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술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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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술 끊었다~"
  • 김인자
  • 승인 2017.03.28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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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 피부 좋아진 왔다갔다할아버지
 
운동삼아 계단오르는 아침.
설렁설렁 오르는 계단이 머 운동이 되겠냐마는 그래도 안하는거 보담은 낫지 싶어 하루도 빼놓지 않고 오르려고 노력한다. 날씨가 추워서 밖에서는 내가 좋아하는 할무니들을 뵐 수가 없으니 혹시나 오며 가며 내려오는 엘리베이터안에서 할무니들을 볼 수 있을까 하는 설레는 기대감도 있고 우야둔둥 계단오른지 오늘로 52일째다. 간절히 원하면 원하는걸 이룰 수 있다더니 그말이 딱 맞다.
2층 오르는계단에서 너무도 보고 싶었던 분을 만났다.
겨울내내 뵐 수 없었던 왔다갔다 할아버지.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는 왔다갔다할아버지뒤로 붕붕카할머니가 붕붕카를 끌고 조심스레 서신다.
할머니~
하고 부르려다 놀라실까봐 쿵쿵쿵 발소리를 일부러 크게 내고 걸었다.
어 그런데 붕붕카할머니도 왔다갔다할아버지도 두 분 다 못들으신다.
가까이 가서 붕붕카할머니 팔짱을 살짝쿵끼니까 그제서야 붕붕카할머니가 알아보시고 반갑게 웃어주신다.
"우리 이쁜 김선생 어디 가노?"
"예, 운동좀 하니라 계단 올라요 할무니."
왔다갔다 할아버지가 그동안 못 본 사이에 얼굴이 뽀애지시고 이뻐지셨다.
요즘 아이들 말로다 반짝반짝 얼굴에서 빛이 난다. 그야말로 물광피부다.
그런데 할아버지 입으신 옷이 좀 얇은 듯 싶다.
"할아버지, 오늘은 이렇게 입으시면 좀 추울거 같은데.바람이 제법 불어요."
"괜찮다, 요기 아파트 노인정가는데 뭐."
"아 할아부지랑 할무니 노인정가시는구나 점심드시러 가세요?"
"응, 밥먹으러 간다.김선생도 어서 가서 밥먹어라."
"예, 할머니."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왔다갔다할아버지가 얼른 타신다.
 
붕붕카할머니 귀엣머리를 귀뒤로 넘겨드리고 잘 다녀오시라 인사를 하니 왔다갔다 할아버지가 시크하게 오른손을 들어 인사를 하신다.
오랜만에 보는 왔다갔다할아버지표 시크인사다.
다행이다. 하루에 세 번은 꼭꼭 산책을 나오셨던 왔다갔다 할아버지가 겨울내내 보이지 않으셔서 걱정 참 많이 했는데
얼굴도 해말가지시고 피부도 좋아지시고 일단 할아버지가 건강해지신거 같아 기뿌다.
"할아버지, 피부가 너무 좋아지셨어요~ 할아부지처럼
애기피부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해요?"하고 물으니 붕붕카할머니가 얼른 나서신다.
"비법이 어딨어? 왠종일 집안에만 처박혀 있으믄 저리 된다."
붕붕카할머니 말씀에 왔다갔다할아버지 표정없이 또 손을 드신다.
다녀오세요 할아부지
하고 인사를 드리니 엘리베이터가 닫히는데 갑자기 왔다갔다할아버지가 손을 막아 엘리베이터문을 잡고 하시는 말씀.
"나 술 끊었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고 나서도 나는 한참을 엘리베이터 앞에 서 있었다.
이제 왔다갔다 할아버지 삐뽀삐뽀 경찰차타고 오시지 않겠구나.
울 할아부지?술을 끊으셨단다. 많이 힘드셨을건데... 고맙습니다.
얼른 마트에 다녀와야겠다. 술 끊으셨으니 왔다갔다할아버지 심심한 입 궁진하지 않으시게 과자랑 주전부리하실거 이거저거 사러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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