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적폐의 대개혁을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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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적폐의 대개혁을 요구한다
  • 고보선
  • 승인 2017.04.11 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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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논단] 고보선/ 인천석남중학교장

선생님, 우리 아이가 어떻게 하면 행복해 질 수 있을까요?
 
며칠 전, 장기 결석으로 인해 학교를 떠났다가 1년 만에 복학한 학생 어머니께서 교장실에 들러 나에게 질문한 물음이다. 갑작스러운 질문이다. 아니 31년의 교직생활에서 학부모가 나에게 한 수많은 질문 중에 처음 듣는 질문이다. 그동안의 질문은 대부분 공부와 진학, 진로에 관한 것이며, 특히 학교생활에 적응하기 위한 생활지도 내용이 일상적인 질문이었는데 말이다.
학생은 1년 전 친구들과 함께 길을 가다 우연히 마주친 동급 학생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금품을 갈취한 혐의로 6개월 구치소에 있었다고 한다. 현재도 보호관찰을 받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가정적으로도 안정되어 있고, 대인관계도 크게 문제가 없는 학생이란다. 다만 수업시간이 지루하여 집중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판단된다. 기타를 칠 때 가장 행복하다는 학생이란다. 한 달 동안 학생과 상담도 하고, 학교생활을 지켜본 후 다시 면담하기로 학생 어머니와 약속했다.

행복.
행복한 삶,
평범하면서도 가장 소중한 물음이 아닐까 싶다.
세상에 태어나서 일생동안 ‘사람이 왜 사는가?’ 라는 질문에 가장 보편적인 답이 ‘행복하기 위해’ 가 아닐까 싶다.
 
매년 학기별로 전 학급의 학생을 대상으로 1시간씩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주제는 「정직. 자존」이다. 그 중 행복한 삶의 기초가 되는 것은 ‘자존(自尊)’ 이란 가치를 우리 아이들에게 강조한다. 내가 재직하고 있는 학교지표 역시 “나를 삶의 주인공으로 세우는 학교” 이다.
“자존이란 내가 소중하다는 것이다. 자신이 진정 소중하다고 느낄 때 자신은 물론 가족, 친구 그리고 모든 사람들이 소중하다는 마음을 가질 수 있다. 우리 사회의 모든 사람이 이러한 마음을 지닌 사회가 될 때 더불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 라는 말을 시작으로 수업을 진행한다.
 
자존심(自尊心)이 높은 사람은 "내가 제일 잘해" 라는 생각을 중심 가치로 두는 사람이라면, 자존감(自尊感)이 높은 사람은 "나는 공부를 잘 못해도 친화력이 있어, 그래서 나는 소중한 사람이야." 즉, 내가 어떠한 상태로 존재하고 있건 그저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에 대해서 만족하고, 소중함을 느끼는 사람이다. 또한 우열과 호불호를 떠나 내가 처한 상황이 어떠한 상태로 존재한다 해도 상황은 변화하며 흐른다는 사실을 인정하며, 그 흐름을 수용하고 안정감과 만족감을 지니며 노력한다는 사실이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풀빵을 구워도 지위가 낮아도 행복할 수 있지만, 자존감이 낮은 사람은 100억의 재산을 가져도 행복하지 않고, 지위가 높다가 한 순간 경제적 어려움이나 지위의 권위에 문제가 생기며 비극적인 선택을 할 수도 있다.
 
프랑스의 여성 작가이자 사회운동가인 보부아르(Simone de Beauvoir)는 ‘자존감이 낮고 자존심이 강한 사람은 의존적 성향이 강하게 나타난다.’ 라고 말했다. 그는 의존의 대상은 돈, 명예, 외모, 권위, 권력, 지식, 사람, 약물 등 어떤 것이든 될 수 있으며, 이런 사람은 의존을 통해서만 안정을 느끼기 때문에, 자신이 의존하고 있는 대상에 대한 지적이나 공격이 들어올 때는 자존심을 세우게 되고 극단적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필자가 인천시교육청에서 생활지도 업무를 담당하는 3년 동안, 한 해 6명에서 14명의 학생이 자살하는 일이 발생했다. 성적문제, 가정문제, 친구문제, 이성문제 등 다양한 사유로 우리 아이들이 자신의 소중한 생명을 버리는 것이다.
이처럼 아이들이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되는 자존감을 가장 방해하는 요인으로 나는 우리의 교육문제가 가장 크지 않을까 생각한다. 현재 우리의 교육은 아이들 각자가 가지고 있는 ‘다름’의 차이와 ‘능력’의 가치를 끄집어내고 높이는 것에 두지 않고, 드러난 성적과 사회적 지위 중심의 비교적 우위에 가치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특목고, 자사고, SKY대학의 진학률이 높은 일반고, 그리고 명문대학, 좋은 직장 등 겉으로 나타나는 외부적 기준으로 사람을 평가하고 있다. 또한 이를 성취하기 위해 우리 교육은 끊임없이 한줄 세우기 교육을 하고 있다. 얼마 전 인천시교육청에서 특정 학교의 대학 진학률을 자랑하며, 기자회견을 한 이유도 이런 맥락이 아닐까 싶다.
 
이렇게 교육받은 우리 사회와 학생들은 ‘다름’을 두려워한다. 기준점이 되는 누군가와 다른 내 모습을 상상하지 못하게 만든다. 수학을 잘하는 학생이 다니는 학원을 다녀야 하고, 영어를 잘하는 학생이 다니는 학원을 보내야 한다. 다 같이 몰려가는 대열에 합류하지 못하면 불안해한다. 생김새가 다르고 위치도 다르고 삶의 지향점도 다른데 의사가 되어야 하고, 각종 고시에 합격해야 하고, 대기업에 입사해야 하고, 강남에 살아야 하고, 30평 아파트에 살아야 성공한 인생, 행복한 삶이라고 한다. 다른 사람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 나는 저 사람과 발맞추고 있는지, 끊임없이 눈치를 보고 뒤돌아보며 비교하며 산다. ‘내 인생은 나의 것’인데 말이다. 뚜벅뚜벅 내 길을 걸어가야 하는데 자신 스스로도 그 길을 용납하지 않는다. 왜 이럴까. 우리는 모두 그렇게 교육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의 교육은 ‘너 안에 무엇을 넣어 주면 성공하는 사람이 될까.’를 끊임없이 주입하는 교육이 아니라, ‘내 안에 있는 것이 무엇일까.’를 궁금해 하고 찾아갈 수 있게 창의성을 길러주는 교육이어야 한다. 언어적 능력이 뒤진 학생에게 영어 문장을 달달 외우게 하고, 수리적 능력이 부족한 학생에게 매일 50문항 100문항의 수학문제를 풀어오도록 지시하고, 음치인 아이에게 발성 연습을 하라고 하며, 색맹인 학생에게 포스터를 그리게 하는 질타하며 눈치 주는 교육이 아니라, 학생이 지닌 재능을 찾아 자존감을 키워주며 인정하는 교육이어야 한다.
 
자존감이 중요하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지만 우리는 여전히 과거의 방법에 집착하며 변하지 않고 있다. 지난 시간 국민은 우리사회의 고질적인 문제를 변화시키기 위해 촛불을 들었다. 그리고 적폐청산이란 대명제를 개혁하자고 요구했다. 정치개혁, 경제개혁, 사회개혁 언론개혁 등 등. 나는 무엇보다 교육적폐의 대개혁을 요구한다. 학생 각자가 지닌 재능과 진정한 행복을 주는 교육의 방향으로 대 전환이 필요함을 느낀다.

21세기 교육은 현재의 교육방식으로 돌파를 기대해서도 안 되고 돌파할 수도 없다. 우리 아이들은 현실공간과 가상공간을 넘나들며 살아갈 아이들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알맞게 우리 아이들은 세상의 모든 지식과 정보를 연결시키고 조합해낼 수 있는 독창성과 창의력, 의사소통 능력과 협력 정신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자존감을 지닌 아이들로 길러야 한다.
 
자존감은 능력과 상관없으며,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든 없든, 현재 자신의 상태가 어떠하든, 남들의 기대에 맞춰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있든 없든, 자존감은 능력이나 환경이 아니라, 존재 그 자체에서 의미를 발견해야 한다는 교육의 대 전환이 절실하다. 즉 어떤 결과에 의미를 두지 말고 자신의 존재에 대해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 자존감을 키울 수 있는 방법이다.
 
이제 우리의 교육은 자유스러운 삶속에서 자존감을 어떻게 키우며, 자존감으로 자유스러운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제시하고, 그 과정에서 얻어지는 행복이 주는 의미를 일깨워 주는 교육으로 대전환이 필요하다. 그것도 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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