! 새로운 가게가 생겼네?” 했는데 바로 중국집 '곡가'(曲家 772-9555 중구 자유공원남로 3)였다. 그간 많은 소소한 가게들을 찾았지만 이번에 찾은 '곡가'에도 숨은 이야기가 많았다.
 
처음 찾은 가게는 자그마한 규모에 소박하기 그지없었다. 차이나타운 변두리에 위치한지라 호젓하게 식사를 할 수 있었다. 개업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이었다. 주방장인 곡창신씨와 이런 저런 얘기를 해가며 식사할 수 있었다. 요리하는 모습도 직접 볼 수 있었는데, 특히 아들과 함께 나란히 서서 칼질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지금의 자리는 원래는 가정집이었다고 한다. 이곳에서 다섯 자녀들이 모두 성인으로 자랐다. 몇 명은 결혼 후 출가 하였고, 몇 명은 아직 같이 살고 있지만 다들 출가할 예정이다. 유일하게 남아있게 될 가능성이 있는 자녀는 같이 칼질을 하고 있는 막내 아들이다.
 
곡씨는 자녀들이 출가하여 빈방이 늘어나면서 가게를 시작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렇다하더라도 아무런 기술이 없는데 중국 요리집을 할 수는 없을 터, 어떻게 중국집을 오픈하게 되었나 하고 궁금함을 물었다.
 
곡 주방장은 인천 남구 용현동에서 출생한 화교이다. 할아버지 세대부터 한국에 들어와 농사를 지었다고 한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한국에서 만나 결혼을 하였다. 당시 아버지는 요리 기술이 있었는데, 꽈배기를 만들어 팔았다고 한다. 자신이 요리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은 아마도 이런 아버지의 영향이 있었던 것 같다고 곡 주방장은 설명했다.
 
그는 장성한 후 일본 오사카 신사이바시에 있는 SOGO백화점 중식당 덕성원에서 일을 하게 된다. 다시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인천에서 유명한 평화각, 진흥각등에서 근무하고, 현대백화점에서는 외식사업과 중식조리장을 맡기도 한다. 
 
이후, 연안부두에서 15년 정도 중국집을 운영 했었다. 그러나 경찰청, 해양청 등 큰 회사와 관공서 등이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면서 가게를 접을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집이 있는 차이나타운으로 넘어와 집 근처에서 다시 가게를 오픈하였으나 가게 임대료를 감당하기 어려워 다시 가게를 접게 된다.
 
요리에 대한 미련이 늘 남아있던 그는 자녀들이 출가하여 집에 빈 공간이 생기면서 요리집을 다시 운영하고 싶어졌고, 때마침 자녀 중 막내 아들이 요리에 관심을 보여 이렇게 세대가 함께 가르치고 배우는 학교식 식당을 운영하게 되었다. 작은 규모이지만 가족끼리 운영하기에는 그만이라며 임대료 부담이 없는 얘기를 하자 미소를 지어 보였다.


 

곡가네 요리집의 자랑을 좀 해달라고 요청했다. 대만식 중국요리를 선보인다는 것이 차이점이라고 한다. 자신의 요리 노하우와 대만에서 요리를 배워온 아들이 함께 차별성 있는 요리를 대접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자랑이다. 그래서 그런지 ‘곡가’에서는 그동안 먹었던 중국요리와는 조금 색다른 맛을 느낄 수 있다.
 
차이나타운에 많은 요리집이 있지만 너무 많아서 이제는 차별화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게 되었다고 한다. 더군다나 ‘곡가’는 차이나타운에서는 조금 떨어져 있는 변두리에 위치하고 있어서 요리를 잘 하지 않으면 다시 가게를 접어야 한다며 포부가 대단했다. 무엇보다 아들과 나란히 요리를 한다는 자부심이 엿보여 인터뷰 하는 내내 흐뭇하고 즐거웠다. 아무리 중국인이 생활력이 강하다고 하더라도 타국에 와서 이주민으로 정착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중국 고유의 문화와 맛을 지켜가는 곡 주방장 가정이 대대손손 한국에서 오래 오래 잘 어울려서 살아가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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